이슈브리프

들어가며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 내에서는 노무현 정부의 부활인 ‘참여정부 2.0’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걱정이 제기되었다. 특히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의 발언과1 문재인 대통령이 방미에 앞서 외신과의 회견에서 밝힌 사드(THAAD: 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종말단계고고도미사일방어) 관련 입장은 이런 미국 측의 의혹과 우려를 확대했고2, 향후 한미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예측을 강화하였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6월 29일부터 30일사이 워싱턴에서 진행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회담이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 개인의 정책 입장과 이념 성향에 대한 미국 내 정책 커뮤니티의 편견과 우려를 해소하고 한미공조를 공고히 하는 기초를 다져야 했다. 이러한 미국 내 분위기와 전반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방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구체적 성과보다는 신뢰를 쌓는 것에 중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공동성명을 볼 때 이번 정상회담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한미동맹강화, 대북정책공조 지속,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공정무역 확대, 글로벌 파트너로서 적극적 협력 등 한미관계에서 짚어야 할 항목들을 잘 담아냈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으로 좋은 친분을 쌓은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 정상 회담을 통해 미국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거나 우려가 완벽하게 해소된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할 것인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를 지켜볼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화의 조건을 포함한 북핵문제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해법, 전시작전통제권 환수(연합방위체제 포함), 사드 배치, 방위비 분담 등을 포함한 한미동맹의 근간을 튼튼히 하는 일, 한미자유무역협정의 이행과 공정한 무역관계 구축 등에 대해 입장을 조속히 정하고 해야 할 바를 함으로써 동맹의 기초를 강화하고 얻고자 하는 바를 얻도록 해야 한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위해서라도 우선적으로 미국과의 공조를 강화하고 신뢰를 증진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방미와 정상회담의 결과 평가 : 절반의 성공

1.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이번 한미 공동성명은 총 여섯 개 부분으로 구성돼 있지만 내용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정리할 수 있다. 한미 동맹, 북한, 무역, 여타 경제 협력과 글로벌 파트너십이다.

가. 한미 동맹

한미 동맹 문제에서 미국은 확장 억제력에 관한 굳건한 입장을 다시 한번 밝혔다. 이를 위해 외교ž국방(2+2) 장관회의,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한미 군사위원회의(MCM) 같은 협의 채널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을 강조했다. 한국은 상호운용 가능한 킬-체인(Kill-Chain)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Korean Air and Missile Defense)과 함께 필요한 군사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양국은 조건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조속히 추진할 것에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무역 및 경제, 재생ž원자력 에너지, 과학기술, 우주, 환경, 보건, 방산 기술 분야에서도 고위급 협의를 추진해 미래지향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거론되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 언론발표에서 따로 언급한 내용은 방위비 분담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에 있어 공정한 분담(fair burden-sharing)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며 ‘이 문제는 앞으로 더욱 더 중요해질 것이고 특히나 이 행정부에서는 그렇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은 지난 2014년에 타결된 방위비분담특별협정에 따라 매년 9,700억원(현재 기준)의 분담금을 지불하고 있다. 협정 유효기간은 5년이고 양국은 2019년부터 적용될 분담금을 놓고 이르면 올해 말부터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이를 염두에 둔 협상 전략으로 보인다.

나. 대북정책

북한문제에서 양 정상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두었다.  북한의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실험 중단과 진지한 대화 참여를 위해 최대의 압박을 가해 나가자는 데 동의했고 제재와 대화의 병행이라는 큰 원칙과 방향에 합의했다. 제재는 하나의 수단이고 ‘올바른 여건 하에서 북한과 대화의 문이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6월 30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올바른 여건’이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는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하며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기로 확실하게 약속한다’거나 ‘미국 국민 3명을 석방한다면’ 이라는 예를 들었다.  앞으로 한미 양국의 대북정책에서 대화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면 대화 조건에 대한 양국간 조율이 필요할 것이다.

