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2021년과 2022년의 국제질서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미중 전략경쟁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라는 두 가지 문제이다. 이 두 가지 요인으로 인해 국가간 연결(coupling) 속의 단절(de-coupling)이라는 현상이 심화되고, 협력을 이야기하면서도 실제로는 갈등과 대립이 증대되면서 불안과 혼돈이 가중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중 전략경쟁은 주요 국가들의 경쟁적인 국제질서 재건 움직임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국제질서 재건의 방향성이 서로 달랐고, 자기중심의 국제질서가 지니는 정당성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는 점이다.

미국은 바이든(Joe Biden) 행정부 출범과 함께, 트럼프(Donald J. Trump)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의 상흔(傷痕)을 치료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축되었던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수호하고 재건하려 하면서도 여기에 ‘가치’와 ‘체제’의 경쟁을 접목하였다.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국제질서 구축 움직임을 수정주의(revisionist)라고 비판했던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이어받으면서도,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가진 기존 체제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훼손하는 행위를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년의 해를 맞아 ‘샤오캉 (小康)’ 사회의 실현 등 시진핑(习近平) 주석의 업적을 강조하고 ‘공동부유 (共同富有)’ 등 새로운 100년을 향한 전진을 다짐했다. 즉, 기존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지니는 한계를 극복하는 대안으로 중국식 모델을 내세운 것이다. 러시아는 아시아-태평양 지역(Asia-Pacific)에서는 중국의 질서 구축 움직임에 동참하는 한편, 미국이 떠난 중근동 지역을 중심으로 과거 소련시대의 영향력을 부활하기 위한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그림 1] 취임식 연설중인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중국 공산당 100주년 기념식에서의 시진핑 중국 주석
그림1
출처: Reuters, 연합뉴스.
 

COVID-19는 이러한 재건 과정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그 재건의 방향성을 불투명하게 만들기도 했다. 2020년에 이어 계속된 코로나 발원지 책임논쟁은 미국과 중국으로 하여금 서로 자신이 지향하는 가치와 체제의 우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되었지만, 동시에 COVID-19가 불러온 국제적 거리두기 상황은 경쟁이 물리적 충돌로 격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각 국가들의 경쟁적 국제질서 재건 움직임의 방향성은 비교적 뚜렷했지만, 동시에 국제사회의 불안정성과 불투명성 역시 증가하였다. 이러한 불안정과 불투명성은 (1)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재건과 관련된 구체적인 정책의 미흡, (2) 장기전이 될 수밖에 없는 질서 경쟁 속에서 누가 우위를 점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 다른 전망, (3) 어떤 국제질서 재건에 참여하는 것이 최선인가에 대한 각 국가들의 고민으로 인해 생겨났다.

 

▮ 2021 년 평가: 혼돈의 시대

 
트럼프 대통령 시기에 무역분쟁으로 시작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은 2021년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점차 영역이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과 중국 간의 관계는 가치, 규범 그리고 체제 경쟁으로 비화하고 정치, 경제, 군사 등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향후 국제질서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전략적 경쟁 양상이 더욱 강화되었다. 이러한 전략경쟁은 과거 미소 간 냉전시기와는 달리 경제적 상호의존성, 기후변화, 환경, 전염병 등과 같이 협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들의 부상으로 인해 전면적인 충돌이나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그러나, 3월 앵커리지 고위급회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은 중국과 기후변화 등 인류 공통의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하기로 하면서도 탄소중립 기준의 강화 등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내었다.

