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2017년 한해 북한의 잇단 도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강화, 그리고 한-중 관계 복원 등 주요 외교안보 사안들이 한국 외교를 지배했다. 그 와중에서도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밝힌 아세안, 인도에 대한 강조, 즉 신남방정책은 생명력을 유지했다. 결국 11월 아태경제협력 (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아세안+3, 동아시아정상회의 (East Asia Summit, EAS) 참석차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을 방문한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신남방정책,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을 밝혔다. 나아가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의 주요 원칙으로 3P, 즉 사람 (people), 번영 (prosperity), 그리고 평화 (peace)를 내놓아 아세안을 포함한 국제사회, 그리고 국내 정책적 관심을 고조시켰다.1 

이 정책 구상 발표는 신남방정책의 본격적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한국 외교의 다변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을 의미하는 것이다. 지역 내 국가들과 네트워크 강화를 통해 한국의 외교적 입지를 튼튼히 하고 이를 활용해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의 자율성과 발언권을 높이는 것이 외교 다변화의 방향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이렇게 조성된 분위기를 타고 빠르게 후속 조치들과 이니셔티브들이 발표되어 기존에 만들어진 모멘텀을 유지해야 한다. 구체적 내용도 있어야 한다. 신남방정책, 한-아세안미래공동체 비전의 큰 그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한국이 신남방정책을 통해 추구하는 비전과 최종 한-아세안 관계의 모습 (end-state)도 제시되어야 한다. 보다 두터운 한-아세안 관계를 위한 제도적 보완도 있어야 한다. 또한 국내적으로 새 외교정책 방향에 대한 광범위한 지지도 필요하다.

 

신남방정책이란?

문재인 대통령은 아세안과 인도를 외교안보 분야 대통령 선거 공약에 포함한 첫번째 대통령이다. 더불어민주당 제 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은 “아세안과 인도와의 외교를 주변 4강 수준의 경제적, 정치적,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한다는 공약을 담고 있다.2  현 정부처럼 아세안과 인도를 처음부터 외교정책 전면에 내세운 정부는 지금까지 없었다. 그간 전문가들 사이에 아세안과 실질적 관계를 고려해 아세안을 한국의 제 5대 외교대상 지역 혹은 5강의 하나로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은 있었다.3  그러나 대통령 외교안보 공약 차원에서 아세안을 4강 수준으로 올린다는 언급은 이번이 처음이다.

큰 그림에서 볼 때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 구상에서 신북방정책과 함께 번영의 축을 담당한다. 한반도를 중심에 놓고 러시아, 몽골, 중앙아를 잇는 신북방정책과 아세안-인도를 연결하는 신남방정책이 번영을 통한 평화를 실현하는 축이다. 신북방정책과 신남방정책이 연결되는 동북아에는 한반도를 중심으로 해 평화의 축으로 설정된 동북아평화지대가 존재한다.4  신남방정책 안에서 보다 세부적으로 아세안에 대한 정책인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은 현재 한국과 아세안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보다 심화하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사진1. 동북아플러스책임공동체의 구조

3P는 신남방정책을 선도하는 대원칙이다. ‘사람’이란 명제 하에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은 보다 긴밀하고 다층적 인적교류를 통한 상호 이해, 그 바탕 위에 한-아세안 관계 구축을 추구한다. 모든 정책의 우선 순위에 사람을 놓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아세안의 사람중심 공동체 (people-centred community)가 만나는 지점이 여기다. ‘평화’라는 원칙 하에 모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지역공동체와 지역 복합적 안보 문제에 대한 공동 대처를 주문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지역평화를 건설하기 위한 다양한 안보협력이 이 항목에 속한다. 교통, 에너지, 수자원, 정보통신 분야에서 동남아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선순환적’ 상호 번영을 모색한다. 과거처럼 아세안과 경제관계를 중상주의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고 아세안의 번영이 장기적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적 기반이 작동하고 있다. 이를 위한 물적 기반인 한-아세안협력기금, 한-메콩협력기금, 그리고 한-아세안인프라펀드도 증액 또는 신설된다.5 

 

기존 대 아세안 정책의 문제점

문재인 정부 신남방정책의 성공 조건은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한 반성과 보완에서 시작해야 한다. 지금까지 아세안과 한국 사이 실질협력의 놀라운 양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외교정책 아젠다는 아세안에게 적절한 지위를 주지 않았다. 단적으로 아세안과 한국 관계는 한국이 전통적으로 중요시해온 4강에 못지 않으나 그런 정도의 정책적 관심을 못 받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은 아세안에 대해서 지속가능하고 성과가 축적되는 정책이 아닌 임시적이고 단편적인 접근만을 해왔다. 그 결과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은 한국 외교 아젠다의 주요 사안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했고, 성과의 장기적 축적도 어려웠으며, 아세안에게 한국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지도 못했다.

