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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시간으로 지난 20일, 도널드 J.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이날 취임식은 지미 카터,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등 역대 대통령과 워싱턴의 고위급 인사 및 트럼프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거행되었다. 워싱턴을 비롯해 미국 전역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벌어지는 가운데 트럼프는 취임연설을 통해 향후 4년간 그가 추진할 정책의 방향을 밝혔다. 연설 내용을 콘텐츠 분석으로 살펴보고, 카터 대통령을 포함한 역대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연설과 비교 분석했다.

역사적으로 대통령의 취임연설은 짧았다.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두 번째 취임연설은 135단어에 불과했고, 카터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의 첫 번째 취임연설이 2400단어가 넘은 경우는 레이건 대통령밖에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비교적으로 짧게 1433단어만 사용했다. 시간으로는 16분 정도다. 주요 단어로만 따지자면 모두 819 단어로 카터 대통령 이후로 제일 낮은 수준이다. 가독성 역시 높은 편에 속한 중3~고1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연설에 정성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예를 들어 H.W. 부시 대통령의 경우 단어수와 문장수도 비교적으로 많지만 가독성은 높은 편이었다. 단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짧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여 관중들이 알아듣기 쉽게 풀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우 단어수는 비교적으로 낮으나 가독성이 H.W. 부시 대통령보다 낮다. 부시 대통령보다 수준 높은 용어와 문장 표현을 활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 콘텐츠 분석

표.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 콘텐츠 분석

연설에서 사용률이 가장 높은 단어는 ‘우리, 미국, 미국인, 여러분(의) 또는 당신들(의), 국가, 민족’ 7개였다. 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미국 우선주의’ 또는 민족주의라는 개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강한 미국, 부유한 미국, 자랑스런 미국, 그리고 안전한 미국”이라는 표현을 하며 미국을 위대한 국가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와 비슷한 단어들을 언급했지만, 트럼프의 사용 방식과 차이가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새로운 책임의 시대’(a new era of responsibility)를 선포하며 미국의 다양한 민족성을 국가의 힘으로 연계시켰다. 그 반면, 클린턴 대통령은 ‘경신(renewal)’을 약속하며 미국의 위대함을 강조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4C, 곧 정중함(civility), 용기(courage), 연민(compassion), 본성(character)을 미국의 민족성과 연관시켰고, 그의 아버지 조지 H.W. 부시 대통령은 ‘새로운 바람’을 예견하며 미국을 자유의 국가로 명명했다. 마지막으로, 카터 대통령은 미국을 강하고 이상주의적인 국가로 묘사했다.

그림.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 키워드 분석

그림. 미국 대통령 취임연설 키워드 분석

트럼프는 이들과 달리 불평등과 사회적 양극화를 미국의 문제로 지적하며 워싱턴의 기득권과 외국 산업 또는 정부를 탓했다. 트럼프는 워싱턴이 “정부가 누리는 보상을 가져가는 동안 국민들이 그 비용을 떠안았다”고 하며 “기득권은 번창했지만 국민들이 그 부를 나누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진정 중요한 것은 어떤 정당이 정부를 통제 하느냐가 아니라 국민들이 정부를 통제하느냐에 있다”라며 정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미국우선주의”라는 비전을 선포하며 미국의 국경과 일자리 그리고 부를 지킬것이라고 약속했다. 여기서 “미국 제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할 것”이란 2가지 규칙을 제안한다.

위의 내용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첫번째 취임연설을 회상케 한다. 두 대통령의 연설을 들어보면 때로 공격적인 뉘앙스가 풍기는 면도 소름 끼칠 정도로 비슷하다. 레이건은 미국이 “큰 경제적 곤경에 직면 해 있다”고 말하며 미국은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수백만 명의 사람들의 삶이 산산이 부서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산업은 노동자들을 실업, 불행 그리고 모욕으로 몰아 넣고 있다”고 주장했고 “우리는 오늘부터 새로운 변화를 시작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모든 미국인에게 평등한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하는 경제를 만들겠다”고 약속 하며 “연방 정부가 국가를 창설하지 않았고 국가가 정부를 창설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국민 위에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과 함께 일하는 것이고 국민을 이용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 편에 서서 도와야 한다”고 주장하며 연방정부의 규모와 규제를 축소 할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레이건 대통령의 취임 시기와 오늘날의 미국은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레이건 대통령이 당선되었던 1980년의 미국은 초인플레이션과 국가부채 문제에 시달리고 있었다. 지금 미국은 5%미만의 실업률을 자랑하며 연방준비제도가 금리 인상을 시도 할 만큼 대침체 이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토머스 피케티 교수가 지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대로 지난 정부들이 풀지 못한 과제다. 반어적으로 레이건 대통령이 시작한 시장개혁이 오늘날 불평등 문제의 원천일 수도 있다. 하지만 트럼프가 말하는 문제의 원인이 과연 미국과 통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 때문인지, 또는 워싱턴의 기득권층 때문인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도, 트럼프는 이번 취임연설을 통해 향후 4년간 따를 목표와 정책 방향을 제시했을 뿐 이러한 정책을 어떻게 구체화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트럼프는 미국이 지난 수십 년간 유지해온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선포했다는 점이다. 만약 그가 약속한 ‘미국 우선주의’정책을 실행한다면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이고, 그 원점은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이 될 것이 명백하다.

* 본 글은 1월 23일자 문화일보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을 보완 작성하였으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J. James Kim
J. James Kim

워싱턴 사무소 / 미국연구프로그램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프로그램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