양 정상은 한반도에서 한국의 주도적 역할을 인정했으며 북한 내 취약 계층이 받는 대북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또한 북한의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했다. 마지막으로 한미일 3국협력을 증진시켜 북한 위협에 대응한 억제력과 방위력을 키울 것에 동의했다. 한미일 3자 메커니즘을 통해 암연구, 에너지 안보, 여성 역량 강화, 사이버 안보와 같은 범세계적 문제에서도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미일 3국 협력은 중요한 정책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역사 문제, 특히 위안부 문제에서 한일 간 갈등에도 불구하고 안보와 역사 분리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한국과 일본이 한반도와 지구적 차원에서 협력해 나간다는 것은 박근혜 전 정부의 입장보다는 진일보된 정책 입장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안보에 관해 미국과 일본이 3국 협력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다. 무역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격차를 좁히지 못한 사안은 무역이었다. 공동성명에는 양국이 ‘상호적 혜택과 공정한 대우를 창출하면서 확대되고 균형된 무역을 증진시키기로’ 약속했지만3 양 정상은 이 문제에 대해 다른 자세를 보였다. 특히 공동 언론 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협정이 체결된 이래로 미국의 무역적자는 110억 달러 이상으로 증가했고… 그다지 좋은 거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지금 한미 FTA 재협상을 하고 있다’고도 했다. 여기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합의하지 않은 사항’라고 반박했다.

이로써 다시 한번 분명해진 것은 미국이 재협상을 원한다는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 지시에 따라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가 재협상 및 협정 개정을 위한 특별공동위원회를 구성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사안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4월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방한 때도 거론됐다.

미국 상공회와 전 정부 입장을 살펴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문제 삼을만한 것은 한국에만 있는 규제다. 삼일 PWC가 실행한 ’2016년 외국 기업 임원 설문조사’에 따르면 외국 기업들은 한국의 규제 환경을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했다.4 또한 불명확하고 불투명한 규정과 한국 고유의 표준 및 차별 정책을 풀어줄 것을 주장했다. 한 외국 정부 관계자는 ‘서울시의 대형차량 너비 기준이 유럽보다 5cm, 미국보다는 10cm 적어 미국 서부 자동차 제조사들이 한국 규정에 맞는 버스를 특별제조 하지 않는 한 한국에 버스를 수출할 수 없다.’고 문제를 제기했다.5

미국의 재협상 요구 가능성에 대비해 한국은 한미 FTA 가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여기에 더해 한국은 고유의 규제나 절차를 국제 표준에 맞추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필요도 있다. 무역이란 보다 좋은 서비스와 상품을 더 낮은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하는 것이 목적이다. 만약 규제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이지 않거나 정치적인 요소로 존재한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 균형 잡힌 무역 관계를 형성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아쉬운 점이 하나 있다면 이번 방미 일정에 동행한 경제인단이 제시한  향후 5년간 총 352억 달러 규모의 투자 계획을 미국 언론에 제대로 부각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방미에 동행한 52개사 중 삼성전자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뉴베이 카운티에 3억 8천만 달러를 들여 가전공장을 건설하고 오스틴에 있는 반도체 공장에도 2020년까지 15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LG 전자는 테네시주에 2019년까지 2억 5천만 달러를 들여 세탁기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SK그룹은 미국 에너지 개발에 5년간 최대 44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자동차와 CJ, LS, 그리고 GS 그룹도 적지 않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미일,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봤듯이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에게 이러한 투자 또는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소식을 알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한미 정상 회담에서는 이러한 내용이 미국 언론에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은 좋은 기회를 놓친 것으로 보인다.

라. 여타 경제 분야와 글로벌 파트너십

양국은 고위급 경제협의회를 통해 여타 경제적 이슈에 대해서도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고, 특히 여성의 경제적 권한 신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양자 파트너십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범세계적 사안에서도 한미 양국 간 협력을 촉진시켜야 한다는데 합의했다. 글로벌 보건안보 협력에서는 다른 국가들이 감염병을 예방하고 발견하는 것부터 대응하는데 까지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테러리즘과 폭력적 극단주의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국가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증대해 나가는 데도 합의했다.