사진2. 전통 4강 및 아세안과 한국 관계의 주요 경제, 사회 지표

<전통 4강 및 아세안과 한국 관계의 주요 경제, 사회 지표>6 

위 표에서 보듯이 경제와 인적교류의 실질협력관계만 놓고 보면 아세안은 확실하게 한국 외교의 4강에 포함되어야 한다. 무역7 , 투자, 인적 교류8  각 분야에서 아세안은 러시아는 물론이고 미국이나 일본에도 뒤지지 않는다. 아세안안보포럼 (ASEAN Regional Forum, ARF), 아세안+3, EAS, APEC, 아세안국방장관회의플러스 (ASEAN Defense Ministers’ Meeting Plus, ADMM+), 지역포괄적경제협정 (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등 주요 지역 다자협력에도 전통 4강 중 미국과 러시아는 일부에서 제외되지만 한국과 아세안은 함께 참여하고 있다. 양자 자유무역협정 (free trade agreement)에서도 일본과 러시아는 한국과 아직 협정이 없다.9  경제협력, 인적교류, 지역 다자협력에서 아세안은 한국과 전통 4강 이상의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현실과 달리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은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방향으로 전개되지 못했다. 주변적인 아젠다로 인식된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한반도 문제, 한미, 한중, 한일 관계 등 사안이 불거지면 곧 잊혀지고 제대로 후속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더욱이 새 정부가 들어선 초기 아세안에 대해서 관심을 잠시 보였다가 다른 사안에 의해 아세안은 아젠다에서 밀려났다. 이전 정부에서 축적된 기반이 부실하기 때문에 매번 새 정부 아세안 정책은 처음부터 새로 시작하는 상황을 되풀이 했다. 상대적으로 북한 관련 문제로 아세안에 접근할 때 한국은 적극적이었다. 그러나 이때도 아세안에 일방적으로 우리 입장에 대한 지지만을 요청했고, 아세안의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취하곤 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북한 문제 외에 아세안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는 국가로 인식되었다.

이렇게 아세안 자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고, 아세안에 대한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되지 않고 단편적, 파편적으로 정책이 되풀이 되면서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은 뚜렷한 비전이나 지향점을 가지지 못했다. 아세안은 한국의 안보적,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 활용하는 도구라는 인식이 보다 강했다. 한국이 아세안과 관계를 발전시켜서 무엇을 할 것인가,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가고 무엇을 궁극적으로 이뤄낼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인 비전이 없었다. 한-아세안 사이 협력이나 관계의 양적 증가가 질적 증가로 전환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도 한국에 대해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취하게 되었고, 한국을 다른 지역 국가들과 달리 부차적인 혹은 이차적인 (secondary or second tier) 국가로 인식하게 되었다.

 

왜 아세안에 대한 정책인가?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그 중에서도 아세안을 대상으로 하는 한-아세안미래지향공동체 구상은 이런 기존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더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을 실질 협력 관계에 어울리는 위치로 자리매김 하고 양적, 질적으로 더 확장 시켜야 한다. 이런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아세안에 대한 정책을 지속 가능하게 일관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구체적이고 체계이며 설득력 있는 담론이 없는 대 아세안 정책은 장기적으로 추진되기 어렵다. 물론 아세안 경제공동체 형성에 따른 경제적 중요성이란 강력한 이유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순 경제 이슈를 넘어선 외교적, 전략적 중요성도 함께 제시되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국의 미래 준비를 위한 외교다변화와 한국의 전략적 레버리지 확대를 위한 네트워크 확장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미래 위상을 위한 외교 다변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외교다변화를 신남방정책의 중요한 이유로 꼽았다. 과거 수출주도형 경제성장 시기에 한국은 수출다변화를 자주 언급했다. 한국의 수출선이 특정 국가로 치우치는 리스크를 줄여 안정적 수출주도 경제성장을 꾀했다. 마찬가지로 이제는 외교다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의 성장한 국력과 소프트파워를 고려한다면 외교 다변화의 담론은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물론 한반도 상황, 강대국에 둘러싸인 한국의 외교적 지형을 고려할 때 주변 4강이 한국의 외교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었고 향후에도 한동안은 그럴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이런 이유로 한국 외교 자원의 대부분은 한반도와 주변 4강에 투입되어왔다. 그러는 사이 새로 부상하는 지역, 이슈들에 한국 외교가 적절한 자원을 분배하고 한국의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왔는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한국을 둘러싼 주변 환경은 빠르게 변하는데 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한반도와 주변 4강에 갇힌 한국 외교의 갈라파고스화는 불가피 하다.

