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5월 23일(수), 제20회 <아산서평모임>을 개최했다. 주제도서는 김종학 연구위원(동북아역사재단 한일관계연구소)의 『개화당의 기원과 비밀외교』 (일조각, 2017)였다. 이번 모임은 특별히 한국정치외교사학회[회장: 김명섭 교수(연세대학교)]와 공동으로 개최했다. 모임은 정수복 작가의 사회, 저자 김종학 연구위원의 발제로 진행됐으며, 정용화 이사장(코리안드림네트워크), 최연식 교수(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가 지정 토론을 맡았다. 이날 모임에는 김기봉 교수(경기대), 신복룡 명예교수(건국대), 이철우 교수 (연세대) 등 서평위원 30여명이 참석했다.

◈ 김종학 연구위원 = “‘개화당’의 행적을 규명하고, 그 사상적 기원과 역사적 의미를 새롭게 해석”

김종학 연구위원은 “그간 학계에서 잘 인용되지 않았던 국내외 미간 외교문서에 기초해서 ‘개화당’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비밀결사의 은밀한 행적을 규명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 사상적 기원과 역사적 의미를 새로 해석하는 데 이 책의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종래 임오군란(1882)을 계기로 청으로부터 정치적 압력이 심해지자 조선의 자주독립에 대한 문제의식, 개혁의 범위와 속도에 대한 견해차로 개화파는 온건과 급진의 두 파(派)로 분열되었으며, 개화당은 곧 후자를 가리킨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 저자는 “개화당은 처음부터 외세를 끌어들이는 방식으로 정권을 장악하고 조선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고자 한 비밀혁명결사 또는 역모집단이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그 사상적 기원 또한 박규수를 매개로 한 조선후기 실학이 아니라 의역중인(醫譯中人)의 사회비판의식과 급진적 변혁사상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정용화 이사장 = “한국근대 정치외교사와 사상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 기존의 담론을 허무는 도전적인 역작”

정용화 이사장은 이 책이 조선은 물론 중국, 일본, 영국, 미국, 프랑스의 외교문서와 미간문서 등 1차 사료에 주로 의거해 개화당의 기원과 활동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한국외교사의 틈새를 메우고 새로운 사실을 밝혀냄으로써 그간의 의문점을 상당히 해소해주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이사장은 개화당의 핵심 가치가 평등사회 구현이며, 개화당의 주체가 중인이라는 점이 책의 핵심 주제라고 하면서, “조선 후기 기술직으로서 막대한 부를 축적하고 높은 수준의 지식과 교양을 갖춘 중인들이 양반 특권구조에 의해 출세와 활동이 제한되어 사회적 불만 세력이 되었고, 이들이 급진적 사회변혁을 위해 외세를 끌어들이려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세를 끌어들여 정권 장악을 기도하는 것은 고대부터, 근대화 과정에서도 흔한 일이다. 이승만, 김일성은 외세 간섭 없이 세워졌는가?”라며, “조선이 중국에 의존한 정권이었다면 혁명을 꿈꾸는 세력이 일본을 끌어들이려 한 것을 무리하다고 할 수 있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활발한 토론을 불러 일으켰다.

◈ 최연식 교수 = “역사와 이념을 초월한 난공불락의 요새에 대한 고독하지만 집요한 도전”

최연식 교수는 “국내외의 새로운 사료들을 발굴하고 해석함으로써, 비밀결사 ‘개화당’ 역사의 온전한 복원을 시도했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사료의 정밀한 활용과 동시에 분석적 객관성을 유지했다는 점에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이 책의 주제를 첫째, 개화당 핵심세력의 신분적 성격에 관한 문제, 둘째, 개혁 동력의 소재 문제, 셋째, 폐쇄적 신분사회의 해체를 열망했다는 개혁의 목표와 관련된 문제의 세 가지 쟁점들로 재구성했다.

최교수는 개화당 핵심세력의 신분과 처지는 모두 달랐지만, 공통점은 주변부적 존재들이었다는 점이라면서, “오경석과 유대치는 저자가 ‘의역중인’이라고 명명한 신분상의 주변부적 존재였다. 맏아들이었지만 세도가의 양자로 보내진 김옥균과 왕실의 부마였지만 정치활동이 제한되었던 박영효는 정치적으로 주변부적 존재였다. 종합하면, 개화당의 원조와 활동가들은 모두 신분적, 정치적, 사상적으로 조선 사회의 주변부적 존재의 한계를 통절히 느끼고 있던 인물들이었던 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개화당 세력의 주변부적 속성으로 인해 현상타파를 위해서는 외세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던 근본적(태생적) 한계를 저자가 염두에 두었던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 자유토론

발제 및 지정토론 후 이어진 자유토론에서 오영섭 연구교수(연세대 이승만연구원)는 개화당의 기원을 어디다 두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책의 논리를 인적인 계보에 두고 있는지 아니면 사상적인 계보에 두고 전개하고 있는지가 책에서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화당의 기원 문제와 관련해서 국사 학계에서 만든 통설을 깨부수거나 이를 대체할 만한 새로운 논리를 만들고 있지 못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김기봉 교수(경기대)는 오경석의 세계관과 자기 정체성이 불분명하다면서 “신분제 타파가 곧 평등사상은 아니다. 오경석이 지향했던 사회는 능력 위주의 사회, 여전히 신분 제도가 있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걸 과연 평등사상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신복룡 명예교수(건국대)는 이 책에서는 갑신정변의 가치를 평등과 실학에 중점을 두고 설명하지만, 갑신정변은 결코 평등을 생각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한 실학은 결코 신분의 칸막이를 풀 의지가 없었다. 따라서 실학을 갑신정변에 연루시켜 학업에 몰두하는 것은 실학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오해를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 제20회 <아산서평모임> 세부일정표, 발제문 및 토론문 (첨부파일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