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1. 들어가며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2021년 1월 4일 이란 혁명수비대는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나포했다. 2021년 2월 2일 이란이 선원 19명의 석방을 결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나 선박과 선장이 여전히 풀려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나포 사건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리고 아직까지도 한국케미호가 정확히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 내 어디에서 나포되었는지 등과 같은 사실관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 국적 선박 나포를 놓고 많은 언론이 한국-이란 관계 또는 미국-이란 관계의 관점에서 그 의미를 분석하고 이란의 의도를 파악하는 데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으나 이 나포 사건에는 여러 국제법적 과제도 함축되어 있다. 우선은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와 이러한 국제법적 지위에 의거하여 인정되는 통항 방식 문제를 들 수 있다. 이어서 이번 나포 사건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이슈는 이란이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이유로 ‘해양환경 오염 발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나포 이유가 국제법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에 대하여도 논의가 필요하다.

한국 정부는 나포 사건 발생 직후 청해부대를 호르무즈 해협으로 급파했다. 오늘 현재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고 있는 수많은 한국 국적 선박의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이나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도 국제법적 시각에서 검토되어야 한다. 이에 본 이슈브리프는 이번 이란의 한국 국적 선박 나포 사건으로부터 제기되는 몇몇 국제법적 이슈를 정리하기로 한다.

 

2.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와 통항 방식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on the Law of the Sea) 비(非)당사국이라는 사실은 유엔해양법협약의 해석 또는 적용이 아닌 ‘국제관습법’(customary international law)의 시각에서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와 통항 방식 이슈를 살펴보아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1)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케미호의 선사는 한국케미호가 이란의 영해에 진입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1 사실관계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이러한 선사의 주장이 옳다면 이란은 한국 국적 선박을 ‘공해’에서 나포한 것이 된다. 공해에서 타국 선박을 나포하는 것은 해적행위 등의 혐의를 이유로 제한적으로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이란의 행위는 명백히 국제(관습)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이 단편적으로 결론짓기에는 우선 호르무즈 해협의 특질이 고려되어야 한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灣)과 오만만(灣) 및 아라비아해(海)를 연결하는 해협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길이는 약 90해리(1해리는 1.852km), 그 폭은 약 21해리에서 52해리에 달하는데,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폭이 약 21해리에 불과한 가장 좁은 곳은 이란의 Larak와 오만의 Great Quoin 사이로 알려져 있다.2 그런데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있는 ‘해협 연안국’인 ‘이란’과 ‘오만’ 양국은 모두 12해리에 이르는 영해를 주장한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 중 그 폭이 양국 12해리 영해의 폭의 합인 24해리에 못 미치는 곳, 예를 들어 이란의 Larak와 오만의 Great Quoin 사이 등에는 공해 통과항로 또는 배타적 경제수역 통과항로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호르무즈 해협 내 ‘일부’는 양국의 영해로만 구성되어 있다. 따라서 만약 한국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 내에서 그 폭이 24해리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나포되었다면 한국 국적 선박이 공해에 있었다는 주장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논의는 두 갈래로 나뉘어 정리되어야 한다. 첫째, 한국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 내 공해로 간주될 수 있는 곳에서 나포되었다면 한국 국적 선박에 해적행위 등의 혐의가 존재하지 않는 한 이는 명백히 이란의 국제(관습)법 위반이 될 수 있다. 둘째, 한국케미호가 호르무즈 해협 중 그 폭이 24해리에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 나포되었다면 이는 한국케미호가 ‘무해통항’(innocent passage)을 할 수 있었는지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에 대하여는 다시 설명하기로 한다.

무해통항이라는 통항 방식을 논하기 전에 일단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를 판단해야 한다. 문제가 되는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를 결정하고 그 해협에서 허용되는 통항 방식을 정리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국제법적 지위는 국제사법재판소(International Court of Justice)가 1949년 판결을 내린 Corfu Channel 사건3을 통해 정리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관습법’상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을 공해의 두 부분을 연결하고 있다는 ‘지리적’ 요소와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고 있다는 ‘기능적’ 요소를 함께 고려하여 정의했다.4 이와 같은 정의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공해(또는 배타적 경제수역)의 두 부분을 연결하고 있으며, 원유 운송 등을 목적으로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고 있기 때문에 국제관습법상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국제관습법’상 인정되는 통항 방식에 대한 논의의 필요성으로 이어진다.

