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노동력과 물류의 이동 제한,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 높아진 재정적 부담, 전세계로 확산된 반중 정서 등으로 중국의 일대일로는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글로벌 리더십의 부재, 디지털 경제의 부상과 개도국들의 수요를 계기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더욱 강화했다. 이를 통해서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연선국가(沿线国家; 주변국가)들이나 교두보 역할을 하는 중요 국가의 방역을 우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일대일로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했을 뿐 아니라, 자국의 방역기술과 첨단기술을 전세계로 확산하면서 일대일로의 범위를 폭넓게 확대하고 있다. 이런 일대일로의 확대는 중국이 글로벌 공공재를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자처하기 위한 것이지만, 동시에 권위주의 정권과 개도국들에게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를 전파함으로써 민주, 자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저해하고, 더 나아가 미중간의 전략적 경쟁을 더욱 심화시킬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먼저 민주와 자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원칙을 세우고 협력할 수 있는 분야에 대해서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일대일로가 직면한 도전

중국의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and Road Initiative)는1 연결성(connectivity)를 핵심으로 한다. 일대일로 구상은 기본적으로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에 도로, 철도, 파이프라인과 같은 인프라를 건설함으로써 중국에서 유라시아까지의 물리적 연결성을 확대하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세계가 대봉쇄(Great Lockdown) 상황에 직면함에 따라 일대일로 또한 중대한 도전을 받았다.

첫째, 전염병 방역 조치로 인한 노동력과 물류의 이동 제한이다. 2020년초 중국 우한시에서 코로나19가 발병한 이후 중국은 도시를 봉쇄하고 이동을 제한하는 강력한 방역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중국 내의 경제활동이 중단되고 중국의 노동력과 물류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일대일로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계약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를 줄이기 위해서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가 일대일로 참여 기업들에게 불가항력증명서(force majeure certificate)을 대량으로 발급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2 2020년 3월 코로나19 팩데믹이 선포되고 세계 각국이 방역을 위해 국경을 봉쇄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교통과 운송이 전세계적으로 중단됐고, 공급망 구축과 인프라 건설 사업에 필요한 물류와 노동력, 원자재 등이 제때에 공급되지 못했다. 중국 외교부 국제경제국장 왕샤오롱(王小龙)에 의하면, 일대일로 사업의 60%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으며, 그중 40%는 어느 정도의 타격을 받은 반면, 20%는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3

둘째,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인해서 중국의 재정적 부담이 가증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에도 일대일로에 참여한 개발도상국들의 부채는 약 3,800억 달러로 추정된다.4 이와 같이 거대한 부채는 중국이 해당 국가에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만, 중국 경제를 취약하게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과 같다.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자재 수출, 관광 등이 주요 수입원인 개도국들의 경제 사정이 급격히 악화됐다. 작년 11월 잠비아가 디폴트를 선언할 정도이다. 만약에 채무국들의 부채 상환이 제때에 이뤄지지 않는다면,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프라(新基建)’ 구축에 34조 위안을 투자하는 등 대대적인 재정정책을 추진하는 중국은 경제적으로 큰 압박을 받게 되고, 일대일로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2020년 상반기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액은 235억 달러로 동기 대비 22% 수준으로 떨어졌다.5

셋째, 반중 정서의 확산이다. 중국 정부의 초기 방역 실패와 방역 과정에서 보여준 정보 은폐, 언론 통제와 같은 비민주적 행태는 국제사회에 반중 정서를 형성했다. 이것이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전세계로 확산됐고, 미국의 중국책임론, 소위 전랑외교(战狼外交)라고 불리는 중국의 강경한 태도와 맞물려 더욱 확대됐다. 이러한 반중 정서의 확산은 중국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일대일로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G7 중 유일하게 일대일로에 참여한 이탈리아조차 국내의 반중 정서 때문에 이탈리아 통신회사의 화웨이 5G 장비 도입을 유예하기도 했다.6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부상

