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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南에는 核 안 쓴다”… 그대로 믿고 안심한다면 인질범 동조 심리에 빠진 것
핵 인질 상태임을 인식하고 北核에 맞설 수 있도록 힘의 균형 찾아야 평화 이룬다

최근 북한 노동당 당대회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전술핵무기 등 각종 신무기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미국 외교협회(CFR)는 미국의 최대위협으로 이란핵, 사이버공격과 더불어 북핵을 “1등 위협”이라고 평가했다. 핵실험을 6번이나 한 북한은 우리에 대해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핵위협을 가해 왔고, 우리는 북한의 핵위협에 전전긍긍하는 “핵인질”이 되어버렸다.

북한의 핵무장보다도 더 우려스러운 것은 우리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다는 것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1973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은행에서 무장강도가 은행원 4명을 인질로 잡고 6일 동안 대치한 사건에서 비롯된다. 벌벌 떨고 있던 인질들은 인질범이 웃옷을 입혀주는 등의 제스쳐를 보이자 인질범에 정서적으로 가까워지고 나중에는 인질범을 옹호하는 태도를 보였다. 한 여자 인질은 “나는 경찰이나 국가의 품보다 그와 함께 있을 때가 좀 더 안정적이고 평화롭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2018년 우리의 특사단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김정은은 특사단에게 핵무기는 물론 재래식 무기를 남측을 향해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확약했다고 하는데, 이를 듣고 우리가 안심했다면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든 것이다.

대북전단살포금지법은 우리가 스톡홀름 증후군에 빠져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이다. 억압되고 폐쇄된 체제에 살고 있는 북한주민들에게 자유세계의 소식을 보내는 일을 자제하라고 권고할 수는 있으나 범죄시하겠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일정한 선을 넘은 것이다. 일부에서는 전단만 보내지 않으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북한의 말이 맞다고 하는데, 북한과의 새로운 마찰을 염려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으나, 이는 스톡홀름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수도권이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배치하지 않고, 미국이 주도하는 미사일방어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3不합의”는 또 하나의 스톡홀름 증후군 사례이다.

스톡홀름 증후군은 “인질이 범인에게 동조하고 감화되어 범인을 변호하는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이다. 대북유화 정책을 하면 언젠가는 평화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하는 것은 한국판 스톡홀름 증후군이다. 인질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북한이라는 인질범의 선의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북한의 정치, 군사도발은 더욱 노골적인 형태가 될 것인데,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는 우리는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것이다. 위기상황에서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되기도 하지만, 문제는 우리의 인질상태가 지속되다 보면 대한민국의 정신이 없어지고, 정신이 없어지면 나라가 없어진다는 점이다.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면서 최소한 인질상태는 벗어나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나라 전체가 인질상태에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현재의 인질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는 해야 하는데, 북한의 핵무장으로 인해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이 오래 전에 폐기됐다고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선언은 1991년 부시(H W Bush) 미국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각각 TV 연설을 통해 전술핵 철수를 발표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영토를 가진 소련연방의 해체가 눈앞으로 다가오자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등 소련변방에 배치되어있던 2만여개의 핵무기가 잘못되면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갈 것을 우려한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핵무기 철수를 발표했다. 같은 시기에 부시 미 대통령은 한국에 있던 약 600개의 전술핵을 포함해 서태평양에 있는 6천여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세계 평화를 위해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한 결단인데, 당시 노태우 정부는 이를 자신의 정치적 업적인 것처럼 선전하면서 국민을 오도했다.

비핵화공동선언은 한반도에 비핵시대가 온 것으로 착각하게 했고, 북한에게는 핵무기를 만들 시간을 벌어 주었다. 30년이 지난 오늘 공동선언이 북한의 위반으로 인해 휴지조각이 되었다고 하면 북한에 대한 도덕적 우위를 가져야 한다면서 아직도 반대하는 이들이 있다. 인질이 인질범에 대해 도덕적 우위를 말하는 것은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다.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장악하고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달성하려 한다. 북한에게 있어서는 자유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코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폐쇄된 북한체제에 대한 위협이기 때문에 한국을 없애려는 것이다.

얼마 전 아산정책연구원을 방문했던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한국과 일본이 1년내 핵무장을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안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을 수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5천만 국민과 한국에 체류하는 230만 외국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조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전술핵무기를 재반입할 명분도 충분하다. 냉전시기 미국은 3만개, 소련은 4만개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었고, 이는 힘의 균형을 가져와 미국과 소련간의 냉전(Cold War)이 cold하게 끝났다. 우리도 북핵인질 상태에서 해방되면서 진정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 한반도에서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

 

* 본 글은 1월 19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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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