한국 외교의 주변 인식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김영삼 정부 시기에 말했던 세계화는 너무 큰 그림이었을 수도 있다. 반면 1997-98년 경제위기 이후 동아시아 지역협력이 시작되면서 김대중 정부 시기에 가졌던 동아시아 지역협력과 동남아 국가, 아세안에 대한 관심은 매우 적절했다. 동남아와 동북아 경제의 연관성을 인식하고 공동의 노력으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은 한국 외교의 지역적 관점을 어느 정도 확대했다. 그 결과로 동아시아 지역협력 초기 한국의 주도적 역할은 지금까지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이후 한국의 국력과 위상, 소프트파워는 국제적으로 지속 성장했다. 반면 한국의 지역적 지평과 관점은 동아시아에서 동북아, 한반도로 오히려 좁아졌다. 노무현정부, 이명박정부, 박근혜정부의 지역 관점과 이를 반영한 외교 아젠다는 큰 틀에서 동북아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역 관점과 아젠다가 확장되어야 할 시기에 오히려 좁아진 것이다.10 

한국 외교 다변화의 제 1차적 대상은 아세안이다. 지리적으로 동북아를 벗어나면 자연스럽게 첫번째 마주하는 상대가 아세안, 동남아다. 외교다변화의 제 1대상이 아세안이어야 하는 이유는 지리적 요인 외에도 많다. 한국 정부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중견국 외교 (middle power diplomacy)를 주요 외교 아젠다의 하나로 삼았다. 중견국 외교의 중요한 방향은 중견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과 중견국으로서 국제 사회에 대한 한국의 책임과 공헌을 다하는 것이다. 특히 두번째 방향이 중요하다. 한국의 경제력이나 국제적 위상, 경제성장 및 민주화 경험, 소프트파워 증가에 따라 국제사회는 한국이 개발협력 등의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국이 중견국 외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고 할 때 그 일차적 대상은 역시 아세안 개발도상국이 되어야 한다. 아세안 개도국들은 가장 가까운 지리적 위치에 있는 개도국들이며 그간 협력의 경험도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적, 전략적 이익을 고려 해 볼 때 우선적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한국의 중견국 외교, 국제사회에 대한 공헌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아세안 개도국들이 자신의 발전모델로 삼기에 한국이 아주 적절한 대상이라는 점도 큰 장점이다. 아세안 개도국이 지역 내에서 발전 모델을 찾으려 할 때 중국은 너무 큰 국가이고, 일본은 너무 앞서 있는 국가다. 반면 한국의 크기와 발전 단계는 아세안 개도국이 목표로 삼기에 적절하다.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뤄낸 점도 한국의 장점이고 한국의 문화적 소프트파워도 아세안 국가 입장에서는 매력적이다.

 

강대국 압력과 북한 문제의 관리를 위한 한국의 레버리지 확장

외교적 다변화의 또 다른 필요성은 지역질서와 국제질서 속에서 한국이 처한 현재의 딜레마를 완화시켜야 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아시아-태평양을 두고 벌어지는 중국과 미국 등 강대국의 경쟁 속에서 한국은 양쪽으로부터 모순되는 압력을 받을 수 있다. 더 나아가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강요 받을 수 있다. 한반도 분단 상황은 이런 교차압력 하에 있는 한국의 입장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안보에서는 미국에 의존적이지만 경제는 중국에 크게 기대고 있는 동시에 한반도 문제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 모두가 필요하다. 이런 강대국 압력을 효과적으로 이겨내고 우리에게 보다 유리한 협상의 조건을 만드는 방법은 한국의 전략적 레버리지 (leverage) 수단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과 긴밀히 협력하되, 의존은 줄이고 동시에 한국의 자율성을 높이며 대 강대국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주는 많은 전략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과 유사한 전략적 딜레마를 겪고 있는 지역 국가들과 긴밀한 협력의 네트워크 구축은 우리의 전략적 레버리지 강화에 필수적이다. 아세안 국가들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한국과 유사한 전략적 딜레마를 겪고 있다. 아세안은 안보적으로 미국에 의존적이면서 경제적으로 중국의 지원이 절실한 개발도상국을 많이 포함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유사하게 남중국해 영토분쟁이라는 안보적 딜레마 역시 안고 있다. 이런 점에서 아세안도 아세안 10개 국가들이 단합된 힘으로 강대국의 교차압력에 대항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서 지역 내, 외에 아세안의 입장을 지지하고 아세안과 전략적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는 국가들의 네트워크를 긴밀히 구축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아세안과 한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같이 갈 수 있다. 한국의 외교적 다변화가 추구하는 자율성의 확대는 바로 여기로부터 출발한다.