 

2. 대미 의회 협의와 외교

기존 정상회담과는 달리 이번에는 의회가 더욱 중심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헌법에 따라 대통령은 외교 안보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하지만 의회는 법안과 예산안을 통해 행정부의 대외 정책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2018년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의회는 외교와 안보 현안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상원은 지난 6월 29일 러시아에 대한 새로운 제재 법안을 98-2로 통과시켜 행정부가 기존의 대러 제재를 약화시키지 못하도록 손을 묶어 놓았다. 국방부 예산을 행정부가 요구한 액수보다 300억 달러가 높게 편성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원 세출위원회는 2001년 9ž11 테러 이후 발효된 대통령의 무력사용권 (Authorization to Use Military Force)을 폐지하는 법안을 통과 시켰다. 트럼프 행정부의 판단력을 의심한다는 의미다.

주목할 것은 의회가 외교 안보 분야에서 행정부가 유지해온  전문성과 업무 분배를 깨뜨리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즉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의회의 협의 없이는 추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에서도 미 상ž하원 지도층은 마치 면접을 보듯이 동맹과 민감한 외교 안보 현안에 대한 질문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지난 정부와는 또 다른 변수가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문 정부는 대미 의회 협의와 외교의 중요성을 과소 평가하지 말고 더욱 큰 관심과 자원을 투자해야 한다.

 

향후 과제와 대응방안

1. 기본방향: 일관성을 유지하고 행동으로 신뢰를 쌓아야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와 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미국 측의 우려가 일정 부분 해소된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당분간 문재인 정부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예의주시하며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경계심은 2003년 6월 노무현-부시 대통령 정상회담이 가져온 결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미국을 방문하여 미국 측이 예상치 못하였던 동맹에 대한 굳은 믿음과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여 미국측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은 귀국 후 바로 입장을 바꾸었고, 미국은 노무현 정부를 불신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한미 양국 간에는 대북정책을 비롯하여 주요 정책 이슈를 둘러싼 마찰과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주도적인 입장에서 대북정책을 이끌어 가려면 미국의 신뢰를 얻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정책의 일관성에서 시작된다. 상대방 또는 국내 여론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것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정책 추진에 방해가 될 것이다. 물론 구체적이고 세밀한 사항에 대한 협의와 조정은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원칙과 방향에서의 변화는 지양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말’이 아닌 ‘행동’을 통해 우리의 의지와 입장을 확인시켜야 한다. 한미간에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여 양국간 신뢰를 쌓고 우리도 요구할 것은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합의 중 상당한 부분은 우리가 이행해야 하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조건에 기초한 전시작전통제권 조기 환수’는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한국이 스스로의 방위력 증강에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 역시 지금까지의 협력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조치와 이행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6 글로벌 파트너십 부분도 매번 정상회담에서 합의하였으나 구체적인 진전은 부족했던 부분이다.

