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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개최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실무협상에서 미측이 6조원을 요구했다고 전해진다. 터무니없는 액수다. 향후 큰 진통이 예상된다. 반미운동을 해왔던 단체들은 이참에 동맹을 깨자고 나설 테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단체들은 당황해할 것이다. 이나저나 국내 정치적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 상황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과욕에 근본 원인이 있지만 정부의 잘못된 판단도 간과할 수 없다. 작년에 다년 계약을 할 수 있었음에도 금액 좀 줄여보려다가 1년 계약을 함으로써 최악의 상황을 초래했다. 재선을 앞두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외교 성과로 내세우려는 트럼프의 압박을 예상하지 못했단 말인가. 더욱이 일본과 유럽에 앞서 우리가 먼저 협상을 하게 됨으로써 매를 먼저 맞게 되는 불리한 상황인데도 말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 아닐 수 없다.

합의가 필요한 협상은 어느 일방만이 유리한 것이 아니다. 냉정하게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한다면 해법은 있다. 먼저 광의의 책임분담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지금과 같은 주둔비용 분담으로 갈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책임분담은 동맹관계 유지에 드는 전반적인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다. 주둔비용 지원 외에 미국 무기구매, 해외파병 등 미국의 안보 구상에 대한 지원, 전략자산 전개나 연합연습과 같이 주한미군 유지 비용을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책임분담의 경우 현재와 같은 1조389억원의 총액 지원을 유지해도 미국이 요구하는 6조원을 채울 수 있다. 이미 향후 3년간 12조원 규모의 미국 무기구매를 약속했으니 연간 4조원이며, 토지 임대료 등 간접 지원 비용을 고려할 때 용산 기지가 이전된 이후에도 1조원 이상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실속이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 입맛에는 맞을 수 있다. 대선 과정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을 여섯 배나 증액했다고 선전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과는 별개로 기존 방식대로 직접 분담금의 증액을 희망할 것이다. 현재 주둔비용의 50%로 추정되는 한국의 분담률을 100%로 증액하려 할 것이고, 전략자산 전개나 연합군사훈련 비용을 포함하려 들 것이다. 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한 환경치유 비용을 우리가 부담하도록 요청할 수도 있다. 융통성 있는 예산 집행을 위해 총액 지원을 요구할 것이다. 다만 일부의 우려처럼 연간 2조원을 웃도는 주한미군 인건비 지원을 요구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용병 문제가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예산에서 미군 인건비를 빼는 것이 정치적으로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을 활용하면 우리에게도 기회가 있다.

먼저 전략자산 전개나 연합군사훈련 비용은 상당 부분 부담한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니다. 이미 전략자산 전개가 없고 훈련도 축소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후 정산 방식으로 합의하면 실질적으로 큰 부담은 없다.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 경비를 부담하고 한국은 주한미군 주둔에 필요한 시설과 공역을 지원한다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5조의 위반이지만, 협정을 개정하면 된다. 환경치유 문제는 다년 사업으로 추진하면 그 금액은 제한된다. 또한 국내 업체를 선정해서 지원하면 우리 경제에 환수되는 경기부양책일 수도 있다. 이 정도면 약 2조원을 넘는 수준이다.

또 하나의 카드가 있다. 미국이 과도한 분담을 요구하면 일본처럼 개별항목 지원으로 가겠다고 주장하면 된다. 총액 지원 방식은 미국에 상당한 예산 집행상의 융통성을 부여한다. 과거에도 미국은 이 돈을 아껴서 기지 이전 사업에 활용했다. 일본 수준의 분담을 총액 지원으로 할 경우 우리는 세계 최고의 방위비 분담국가가 된다. 일본이 주둔비용의 75%를 분담한다고 전해지는 만큼, 우리가 분담할 최대금액은 1조5000억원 선이 될 것이다. 많은 금액이지만 북한의 핵 위협과 연간 30조원의 대미 무역흑자를 고려하면 레드라인으로 볼 수 있다.

 

* 본 글은 9월 30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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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신범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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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철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선임연구위원으로 재직중이다. 1995년 국방연구원에서 연구활동을 시작한 이래 국방연구원 국방정책연구실장(2008), 국방현안연구팀장(2009), 북한군사연구실장(2011-2013.6) 등을 역임하였다. 신 박사는 국방부장관 정책보좌관(2009-10)과 외교부 정책기획관(2013.7-2016.9)을 역임하며 외교안보현안을 다루었고, 2018년 3월까지 국립외교원 교수로서 우수한 외교관 양성에 힘썼다. 그 밖에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 국회 외통위, 국방부, 한미연합사령부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였다. “북한군 시크릿 리포트(2013)” 및 “International Law and the Use of Force(2008)” 등의 저술에 참여하였고,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과 관련한 다양한 글을 학술지와 정책지에 기고하고 있다. 신 박사는 충남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을 수료하였으며, 미국 조지타운대학교에서 군사력 사용(use of force)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