한반도의 안보 문제 관리에 있어서 아세안의 중요성도 고려할 부분이다. 아세안 정치안보공동체 건설 추진 과정에서 아세안은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역할 증대를 꾀하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지역 안보 문제 중 가장 중요한 문제의 하나인 한반도 안보 문제에 대한 아세안의 관심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2017년 말레이시아에서 있었던 김정남 암살사건, 그리고 잇단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에 따라 아세안 국가들 사이에 한반도 문제에 대한 관심도 지속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11  2017년 아세안외교장관회의, 정상회의에서 나타난 북한 문제에 대한 언급은 이전에 비해서 보다 강력해지고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12 

무엇보다 북한에 대한 압박이나 재제의 측면 보다 아세안을 어떻게 북한 문제 해결에 긍정적으로 관여시키고 한반도 평화를 만들어 내는데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한국에게 중요하다.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은 북한 문제에 관련하여 아세안에게 필요할 때만 도움을 요청하는 식의 접근은 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한반도 문제에서 나름의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을 남북한 사이 관계 개선과 대화의 장을 여는 매개체로 활용할 수도 있다. 북한과 수교관계를 가지고 있고 몇몇 국가에서는 지속적인 대화채널이 유지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6자회담 국가처럼 직접 안보 이해 관계를 가지지는 않지만 북한과 일정한 대화가 가능한 아세안 국가들이 오히려 남북한 대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길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세안의 경제적 잠재력

아세안의 미래 잠재력도 아세안을 한국의 4강에 포함시켜도 되는 이유가 된다. 아세안은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방면에서 공동체를 건설, 종국에 아세안공동체 (ASEAN Community)를 만들려 하고 있다. 이미 2015년 아세안공동체 선언이 있었고,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시장통합 수준에서는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 인구 6.2억, GDP 2.6조에 달하는 단일시장, 단일 생산 기반이 탄생하고 있다. 아시아에서 세번째로, 세계에서 7번째로 큰 경제 규모다. 인구에서도 중국,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다. 더욱이 아세안 인구 50%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미래성장동력도 크다.13 

뿐만 아니라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 등 아직 개발이 많이 진행되지 않았으며 따라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큰 경제들이 존재한다. 특히 미얀마는 최근 로힝자 (Rohingya) 문제로 다소 정치적 불안이 있기는 하지만 2011년 정치개혁 이후 미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많은 국가들이 향후 경제적 잠재력을 보고 접근하고 있는 국가다. 뿐만 아니라 한국의 네번째 무역 대상인 베트남은 동남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인 동시에 한국과 깊은 경제적 협력 관계를 가지고 있고, 무엇보다 아직 성장잠재력이 충분한 국가이다. 또한 한때 동남아에서 가장 발전한 경제였으며 그에 걸맞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오랫동안 제대로 성장을 보이지 못했던 필리핀도 최근 몇 년간 빠른 경제성장을 보이고 있다. 필리핀은 2012년 이후 연평균 GDP 성장률에서 꾸준히 6% 이상을 기록하면서 새로운 아세안의 성장 주도국가로 탈바꿈하고 있다.14 

단순히 개발도상국의 성장잠재력 만 아세안 경제의 매력은 아니다. 더 나아가 한국이 아세안과 경제협력을 심화할 때 아세안의 다양성은 한국 입장에서 선택의 폭을 크게 넓힌다. 예를 들어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처럼 보다 노동집약적인 투자가 유망한 국가가 있는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처럼 한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4차 산업 혁명 등 경제의 최신 트렌드에 관해 협력하고 공동의 길을 모색할 수 있는 국가가 아세안 안에 함께 포함되어 있다. 또한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처럼 상당한 공업, 제조업 기반을 바탕으로 한국과 헙력 할 수 있는 국가들도 아세안에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한국과 아세안의 경제협력은 아세안의 다양성으로 인해 매우 다채롭게 펼쳐질 수 있다.

미래 한국 경제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에 아세안이라는 큰 성장 잠재력을 가진 경제권이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현재도 한-아세안 경제 관계는 일본, 미국, 러시아 등 전통적 4강 국가들을 넘어서고 있지만,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아세안의 위상은 더욱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THAAD를 문제 삼은 중국의 경제 보복에 대한 대안으로 최근 post-China의 논의가 활발하다. 그리고 post-China에서 가장 주목받는 경제권이 아세안이다. THAAD 문제에 따른 중국의 대 한국 경제 조치에서 보듯 한국이 특정한 국가에 지나치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것은 매우 위험이 크다는 것이 점차 입증되고 있다. 단순히 경제적 위험의 분산을 넘어서 이미 성장이 상당히 진행되어 잠재력이 과거에 비해서 떨어지는 중국을 넘어서 새로운 경제적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도 있다. 경제적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아세안과 경제협력의 증대는 필요하고 그만큼 아세안은 한국의 경제적 미래에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다.