그러나 중국은 코로나19 팩데믹이 가져온 혼돈과 변화를 계기로 보건 실크로드(健康丝绸之路; Health Silk Road)와 디지털 실크로드(数字丝绸之路; Digital Silk Road)의 구축을 가속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일대일로를 더욱 확대하고 있다. 사실,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는 코로나19 이후 새롭게 등장한 개념은 아니다. 보건 실크로드는 시진핑 주석이 2017년 세계보건기구(WHO)를 방문했을 때 보건 영역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며 제기한 것이고, 디지털 실크로드 또한 첨단기술과 디지털 경제를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국가정책에 따라 2017년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회담에서 제기된 것이다. 그렇지만, △ 코로나19 팬데믹의 장기화, △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 △ 디지털 경제의 부상, △ 그에 대한 개도국들의 수요 등의 요인은 다른 국가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국내 방역을 마무리한 중국에게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강하게 추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1) 보건 실크로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각국의 의료체계가 붕괴되고 의료물품이 부족해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 검사를 위해 점액을 채취하는 면봉이 부족한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것은 코로나19의 전파력과 위험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또한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글로벌밸류체인(Global Value Chain)이 긴밀하게 형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면서 마스크와 같은 의료물품의 생산을 거의 독점하고 있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기 때문에 글로벌밸류체인에 가해진 타격은 더욱 컸고, 그것이 의료물품의 글로벌 공급망과 각국의 의료체계에까지 이어졌다. 이런 상황 속에서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자국 내 코로나 사태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고, 글로벌 리더십의 공백 현상이 발생했다.7

이를 기회로 삼아 중국은 국제사회의 보건협력을 강조하며 공공재를 제공하는 ‘책임 있는 대국’의 이미지를 쌓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2020년 3월에 열린 G20정상회담에서 중국은 ‘인류운명공동체(人类命运共同体)’의 이념에 따라 전염병으로 고통받는 국가들에게 힘이 닿는 대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8 이어서 2020년 5월 18일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 연설에서는 글로벌 방역협력을 위해서 각국이 협력하여 ’인류보건건강공동체 (人类卫生健康共同体)’를 구축하자고 호소했다.9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중국이 축척한 방대한 임상데이터와 방역 경험, 그리고 막대한 의료물품을 세계 각국에 지원하며 코로나 방역을 주도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자처한 것이다.

그림1. 2020년 3-4월 중국의 의료용품 지원 현황

그림1. 2020년 3-4월 중국의 의료용품 지원 현황10

먼저 중국은 소위 ‘마스크 외교(mask diplomacy)’를 통해서 세계 각국에 코로나 방역에 필요한 물품과 노하우를 제공했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지역의 여러 국가에 방역물품과 진단키트 등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는 호흡기, 내시경 등 30톤의 의료물품과 300여명의 의료진까지 보냈다. 2020년 5월을 기준으로 중국은 27개국에 의료진을 파견하고, 150 개 국가와 4개의 국제기구에 방역물품을 지원했다.11 중국인민해방군(People’s Liberation Army: PLA)도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남미 등 46개 일대일로 연선국가의 군부대에 방역물품을 제공했고,12 샤오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업들은 물론, 중국 적십자와 같은 중국 내 NGO들도 세계 각지에 의료물품을 지원하고 현지의 코로나 방역에 협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중국은 자체적인 백신 개발 능력을 기반으로 ‘백신 외교(vaccine diplomacy)’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작년 10월 8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13에 가입하면서, 백신을 글로벌 공공재로 제공할 것이며 우선적으로 개도국에게 공급할 것을 선언했다.14 WHO의 편향성을 비난하며 가입하지 않은 미국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2월 1일부터 파키스탄을 필두로 필리핀, 네팔, 미얀마, 캄보디아 등의 개도국에 백신을 지원하고 있다.15 또한, 작년 12월말 중국 제약사 시노팜(Sinopharm)의 백신은 중국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의 조건부 승인을 받고 인도네시아, 터키, 알제리, 아제르바이잔 등에 수출됐다. 현재 WHO가 중국의 시노팜과 시노백(Sinovac)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다.16 중국 백신이 WHO의 승인을 받으면 개도국들은 자체적인 검증과정 없이 바로 백신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백신 민족주의’가 우세한 상황 속에서 중국의 백신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중국은 이미 파키스탄 등 53개국의 개도국에게 백신을 지원하고 22개 국가에 백신을 수출하고 있다.17