“미국이 돌아왔다(America is back)”라는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 복원을 추진하고, 제반 분야에서 미국의 우월성을 회복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에 추가하여 미국-영국-호주 간 3각동맹 ‘오커스(AUKUS)’를 출범하는 등 동맹과 우방의 네트워크를 강화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과의 경쟁 전선을 자유와 인권과 같은 가치, 자유주의적 질서 및 체제, 첨단 기술 등으로 확대해 나가면서도 전면적인 충돌을 회피하고자 했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과 대치를 초래할 수 있는 대만 문제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11월 16일 시진핑 중국  주석과 가진 화상 정상회담에서 “미국은 ‘하나의 중국(One China)’ 정책을 장기적으로 일관되게 시행해왔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중국은 2021년을 하나의 100년 목표를 달성했다고 공표하고 중국 중심의 질서와 체제를 구축하는 노력을 경주하였다. 중국은 아프리카, 중동, 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협력망 구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과의 관계를 구축하고 중앙아시아로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의 협력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러시아는 미국이 유엔(United Nations, UN)에 제출한 미얀마 군부 제재 결의안에 대해 중국과 보조를 같이하여 반대하면서도 중동과 근동 지역에서는 자체의 발언권 확보를 위해 부심하였다.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은 10월 21일 모스크바에서 중국, 이란, 탈레반 대표단 등 10개국 안보대화를 열고 협력을 다짐한 바 있다. 러시아는 2021년 중 이라크에 원전 공급 타진, 이란에 ‘스푸트니크 V’ 백신 공급, 러시아-터키 간 협의 채널 유지 등을 통해 중근동 지역에 러시아의 역할을 확실히 각인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하였다. 또한, 러시아는 2014년에 있었던 크림반도 합병에 그치지 않고 우크라이나를 압박함으로써 유럽 지역에서의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확대를 견제하고 동시에 동유럽에서의 전통적 영향력을 복원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나타냈다. 2021년 말 러시아는 기존 7만 명에 더하여 국경지역에 10만 명에 달하는 병력을 추가로 배치할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질서 재편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자기 방식’의 강조는 그 이전까지 공통의 관심사였던 영역들에 대해서도 국가 간의 공조망을 약화시켰다. 또한, 주요 국가 간 전략경쟁 속에서 누구도 권위 있는 조정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UN 등의 국제기구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혼돈의 시대가 계속되었다. 이는 북한 핵 문제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북한은 지속적으로 핵과 미사일을 중심으로 한 군사력 증강을 추진하며 한국에 대한 위협을 더욱 증가시켰다. 2021년 1월에 개최된 제8차 노동당 대회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전술핵무기 개발, 초대형 핵탄두 생산, 극초음속활공체(Hypersonic Gliding Vehicle, HGV), 수중 및 지상발사 고체연료 엔진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핵잠수함 및 수중발사 핵전략무기 개발이라는 5대 과업을 제시했고, 이 중에서 전술핵무기, 극초음속활공체, 고체연료 엔진, 수중발사 전략무기 개발에서 진전을 보이며 한국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증가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동맹과 우방국들의 관심과 협력, 중국과 러시아, 일본과 같은 주변국들의 협력, 나아가 국제기구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2021년 이들 국가와 국제기구는 북핵 문제에 큰 관심과 해결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북정책 검토를 마치고 4월 말 ‘조율되고 실용적인 접근(calibrated, practical approach)’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을 발표했으나, “언제 어디서든” 대화하겠다는 입장만을 표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제시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전략적 인내 2.0’ 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한반도 내에서 미국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 협력하였다. 북한, 중국 그리고 러시아가 1인 지배라는 특성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세계 혹은 지역 패권을 두고 자유 민주주의 세력 대 전체주의 세력이 경쟁하고 대립하는 현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며, 이로 인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공동의 국제적 노력은 현실화되지 않았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21년에 일어났던 주요 사건들인데, 이는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의 정책 방향을 짐작케 하기 때문이다. 2021년 국제사회의 긴장을 높이는 사건들이 있었는데, 대표적으로 미군의 아프간 철군, 대만해협에서의 긴장 고조, 북한의 미사일 도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군사적 긴장 고조 등을 손꼽을 수 있으며 이 사건들은 2022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은 바이든 행정부에 대한 신뢰에 큰 손상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미군의 철수 이후 지속되는 아프간 내정의 불안과 테러의 발생으로 중근동 지역의 불안감을 증대시켰다. 지난 8월 탈레반의 카불 지역 탈환 이후 주변 지역에 흩어져 있던 알 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lamic State, IS) 대원들이 아프간으로 대거 운집했고, 이는 하부 조직원들의 극단화와 함께 탈레반 정부의 통제력 약화로 이어졌다. 그 결과 지난 10월 아프간에서 잇단 자살테러로 2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억압적 주민통제, 인권유린, 폭탄테러 등이 급증하고 있다.

대만 문제는 미중 갈등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특히 군사적으로 중국의 무력시위는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였고, 미국도 이에 대응하여 대만 근역에서의 해공군 활동을 증가하면서 역내 국가들의 참여를 모색하고 있다. 이에 적극 호응하는 것이 일본과 호주다. 역외 국가인 영국, 독일이 해상훈련에 참여했다는 점은 군사적 긴장감이 지속되고 고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2021년 11월 초 중국은 약 200대로 구성된 대규모 전투비행단을 대만 방공식별구역(ADIZ)에 진입시켰으며, 11월 말에는 중국 핵잠수함이 대만 인근에 출현하여 이를 미군 초계기가 추적하는 상황도 발생하였다.1

북한의 동향 역시 주시할 필요가 있다. 2021년 북한은 총 8차례의 단거리 미사일 실험을 강행했는데, 이는 한국에 대한 핵위협을 증가시키고자 하는 목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북한은 핵과 미사일 발사 모라토리엄을 유지하였지만, 한반도를 겨냥한 핵전력을 집중 발전시키고 있음을 암시함으로써 바이든 행정부의 실용적 대북정책을 역으로 이용하여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려는 의지를 강력히 시사하였다. 미국은 북한에 대해 대화의 길은 언제든 열려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냈지만, 구체적으로 북한 비핵화를 어떻게 달성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하지 못함으로써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자아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이 증가하였고,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증가하였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우크라이나 동부지역의 친소 반란세력을 지원하는 한편, NATO에 맞서 러시아-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등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가중시켜왔다. 2021년 11월 26일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쿠데타 기도세력을 적발하였음을 밝히고, 12월에는 미 언론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보도하는 등 이 지역에서의 긴장 역시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2