(2)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무해통항

1949년 Corfu Channel 사건에서 국제사법재판소는 국제관습법상 평시에는 군함조차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5 이란이 1958년 ‘영해 및 접속수역에 관한 협약’은 물론 유엔해양법협약의 비당사국인 이상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항 방식은 국제관습법에 의해 규율되어야 하는데, Corfu Channel 사건에 나타난 국제사법재판소의 언급을 고려하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통항 방식은 ‘무해통항’이라고 보아야 한다. 더 나아가 국제사법재판소는 이 사건에서 (다른 내용을 가진 조약이 존재하지 않는 한) 해협 연안국은 평시에 이러한 무해통항을 막을 수 없다는 점도 첨언했다.6

이와 같은 국제재판소 판례의 태도를 전제로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의 비당사국인 이상 유엔해양법협약이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없을지라도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는 국제관습법에 따라 상선은 물론 군함의 무해통항까지도 인정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인정되는 (국제관습법에 따른) 무해통항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라 인정되는 무해통항보다 더욱 이란(또는 오만)이 아닌 타국의 이익을 고려하고 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무해통항은 정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해통항이 정지될 수 있다는 의미는 예를 들어, 군사훈련 등을 이유로 특정 수역에서 특정 기간 동안 무해통항이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인데, Corfu Channel 사건에서 발견할 수 있는 국제사법재판소의 법리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에서는 어떤 이유를 든다 할지라도 무해통항이 정지될 수 없다.7 따라서 타국 선박은 이란(또는 오만)에 의해 호르무즈 해협에서 무해통항이 정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가질 필요 없이 무해통항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란이 종종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가능성을 천명하고 있으나 이란조차도 호르무즈 해협에서 타국 선박의 무해통항을 원천적으로 부인하고 있지는 않다. 이는 이란이 지난 1993년 만든 ‘Act on the Marine Areas of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in the Persian Gulf and the Oman Sea’(이하, ‘이란 해양영역 법률’)8라는 법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이 법률 제5조는 명시적으로 타국 선박의 무해통항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법률 제6조는 무해통항으로 간주될 수 없는 활동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러한 활동 중에는 이번 나포 사건에서 이란이 언급하고 있는 ‘해양환경 오염 발생’이 적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 제6조가 국제(관습)법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성이 있을 것이다.

 

3. 해양환경 오염 발생’을 이유로 무해통항을 부인할 수 있는 국제법적 가능성

 
유엔해양법협약 비당사국임에도 이란은 국제관습법의 구속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이란이 ‘해양환경 오염 발생’을 이유로 한국케미호의 무해통항을 부정한 이번 나포 사건은 국제관습법의 시각에서 검토될 필요성이 있다.

(1) 무해통항으로 간주되지 않는 타국 선박의 고의적이고도 중대한 오염행위

비록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비당사국이라 하더라도 무해통항으로 간주되지 않는 타국 선박의 활동을 열거하고 있는 유엔해양법협약 제19조 제2항은 논의의 시작점으로 충분하다. 과연 어떤 활동이 무해통항으로 간주되기 어려운 타국 선박의 활동인지를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해양법협약 제19조 제2항은

“(a) 연안국의 주권, 영토 보전 또는 정치적 독립에 반하거나, 또는 국제연합 헌장에 구현된 국제법의 원칙에 위반되는 그 밖의 방식에 의한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
(b) 무기를 사용하는 훈련이나 연습
(c) 연안국의 국방이나 안전에 해가 되는 정보수집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
(d) 연안국의 국방이나 안전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선전행위
(e) 항공기의 선상 발진, 착륙 또는 탑재
(f) 군사기기의 선상 발진, 착륙 또는 탑재
(g) 연안국의 관세, 재정, 출입국 관리 또는 위생에 관한 법령에 위반되는 물품이나 통화를 싣고 내리는 행위 또는 사람의 승선이나 하선
(h) 이 협약에 위배되는 고의적이고도 중대한 오염행위
(i) 어로활동
(j) 조사활동이나 측량활동의 수행
(k) 연안국의 통신체계 또는 그 밖의 설비, 시설물에 대한 방해를 목적으로 하는 행위
(l) 통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그 밖의 활동”

