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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중단 고려한다는 北 발표
예상보다 빨랐을 뿐 예견된 일
핵보유국 전략 불변 거듭 확인

트럼프 압박과 동맹 균열 노려
연합방위 강화로 北 오판 막고
제재 구멍 낼 남북경협 미뤄야

지난 15 일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하고 있으며, 미국의 요구에는 어떠한 형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다. 미국과의 협상이 잘 진행되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갈 수 있음을 예고했던 입장과 궤를 같이하는 말이다.

이러한 북한의 입장은 회담 결렬에 대한 책임을 미국에 넘기고, 하노이 정상회담 이후 강화되고 있는 미국의 제재와 압박에 대한 북한의 강경 반응이다. 즉, ‘강(强) 대 강’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이는 과거 북한 특유의 협박(blackmail) 또는 벼랑 끝(brinkmanship) 전술의 재현이고,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라는 전략적 목표에 변함이 없음을 확인하는 것이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예견됐지만, 예상보다 빨리 왔을 뿐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북한은 두 가지 이유에서 벼랑 끝 전술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핵과 미사일 위협을 제거해 미국을 보다 안전하게 만들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자랑과 외교적 성과가 깨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 미국의 양보를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두번째는, 한·미 공조를 약화시키고 이견을 조장하기 위한 술책으로 볼 수 있다.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제재 이행과 남북 경협을 둘러싼 한·미 간 불협화음과 남남갈등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회담 결렬에 대한 미국 책임론이 부각됐다. 북한은 이런 상황에서 대화와 협상 국면이 위기와 긴장 국면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해 한국을 방패막이로 쓰기에 아주 좋은 여건이 마련된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핵심은, 북한의 상황 판단이 잘못됐고, 우리가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리지 않으며, 어떤 경우에도 한·미 동맹과 공조가 흔들리지 않을 것임을 북한이 확실히 인식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 회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래야 촉진자 역할을 할 수 있다. 먼저,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비핵화 개념과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이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이후 문재인 정부는 비핵화보다는 평화에 무게를 둔 대북정책을 강조했다. 그 결과 비핵화 문제에서 한국이 당사자가 돼야 하는데도 제3자가 됐다. 비핵화 없는 평화는 있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번 기회에 당사자 위치를 확보하고, 비핵화에 대한 확고하고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고 북한의 전략적 결단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고 비핵화를 장기화하는 ‘스몰딜’은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확실히 해야 한다.

국제 공조, 특히 한·미 공조를 튼튼히 유지해야 한다. 한국이 국제 공조의 취약한 고리로 인식되고 북한에 의해 악용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남북 경협을 추진하기 위해 대북 제재를 완화하거나 우회하려 할 경우, 한국이 고립되고 제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염두에 둬야 한다. 남북 경협이 대북 레버리지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한국이 북한의 인질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남북 경협의 큰 그림은 제시하되 실행은 비핵화의 진전과 맞춰 나가야 한다. 한국 정부가 틈만 나면 제재를 우회하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평가받는 순간 한국은 고립되고 배제될 것이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비핵화와 남북 경협의 선후 관계와 수준을 설정하고 철저히 지켜야 한다.

한·미 동맹과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방안에도 더욱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미 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는 노력은 비핵화를 방해하는 게 아니라, 북한 핵무기의 정치·군사적 효용성을 상쇄해 북한의 비핵화 결단을 촉구하고 비핵화 과정을 촉진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데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접근은 북한 비핵화의 장기화 국면에서 더욱 큰 의미가 있다. 확장 억지에 대한 협의와 구체화를 위한 노력 강화를 통해 이를 실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추가적인 비용이 요구된다면 우리가 부담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전개되고 있는 미국과 북한의 대치 국면에서 우리는, 평화의 환상이 아닌 안보의 현실에서 대북 정책을 검토·조정하고, 북한 비핵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를 실현할 수 있는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 본 글은 3월 19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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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연구부문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