동맹이나 우방을 가리지 않고 보다 많은 기여와 역할을 요구하는 트럼프 정부에게 화려한 말로써 대응하고 넘기려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올 뿐이다. 행동을 통해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당당히 요구하는 거래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구체적인 이행 계획을 수립하고 미국과의 협의와 합의를 통해 실행에 옮겨 한미관계를 공고히 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2. 현실성 있고 균형된 공동의 대북정책을 수립하고 추진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제재와 대화’라는 대북정책 원칙에 합의하고 한국의 주도적 입장을 지지했다는 점을 이번 정상회담 최대의 성과로 손꼽고 있다. 그러나 제재와 대화 중 어디에 더 무게를 두는가 하는 문제와 주도권의 인정이 어디까지를 의미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미국은 대화보다는 제재와 압박에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반대로 한국은 대화에 무게를 두는 듯하다. 또한 주도권이 적용되는 범위가 북핵 문제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북관계에 국한되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각기 달리 해석할 여지가 있다. 주도권과 대화에 대한 과도한 해석과 성급한 추진은 한미공조를 약화시키고 오히려 한국이 배제되는 상황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한미간 실질적인 정책 협의와 공조를 추진하는 것이다. 비핵화라는 목표와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에 대한 합의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아직까지 없다. 따라서 한미 공조를 긴밀히 유지해가며 북핵문제를 포함한 북한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세부사항에 대한 협의와 합의가 필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어떠한 과정을 거쳐 비핵화에 이를 것인가 하는 로드맵과 각각의 단계에서 무엇을 주고 받을 것인지에 대한 입장이 설정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과거 페리 프로세스와 같은 청사진이 한미간에 합의되고 공유되어야만 한미공조가 유지되고,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노무현식’이 아닌 ‘김대중식’ 대북정책 전략과 공조가 필요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어떠한 조건과 상황 하에서 대화에 임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두 번째는 대화의 형식과 의제이다. 세 번째는 중간단계에서 무엇을 달성할 것인가 하는 것과 최종 상황에 대한 합의이다. 지금까지 대화의 조건으로 제시된 것은 동결이다. 그러나 동결의 범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 영변 시설과 미사일 시험 발사 중지라는 극히 제한된 수준에서의 동결을 추구하여 상황이 악화되는 것을 방지하고 대화로 방향을 전환할 것인지, 아니면 좀 더 포괄적인 동결, 즉 우라늄농축 프로그램을 포함할 것인지를 비교하여 설정해야 한다. 미사일의 경우 단ž중ž장거리 미사일 모두를 포함한 전면 중지인지 아니면 장거리 미사일만을 대상으로 하는 부분 중지인지도 설정해야 한다.

현재는 대화의 시작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대화가 시작되고 난 이후 완전한 비핵화에 이르기까지의 단계에 대한 그림이 없다. 대화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대화 시작 이후 단계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일단 동결이 되고 대화가 시작되면 동결을 확인함과 동시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각종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고 확인하는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신고와 사찰 및 검증의 문제가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게 된다. 신고 범위에 대한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완벽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포괄적인 신고를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제한적인 신고를 수용할 것인지도 한미간에 논의해야 할 문제이다. 또한 사찰과 검증 문제에서도 부분 사찰인지 아니면 전면 사찰인지, 나아가 강제 사찰까지를 포함할 것인지를 고민해 봐야 하는 문제이다.

대화가 시작되면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도 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 틀은 어떻게 구성하고 무엇을 논의할 지에 대한 입장을 정립해야 한다. 핵심적인 사항은 경제나 사회 분야에서의 교류와 협력이나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군사적 긴장과 위협 축소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한미동맹 및 연합방위체제와도 연관되어 있는 문제이므로 매우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주한미군이나 연합방위체제를 처음부터 논의와 협상의 대상으로 설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남북간 합의와 이행의 결과에 따라 조정을 고려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섣부른 평화체제에 관한 논의는 우리의 안보와 한미동맹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평화체제를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북핵과 미사일의 위협 뿐만 아니라 여타 북한의 위협, 특히 전방에 배치되어 있는 북한 장사정포 위협을 감소하고 제거하는 것을 핵심 이슈로 다루어야 한다. 정치군사적 신뢰구축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무력사용을 제약하고 위협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안에 집중하여야 한다.