2) 디지털 실크로드

디지털 실크로드는 중국 일대일로의 새로운 핵심 사업이다.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한 이래 중국은 산업화와 정보화의 결합을 추구하는 양화융합(两化融合) 정책을 추진하며 첨단기술 산업과 디지털 경제의 발전을 모색해왔다. 이런 중국의 발전전략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2017년 일대일로 국제협력정상회담에서 디지털 실크로드를 제안하며, 일대일로 참여국들, 특히 개도국들과 ICT(Information Communication Technology) 인프라 건설, 디지털 경제, 사이버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것을 천명했다.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ICT 인프라 구축, 전자상거래, 금융화폐, 사이버 교육, 사이버정책 교류, 차세대 네트워크 표준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으며,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남미 지역 개도국들의 ICT 인프라 구축과 통신기술에 대한 수요와 맞물려 빠르게 발전했다. 2019년 4월 현재 한국을 포함해 16개국이 디지털 실크로드 건설 MOU에 서명한 상황이다.18 하지만, 일대일로 건설 MOU에 디지털 일대일로를 명시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일대일로 참여국 중 1/3의 국가가 디지털 실크로드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19

미국이 정보 유출 및 불법 감시를 이유로 화웨이 등 중국 IT기업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를 견제하고 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 추진에 더욱 유리한 조건을 형성했다.

우선, 코로나 방역과 첨단기술의 결합이다. 효율적인 방역을 위해서 각국 정부는 국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IT 기술과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국가들은 방역을 위한 첨단기술이 더욱 절실해졌다. 이미 중국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유동인구의 정보를 수집 및 관리하는 ‘추루퉁(出入通) 스마트방역관리시스템’, ‘블록체인 코로나19 수집 및 모니터링 시스템’, 드론을 이용한 열 감지 및 이동정보 수집 기술, AI 로봇 소독기 등을 개발했다. 중국은 개도국들과의 방역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의료물품과 자본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이런 방역기술도 함께 공급하고 있다. 에콰도르 등의 국가가 AI에 기반한 중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를 도입한 것이 그 예이다. 즉,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디지털 실크로드는 보건 실크로드와 연계하여 더욱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다음으로, 디지털 경제의 급속한 성장이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서 온라인 플랫폼 등 IT기술이 중요해지고, 디지털 전환에 대한 개도국들의 수요는 더욱 커졌다. 이런 상황은 가격경쟁력을 갖춘 중국 IT기업들의 활동 범위를 넓히면서 중국이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부문에서도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즉, 기존의 디지털 실크로드가 ICT 인프라, 데이터 센터, 스마트 시티 등 하드웨어의 구축에 중점을 뒀다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은 자국의 기술 플랫폼이나 핀테크 기술 등의 소프트웨어를 더 빠르고 광범위하게 수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필리핀의 세부아나 루일리에(Cebuana Lhuillier) 은행은 유니온사와 협의를 맺고 2021년에 온라인결제방식인 퀵 패스(Quick Pass) 기능을 개통할 예정이고, 캄보디아나 싱가포르 역시 중국의 엠페이(M Pay) 지불 플랫폼을 기반으로 비접촉식 선불신용카드와 QR코드 방식의 지불방식을 전국적으로 발행할 계획이다.20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 강화를 통해 일대일로의 확대를 모색

중국은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서 자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소프트파워를 구축할 뿐 아니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한 일대일로의 협력관계를 더욱 강화하고 그 범위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의도는 보건 실크로드를 통해서 중국이 우선적으로 지원한 국가들이 대부분 일대일로 구상에서 거점별 교두보 역할을 하는 국가이거나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라는 점에서 잘 드러난다. 실제로 중국이 직접 의료진을 파견했던 이탈리아나 파키스탄은 일대일로에서 중요한 교두보 역할을 하는 국가들이고, 백신을 우선적으로 공급한 인도네시아, 필리핀, 세르비아, 스리랑카, 터키, UAE, 아제르바이잔 등의 국가들은 대부분 일대일로 연선국가들이다. 이들 국가에 대한 중국의 지원은 수혜국과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강화하여 향후 일대일로 추진에 있어서 모멘텀으로 작동할 것이다.

