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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회담 ‘큰 거래’ 시간 부족
北은 실무회담 대신 담판 선호
트럼프는 各論 취약 成果 급급

의미 있는 거래는 核신고·검증
중·단거리 미사일 문제도 대상
文정부가 관철 위해 앞장서야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열흘도 남지 않았다. 미국과 북한 간 탐색전은 끝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수 싸움이 시작된다. 그런데 결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최근 미국은 최대한 압박(Maximum Pressure)에서 최대한 관여(Maximum Engagement)로 선회하고, 북한과 크게 주고받는 ‘큰 거래(big deal)’를 추구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만일 큰 거래가 성사된다면 우리가 바라던 비핵화, 남북관계 개선, 평화체제 수립 등이 가시권에 들어오고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쌍수 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큰 거래보다는 작은 거래, 그것도 나쁜 작은 거래(bad small deal)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서두르지 않고 핵과 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는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이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물리적으로 큰 거래를 만들기에는 절대 시간이 부족하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평양을 방문해 2박 3일 동안 12개 사항을 북한과 논의했다고 한다. 아마 비핵화 개념과 조치, 제재 해제나 완화의 범위와 단계, 종전선언과 평화 체제, 미·북 관계 개선 등이 핵심이었을 것이다. 정상회담 합의문 작업을 위해 곧 미국과 북한 실무회담이 개최되겠지만, 시간 압박 때문에 졸속 합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지난해 6월 1차 정상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난 자리에서 타결하는 ‘하향식(top-down)’ 협상을 하기 위해 실무협의를 공전시키려 할 것이다. 1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판문점에서 열렸던 성 김 대사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 간 실무협의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각론(各論)에 관심이 부족한 트럼프 대통령의 특성과 외교적 성과(成果)가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적극 활용하기 위한 회담 전략을 구상할 것이다. 곧 있을 실무협의에서 입장을 밝힐 것이지만, 합의를 거부하고 미국을 압박할 것이다. 그 경우 1차 정상회담 합의사항의 진전처럼 보이지만, 실질적 의미가 미흡한 합의가 나올 것이다. 이런 이유에서 미 의회 주요 인사들과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이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미 있는 거래의 핵심은, 농축 우라늄을 포함한 포괄적인 핵(核) 신고와 철저한 검증에 있다. 과연 북한이 필요하고 충분한 신고와 검증을 수용할 것인지 의문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핵시설을 공개하는 것은 적(敵)에게 공격 목표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 만큼 우리가 원하는 핵심 미공개 정보를 북한이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북한은 이를 다음 단계에서의 협상 지렛대로 활용하면서 협상의 단계를 최대한 늘리려고 할 것이다.

현재로썬 2차 미·북 정상회담이 큰 거래가 아닌, 작은 거래 또는 나쁜 거래로 결론 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러한 결과를 방지하기 위해선 우리가 바라는 큰 거래의 내용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요구하며 연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큰 거래에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어낼지보다는 무엇을 줄지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사업 재개 등이 그 예다. 또한, 에너지나 철도·도로 현대화와 연결 사업 등도 대상일 것이다. 이 모든 사업은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 없이는 추진될 수 없다. 그러므로 큰 거래를 통해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 영변 핵시설의 동결과 폐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포괄적인 신고와 검증을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의 안보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지만, 미국의 관심이 덜한 단·중거리 미사일 문제도 거래에 포함되도록 요구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 간의 거래가 한·미 동맹과 연합방위 체제의 약화로 이어지지 않도록 명확히 해야 한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종전선언이다. 정치적 선언이라 할지라도 북한은 이를 매개로 해서 동맹을 흔들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큰 거래가 되더라도 이를 이행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고, 제네바 합의나 9·19 합의 때와 마찬가지로 언제든지 좌초될 가능성이 있다. 비핵화 이행 과정을 보장·촉진하며, 우리의 안보를 답보하기 위해 비핵화와 동맹에 대해 분리 대응해야 한다. 동맹 조정은 비핵화가 확실히 이뤄진 이후에 고려하고, 동시에 위대한 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 본 글은 2월 19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최강
최강

부원장(원장 직무대행); 수석연구위원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