을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적시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해양환경 오염과 관련이 있는 (무해하지 않은) 타국 선박의 활동은 바로 유엔해양법협약 제19조 제2항(h)에 언급된 “이 협약에 위배되는 고의적이고도 중대한 오염행위”이다. 유엔해양법협약 당사국들 간 규율을 전제로 하는 “이 협약에 위배되는”이라는 표현을 고려했을 때 유엔해양법협약 비당사국인 이란에 대하여 한국 정부가 유엔해양법협약 제19조 제2항(h)를 언급하면서 한국케미호가 “이 협약에 위배되는 고의적이고도 중대한 오염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를 무조건 무해하지 않은 타국 선박의 활동으로 간주하는 것도 국제관습법을 통해 인정되고 있는 무해통항의 범주를 지극히 축소한다는 차원에서 올바른 해석이라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 제6조(g)는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any act of pollution of the marine environment contrary to the rules and regulations of the Islamic Republic of Iran’이라는 활동을 적시하고 있다. 이 조항에 의하면 이란의 법령에 위배되는 어떤 종류의 해양환경 오염행위도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간주된다. 이는 이란이 유엔해양법협약 제19조 제2항(h)에 언급된 “이 협약에 위배되는 고의적이고도 중대한 오염행위”에 이르지 못하는 ‘모든’ 오염행위를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즉, 이란은 이란 해양영역 법률을 통해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를 이유로도 무해통항을 부인할 수 있는 ‘국내법적’ 근거를 마련해 놓았다. 따라서 한국케미호가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만을 했다고 드러나더라도 이란은 자신의 국내법을 통해 한국케미호의 무해통항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하지만 이란의 국내법인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이 국제(관습)법에 부합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어떤 국가도 자신의 국내법을 원용하여 국제책임을 회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란이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조차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은 무해통항의 범주를 지극히 축소한다는 차원에서 이란 해양영역 법률이 적절한 국내법인지에 대한 의문을 남긴다.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하기 이전에 만들어진 1985년 프랑스의 입법은 하나의 단서를 제공한다. 프랑스가 1985년 제정한 ‘Decree No. 85/185 of 6 February 1985 Regulating the Passage of Foreign Ships through French Territorial Waters’9 제3조 제8호는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any act of wilful and serious pollution’을 규정하고 있다. 1985년 당시 유엔해양법협약이 발효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협약에 위배되는”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었다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1985년 프랑스의 입법은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 제6조(g)가 타국 선박을 불리하게 대우하는 입법이라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조차 무해하지 않은 활동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이미 1927년 당시 국제법 권위자인 Philip C. Jessup이 무해통항권은 국제(관습)법에서 확립된 권리이고 따라서 별도의 지지 견해 또는 권위 있는 인용조차 필요하지 않는다고 말한 언급10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방향으로 무해통항의 범주를 극도로 축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2) 이란은 왜 타국 선박의 오염행위를 나포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사용하는가

비록 유엔해양법협약 비당사국이라 하더라도 이란이 해양환경의 보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상당히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연안국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즉, 이란은 유엔해양법협약에 대하여만 당사국이 아닐 뿐 해양환경을 보호하고자 하는 조약에 대하여는 적극적으로 당사국의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본 이슈브리프에서는 두 가지 관련 사례를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이란은 조약의 대상수역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포함하고 있는 1978년 ‘Kuwait Regional Convention for Co-opera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Marine Environment from Pollution’(이하, ‘쿠웨이트 협약’)의 당사국이다. 쿠웨이트 협약은 해양환경의 보호를 목적으로 ‘지역’ 관련 국가들 간 협력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란을 포함하여 오만, 바레인,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UAE가 쿠웨이트 협약의 당사국이다.

1978년 쿠웨이트 협약 제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

“체약국들은 … 대상수역에서의 오염을 방지하고 감소시키며 오염에 대처하기 위해 … 협약 및 적용가능한 국제법 규칙과 일치하여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 대상수역에서 적절한 국제 규칙의 효과적인 이행을 보장해야 한다.”11

1978년 쿠웨이트 협약의 이행을 위해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은 이란 입장에서 한국 국적 선박을 나포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하나의 근거로 원용될 수 있다.

둘째, 이란은 2004년 채택되고 2017년 발효한 ‘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Control and Management of Ships’ Ballast Water and Sediments’(이하, ‘선박평형수관리협약’)의 당사국이다. 선박평형수관리협약 제9조12에 의하면 항구 또는 연안터미널에서 ‘검색’(inspection)이 가능한 데 이란이 이러한 조문을 원용하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타국 선박에 대한 통제를 시도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고 평가된다.

결국 유엔해양법협약 비당사국이라 하여도 이란은 해양환경의 보호 문제와 관련하여서는 매우 활동적인 연안국이며, 관련 조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는 이란 입장에서 ‘해양환경 오염 발생’이 타국 선박을 나포하기 위한 전혀 근거 없는 이유만은 아니라는 결론의 도출을 가능하게 만든다.

 

4. 급파된 청해부대의 역할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에 대하여 2019년 미국이 주도해 창설한 ‘호르무즈 호위연합체’[IMSC(International Maritime Security Construct)]에게 무력사용을 허가하고 있는 그 어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호르무즈 호위연합체가 무력사용을 제외한 다른 방식으로 작전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의 지휘통제를 받는 군함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상선을 단순히 ‘호위’하는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1949년 Corfu Channel 사건에 따르면 평시에는 ‘군함’조차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 무해통항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제관습법이다. 따라서 무해통항의 한 방식으로 군함이 호위를 위해 단순히 상선과 함께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것 자체는 허용된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 정부가 급파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호위연합체에 속하고 있지는 않으나 호르무즈 호위연합체가 할 수 있는 조치와 청해부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동일하다고 보아야 한다. 즉, 청해부대 역시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인 호르무즈 해협에서 국제관습법에 따라 무해통항을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러한 무해통항의 일환으로 청해부대는 ‘상선 호위 작전’을 전개할 수 있다. 즉, 한국 정부가 청해부대를 국제(관습)법에 부합하도록 운용하는 방법은 ‘상선 호위 작전’으로 한정된다. 이는 청해부대가 나포된 한국 국적 선박을 구출하기 위해 어떤 다른 작전을 펼칠 수 있을 것처럼 여론의 기대감을 제고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5. 나가며

