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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목 집중된 문·트럼프 정상회담… 사드, 한미 FTA 등 현안 산적
현안보다 더 큰 미국의 관심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
참여정부 2.0이 아닌 보다 더 진화된 정부 각인시켜야

이달 말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를 두고 최악의 한미 정상회담 가운데 하나로 기억되는 2001년 김대중·조지 W 부시 대통령 정상회담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어쩌면 그때보다 더 어렵고 힘든 정상회담이 될 수도 있다.

먼저 예측 불허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라는 점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다. 사드 배치, 방위비 분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한미 자유무역협정 같은 문제들로 인해 분위기가 썩 좋은 편도 아니다. 한국과 미국 모두 외교안보 진용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세세한 것을 챙기고 조율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부터 조기 정상회담보다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추진하자는 의견도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미 정상회담의 시기는 결정되었고, 이제 남은 과제는 어떻게 해 이 정상회담을 성공적인 정상회담으로 만드느냐는 것이다.

성공적인 정상회담을 위해서는 현재 워싱턴의 분위기가 어떤지, 무엇을 궁금해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워싱턴에서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문재인 정부가 어떤 정부인가에 관한 정체성 문제이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문재인 정부를 노무현 정부의 복귀, 혹은 참여정부 2.0으로 보고 한미관계가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물론 문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강조하고 대북정책과 관련해서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발언을 했다. 그런데 외교안보 라인에 임명된 주요 인사들이나 문 대통령을 도왔던 사람들을 보면서 미국은 우려를 갖는다. 이러한 미국의 우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이라 하고 무시할 수는 없다.

따라서 금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이 참여정부의 재판(再版)이 아니라, 변화된 상황과 현실을 잘 인식하고 있는 진화된 정부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주어 미국의 우려와 의혹을 해소하는 것이다. 핵심은 북핵문제, 사드, 방위비 분담 같은 동맹의 운용에 관한 문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북한에 대한 인식, 동북아지역 안정과 평화를 위한 안보 구도에 대한 구상, 한미동맹의 의미 및 역할·기능 등 동맹의 근간을 구성하는 것들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양국 간 인식의 공감대가 전제되고 공고할 때 현안 해결도 수월해지기 때문이다.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지도자가 개인적 친분과 신뢰를 쌓는 것도 중요하다. 지도자 간의 친분과 신뢰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을 돕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금번 정상회담이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친분과 신뢰가 쌓이는 계기가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까지 다른 나라 정상들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보인 행동을 볼 때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변수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 특성, 관심사항 등을 잘 분석하고 준비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통적인 외교와는 거리가 멀고, 외교적 수사보다는 직설적이고 단순한 화법을 구사한다. 본인이 회담을 주도하기를 원하고, 협상(negotiation)보다는 거래(deal)에 중점을 둔다. 추상적 가치나 규범보다는 현실적이고 손에 잡히는 이익에 관심을 둔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을 고려해서 정상회담에 접근해야 한다. 틀에 박힌 외교 접근이나 현안에 대한 의견 교환이나 설명하려는 태도로는 실패하기 쉽다. 개인적 차원에서의 공통점을 찾아 접근하는 것이 주효할 것이다.

두 지도자 모두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핵심적인 외교안보 사안으로 점차 파고들어가는 접근이 양 지도자 간의 공통분모를 만들고, 나아가 친분과 신뢰를 쌓아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상회담이 개최되기 이전에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 필요도 있다. 문 대통령은 워싱턴을 방문하기에 앞서 주한미군이나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하여 이들의 노고와 기여를 치하하고, 동맹에 대한 굳은 믿음을 보여주어야 한다. 또한 방미 기간 중 정상회담에 앞서 한국에서 근무했던 군 인사들과 자리를 같이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상회담은 당면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회담이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정체성에 대한 의혹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맹의 인식적 기반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두는 회담이 되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만 도전을 극복하고 이견을 원만히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본 글은 6월 6일자 동아광장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