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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지 9개월이 지났다. 지난 1월에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고 외치면서 출범할 당시 많은 이들은 트럼프식의 충동적 정책은 자제되고 일관성 있는 북핵 대책이 추구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그러나 미군의 급작스러운 아프가니스탄 철수는 미국 내에서도 적지 않은 논란과 우려를 가져왔고,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이 제2의 아프가니스탄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대외 정책을 제대로 펼쳐나가기 위해서는 합당한 인력과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미국 외교관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정부는 190개 대사직 중 주일·주중 대사를 포함해 61명을 지명했고, 상원에서 인준된 대사는 주멕시코 대사와 주유엔 대사 단 2명뿐이며,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룰 북한인권특사도 공석인 상태이다.

주한 미국 대사는 공석이 된 지도 벌써 9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지명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주일 대사나 주중 대사를 이렇게 장기간 지명조차 하지 않았다면 많은 비판과 우려가 있었을 것이다. 대북특별대표로 임명된 성 김 대사는 인도네시아 대사를 겸직하고 있기 때문에 얼마 전 노규덕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인도네시아로 초청하여 협의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북핵 문제 협의를 워싱턴이나 서울이 아닌 인도네시아에서 한다는 것이 어색하다. 성 김 대사는 능력 있는 외교관이지만 혼자서 북핵 문제를 다룰 수는 없다. 고위 결정권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고, 관련 부처와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데 인도네시아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외교는 내용뿐 아니라 형식을 통해 보여주는 메시지도 중요한데 이러한 상황이 관련국들에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까 걱정된다.

2020년 1월 미 상원군사위원회 청문회에서 존 하이튼 미 합참차장은 “나는 100% 확신한다는 말을 자주 하지 않지만, 미군의 북한 대응 능력에 100% 확신한다”고 했다. 미군이 북한 미사일 위협을 완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북한 비핵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 때문에 바이든 정부는 북한 문제에 대해 긴박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하노이·판문점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3차례 정상 회동을 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북핵 문제를 실무급 협의 대상으로 조정하였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 확인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이에 북한은 화풀이하듯 우리에 대해 도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지난 9월 우리 군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참관한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의 미사일 전력 증강이야말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확실한 억지력이 될 수 있다”고 말하자, 불과 4시간 만에 북한의 김여정은 “매사 언동에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우리 정부는 9월 하순 북한이 극초음속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자 “발사에 유감”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도발이라는 말도 못 하게 된 것을 보면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대로 북한이 우리의 의식 구조를 지배하게 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은 미국이나 일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3대 세습 체제를 정당화하고 한반도 적화 통일을 하기 위함이다. 불행히도 현재 중국과 러시아가 이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동맹인 미국은 태평양 너머에 멀리 있는 반면 북한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는 1인 지배 체제라는 특성을 공유하면서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남아있는 우리나라를 전체주의 체제로 전락시키려 하고 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는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비하는 일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지난 5월 한·미 정상은 한·미 동맹의 강화를 약속하고 합동 군사 준비 태세 유지의 중요성에 합의했다. 이 정신을 살려 사드 3불 합의를 철회하고, 스텔스 폭격기와 전투기, 원자력 잠수함 등 일본과 괌에 배치되어 있는 미국 전략 자산의 주기적 순환 배치를 추진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서 운영 중인 핵기획그룹(NPG)을 한·미 간에도 설립해야 한다. 1991년 소련연방이 해체되기 직전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쵸프 정상 간 합의로 한국에 있던 600개의 전술핵을 포함해 서태평양에 있는 6000여개의 전술핵무기를 철수했는데, 북한의 핵무장이 현실이 된 오늘에는 핵무기는 핵무기로만 억제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입각하여 이 중 10%만이라도 다시 반입해야 한다.

베트남과 아프가니스탄의 사례에서도 나타났듯이 상대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동맹은 지속될 수 없다. 한반도 문제에 관한 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북핵 대응 능력 강화가 정답이다. 우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확신을 미국에 심어주어야 한다.

 

* 본 글은 10월 18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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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