 

아세안 방면에 대해 무엇을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통해서 신남방정책, 그 중에서도 아세안을 대상으로 하는 한-아세안미래지향공동체 구상의 첫 걸음은 잘 시작했다. 3P의 요소들이나 한-아세안미래지향공동체 구상에서 밝힌 한-아세안 협력의 새로운 방향들, 즉 안보 문제를 평화의 프레임으로 전환하고 평화라는 목표 안에서 한-아세안 협력, 아세안의 성장과 한국의 경제적 미래가 연계된 선순환적 경제협력, 무엇보다 사람이 중심이 된 한-아세안 협력 등은 아세안 국가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기 충분했다. 문제는 이 관심을 이어 받아 어떤 정책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체계적이고 발 빠른 정책 추진

첫번째 과제는 신남방정책,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에 관한 빠른 후속조치를 내놓는 것이다. 정상방문과 정책 천명으로 고조된 아세안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한국이 아세안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과 협력의 이니셔티브를 취할 것이라는 것을 후속 조치로 증명해야 한다. 한반도나 동북아, 강대국 관계를 둘러싼 많은 이슈들이 있고 긴급한 사안들이 계속 발생한다. 이 속에서 일반적으로 긴급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하기 쉬운 대 아세안 방면 정책은 큰 주목이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뤄지기 쉽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대 아세안정책이 늘 반복하던 실수다. 모처럼 만들어진 관심과 모멘텀을 살리지 못하고 기회를 상실해 버리기 일쑤였다. 특별한 관심과 정치적 의지를 가지고 후속 정책을 개발하지 않는다면 다음 번 대 아세안 중요 정책과 메시지는 2018년 말 아세안+3, EAS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시점, 다시 말해 거의 1년 후에나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 사이 아세안 국가들이 가졌던 관심은 모두 사라지고 대 아세안 정책은 다시 원점에서 시작해야 할지 모른다.

이를 위해서 정부 차원에서 아세안 정책을 체계적으로 만들고 추진할 제도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 아세안 태스크포스 형태로 범정부 차원의 아세안 정책 추진체를 만드는 계획이 진행되고 있다. 지속적이고 속도감 있는 후속 정책 생산과 추진을 위해서는 바람직한 제도화 방향이다. 정부 부처는 물론이고 지자체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고 있거나 구상하고 있는 대 아세안 방면 정책 조율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중복되는 정책의 추진으로 자원낭비를 초래하기 쉽다. 기구의 설치 만이 아니라 대 아세안 정책을 조율하고 추진하는 제도에 정치적 무게를 더해주는 것도 중요하다. 부처간 조율과 정책의 효과적 추진은 외교부나 특정 부서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다. 대통령 위원회 혹은 국무총리 직속 위원회 등의 형태로 실질적으로 정책을 조율하고 집행할 수 있는 실행력을 갖추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대 아세안 외교정책을 실질적으로 조율하고 집행해 나갈 외교부, 외교부내 아세안 관련 업무 담당 부서의 인프라 확대도 매우 시급하다. 기본적으로 우리 외교부는 외교에 의존해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야 하는 국가답지 않게 인프라가 부족하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과 비교해 우리 외교부 규모는 ⅓ 혹은 ½ 정도 수준밖에 되지 않으며 예산에서는 더욱 격차가 벌어진다. 객관적 국력차를 극복하고 국가 경쟁력 유지를 위해서 강대국 보다 더 외교에 의존해야 하지만 인프라 측면에서 한국의 현실은 그 반대로 가고 있다.

아세안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예를 들면 외교부 본부의 경우 미국과 캐나다를 관장하는 북미국과 동남아/서남아/태평양과 ASEAN+3, EAS, ARF 등 다양한 지역 다자협력을 다루는 남아시아대양주국 크기가 비슷하다. 물론 미국은 경제와 안보적 중요성으로 인해 중요하게 다루어야 하는 대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33개국, 인구 약 23억을 포괄하는 남아시아대양주국의 크기가 북미국 정도 수준이면 인력 부족은 충분히 예상된다. 대 아세안 외교 일선에 있는 동남아 지역 공관 사정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중국과 일본의 아세안대표부는 한국의 약 3배 수준 크기이다. 중국이 20명 규모의 아세안 대표부를 꾸린데 반해 한국은 6명이 아세안 대표부에 근무하고 있다. 동남아 지역 다른 공관 역시 일본이나 중국은 평균적으로 한국의 2~3배 큰 규모다. 이런 규모를 가지고는 기본적인 업무를 소화하는 정도다. 외교부 인적 인프라 개선과 향상은 필연적으로 예산 증액을 수반할 수 밖에 없으며, 단기적으로는 어렵더라도 장기적으로, 단계적으로 이를 확대하는 구체적 계획을 지금부터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아세안 관계의 지향점과 신남방정책의 항목별 비전 마련

과거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에 공통으로 해당하는 가장 중요한 과제는 비전과 지향점의 정교화다. 지난 20년간 한-아세안 협력의 양적 증가는 상당하다. 반면 이 협력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는 무엇인가에 관한 답은 아직 구체적이지 않다. 한-아세안 관계를 발전시켜 한국과 아세안은 무엇을 구체적으로 얻으려 하는가, 한-아세안간 긴밀한 협력이 꿈꾸는 궁극적인 상태 (end-state) 혹은 목표는 무엇인가에 관한 구체적 답이 명확하지 않다. 물론 이런 비전이나 지향점이 그대로 달성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표지점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은 명확한 지향점 설정을 통해 한-아세안 협력의 질적 도약을 기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현재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을 동북아플러스공동체 구상 내의 다른 두 구성요소와 비교해 볼 필요가 있다. 2018년 1월 현재 아래 그림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동북아평화플랫폼과 신북방정책은 각각 외교부와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회 주도로 정책의 비전, 지향점, 구조 등을 설명하는 작은 브로슈어가 출판되었다.

