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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은 모욕하고 조롱… 美는 “미국 등쳐먹는 나라” 폄하… 중·러·일도 우리는 안중에 없어

요즘 북한과 주변국들이 우리를 대하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가 아무나 흔들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존경은커녕, 최소한의 두려움도 없이 우리를 대하고 있다.

45년이나 지속된 미·소 냉전이 끝난 후 미국과 소련 사람들에게 냉전시대에 서로를 어떻게 보았느냐고 물었더니, 미국 사람들은 ‘두려움과 경멸’로 소련을 보았고, 소련 사람들은 ‘두려움과 존경’으로 미국을 봤다고 답했다고 한다. 두 나라 국민이 상대방에 대해 가지는 생각에서 한 가지 공통된 것은 ‘두려움’이었다. 상대방으로부터 존경을 받으면 좋겠지만 최소한 상대편이 자기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해야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주는 결과이다.

북한과 우리는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우리는 북한을 볼 때 두려움과 경멸의 감정을 갖고 있다고 생각된다. 북한이 핵을 갖고 있는 폐쇄적인 집단이라서 우리는 북한에 대해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가 북한에 대해 갖는 두려움은 미국 사람들이 소련에 대해 가졌던 두려움에 비해 더 클 것이다. 북한은 우리를 어떻게 볼까? 북한 주민들은 우리가 자유롭고 풍요롭기 때문에 동경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 정권은 우리를 시기하면서도 겉으로는 경멸하고 있다. 우리 국민의 세금을 들여 건설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의 행동에서 이런 것이 드러난다. 우리가 북한 정권으로부터 존경과 존중을 받으면 좋겠지만, 북한 정권도 우리에게 최소한의 두려움을 느낄 수 있어야 남북 관계가 안정될 수 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미·소 냉전시대는 치열한 군비 경쟁의 시대였지만 전쟁 없이 끝났다. 미·소 냉전시대에 핵전쟁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은 양쪽 지도자들의 자비심이 아니라 ‘상호확증파괴전략’ 때문이었다. 어느 일방이 핵전쟁을 시작했다가는 공멸(共滅)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실제로 핵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전략이다. 이 시기에 미국은 3만여 개, 소련은 4만 개가 넘는 핵탄두를 보유했는데, 7만여 개의 핵무기가 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공포의 그림자 아래에 있었음에도 미국 사람들이 밤잠을 설치지는 않았다.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기며 냉전은 전쟁 없이 끝났다.

우리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은 물론이고 잠재적 핵국가 1순위로 손꼽히는 일본 등의 핵무장 국가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이들에게 우리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다. 북한은 “삶은 소대가리” “겁먹은 개” “저능아” 운운하며 우리를 모욕하고 조롱한다. 중국은 우리에게 한·미·일 군사동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는데, 그렇다면 우리가 중국에 북·중 동맹을 재고하라고 요구하면 중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작년 7월 러시아 정찰기가 우리의 독도 영공을 침범했는데 러시아는 오히려 우리 전투기가 자국 정찰기의 안전을 위협했다는 적반하장의 주장을 한다. 일본은 미국만을 바라보고 있고,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 아베 일본 총리는 2014년에 일본의 사전 동의 없이는 한반도 유사시 주일 미군의 한반도 파병은 안 된다고 주장하며, 우리를 공개적으로 겁박하고 있다. 우리의 유일한 동맹인 미국의 경우에는 금년도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질질 끌면서 우리를 겨냥해 “미국을 등쳐먹는 부자 나라”라고 폄하하고 있다.

경제력에서 우리는 세계 11위이고, 올해 국방비는 50조원이 넘어서 세계 9위이다. 우리는 60만이 넘는 병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왜 우리는 주변국들로부터 동네북 취급을 당하는 것일까? 우리의 물리적인 힘이 약해서가 아니라 주변국들이 우리나라를 함부로 대하더라도 손해날 것이 없다고 인식하여 우리를 마구 찔러대며, 자신들의 국력을 과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우리를 미국만 없다면 별 볼일 없는 존재라고 보는 것이다.

한 이스라엘 장군은 “외국군이 주둔하는 나라의 국민은 정신이 썩을 수밖에 없다”고 했는데, 우리의 정신이 썩어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이 ‘서울 불바다’를 시도했다가는 평양도 온전치 못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하고,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러시아와 중국 그리고 북한으로 연결되는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붙어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주한 미군은 우리의 안보에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그래야 미국도 우리를 제대로 평가하고 진정한 동맹으로 대하게 될 것이다. 주변국들이 두려워할 최소한의 억지력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아무나 흔들고 무시하는 나라는 생존할 수 없다.

 

* 본 글은 7월 11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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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