한편, 반도체, 배터리,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양자 컴퓨터 등 첨단과학기술 분야에서의 경쟁이 심화되었다. 또한 그동안 중국에 의존해왔던 공급망을 대체할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이 미국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는 점은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상호의존성으로 인해 완전한 디커플링(decoupling, 탈동조화)은 불가능하겠지만 최소한 일정 수준의 분리를 통해 상대방의 위협과 도전에 대응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가속화되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미국을 주축으로 하는 반도체 동맹이다.

다섯 가지 사례를 통해 나타난 2021년의 정세는 한마디로 ‘가중된 혼란’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새로운 질서를 추구하면서도 다른 국가들에 대해 자신들이 추구하는 새로운 질서가 더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확신을 심어주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기존의 국제기구는 분쟁의 해결이나 규범의 위반에 대해 별 다른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총체적인 혼돈의 시대가 나타난 것이다.

 

▮ 2022년 전망: 국제적 일상회복 속에서 격화될 재건 경쟁

 
세계가 COVID-19의 여파로부터 벗어나기 시작하면서 2022년 주요 국가들의 자기중심적 국제질서 재건 경쟁은 더욱 거세어질 것이다. 또한, COVID-19로 인한 국제적 거리두기 속에서 위축되고 변형되었던 국제관계 역시 중요한 재건의 과제가 될 것이다. 미국은 국제적 지도력 회복을 위한 관여의 부담을 동맹국들과 분담하는 한편, 군사적 개입은 최소화하면서도 미중 전략경쟁 구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다만, 강경정책 일변도보다는 新안보 영역에서는 일부 협력적 자세를 견지하면서도 쿼드나 오커스 같은 협력체제를 활용하고 오커스와 유사한 새로운 소다자협력체제 구축을 통해 다층적인 차원에서 대중국 견제 정책을 펼 것이다. 특히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에서의 철군과 같이 국내외적으로 파장을 가져올 행동을 반복하지 않을 것에 유의하면서 국내 반중 분위기를 고려하여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에 대해서는 북한의 도발이 없는 한 제재를 유지하는 가운데 대화의 문은 열어 두는 접근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해서는 안보, 경제는 물론 인권 문제와 대만 문제를 통해 압박을 지속하면서 대중국 연대의 확장과 강화를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2년 중국은 시진핑의 3연임을 계기로 시진핑 장기 집권의 기반을 더욱 강화하려 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권위주의 국가들과 국제적 연대를 확대하려 할 것이다. 특히 중근동의 권위주의 국가들과 대테러 연대와 ‘일대일로(一带一路, Belt & Road Initiative)’ 협력을 통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제고하는 한편, 아프간 사태 이후 강화하고 있는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대만 해협 등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하여 미국의 동맹외교에 대응하고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려 할 가능성도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러시아의 반응이다. 그동안 러시아는 냉전 이후 새로운 국제질서에 대한 강대국 간 합의가 없었다는 점에 강력한 이의를 제기해 왔다. 국제질서를 유지하는 데 있어 주요 국가 간의 합의를 강조하는 푸틴의 정책은 결국 미중 전략경쟁에서도 나름의 목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정책으로 나타날 것이다. 러시아는 전통적인 지정학, 세계적 에너지 수급, 그리고 첨단기술 영역에서 자신들의 영향력과 레버리지를 확장하려 할 것이며, 이는 미중 전략경쟁의 또 하나의 변수가 될 것이다.

일본 역시 2021년 11월의 중의원 선거를 통해 집권 기반을 다진 기시다 내각하에서 자신들의 운신의 폭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2022년에는 ‘적 기지 공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가, 헌법 개정 등을 통해 이러한 구상을 가시화할 것이다.

북한은 강력한 시장 통제와 기강 확립을 위한 김정은식 공포정치의 대중화를 통해 대북제재의 여파를 극복하고 대미협상에서의 레버리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2022년 북한의 딜레마는 바이든 행정부의 무관심일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북한의 미국 본토공격 방어 능력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북한은 이러한 미국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 여건에 따라 2021년에 추구한 ‘통남봉미 (通南封美)’ 전략을 확대하거나 혹은 전혀 다른 차원의 핵과 미사일 능력 과시를 통해 미국의 긴박감을 높이려 할 것이다.