 
이번 나포 사건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란이 ‘해양환경 오염 발생’을 이유로 한국 국적 선박의 무해통항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관계가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은 것을 전제로 선사가 주장하는 대로 한국케미호가 공해에서 나포되었다면 이란의 국제(관습)법 위반이 명백할 가능성도 높다.

그러나 이란이 나포 이유로 제시하고 있는 ‘해양환경 오염 발생’이 국제법상 전혀 근거가 없는 억지스러운 이유가 아니라는 점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것처럼 고의적이지 않거나 중대하지 않은 오염행위만을 한 경우에도 무해통항을 부인할 상당한 여지를 남겨 놓고 있는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이 국제(관습)법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은 상당하다. 하지만 이란이 1978년 쿠웨이트 협약, 2004년 선박평형수관리협약 등의 당사국이라는 점은 주목되어야 한다. 이러한 조약을 이용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타국 선박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이란을 향하여 한국케미호가 어떤 해양환경 오염을 발생시켰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의 제시를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1993년 이란 해양영역 법률이 무해통항의 범주를 지나치게 축소하고 있다고 외교적으로 항의할 필요도 있다. 다만 이와 별도로 한국 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관련 문제를 유엔해양법협약 중심으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해양환경의 보호 문제를 규율하는 조약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검토하고 정리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위에서 언급한 1978년 쿠웨이트 협약과 같은 조약은 한국 입장에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조약이나 이란 입장에서는 해양환경의 보호 문제를 규율하는 주요 조약 중 하나이다. 그리고 이란은 ‘해양환경 오염 발생’을 이유로 이러한 조약을 원용하여 호르무즈 해협을 통항하는 타국 선박에 대하여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해양환경의 보호를 규율하는 국제법적 체제에 대한 좀 더 정밀한 이해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급파된 청해부대가 호르무즈 해협과 같이 국제항행을 위해 이용되는 해협에서 국제관습법에 따라 군함에게도 허용되고 있는 무해통항을 근거로 무해통항의 차원에서 ‘상선 호위 작전’ 정도만 수행하여 이란과의 긴장 수위를 높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결국 나포된 한국 국적 선박 문제를 최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교적인 해결책을 중심으로 이란의 조치가 국제(관습)법에 부합하지 않을 가능성도 적절하게 부각하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https://www.ytn.co.kr/_ln/0115_202101051805207778
    • 2.  Said Mahmoudi, “Passage of Warships through the Strait of Hormuz”, Marine Policy, Volume 15 (1991), pp. 341-342.
    • 3.  Corfu Channel, Judgment, I.C.J. Reports 1949, p. 4.
    • 4.  Ibid., p. 28.
    • 5.  Ibid.
    • 6.  Ibid.
    • 7.  Ibid.
    • 8.  Division for Ocean Affairs and the Law of the Sea Office of Legal Affairs, Law of the Sea Bulletin, No. 24 (1993), pp. 10-15.
    • 9.  Division for Ocean Affairs and the Law of the Sea Office of Legal Affairs, Law of the Sea Bulletin, No. 6 (1985), pp. 14-15.
    • 10.  See Francis Ngantcha, The Right of Innocent Passage and the Evolution of the International Law of the Sea (London: Pinter Publishers, 1990), p. 39.
    • 11.  “The Contracting States shall take all appropriate measures in conformity with the present Convention and the applicable rules of international law to prevent, abate and combat pollution in the Sea Area caused by intentional or accidental discharges from ships, and shall ensure effective compliance in the Sea Area with applicable international rules relating to the control of this type of pollution, including load-on-top, segregated ballast and crude oil washing procedures for tankers.”
    • 12.  “1. A ship to which this Convention applies may, in any port or offshore terminal of another Party, be subject to inspection by officers duly authorized by that Party for the purpose of determining whether the ship is in compliance with this Convention. …”

 

About Experts

이기범
이기범

국제법센터

이기범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국제법센터 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법과대학에서 법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학석사, 영국 에딘버러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법학박사 학위 취득 후 연세대학교, 서울대학교, 가톨릭대학교, 광운대학교, 전북대학교 등에서 국제법을 강의하였다. 주요 연구분야는 해양경계획정, 국제분쟁해결제도, 영토 문제, 국제기구법, 국제법상 제재(sanctions) 문제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