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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에서 많은 ‘비전통적’ 일이 일어났다. 미·북 정상의 만남이 3차례 있었고, 미·중 패권 전쟁은 가속화했으며, 한·일 관계가 위기로 빠져들고, 한·미·일 간격은 더욱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이 있다.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어떤 변화가 닥칠지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중대 현안인 북핵에 대해선 두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다음 대통령 재임 기간 4년 동안 극단적 변화 사이를 오가는 격렬한 소용돌이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하나는 미·북의 핵 협상 타결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고 북한이 합의를 이행한다면 미국도 이를 지킬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자신이 서명한 협정은 “위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 예비 후보 대부분도 협상을 통한 해결을 선호하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큰 의견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트럼프 행정부와 북한 사이에서 이뤄지는 합의가 폐기될 가능성은 있다. 이란핵합의(JCPOA) 탈퇴라는 선례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와 공화당 매파들은 미사일과 원심분리 기술 개발을 이란에 허용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국내 여론이라는 정치적 요소 또한 무시할 수 없다. 2018년 5월 트럼프 행정부가 탈퇴 선언을 하기 직전의 로이터통신 여론조사에 의하면 JCPOA 지지율은 42%였다. 나머지 58%는 합의를 반대하거나 의견이 없었다. 만약 새로운 민주당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북핵 합의를 문제 삼고, 여론도 그런 쪽이라면 북핵 협상이 성공해도 유지되지는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음 정부가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그 범위와 수준이 관건이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협상에 실패하거나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 상황이다. 다음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그런 상황에 직면하면 북핵 문제는 북한의 정권교체가 이뤄지지 않는 한 지난 30년 동안 겪어 왔던 대로 도발-제재-대화 사이클을 오가며 풀리지 않는 외교 난제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만약 북한이 2017년처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도발로 미국 본토를 위협하기 시작한다면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은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며 한반도는 상상하기 힘든 위기 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될 경우, 한국에서 핵 개발론이 증폭될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도발을 가리키며 “누구나 하는 작은 실험”이라고 규정하면서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해선 “값비싼 전쟁 게임”으로 폄하했다. 이러한 발언과 행동은 미국의 한국 방어 의지에 대한 의심으로 작용할 수 있다. 냉전 시대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은 미국의 확장억제 정책을 문제 삼으며 “과연 미국이 프랑스를 지키기 위해 뉴욕을 포기할 수 있을까”라는 역설적 질문을 던졌다. 이런 인식은 프랑스의 독자 핵 개발로 이어졌다.

전반적으로 미국인들은 한국을 긍정적으로 본다. 지난 2월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에 대해 호감을 가진 미국인은 71%다. 10년 전보다 상당히 좋아졌다. 시카고국제문제협의회가 2018년 10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미국인의 64%는 북한이 한국을 공격하면 미군이 방어에 나설 것을 지지한다고 답했다. 정당별로는 70%는 공화당, 63%는 민주당 지지자였다.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을 추진할 경우 한국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공화당 응답자는 33%, 민주당 응답자는 50%였다. 미국인들은 대체로 한·미 관계를 중시하지만, 동맹 관계 측면에선 민주당 지지자들이 공화당 지지자들에 비해 한국 입장을 더 존중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스러운 정책을 이런 기류만으로 예측하긴 어렵지만, 큰 줄기에선 영향을 미친다.

지난 2∼3년간 미 행정부가 발표한 외교·안보 정책 기조를 살펴보면 탈냉전 이후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수정주의 세력으로 규정했다. 최대 안보위협이 되는 국가라는 의미다. 중국과 러시아의 움직임 또한 심상치 않다. 중국은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비롯해 남태평양과 남미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고, 러시아는 끊임없이 신무기를 개발하면서 대결 분위기를 부추기고 사이버 해킹 등을 통해 서구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미·러 갈등은 물론이고, 미·중 패권 싸움은 다음 미 대선 결과와 무관하게 가속될 전망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런 복합적인 국제정세 속에서 더욱 강력하게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문 정부는 한국의 평화와 번영을 지켜온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해 자유민주주의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국가들과 포괄적이고 전략적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한반도를 넘어 더욱 넓은 시각에서 북한 문제와 동맹 관계를 다루면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국익을 지켜 나가기 위한 고민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 본 글은 8월 28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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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James Kim
J. James Kim

워싱턴 사무소, 미국연구센터

J. James Kim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미국연구센터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며 Columbia University 국제대학원 겸임 강사이다. Cornell University에서 노사관계 학사와 석사학위를 마치고 Columbia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California State Polytechnic University, Pomona의 조교수(2008-12)와 랜드연구소의 Summer 연구원(2003-2004)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연구 분야는 비교민주주의 제도, 무역, 방법론, 공공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