유럽은 이미 2021년 미중 전략경쟁 속에서 나름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고민을 나타내 왔다. 미국과 중국이 제시하는 질서를 무조건 수용하기보다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유럽의 역할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미국과 중국의 질서 재건 경쟁 속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그로 인해 유럽의 구상과 이익이 반영된 새로운 질서를 만들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유럽의 움직임은 2022년에 들어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개별 국가 차원에서는 서로 다른 색깔의 정책이 추구될 수 있지만,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차원에서는 되도록 통일된 방향성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을 비롯한 동남아 국가들의 고민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세안 국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협력이 아세안 전체보다는 주요 국가만을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어 미국의 대중국 견제 움직임에 쉽게 동참하지도, 그렇다고 중국 측에 기우는 행보를 보이지도 않는 모호한 행보를 지속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세안 국가들 역시 종래와는 달리 내부적인 결속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아세안 중심성 (ASEAN Centrality)’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중근동 지역 역시 격랑이 예상된다. 2021년 6월 새롭게 들어선 이스라엘 정부는 미 민주당 정부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트럼프 행정부 시절 맺어진 ‘아브라함 협정 (The Abraham Accords)’의 연장선상에서 이란 강경파의 역내 영향력 강화를 우려하는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과 협력을 강화하려 할 것이다. 이란은 미-이란 핵 협상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대미 강경책을 지속할 것이다. 2022년 이 지역의 관건은 근동지역인데,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지도부가 통제력을 잃고 정국 불안이 빠르게 악화될 경우 인근 지역에서 과격주의자들의 활동이 더욱 거세어질 수 있으며, 이는 중근동 및 중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을 고조시킬 수 있다.

2022년 세계는 일상으로의 복귀를 위해 노력할 것이지만, 회복되는 일상의 모습은 결코 과거와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등장한 백신 여권이나 백신 패스와 같이 과거에 존재하지 않았던 증명서들이 일상 속에 자리 잡게 될 것이며, 온라인 시장 중심으로의 유통 및 소비 구조 개편도 지속되어 과거와는 다른 국제적 소비문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팬데믹 기간 동안 경제 침체 극복을 도모했던 양적 완화 조치들이 인플레이션이나 테이퍼링(tapering) 등의 경제 문제로 변모하게 되어, 세계 경제의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주요 국가들이 경쟁적으로 자기중심의 국제질서 재편을 외치는 가운데 나타나는 불가피한 혼란은 과학기술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이다. 디지털 규범(digital regulation), 디지털세(digital taxation), 데이터 자본주의(data capitalism), 기술권위주의(techno-authoritarianism) 등 신기술 관련 다양한 이슈와 관련하여 새로운 규범을 요구하는 국제적 목소리 역시 거세어질 것이다. 이러한 변화 전망들을 종합하여 볼 때, 2022년 정세의 특징들은 다음과 같이 집약될 수 있다.

 
1. 본격화될 재건 경쟁

2021년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더 나은 미국 재건(Build Back Better)’이라는 구호를 내세우고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맹주로서의 주도권을 회복하려고 하였으나, 성과는 미미했다. 그 결과 2022년 미국은 바이든 행정부 2년 차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재건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은 미국 중간선거가 있는 해이다. 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2021년 10월 지지율은 42% 선으로 트럼프를 제외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대통령들에 비해 뒤지고 있다.3 현재의 지지율대로라면 민주당의 중간선거 승리를 낙관하기 힘들고, 자칫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 동력의 급격한 약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바이든은 이를 미중 전략경쟁을 통해 타개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즉, 미중 전략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일관성 있는 대외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권, 민주주의 등을 둘러싼 가치 경쟁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중국 역시 이에 대해 수세적으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다. 시진핑 정부는 20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민족주의 정서를 고취하며 시진핑과 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핵심이익의 수호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할 것이다. 이것이 대만과 홍콩 문제,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 남중국해에서의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 문제 등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미중간 갈등과 충돌은 더욱 격화될 것이다. 또한, 중국은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대만해협 등 동북아 지역으로 확대하여 미국의 동맹외교에 대응하고 미국에 대한 억제력을 높이려 할 것이며, 이는 동북아와 인근 지역의 군사적 긴장을 높이는 주요 요인의 하나가 될 것이다.