게다가 디지털 실크로드는 일대일로의 범위를 기존에 중국이 제기했던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넘어 아프리카와 남미까지 확장하는 데에 일조하고 있다. 미국을 위시한 서구 사회는 중국 IT기술이 가진 안전상의 문제를 제기하지만, 이것은 경제성장 및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시급한 개도국들에게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이미 화웨이 등 중국의 IT기업은 이집트, 알제리 등의 아프리카 국가에 5G 네트워크, 스마트 도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프리카 23개국 통신시장에서는 LTE 네트워크의 70%가 중국 기업의 관리 하에 있다.21 2019년 완공된 중국-파키스탄 광케이블망에 이어서 파키스탄-동아프리카 광케이블망이 2021년에 완공되어 연결되면,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주목할 점은 디지털 실크로드에는 국경의 경계가 없다는 것이다. 디지털 실크로드가 확대될수록 중국의 일대일로는 물리적 공간을 초월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일대일로 확대의 함의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은 신창타이(新常态)에 들어선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미국의 대중 견제에 대응하는 전략적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 G2 시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은 자신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에 인프라를 건설하고 인적교류와 문화교류를 확대하여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제고하려고 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기반으로 확대되는 일대일로는 다음과 같은 함의를 가진다.

첫째,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데에 유리하다. 코로나19가 중국 국내에서 발병했다는 사실 외에도, 중국의 초기 대응 실패로 초래된 팬데믹 상황, 코로나 방역 과정에서 보여준 언론 통제나 인권 침해와 같은 비민주적인 행위, 코로나 발병지 논쟁 등을 통한 책임 전가는 중국의 국가 이미지를 크게 훼손했다. 게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계화가 후퇴하고 글로벌밸류체인이 손상되면서 중국 자신은 물론,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은 국가일수록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일대일로 인프라 사업이 멈추고 미국의 대중 견제가 강화되면서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입지가 좁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혼돈의 시대가 시작됐다. WHO와 같은 국제기구는 신뢰성을 상실했고 미중간의 전략 경쟁이 심화되면서 글로벌 공공재가 제대로 제공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이와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서 코로나19로 훼손된 자국의 이미지를 회복할 뿐 아니라, 방역물품, 백신, 기술 플랫폼 등을 글로벌 공공재로 제공하는 글로벌 리더십의 지위를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언론을 통해서 백신 계약을 맺은 개도국 국가정상들이 중국의 백신을 맞는 사진과 중국의 지원에 감사하는 내용을 강조하며 자국의 방역 지원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22 미국을 위시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런 중국의 의도를 의심하고 견제할지라도, 결국 방역 지원과 디지털 전환이 시급한 개도국들은 중국의 지원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고, 이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직결된다.

둘째,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의 확산으로 민주주의,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 확산이 저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상술한 것과 같이 팬데믹 이후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해서 중국식 방역시스템이나 기술 플랫폼이 개도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다. 물리적 인프라 구축에 기반한 기존의 일대일로와는 달리 중국이 자신의 국가정책이나 사회통제 시스템 등을 전파하면서 중국식 권위주의 체제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9호 문건은23 중국이 서구식 민주주의를 정권의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중국은 대외적으로 민주는 각 국가와 민족에 따라 다른 형식으로 나타난다고 강조해왔다. 냉전 시기의 소련과는 달리 서구식 민주주의를 인정하며 수동적인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는 미국 및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의 견제에 대응해 경제성장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미중 경쟁이 체제 경쟁으로까지 확산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기회로 다른 권위주의 정권들을 지원하며 적극적으로 중국식 체제를 확산하려 할 것이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의 비난과 압박 속에서 자신의 통치체제를 유지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여 체제 경쟁에서 유리한 국면을 도모하기 위함이다.

