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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을 맞이하면서 우리의 주변정세를 살펴보면 희망과 기대보다는 걱정과 불안이 앞선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우리 주변국들의 관계가 새로운 판짜기에 들어가면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증가하고, 우리의 입지는 축소되고 강대국 관계의 하부구조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예의주시할 변화는 미국-중국-러시아 3자 관계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세계유일초강대국 미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전략적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다. 아태지역에서는 남중국해문제, 유럽에서는 크림반도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이런 대결 구도는 더욱 고착화되어 왔다. 그러나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국내외 비판과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당선자는 선거 기간 중 러시아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고, 초대 국무장관에 사업상 러시아와 많은 교류를 가져온 렉스 틸러슨 엑슨 모빌 최고경영자를 내정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러시아 정책이 대립과 갈등보다는 대화와 협력에 중점이 두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나아가 미국 대 중국-러시아 대결구도를 흔들어 중국의 도전을 차단·견제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적 포석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국내문제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외환경이 필요한데, 가장 시급한 것이 유럽과 중동지역의 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러시아와의 관계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석삼조(一石三鳥)의 효과를 거두는 “신의 한 수”로 보인다.

러시아도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필요로 한다. 유럽과 미국 사이를 갈라 놓을 수 있다면 유럽연합과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동진을 막고 구동구권에 대한 러시아 영향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선다. 또한 중동문제에 관한 지분과 영향을 인정받고 진출을 확보할 수 있다.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중국의 과도한 부상과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견제함과 동시에 동아시아지역으로의 진출도 모색하여 러시아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러시아 관계가 대결에서 협력의 방향으로 선회하는 것과는 달리 트럼프 행정부하에서의 미국과 중국관계는 협력과 경쟁에서 갈등과 마찰로 전환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가 중국과의 통상문제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관계는 통상문제를 중심으로 전개될 것이고, 마찰 빈도는 증가하나 강도는 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자는 통상문제를 넘어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고 절대 양보불가라고 여기는 “하나의 중국원칙(One China Policy)”을 서슴없이 건드리는 행보를 취하며 중국을 자극했다. 350척의 전함(잠수함 포함)을 가진 “위대한 미국 해군”을 건설하겠다는 것도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고 미국 우의의 해양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신형대국관계를 추구하는 중국은 예상치 못한 트럼프라는 강력한 견제와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집권 2기 맞이하여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시진핑 주석으로서는 이러한 도전에 순응할 수 없다. 중국도 나름대로의 판짜기에 나설 것이다. 강한 상대보다는 약한 상대를 찾아 공략할 것이고, 일차적 대상이 한국과 태국, 필리핀과 같은 일부 동남아 국가들이다. 우리가 원하건 원하지 않건 우리는 미중 대결구도 속에서 “러브콜”이 아닌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다.

트럼프 당선으로부터 시작된 강대국들의 새 판짜기게임에서 우리의 안전과 평화를 보장하고 번영의 제공하는 것은 한미동맹이다. 또한 한미동맹은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전략적 지렛대이고 중국의 협조와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자산이다. 따라서 지금은 한미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변환기에 한미동맹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한반도는 물론 동아시아 지역안보구도에 대한 한미간 공통의 인식과 이를 만들어가기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북핵문제라든지, 통상문제와 같은 현안에 관한 협의와 협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강대국들의 새판짜기 게임에서 우리의 국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한미관계의 지향점을 설정하고 한미동맹의 부가가치를 증가시키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여 새로운 판짜리에 참여하는 한편, 북한 문제에 관한 러시아의 긍정적인 역할을 확보하는 것도 적극 추진하여 중국의 과도한 영향력을 견제하고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 본 글은 1월 3일자 동아광장에 기고한 글을 보완 작성하였으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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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최강

연구부문 부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부원장이자 수석연구위원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