대화가 시작되었다고 하여 인도적인 사항을 제외한 부분에서의 전면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지원과 협력은 자제해야 한다. 비핵화 단계별로 대북지원과 협력사업의 내용과 규모를 조정해서 남북관계 진전과 비핵화 및 긴장완화를 연동시켜야 한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사업과 같이 우리 스스로가 인질이 되거나 상징성에 집착하는 것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과거와 같이 군사문제가 경제사회교류협력의 종속변수가 되는 것은 안보에 대한 착시현상을 부추기고 안보를 불안하게 만들 것이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장기계획과 지향점으로 가져가고 실행은 안보여건과 연동하여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방문을 기해 밝힌 단계적이고 포괄적인 비핵화 방안을 구체화하고 한미간 협의를 거쳐 공동의 대북정책으로 만들어야만 미국의 의문과 의혹을 불식시키고 운전석에 앉아서 남북관계를 주도해 나갈 수 있다. 또한 과거 TCOG(Trilateral Coordination and Oversight Group)와 같은 대북정책을 수시로 점검하고 협의ž보완ž수정할 수 있는 제도와 장치를 도입하는 것도 필요하다.

 

3. 동맹관계 관리와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경주

동맹 관리와 발전을 위한 과제는 방위비분담, 조건부 전시작전권 환수 및 관련 조치, 사드 배치, 확장억지 등 대략 4개이며, 한미일 3국 안보협력도 추가될 수 있는 사항이다. 확장억지를 제외하면 모두 한국이 부담을 안아야 할 문제들이다.

방위비 분담에 관해 공동언론발표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공정한 방위비 분담을 언급했다. 1차부터 9차 방위비 분담 협상에 이르기까지 단 한번도 미국 대통령이 입장을 밝히거나 관여한 적은 없었으나 이번은 다르다. 이는 오는 2019년부터 시작되는 방위비 분담과 관련된 협상이 과거와는 다를 것이고 미국이 방위비 분담 증액을 강력히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또한 미국 조야에는 한국이 적정 수준의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는 평가도 존재하기는 하나, 한국의 경제 규모를 고려할 때 현재(약 9,700억원)보다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하여 한국은 미화 8.6억불을 지불하고 있고, 이는 GDP 대비 약 0.061%로 일본의 0.038%, 독일의 0.013%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다.7 여타 동맹국에 비해 높은 수준의 방위비를 한국이 분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며 분담금 증액으로 강하게 압박할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일정 수준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적정 수준의 방위비 분담은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그리고 방위비 분담을 증액하는 대신 무엇을 받아낼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방위비분담의 형식과 내용에서 있어서는 우리에게 필요한 개선점을 파악하고 받아내어 결과적으로 한미 양국이 ‘윈윈(win-win)’하는 방위비 분담이 되도록 해야 한다. 박근혜 전 정부는 1조원이라는 상징적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미국으로부터 받아냈다. 연 물가 상승률을 고려할 때 10차 방위비 분담은 최소 1조원을 넘길 것이다. 물가상승율을 반영한 수준에서 타협을 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물가상승율+알파’ 정도를 상정하고 협상에 임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8

방위비 분담을 증액하는 대신 우리가 얻어내야 할 것을 설정하고 얻어내야 한다. 방위비 분담 차원에서는 분담 형식과 내용을 조정하는 방안, 즉 총액에서 소요충족형으로9 변환하는 방안이라든지, 현물 제공 부분의 확대, 방위비 사용의 투명성 제고 방안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확장억지의 구체화를 요구하고 확보하는 것도 방안이다. 현재까지 한미간에는 확장억지에 대한 기본방침과 원칙에 대한 합의만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핵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미국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을10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이에 관한 논의를 회피하여 왔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양국은 확장억지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였으므로 이를 계기로 지금까지 우리가 요구하였으나 미 측이 거부했던 확장억지 조치를 확보해야 한다.11 즉 방위비 분담의 증액은 미국이 어떠한 조치를 추가적으로 실행하는 지에 따라 발생하는 비용을 한국이 일부 담당하는 것으로 맞교환 하는 방식으로 추진하여 추가적인 부담과 안보 공약의 공고화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동맹관리 및 발전을 위한 방안 중에 시급하게 논의하고 합의해야 할 사항은 사드 배치문제이다. 미국이 사드 배치의 민주적ž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고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나 환경영향평가와 국회에서의 논의 절차가 사드 배치 지연과 궁극적으로 철회의 의미로 오해될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 특히 북한의 7월 4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은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의 시급성을 증명하였다. 일종의 ‘게임 체인저(game changer)’로 볼 수 있는 북한의 ICBM 시험 발사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미국의 의혹을 더욱 증폭시킬 것이다. 미국 본토가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노출되게 된 상황에서 미국은 사드를 넘어선 통합된 미사일 방어체제 구축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