 
2. 일상회복 시대의 주도권을 향한 각축

COVID-19 팬데믹으로부터 일상을 회복하는 것은 2022년 국제사회의 공통된 희망이자 목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백신의 보급 확산과 아울러 경구 치료제의 개발과 보급으로 인해 신종 코로나는 인류와 공존하고 있는 수많은 바이러스들 중 하나가 될 수도 있다. 접촉(contact)시대가 재개된다는 것은 각 국가들의 상호의존 관계가 다시 긴밀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격리와 단절 시대에는 크게 와닿지 않았던 국제질서의 주도권 문제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 세계적 ‘일상 회복’ 시대에서 누가 국제질서를 이끌고 나갈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크게 두 가지 차원에서 진행될 수 있다. 첫 번째는 불평등의 해소 문제이다. 경제적 격차에 따라 백신의 보급과 접종이 국가적, 지역적인 격차를 갖게 됨에 따라, 국제적 차원의 일상 회복에 있어서 부국과 빈국 간의 백신 접종 불평등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이로 인한 국가적 집단면역의 격차는 2022년 본격적인 국제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두 번째는 협력망의 조정과 재구성의 문제이다. 앞서 지적하였듯이 일상회복 시대에 접어든다고 하더라도 이전 상황으로의 회귀보다는 새로운 형태의 생활 양식이 점차 자리를 잡아갈 것으로 예상되며, 일종의 비접촉과 접촉이 혼재하는 하이브리드형이 될 것이다. ‘COVID-19’로 인해 촉발된 국가 간 신뢰와 적당한 거리두기의 관행은 앞으로도 상당한 후유증으로 남을 것이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경제를 회생하고 발전을 모색하고자 모든 국가들이 노력할 것이며 국가 간 협력망의 재구성이 모색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그리고 여타 주요 국가들은 이러한 전략경쟁 속에서 자국이 꿈꾸는 국제질서 속으로 다른 국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노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다.

 
3. ‘믿을만한 친구’의 선별

미국과 중국이 지향하는 국제질서가 재건되고 정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 국제질서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기여할 수 있는 국가들의 협력이 요구된다. 즉, 단순히 외교적인 수사(修辭)의 지원이나 원칙의 천명을 넘어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이 표방하는 가치를 공유하고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함께 운영해줄 협력자가 긴요하게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욕구는 협력대상을 넓혀나가야 할 중국보다는 기존의 동맹/우방국들을 지키고 재구성해 나가야 할 미국에게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기존 동맹과 우방국들의 기여나 효용을 점검하고, 신뢰성에 입각하여 동맹의 등급을 분류하며, 이에 따라 호혜적인 안보공약을 제공하는 미국의 움직임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동맹 분류’ 혹은 ‘믿을 만한 친구’를 선별하는 미국의 정책은 2022년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그림 2] 미국, 호주, 영국 간의 3각동맹 오커스 발족 회의
그림2
출처: Reuters.
 

4. 확대되는 전장(戰場), 가중되는 혼란
 
주요 국가들의 국제질서 재건 움직임은 2021년 중 이미 다양한 전장(戰場)에서 나타났고, 이러한 경향은 2022년에 더욱 강화될 것이다. 중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권위주의 연대의 확장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은 인권과 지적재산권 절취(Intellectual property theft), 그리고 불공정 무역과 항행의 자유 등과 관련된 다양한 가치의 문제를 제기할 것이며, 이는 미국의 비판과 제재 대상이 중국을 넘어 중국과 연대하는 다양한 국가들로 확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은 신장위구르, 홍콩 등에서의 정치적 탄압에 더하여 미얀마 등에 대한 정치외교적 공세를 강화할 것이며,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대응을 촉구할 것이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2년에는 중심기술을 놓고 보다 세분화된 전략과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각국은 기술확보를 위해 대규모 과학기술 투자를 행하고 첨단산업에 대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지역화, 배타적 기술동맹 구축이 가시화될 것이다.

이러한 확대된 전장은 주요 국가들을 제외한 여러 국가들에게는 당혹스러운 상황을 제기할 수 있다. 주요국 간 질서 재건의 방향성은 이미 보이지만, 그로 인해 어떠한 세계가 도래하고 어떠한 국제질서가 자리잡게 될지, 그 새로운 국제질서 속에서 안정과 번영을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불투명성과 긴장이 배가되는 것이 2022년의 특징이다.

선택의 문제에 직면한 대표적인 지역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이라 할 수 있다. 유럽은 영국의 EU 탈퇴 이후 통합된 행위체로서의 기능이 상당 부분 약화되었으며, 미중 간 전략경쟁에 있어서도 국가마다 서로 다른 정책 방향을 나타냈다. 동남아 지역의 경우 미국의 복귀를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미국이 지역 국가들의 기대에 부흥하는 정책과 행동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계속 작동할 것이다. 또한, 미국은 동남아 국가들이 바라는 포괄적 안보보다는 전통적 안보 중심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에서 군사적 충돌에 대한 연루(entrapment)의 우려가 증대될 것이다.

 
5. 증폭되는 지역 불안정
 
2021년 중 이미 나타나기 시작한 각 지역에서의 불안정성 역시 2022년의 중요한 특징이 될 것이고, 북한, 대만, 우크라이나가 그 주요 지역이 될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미군이 떠난 아프가니스탄의 불안정과 테러의 발생 및 확산도 국제사회를 긴장하게 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가. 높아지는 북한의 도발 수위와 긴장의 한반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심각한 불안요인은 북한이다. 2021년 중 북한은 핵 및 재래식 전력 증강이 지속됨을 시위하였고, 신형무기체계를 개발하여 한국과 일본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중시켰다. 2022년 중 북한이 ICBM 시험발사, 핵실험 등과 같은 전격적인 대미 전략도발을 선택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이는 다른 어떤 지역보다도 한반도의 긴장감이 높아질 것을 의미한다.