사진3. 브로슈어

이 두 요소는 명확한 추진 주체도 보인다. 더욱이 신북방정책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라는 정치적 무게와 의지가 실린 대통령지속위원회가 주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동북아 문제나 북방 문제는 이미 축적된 구체 사업과 구상들이 많다. 동북아는 한국으로서는 영원한 주제다. 북방협력도 노태우 정부 이래로 거의 30여년간 추진되어 왔다. 수십년간 많은 담론들과 비전들이 만들어졌고 걸러졌고 압축되고 정교화 되었다. 신남방정책은 다른 두 요소에 비해서 비교적 생소하며 보다 최근의 주제다. 그런 만큼 신남방정책과 대 아세안 방면 정책에는 보다 많은 정치적 의지와 관심이 투입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신남방정책이나 대 아세안 정책에 관해 설명할 수 있는 마땅한 공식 자료 마저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대 아세안 정책의 중간 단계 비전도 마련해야 한다. 이미 발표된 3P는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 대 아세안정책의 가장 높은 수준의 원칙을 구성한다. 그 반대 지점에는 가장 추상성이 낮은 구체적인 협력 사업들이 있다. 구체적 협력 사업은 이미 많이 개발되어 있다. 그간 한-아세안 협력에서 진행되던 사업도 있고, 신규 사업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최상위 비전인 3P와 구체 협력 사업을 연결하는 허리 즉,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별 비전이 아직 불명확하다. 한국과 아세안간 지역적 평화 건설을 위한 정치안보 협력은 어떤 방향과 지향점을 가지고 가야 하는가, 한-아세안간 선순환적 상호 번영을 위한 경제협력은 어떤 지향점과 원칙하에 진행되어야 하는가, 사람을 가장 상위에 놓고 한-아세안간 보다 밀접한 인적, 사회적 교류와 협력을 위한 사업들을 어떤 점을 염두에 두고 구상, 실행되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필요하다.

사진4.

분야별 협력을 끌고 갈 비전을 만들고 구체적 협력사업을 구상할 때 양방향 의사소통이 중요하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시혜적인 관점에서 아세안 국가가 환영할 것이라고 추정되는 비전과 사업을 제안하는 시기는 지났다. 분야별 협력의 지향점과 비전, 구체 협력 사업을 만들 때 한국과 아세안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논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과 아세안간 명망가-전문가 (Eminent and Expert People, EEP) 회의가 필요하다.15  정부를 대표하는 트랙 1이 가진 한계를 넘어서 트랙 1.5나 2 차원에서 정기적 회합을 갖고 자유로운 의사개진을 통해 합의를 만들어 내야 한다. 한국과 아세안의 씽크탱크 네트워크 (Think-tank network, TTN) 상설화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EEP 회의나 TTN의 하위 단위에 포괄적 양자 관계, 비전통 안보를 포함한 정치안보 이슈, 경제, 인간안보 문제를 포함한 사회문화 이슈를 다루는 실무반 (working group)이 만들어 진다면 보다 효과적 협력사업의 발굴도 가능하다.

 

국내 대 아세안 인식 개선과 지적 기반 확대

외교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국내 지지 기반과 지적 기반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신남방정책과 한-아세안미래공동체 구상의 성공을 위한 국내 지지 기반과 지적 기반이 잘 갖춰져 있는지, 어떻게 이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 한국 내에서 아세안에 대한 인식과 지적 기반이 과거와 다르게 크게 확대된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민의 아세안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신남방정책, 대 아세안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할 정도로 충분히 형성되었는 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동아시아지역협력의 시작으로 한-아세안 사이 협력이 활발하게 일어난 1997-98년 이후 2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한 연구결과는 아직 한국의 대 아세안 정책이 국내적으로 강력한 지지를 받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연구 결과를 보면 한국 청년이 아세안에 대해 가진 이미지는 더위, 개발도상국, 휴양지, 관광, 가난, 후진국, 빈곤 등의 키워드가 지배한다. 마찬가지로 아세안 사람에 대한 이미지도 외국인노동자, 결혼, 피부 등의 키워드가 보다 긍정적 이미지들을 압도한다.16  정부의 대 아세안 정책과 구상이 국내적으로 지지 기반을 넓히고 탄력을 받기 위해서 아세안에 대한 보다 긍정적 이미지 형성이 중요하다. 대 아세안 공공외교 못지 않게 국내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의 아세안 정책을 보다 정교하고 효과적으로 만들기 위한 국내 지식 기반의 장기적 준비도 필요하다. 단순히 대 아세안 정책 만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외교다변화의 성공적 수행을 위해서 한반도와 4강에 집중된 국내 지적 기반의 확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이 다변화를 시도하는 지역과 국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이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정책 수립과 자문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지적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 한반도 문제나 4강 국가를 연구하는 연구자 집단의 저변에 비해서 아세안이나 4강 외 다른 지역과 국가에 대한 연구자 집단의 저변은 매우 취약하다. 이 문제는 시장의 논리가 지배적인 대학이나 사적 부문에 맡겨 놓아서는 해결되기 어렵다. 학문적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장기적으로 한반도, 동북아, 4강 외 다른 지역과 국가에 대한 연구, 교육 저변을 확대하지 않으면 외교 다변화의 구호는 뿌리 없는 나무처럼 지속 가능하지 않다.