안보 상황의 변화를 고려할 때 문재인 정부는 사드는 물론 통합된 미사일 방어체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한국의 안보와 미국의 안보간의 연동성이 증가하는 상황으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안보에 대한 한국의 역할이 미미할 경우 미국은 한미동맹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것이고, 독자적인 대응으로 나갈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안보 공약만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의 미국 안보에 대한 기여도 의미한다. ‘상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미국의 안보가 공고할 때 미국이 제공하는 대한반도 안보공약도 더욱 신뢰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소위 말하는 한국과 미국의 안보가 분리되는 상황, 즉 디커플링(decoupling)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시급한 상황으로 들어가고 있다. 따라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기 보다는 사드의 조속한 배치와 미사일 방어와 관련한 추가적인 협력방안과 체제구축도 마련해야 한다.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도 다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과 미국은 2014년 10월 한미안보연례회의에서 ‘한국과 동맹국의 결정적인 군사능력이 갖춰지고 한반도와 역내 안보환경이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할 때 전작권을 한국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합의하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의 ‘조기’ 환수’에 합의하였다. 또한 공동언론발표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방개혁을 추진하여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을 충족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한국의 안보무임승차’라는 미국 내 비판을 불식시킨다는 차원에서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문재인 대통령은 전작권과 관련하여 시기마다 다른 입장을 보여 의혹이 확실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후보시절에는 당장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에는 ‘임기 내 전환’이라는 입장을 취했고,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라는 사항을 추가하였다.12 이번에는 정상회담에서는 ‘조기’라는 말을 사용하여 기존의 입장에서 후퇴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빈번한 입장 변화는 의혹과 혼선을 초래한다. 따라서 전작권 문제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정하고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요구된다. ‘조기’라는 말에 집착하기 보다는 ‘조건 충족’에 중점을 두는 것이 우리의 안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동맹을 발전시키는 길이다. 이를 위해서 문재인 정부는 의욕에 넘치는 국방 개혁이 아니라 매우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국방 개혁을 수립하고 국방력 증강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또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사항, 즉 새로운 지휘체계(연합방위체제의 근간은 유지되는 지휘체계)와 한국 주도의 작전계획 수립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실천하는 것도 동맹의 관리와 발전에 매우 중요한 사항이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문제와 글로벌 이슈에 관한 협력에만 방점이 두어져 있고 지역안보에 관한 한미일 3국의 협력은 제외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을 견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북한문제에만 국한한다 할지라도 한일간 혹은 한미일간 추가적으로 무슨 협력을 할 것인지에 대한 답도 제시해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 한반도를 넘어 지역 그리고 미국 본토까지 확장되었고 한미일 3국 안보이익 중첩영역이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한일간 추가적인 안보협력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와 역사의 분리라는 원칙을 천명하였다는 점은 한일 안보협력의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한일간 기존 협력을 넘어서 무슨 협력을 할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이고 확장된 안보협력방안을 제시해야만 한다. 이는 북한의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자 일본의 독자적 행동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차원에서 고려되어야 한다. 우선적으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실행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며, 그간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던 군수지원협정(ACSA)도 긍정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나아가 날로 심각해 지는 북한의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대잠수함 작전 협력, 기뢰 제거 협력 등 다양한 군사협력을 고려하고 추진하여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빠졌지만 문재인 정부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지역안보에 대한 한미일 3국의 협력문제이다. 한국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거부하거나 미온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결국 한국은 ‘중국 눈치보기’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상을 주게 될 것이다. 한국은 동북아지역의 안전과 평화의 틀에서 변두리에 놓이게 될 것이고 미일동맹이 주축이 되는 안보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이런 안보 구도에서는 한국이 중국으로부터는 무시 당하고 미국과 일본으로부터는 외면당하는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고착화로 결말 날 것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수혜자로서 동북아 나아가 동아시아 지역 차원에서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유지하고 확대해 나감에 있어서 한국의 기여 방안, 동맹의 역할, 그리고 한미일 3국 협력의 의미ž분야ž수준을 설정하고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한미동맹을 포괄적이고 호혜적이며 역동적인 전략동맹으로,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시키는데 기여할 것이다.