2021년도 미사일 도발이 북한이 8차 당대회에서 예고한 핵무력 고도화 계획을 충실히 따른 결과라는 점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은 2022년에도 핵무력 고도화 로드맵의 나머지 부분인 전략무기들을 선보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북한은 전략무기의 실험발사 대신 신형무기 공개를 통해 한미 양국을 긴장시키는 수법을 써왔다. 2020년 10월 10일 당 창건일 열병식 때 ‘화성-16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ICBM과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ubmarine 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 ‘북극성-4형’)을 공개해놓고도 실제 발사시험을 실시하지 않았고, 거의 정확히 1년 후 개최된 10월 11일 무기 박람회 ‘자위 2021’에서도 다시 한번 신형 ICBM과 SLBM을 공개하였다.

공개를 통한 무력시위는 분명히 효과 면에서 한계가 있으므로, 북한은 미국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지상 고체연료 ICBM을 노출시키거나 북극성 계량형 SLBM의 실험발사를 강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이 레드라인으로 간주할 수 있는 신형 ICBM의 발사시험은 2022년도에도 자제하고 대신 SLBM 테스트에 주력할 수도 있다.

북한은 대미 무력시위의 수위를 높이면서 남한에 대한 도발도 자행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전략무기를 통한 무력시위만으로는 더욱 시급한 현안들이 산재해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주의를 환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새로운 한국 정부에 대한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연평도나 휴전선에서의 포사격 등과 같은 충격 요법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 기존보다 강도 높은 북한의 무력시위와 미사일 도발 가능성은 새 정부가 취임하는 5월과 11월 미국 중간선거 사이에서 더욱 농후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2022년 대화보다 도발에 더 치중할 것으로 예상되는 또 다른 이유는 강화되고 있는 내부통제이다. 이는 단순히 북한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기강 확립 차원의 숙청과 탄압을 넘어 사회와 경제 부문에 대한 탄압의 제도화라고 할 수 있으며, ‘김정은주의’로 대표되는 우상화와 사회기강 확립, 그리고 장마당 탄압으로 발현된다. 만약 북한이 한국과 미국에게 유화적인 자세를 취한다면 이는 COVID-19로 인한 방역조치와 장기 제재로 인해 파탄이 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 일 것이다. 즉, 북한이 장마당을 탄압하고 외부 정보 유입을 더욱 강력하게 처벌한다는 점은 북한이 당분간 외부와의 관계 개선보다는 내부결속을 통한 외부와의 대립에 방점을 둘 것임을 강하게 시사한다.
 
나. 대만해협에서 군사충돌 발발의 가능성
 
대만해협의 불안정성 증가도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항이다. 시진핑 정부는 2022년 20차 당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민족주의 정서를 고취하며 시진핑과 당에 대한 지지를 유도하려 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지속적으로 핵심이익의 수호와 중화민족의 부흥을 강조할 것이다. 이것이 대만과 중국, 미국과 중국 간의 군사적 긴장고조를 유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2022년에 시진핑 정부가 대만에 대한 무력 통일을 감행할 가능성은 낮지만, 미국과 대만에게 대만의 독립은 불가하다는 메시지를 전할 뿐 아니라 시진핑 3연임 및 ‘사회주의현대화강국(社会主义现代化强国)’이라는 새로운 목표 추진을 위한 모멘텀을 확보하기 위해서 대만해협에서 의도적인 군사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중국의 군사동향을 고려할 때, 중국은 대만해협에 대한 회색지대(gray zone) 분쟁 전략, 대만 주변 해역 및 본섬에 대한 미사일 위협 시위, 그리고 대만의 일부 섬 점령 등의 군사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 우선, 중국은 2021년부터 개정된 해경법(2021년 2월 발효)과 해상교통안전법(2021년 9월 발효)에 따라 대만해협을 포함한 관할해역을 관리하고 있는데, 중국은 대만해협에서 해경과 해상민병대를 동원하여 외국 조직 및 개인에 대한 무력 사용, 외국선박에 대한 강제도선 등 대만해협에서 회색지대 분쟁을 추진할 수 있다.

두 번째 형태는 중국이 대만에 대한 둥펑-11, 둥펑-15, 둥펑-16 등 단거리탄도미사일(Short Range Ballistic Missile, SRBM) 등의 시험 발사를 통해 대만 내에 안보불안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미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량의 SRBM을 대만과 근접한 푸젠성과 광둥성에 배치하고 있다. 중국군이 대만 주변 해역이나 대만 본섬 내 인구밀집지역 근처 야산 등을 목표로 미사일 타격을 가한다면, 대만인들은 안보위협을 느끼고 정부의 독립노선에 대해 반발할 수 있다.