이미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기술력을 활용한 사회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정책을 발전시켜왔다. 대표적인 예가 사이버 공간이다. 중국은 미국이나 한국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사이버 공간과는 다른 폐쇄적인 사이버 공간을 구축하고 있다. 사이버안전법과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 등의 기술을 기반으로 중국은 인터넷 검열 및 감시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국공산당 통치체제에 대한 정치적 불만이 사이버 공간에서 확산되거나 중국 사회 내에서 집단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또한, 얼굴 인식 기술과 빅 데이터 기술에 기반한 사회감시체제는 범죄 단속과 사회 안정이라는 명목 하에 공공연하게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실크로드는 권위주의 정권 유지에 유리한 중국의 기술과 정책을 다른 권위주의 정권에 수출하는 통로의 역할을 해왔다. 지난 몇 년간의 디지털 실크로드 정책을 통해서 중국은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사이버공간 관리 세미나, 정책교육 세미나를 시행하고 있다. 에콰도르, 이집트 등의 국가에 세워진 스마트 시티는 이미 중국의 안면인식 기술과 감시카메라, 인터넷 통제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24 2008년부터 2019년까지 중국의 감시 및 공안 기술 플랫폼을 채택한 국가는 이미 80개국에 달한다.25 민주주의 국가들이 권위주의 정권들에 대한 중국의 기술 수출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해 왔지만, 지금과 같이 방역과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라는 명목 하에 중국식 체제가 더욱 빠르게 확산된다면, 그것은 개도국의 권위주의 정권 유지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 등 보편적 가치의 확산을 방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도 있다.

그림2. 2008-2019년 중국의 감시 및 공안 기술 도입 지역

그림2. 2008-2019년 중국의 감시 및 공안 기술 도입 지역26

셋째, 미중간 전략적 경쟁과 기술패권 경쟁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미 중국을 수정주의 국가(revisionist power)로 인식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특히, 방역과 디지털 전환의 요구에 따라 확대되는 디지털 실크로드는 중국의 과학기술 외에도 중국식 체제를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미국 정부는 예전부터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화웨이 등 중국의 IT기업들을 제재하고, 작년 4월에는 클린 네크워크(Clean Network)를 제기했다. 또한, 2020년 8월 구글과 페이스북이 2016년부터 추진했던 태평양 해저 광케이블 네트워크(Pacific Light Cable Network: PLCN)의 노선을 변경했다. 기존 노선에서 홍콩을 제외하고 대신에 타이완과 필리핀을 연결하는 것이다.27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가 확대됨에 따라 이러한 미국의 대중 견제는 더욱 강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미중간 전략적 경쟁도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예측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지만, 5G 등 첨단기술에 대한 국제표준이 아직 제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국이 중국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거대한 사이버 공간을 만든다면, 중국만이 아니라 중국의 기술에 기반하여 ICT 인프라를 구축한 국가들도 사이버안보 위협을 야기할 수 있다. 사이버 공간의 특성상 중국이 다른 나라의 사이버망을 통해서 국가 및 개인의 데이터를 쉽게 획득하고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에 대해서 사이버안보 위협을 우려하는 미국과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은 그런 공간에 참여하기를 꺼려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미중간의 디커플링(decoupling)이 사이버 공간에서 이뤄지고, 이런 사이버 공간에서의 편 가르기가 ‘사이버 냉전’을 야기할 위험성도 존재한다.

 

한국 정부, 가치에 기반한 원칙을 세워야

중국이 일대일로 구상을 제기한 이후 한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가입하고 디지털 실크로드 MOU를 체결하는 등 일대일로에서의 협력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를 통해서 경제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 이후 확대되고 있는 일대일로의 의미를 생각할 때, 한국은 경제적 이익 뿐만 아니라 가치와 안보 측면에서 일대일로를 새롭게 인식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가치에 기반한 원칙을 세우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이 추구하는 가치, 즉 민주와 자유, 인권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한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다.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를 통한 일대일로의 확대는 중국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중국이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지 간에 장기적으로 민주, 인권 등 한국이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위축시킬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홍콩 민주화 시위, 신장 위구르 인권 문제 등에서 한중간의 가치가 부딪히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향후 일대일로 협력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가치가 충돌할 때를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일대일로 사업에서 협력해야 할 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구분해야 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고 한국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서 중국과의 방역협력을 추진하고 보건 실크로드에 참여할 수 있겠지만, 디지털 실크로드에서의 협력에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서비스∙투자에 대한 한중FTA 협의, 전자상거래, 디지털 통상, 금융협력 등에서의 협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이익과 교류 확대 외에도 사이버 안보의 위험성, 5G 등 첨단기술의 국제표준 문제, 미중간의 기술패권 경쟁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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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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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부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 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2020)”,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2019)”,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2018)”,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201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