 

4.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 가능성에도 대비

경제와 관련된 문제에 대해 한국은 지속적으로 한미 FTA 가 양국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강조해왔지만 규제나 절차적 표준화에 대해 보다 협조적인 자세를 고려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비합리적이거나 정치적인 규제를 바로잡는 것은 한국에도 더 나은 서비스와 상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자유 무역의 목적에 부합하는 이런 조정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조율이 한국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협조적인 자세가 외교적인 차원에서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이 문제 삼을만한 규정은 주로 서비스나 자동차에 관한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한국에서 합작 법률 회사의 외국계 지분을 49%로 제한하는 규정이나 외국 기업과 합작한 법인의 지적재산권 업무를 제한하는 규정을 보다 빨리 완화해줄 것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소형트럭 수입에 있어 2022년까지 유지될 관세를 2018년에 완전히 폐지시키는 방법도 있고, 자동차 규정에 있어 온실가스 배출기준에 대한 자동차 배기가스 제한을 미국과 맞추는 것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지금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기준이 2020년까지 1km 당 97g으로 제한돼 있는데 미국은 2020년까지 113g으로 16g의 차이가 있다.13 연비가 다소 높은 대형차량이나 스포츠카 등은 한국 판매가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윌버 로스 상무 장관은 한국이 중국제 열연강관을 사용해 유정용 파이프로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며 중국의 철강 덤핑에 더욱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자세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위 사안 중 어느 한쪽이 양보를 해도 두 국가의 무역에 있어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중국제 강관을 사용한 것은 대미 수출철강 중 2%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요구를 하는 것은 미국의 국내 정치 상황 때문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때 FTA에 관한 문제를 제기했다. 자신의 지지층에게 무역관계 개선을 통해 물질적인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는 점을 보여줘야만 4년 후 있을 재임선거에 할 말이 있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4년후에 있을 선거에 등록한 상황이고 재선기금 모금 행사를 시작하였다. 재선을 염두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으로선 FTA에 있어 큰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현재 얻고 있는 혜택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지만 미국이 공정한 무역을 이유 삼아 FTA의 핵심인 ‘자유 무역’을 되돌리는 제안을 하면 미국과의 무역관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자동차 관세를 다시 올리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이것은 한-미 FTA의 핵심을 다시 설정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FTA를 말 그대로의 ‘자유무역협정’이 아니라 ‘공정한 무역협정’으로 되돌리겠다는 의도라면 한국도 미국과 공정한 무역이란 어떤 것인지 재협상 과정에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 대미 공공외교활동의 내실화와 강화

대미 공공외교에 있어 미국의 내부 정치 상황을 더욱 깊이 고려해서 추진해야 한다.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 재선에 대한 관심이 크다. 그러나 미 의회는 2018년에 있을 중간선거에 집중하고 있고 백악관과 의회의 관계는 그다지 좋지 않다. 내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한 오바마케어 폐지와 대체(repeal and replace)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나 통상 관계에서라도 자신의 지지층에게 보여줄 만한 이익을 챙길 것이다.