 

신남방정책을 문재인 정부의 외교 유산으로

신남방정책은 문재인 정부 외교적 이니셔티브 중 가장 뚜렷한 성과를 남긴 유산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마주하고 있는 외교 사안 중 한반도, 강대국 관계, 동북아 문제 등은 중요한 사안이지만 복잡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에 쉽지 않은 주제다. 그에 반해 신남방정책은 보다 적은 노력과 관심으로도 큰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다. 아직 한-아세안 간에 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어려운 도전이 기다리는 영역이 아니라 아직은 충분히 개척되지 못한 외교적 신세계 (new frontier)다. 더욱이 신남방정책의 성공은 한국의 외교안보적, 그리고 경제적 미래 이익, 외교 다변화, 대 강대국 전략적 레버리지 강화 등 한국의 전략적 이익 확대에 큰 도움이 된다. 이제 아세안, 보다 넓게 신남방으로 설정된 지역에 대한 외교를 한반도와 4강 처럼 한국 외교의 핵심 아젠다로 만들 때다. 이렇게 될 때 아세안이나 신남방정책의 대상 국가, 지역도 한국을 왔다 가는 손님이 아니라 늘 그들과 함께 하고 신뢰할 수 있는 협력의 파트너로 인정 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3P의 구체적인 내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대 아세안 메시지에 관해서는 Moon Jae-in. 2017. “Toward a People Centered ASEAN Community” Project Syndicate. (dated November 10, https://www.project-syndicate.org/commentary/korea-asean-cooperation-at-50-by-jae-in-moon-2017-11). 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3P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의 3P, 평화 (peace), 번영 (prosperity), 진보 (progress)를 새롭게 재구성했다는 의미도 있다.
  • 2. 더불어민주당. 19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 235쪽.
  • 3. 박사명. 2012. 주 아세안 한국대표부 설립 기념 포럼 (2012년 10월, 자카르타); 이선진. 2011. “아세안 외교에 눈 돌릴 때” 국민일보. 7월 4일; 박진. 2013. “아세안은 이제 5강이다” 문화일보. 10월 4일; 박번순. 2015. “한국-아세안 상생의 구조와 전략” 유코리아뉴스. 3월 10일
  • 4. 외교부. 동북아평화협력플랫폼 브로셔를 바탕으로 재구성 한 그림.
  • 5. 한-아세안간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한-아세안협력기금은 연간 700만불로 운영되었으나, 2019년까지 1,400만불로 확대될 예정이다. 한-메콩기금 역시 현재의 세배로 확대되어 300만불 규모가 될 예정이다. 한-아세안인프라펀드는 약 1억불 규모로 한국의 글로벌인프라펀드 내에서 2022년까지 추가 조성될 전망이다.
  • 6. 무역액은 K-Stat 국가 수출입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재계산 및 구성 (stat.kita.net/) 한 자료이다. 투자액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투자통계를 바탕으로 재계산 및 구성 (http://211.171.208.92/ODISAS.html) 한 자료이다. 외국인 입국 통계는 문화관광부 관광지식정보시스템 통계를 바탕으로 재구성 (https://www.tour.go.kr/) 했으며, 여기서 아세안 국가는 라오스, 캄보디아, 브루나이를 제외한 7개국만 포함됨. 한국인 출국 통계는 한국관광공사, 국민해외관광객 주요 행선지 통계 (2017년 11월)을 바탕으로 재구성했으며(https://kto.visitkorea.or.kr/kor/notice/data/statis/profit/board/view.kto?id=429013&isNotice=false&instanceId=294&rnum=2) 이 통계에서 브루나이 제외 9개국만 포함되고, 미얀마와 라오스 통계는 2015년 통계다. 해외체류 한국인 통계는 외교부 2017 재외동포 현황을 바탕으로 작성되었고, 해외체류 한국인은 귀화자, 영주권자, 일반 체류자, 유학생, 외국 시민권자를 포함하고 있다.
  • 7. 한국은 지속적으로 연간 약 300억 달러에 달하는 무역 흑자를 아세안 시장에서 구현해왔다. 아세안 시장은 다른 어떤 국가나 지역에 비해서 한국 무역에 중요한 시장이다. 아세안을 개별 국가별로 봐도 베트남이 제 3위의 수출 대상국일 정도로 아세안은 중요하다. 한국과 무역액만 놓고 보면 최대 무역국 20위 안에 아세안 국가 6개국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이 포함된다. 한국무역협회의 무역통계, K-stat,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 (http://stat.kita.net/main.screen)