마지막 극단적 형태는 점령이다. 미국과 대만과의 관계가 강화되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박의 일환으로 푸젠성 인근에서 대규모의 상륙작전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에 편승한 대만의 국제적 지위가 빠른 속도로 확대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이 훼손되는 경우, 중국은 무력통일에 유리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서 진먼다오(金门岛)나 펑후열도(澎湖列岛)를 점령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중국군이 우세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목표 섬 내 대만군 기지에 대한 미사일 타격을 실시한 후에 동부전구의 집단군이 상륙작전을 실시한다면, 대만의 항전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군사력이 투사되기 전에 점령작전이 끝날 수도 있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당분간 중국은 대중국 국제연대를 강화시킬 수 있는 군사력을 이용한 대만과의 통일을 추진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중국몽 실현 시기가 2049년이기 때문에 대만과의 통일은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중국은 대만에 대한 외교적, 경제적, 군사적 압박을 통해서 미국의 역내 개입을 방해하거나 내정 간섭을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을 비난하거나 권위주의 국가들과 연대를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군사적 측면에서는 해상과 공중에서 무력시위의 강도와 빈도를 높여 나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 러시아와 EU의 갈등 그리고 우크라이나 분쟁
 
유럽-러시아 관계는 긴장이 심화될 것이고, 우크라이나에서 무력침공 가능성도 증가할 것이다. 2021년 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군사 훈련 및 병력 증강 등으로 긴장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2022년 초반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을 저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를 침략할지도 모른다고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4

러시아는 전면적인 군사 침략에 앞서 군사력 증강 배치나 대규모 군사훈련 등과 같은 무력시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정부를 압박하여 반러 정책의 추진을 제약하려 할 것이다. 또한 2014년 크림반도 합병의 경우처럼 우선 돈바스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친러시아계 분리주의 반군에게 대대적인 군사지원을 하고, 분리독립을 선언한 이후 러시아군을 진군시켜 러시아로 편입하는 방안을 추진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문제는 이러한 러시아의 움직임에 대해 미국과 유럽은 마땅한 군사적 대응방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지원 강화와 러시아에 대한 제재일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압력 혹은 침공으로 인해 제2의 크림반도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이는 미국과 유럽국가 대 러시아 간 대립과 대치상황을 심화시킬 것이다.
 
라. 테러의 확산과 중근동 지역의 불안
 
탈레반의 아프간 재집권 이후 주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알 카에다, IS 대원들이 아프간을 국제 지하디스트의 해방구로 여기고 운집하였고, 이러한 추세는 2022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아프간이 전 세계적으로 이슬람 급진주의 및 극단주의 세력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또한 탈레반, 알 카에다, IS 간 주도권 다툼이 격화하면서 탈레반 지도부는 디지털 플랫폼을 이용한 하부 조직의 극단화 추세와 추종자 이탈에 따른 압박 아래 통제력을 잃어갈 것이고 이는 수뇌부 분쟁 심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이때 가장 극단적인 IS가 과감한 자살폭탄 테러를 통해 존재감을 빠르게 키워 나갈 것이다.5 IS 아프간 지부로 알려진 ‘IS-K(Islamic State-Khorasan)’는 탈레반에서 떨어져 나온 극단주의 분파로서 탈레반을 유약하다며 비난해왔다. 이들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 주요국의 아프간 탈출이 절정을 이루던 2021년 8월 카불 공항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감행한 이후 9월 동부 낭가하르주, 10월 탈레반 대변인 모친의 카불 장례식장, 북부 쿤두즈주 시아파 사원, 남부 칸다하르주 시아파 사원, 11월 카불 군병원에서 대규모 자살폭탄 테러를 잇따라 감행했다. 존재감 부각을 노리는 IS-K의 테러는 대상 지역, 빈도, 규모 면에서 2022년에 더욱 과감해질 수 있다.

아프간의 불안정이 가속하면서 국경을 접하고 있는 중국의 안보 불안도 더욱 커질 것이다. 중국은 아프간발 급진 지하디스트 세력의 확산이 신장위구르자치구의 대표적 위구르 독립운동 조직인 동투르키스탄이슬람운동(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ETIM)을 자극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중국은 재집권한 탈레반에 ETIM과의 단절을 촉구하며 경제 지원을 약속했지만, 탈레반 지도부가 무조건 중국의 위구르 정책을 받아들이기는 힘들다. 2022년 탈레반 지도부가 심각한 내부 위협을 느끼면 중국 정부의 무슬림 탄압에 침묵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6 그러나, IS-K는 이러한 탈레반의 대응이 여전히 유약하다고 비판하고, 중국에 대해 더 강경한 정책을 표방할 것이다. 이에 따라, 탈레반과 IS-K, 그리고 중국 간의 관계는 더욱 복잡해지는 양상을 띨 것으로 전망된다.

