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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전격 방북 배경 막후에 악화된 미·중 관계 있어

올해는 북·중 국교수립 70주년이다. 중국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승리해 국민당을 몰아내고 사회주의 중국을 수립한 뒤 중국과 북한은 국교를 맺었다. 그 뒤 70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난 1년 반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네 차례나 중국을 방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방북 여건이 어느 정도 무르익었던 상황이다. 따라서 시 주석의 방북이 전혀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시진핑 주석이 최근 느닷없이 방북한 배경은 비단 북·중 관계 맥락에서만 결정된 것은 아닌 것 같다. 시진핑 주석의 방북은 올 초부터 계속 관심을 모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미뤄지고 있었다. 연초에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본 후 방북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하노이 정상회담이 성과 없이 끝나자 미국을 자극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했고, 시 주석의 방북은 계속 미뤄져왔다. 5월 들어서는 시진핑 주석이 북한과 한국을 동시에 방문하는 것을 추진한다는 소문이 외교가에 돌았지만 이 역시 무산되었다.

그런데 5월 하순으로 접어들며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거의 합의 단계까지 갔던 것으로 보이는 미·중 간 협상은 시진핑 주석의 거부로 최종 순간에 결렬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은 중국 최대의 IT기업인 화웨이를 직접 압박했고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후 미국은 중국이 가장 민감해하는 대만 카드를 꺼내들었다. 5월30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군사관학교 졸업식 기념사진에 대만 국기인 청전백일기를 의도적으로 노출시켰다. 6월1일 미 국방부가 발간한 인도태평양전략 보고서에서는 대만을 국가로 서술했다. 중국이 스스로 핵심 이익이라고 부르는 대만 문제에 대해 미국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6월 들어 격화된 홍콩 시위에서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믿는 중국은 그 대응카드로 북한을 선택한 것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북한 문제를 미국과의 대결구도 속에서 이해해 왔다. 한국전쟁에 참여할 당시 마오쩌둥 주석이 언급한 순망치한(脣亡齒寒)이 이러한 인식을 잘 보여준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의미는 미국의 위협을 북한이 막아주지 않으면 중국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중 수교 이후 순망치한이란 표현은 중국 고위관료의 입에서 사라졌지만 작년 6월 개최된 3차 북·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다시 북·중 관계를 순치의 관계라고 언급했다. 미·중 패권경쟁 시대에 북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재확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미국의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시점에 북한 방문을 단행했다.

북·미 대화에 미칠 영향은 예단 어려워

시진핑 주석은 북한을 방문해 전통적 우호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평가했으며 향후 북·중이 함께 한반도 문제를 풀어갈 것을 약속했다. 이러한 중국의 행보가 향후 비핵화 협상이나 북한의 변화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미리 예단하기는 어렵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반대편에서 북한을 편들며 협상이 장기화되도록 부정적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비핵화 협상에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도 존재한다.

중국이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는 향후 북한의 행보를 통해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만일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했다면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에 더욱 적극적으로 임할 가능성이 있고 늦어도 7월초에는 북·미 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6월11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된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로 인해 북·미 간 실무협상 가능성이 높이 점쳐지고 있던 시점이기에 그렇다. 반대로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을 미루고 자신들이 주장해 온 단계적 비핵화만을 계속 고집한다면 중국의 역할이 북·미 대화의 촉진자가 아닌 북한의 후원자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중국이 어떠한 영향을 행사했든 미국이 의도적으로 그 의미를 축소하려 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의 좋은 관계로 인해 북한 문제 해결에 중국이 좋은 도움을 주었고, 이제 무역 문제도 합의에 이를 필요가 있다며 상황을 반전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북핵 문제에는 별다른 진전이 없다 해도 자신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의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합의의 배경에는 무역 문제에 관한 미·중 간 타협이 전제되어야 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미·중 경쟁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지만 대선기간 중 안정적인 경제 상황을 희망하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고려할 만한 카드다. 이 경우 북한 문제는 미·중 간 타협을 위한 와일드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

남북관계에는 부정적 영향 미칠 가능성 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중 간 대결이나 타협 시나리오와 무관하게 북·중 간 밀착은 남북관계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미국과 타협하려는 의도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 든다면 한국의 중재자 역할이 사라지게 된다. 북한은 중국의 지지를 받으며 미국과 직접 대화에 임할 가능성이 높고 한국과의 관계는 북·미 관계의 하위요소로 관리할 수도 있다. 중국으로부터 물밑 경제지원이나 인도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양자관계 개선 필요성도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한국에 대해서는 우리 민족끼리를 강요하며 입장 변화를 요구하는 압박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중국이 미국과 대결하려는 의도에서 북한 카드를 활용하려 들 경우에도 남북관계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중국은 북한이 핵문제에서 보다 고압적인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지지할 가능성이 있고, 북한에 대한 물밑 지원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 북한은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에도 고압적 자세를 유지하고 한국 정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행보를 보여줄 것이다. 비핵화 협상과 남북대화를 조기에 재개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에는 바람직하지 못한 상황이 연출되는 것이다.

중국의 개입이 즐겁지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어차피 북한 비핵화의 먼 길을 가는 데 불가결한 요소다. 중국을 배제한 채 비핵화나 평화체제를 논의하기 어렵기 때문에 언젠가는 겪어야 할 과정으로 봐야 한다. 따라서 시진핑 주석 방북 이후 발생할 상황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우리의 원칙을 만들고 일관되게 이행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나아가 북한의 입장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원칙이 설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대북정책이 만들어질 수 있다.

동시에 북한 외에도 미국이나 중국과의 양자관계 발전에 보다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미·중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식의 접근으로는 우리가 당면한 문제를 풀지 못한다.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 문제를 풀어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그 일을 해내는 것이 실력이다. 이런 차원에서 다가온 G20 정상회담은 우리에게 기회다. 한·중, 한·미 정상회담에서 교착된 남북관계의 물고를 트고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본 글은 6월 21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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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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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