  • 8. 표에서 보듯이 한국인의 아세안 방문 및 관광은 다른 4강 국가보다 훨씬 크다. 또한 체류하는 한국인 수도 적지 않으며 한국인의 아세안 진출, 투자 등이 늘어남에 따라 급속도로 증가할 추세다. 그에 반해서 교민, 관광객 등의 보호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는 영사관 수는 태부족이다. 예를 들어 미국은 총 9개, 중국은 8개, 일본은 9개의 총영사관이 대사관 1개소 외에 추가로 설치되어 있으며, 러시아의 경우도 총 3개의 총영사관이 설치되어 있다. 그에 비해 아세안 지역 국가에는 베트남 호치민에 1개의 총영사관만이 설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외교부. 2017. 재외공관설치현황. (http://www.mofa.go.kr/www/wpge/m_4178/contents.do)
  • 9. 한국은 4강 국가 중 미국, 중국과 FTA를 체결했다. 반면 일본, 러시아와 FTA는 없다. 일본은 한중일 FTA라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중이고, 러시아와는 한-유라시아경제연합 (Eurasia Economic Union, EAEU) 차원에서 협상을 위한 여건 조성 중이다. 반면 한국은 이미 아세안 전체 10개국과 FTA를 체결했다. 아세안 국가 중에서 싱가포르와 베트남은 별도의 양자 FTA를 이미 체결했다. 싱가포르는 칠레에 이어 한국의 두번째 FTA 체결국가다. 여기에 추가적으로 한-아세안 FTA의 업그레이드가 논의 중이다. FTA Korea 웹사이트 정보 (2017년 10월 기준, http://www.fta.go.kr/main/situation/kfta/ov/)
  • 10. 이재현. 2017. “동아시아 다자협력 활성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제안” 이슈브리프 No. 2017-22. 아산정책연구원.
  • 11. June H. L. Wong. 2017. “Time for Asean to rethink ties with Pyongyang” The Straits Times. March 18.
  • 12. Ruth Abbey Gita. 2017. “Asean to North Korea: Stop missile tests” SunStar Manila. November 16.
  • 13. ASEAN. 2012. ASEAN Economic Community (AEC). (http://asean.org/storage/2012/05/7c.-May-2017-Factsheet-on-AEC.pdf).
  • 14. Asian Development Bank 필리핀 경제 통계(https://www.adb.org/countries/philippines/economy) 필리핀은 2016년 6.9%, 2017년 6.5%, 그리고 2018년 6.7%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 15. 현재 아세안과 한국 정부간 트랙 1 협의는 정상, 외교장관, 경제장관 차원의 회의와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한-아세안 대화 (ASEAN-Korea Dialogue), 그리고 한-아세안협력기금 활용 사업을 관장하는 한-아세안공동협력위원회 (joint cooperation committee) 등이 있다. 장관급 이상 회의는 구체적 협력 사업을 발굴하기는 어렵다. 반면 한-아세안공동협력위는 한-아세안협력기금 활용사업에 범위가 한정되어 있다. 한-아세안 dialogue가 실질적으로 한-아세안간 모든 협력을 관장하는 기구이다. 보다 긴밀하고 잦은 대화와 협의, 합의를 위해서는 한-아세안 dialogue만으로 충분치 않다. 정부의 입장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대화와 협의를 할 수 있고 그 협의 내용이 track 1에 반영될 수 있는 채널이 병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16. 윤진표 외. 2017. 한국과 아세안 청년의 상호 인식. 한-아세안센터, 한국동남아연구소. 18-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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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이재현

연구부문 / 아세안-대양주센터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아세안-대양주 연구프로그램 선임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외교통상부 산하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며, 비전통 안보와 인간 안보, 오세아니아와 서남아 지역에 대한 분야로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Transnational Natural Disasters and Environmental Issues in East Asia: Current Situation and the Way Forwards in the perspective of Regional Cooperation" (2011), “전환기 아세안의 생존전략: 현실주의와 제도주의의 중층적 적용과 그 한계“ (2012), 『동아시아공동체: 동향과 전망』(공저, 아산정책연구원, 2014), “미-중-동남아의 남중국해 삼국지” (2015),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 공간의 등장”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