 

▮ 한국에의 함의: 비상한 각오하 전략적 위치선정 필요

 
2022년의 국제정세는 한국과 같은 나라에게는 더욱 가혹한 도전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국제관계에서 기존의 질서나 규범이 무너지면서도 새로운 질서는 여전히 윤곽이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의 강대국들은 자신들이 구축하는 질서에의 편입을 은근히 강요하면서도 그에 따른 희생이나 대가는 개별 국가들이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에 비해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다양하며, 이를 이용하여 자신들의 전략적 우위를 과시하려 할 것이다. 이는 강대국들의 경쟁을 이용하거나 전략적 모호성이 우리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구상이 통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정치, 경제, 군사, 가치, 체제 등 다양한 방면에서 발생하는 질서 재구축의 경쟁 속에서 한국의 입지를 강화하고 이익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생존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우리의 국가정체성을 바탕으로 질서 구축의 손익계산을 펼쳐 나가야 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질서 재편의 양상은 매우 복잡하지만 크게는 ‘자유주의 연대 대 권위주의 결속’이라는 특징을 띠고 있으며, 이는 2022년에 더욱 뚜렷해질 것이다. 북-중-러의 권위주의 연대의 공세가 더욱 거세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중심으로 대응방향을 정립해 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 질서 재편 과정의 각론(各論) 면에서는 서로 다른 해법을 취하면서도 민주주의라는 공유된 가치를 통해 공통의 길을 찾고자 하는 유럽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라는 가치의 공유는 중근동이나 일부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성이며, 그들이 현재 새로운 질서 구축 경쟁에서 확실한 해답을 찾지 못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이를 감안해 국제적인 각종 이슈에 있어 우리가 지닌 민주주의적 가치와 체제를 중심으로 외교적 입장을 정립해 나갈 필요가 있다.

둘째, 강대국 간의 각축을 중재해야 할 경우 분명한 우리 자신의 입장과 명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이 지향하는 바람직한 세계질서는 어떤 것이고, 그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최선인지를 분명히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강대국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 예를 들어, 항행의 자유 원칙이나 각 국가의 영토 존중 등이 다른 국가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되며, 분쟁 발생 시에도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우선시한다는 원칙은 남중국해나 동중국해 문제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위치 선정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원칙이 모든 강대국들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한 국가에 대해서는 ‘주권’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국가에 대해서는 주권 침해적인 태도나 언동을 수용한다면 경쟁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셋째,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무역이나 과학기술과 같은 분야들은 어떤 질서로의 편입이나 동참이 더 유리하고 위험성이 적은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와 여건이 비슷하고 기회와 도전 면에서 지혜를 나눌 수 있는 국가들을 찾아내고, 이들과 함께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그러려면 기존에 갈등이 존재하던 국가들과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하는데, 북한의 핵위협과 관련하여 잠재적 피해국이 될 수 있는 일본과도 접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넷째, 한반도에만 갇힌 시각으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모두가 각자도생을 위해서 동분서주하고 있는 질서재편의 혼동 속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발전에만 몰입하여서는 국제적 공감이나 지지를 받기가 힘들다. 한국의 주장이나 구상을 세계에 알리는 것 이상으로 세계나 다른 국가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떤 문제의 해결을 지향하는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세계의 각종 이슈들의 해결에 동참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하다는 인상을 주어야 한국의 전략적 위상도 강화된다.

다섯째,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재적 위협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능력을 강화하겠다는 비상한 각오가 필요하다. 2022년에도 우리를 겨냥한 북한의 도발은 지속될 것이며 오히려 더욱 거세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능력 고도화를 통해 한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목표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북한 비핵화의 달성까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보장하려면 이에 걸맞은 우리의 능력을 갖추어 나가야 한다. 특히, 북한 비핵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핵위협 대응 능력에 대해 긴박감을 가지고 보완과 강화를 시도해 나가야 한다. 한미 차원에서 ‘확장억제 조치의 강화’와 같은 수사적 표현을 넘어 구체적인 방안들이 논의되어야 할 단계이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우리 자신의 대응 능력 역시 확충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Chinese submarine’s alleged surprise show highlights risk of the unexpected at sea,” CNN, December 3, 2021.
  • 2. “Russia planning massive military offensive against Ukraine involving 175,000 troops, U.S. intelligence warns,” Washington Post, December 3, 2021.
  • 3. 이 조사결과에 대해서는 Gallup, “Presidential Approval Ratings – Joe Biden” 을 참조. (https://news.gallup.com/poll/329384/presidential-approval-ratings-joe-biden.aspx)
  • 4. “Russia planning massive military offensive against Ukraine involving 175,000 troops, U.S. intelligence warn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3, 2021.
  • 5. Robert Muggah and Rafal Rohozinski, “Islamic State-Khorasan’s Reach Extends Far Beyond Afghanistan,” Foreign Policy, September 9, 2021.
  • 6. Emerson T. Brooking, “Before the Taliban took Afghanistan, it took the internet,” Atlantic Council, August 26, 2021; Amy Kazmin, “Isis-K insurgency jeopardises Taliban’s grip on Afghanistan,” Financial Times, October 26,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