의원들은 자신의 선거구 지역이 얻는 이익을 중시한다. 즉 한국은 연방정부를 넘어 지역정부와의 관계에 더욱 투자할 필요가 있고 의회의 영향도 고려해 한반도 문제와 한국의 시각을 더욱 넓게 표명할 필요가 있다. 의원들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돕고 있는 의회 보좌관들과 유권자들의 시각도 중요하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음식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은 있지만 행정부 밖에 있는 미국인들은 한국에 대한 지식이 그다지 깊지 않은 편이다. 즉, 한국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정책 문제에 대해 조금 더 깊고 전문성 있는 대화를 유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워싱턴을 중심으로 행해왔던 공공외교활동을 주요 지방으로 확대하여 미 의회와 일반 국민들의 이해를 증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가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바를 이행하는 지와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는 지를 지속적으로 지켜볼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후속조치가 필요하다. 현실적 판단과 목표를 전제로 북핵과 미사일 문제에 관한 대응전략을 공동으로 수립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관되게 대북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미동맹의 기초를 굳건히 하기 위한 노력도 동시에 경주해야 한다. 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한국 주도형 방위를 구축하는 것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동시에 미국으로 얻어내야 할 것도 확실히 얻어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정억제의 구체적 조치이다. 또한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 공공외교 활동을 강화하여 한국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지지를 확장하는 것에도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문정인 특보의 북핵 동결과 한미군사훈련 축소를 맞교환 할 수 있다는 발언은 제재와 압박을 강조하는 트럼프정부의 대북정책과는 반대 입장에 있는 것으로 해석되어 북핵 관련 한미공조 약화 가능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되었다.
  • 2.사드 배치와 관련하여 민주적/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미국 내에서 사드 배치 연기와 궁극적 번복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했다.
  • 3.공동성명 초안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free and fair trade)’으로 표기되었으나, 미국 측의 요구에 의해 ‘자유롭고(free)’라는 단어가 삭제되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 통상관계에 관한 입장을 잘 반영하는 부분이다.
  • 4.Samil PricewaterhouseCoopers 2016 Foreign Business Executive Survey.
  • 5.“South Korea’s Moon under pressure to ditch protectionism.” Financial Times. June 25, 2017.
  • 6.한미일 3국은 북한 미사일과 관련한 ‘3국 정보공유약정(TISA, Trilateral Information Sharing Agreement)’을 체결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정보공유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을 체결하였다.
  • 7.이외에도 한국은 주한미군에 대해 KATUSA 병력 지원, 사유지 부동산 매입 보상, 기지주변 정리, 한국군 훈련장 사용 지워 등과 같은 직접 지원과 세금감면, 공여지 임대 기회비용, 공공요금 감면 등과 같은 간접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2010년 이후 미국의 제1의 무기수출국이며, 국방비 역시 GDP대비 2.4%로 동맹국들 중 가장 높다. 일본은 1%, 독일은 1.09%를 국방비로 쓰고 있다.
  • 8.이를 기준으로 할 때 최대 10% 증액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럴 경우 10차 방위비 분담 시작액수는 약 10억불 정도이다. 10억불을 상한선으로 설정하는 것은 선언적 의미가 있을 것이다.
  • 9.일본의 경우, 미국이 필요한 소요를 제기하면 일본이 이를 제공하여 충족하는 형태이다. 이런 형태를 적용할 경우 투명성이 확보되는 장점이 있으나 예측성과 안정성이 떨어지고 소요항목의 물가가 증가했거나 과도한 소요가 제기됐을 경우 오히려 증액될 가능성이 있다.
  • 10.미국은 어떠한 상황 하에서 어떤 형태로 핵무기를 쓸 지에 대해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억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고 있다.
  • 11.2016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 회의에서 한국과 미국은 미국의 전략자산 한반도 순환배치를 논의하였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전략자산의 순환 혹은 상시 배치를 확장억지를 구체화하는 초기단계의 조치로 볼 수 있다.
  • 12.‘연합방위체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전작권을 환수하겠다’는 것은 전작권 전환이 동맹의 종결이 아니라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부분이다.
  • 13.Jeffrey J. Schott. “KORUS FTA 2.0: Assessing the Changes.” Peterson Institute for International Economics. December 2010.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J. James Kim
J. James Kim

워싱턴 사무소, 연구부문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