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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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7일 판문점에서 2018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약 12시간의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하며 한반도의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이 불가능한 일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최 측으로서의 따스함과 배려를, 김정은 위원장은 파격적이면서도 전략적인 행보를 보여주었다. 회담 종료와 함께 발표된 “4.27 판문점 선언”은 한반도 현안과 관련한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이 담긴 문서에 직접 서명하게 한 진전을 이루어 냈다. 하지만 비핵화 관련 표현이 공동의 목표로 기술되고 구체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또한 판문점 선언의 이행 과정에서 적지 않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과반의 성공’으로 평가한다.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은 성공적인 정상회담이 갖추어야 할 다양한 요소를 모두 보여주었다. 행사 기획 측면에서 보여준 세심한 준비는 평가 받을 만 하다. 판문점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하루라는 시간 속에서 군사분계선 영접, 의장대 사열, 정상회담, 기념식수, 도보다리 산책, 합의문 서명 및 공동발표, 만찬, 환송 등이 모두 알차게 준비되며 남북간의 화해와 협력을 상징했다. 회담장의 테이블과 의자에서부터 만찬 메뉴 하나 하나까지 정부의 따뜻한 배려가 묻어났다.

정상간 화합 또한 예상을 뛰어넘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첫 만남임에도 마치 큰 형님과 동생과 같은 편안한 모습이 목격되었고 인간적인 유대를 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진실한 면모를 보여주었고 김정은 위원장도 이에 화답했다. 특히 도보다리 산책 과정에서 양 정상이 보여준 평온한 대화의 모습은 한민족으로서의 공감대를 전세계에 과시했다. 만찬을 마치고 이루어진 짧은 환송 공연 내내 두 손을 꼭 잡은 양 정상의 모습도 그날의 성과를 잘 보여주었다.

정상회담 합의문의 형식과 내용도 진일보 했다. 먼저 형식적인 측면에서 과거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달리 공동 서명과 공동 발표의 형식을 갖춤으로써 ‘정상적인 정상회담’의 모습을 시현했다. 판문점 선언의 내용 또한 과거에 비해 업그레이드 되었다.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라는 표현이 처음으로 사용되었고, 민족공조, 긴장완화, 비핵화 평화체제 3분야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 특히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설치, 이산가족 상봉, 비무장지대의 실질적 평화지대화, 연내 종전선언 체결 등은 향후 북한 비핵화의 진전과 함께 남북관계를 한 차원 발전시킬 수 있는 조치들로 평가한다. 적어도 올해 내 또는 내년 초까지 남북이 다양한 차원에서의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4.27 정상회담 판문점 선언은 비핵화보다는 민족공조에 초점이 맞추어졌다. 그 결과 당면한 최대 현안인 비핵화보다도 남북간의 민족공조와 평화체제 문제에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결과적으로는 이행과정에서 한국이 많은 부담을 갖게 되었다. 민족공조가 잘 이루어지려면 비핵화가 선결되어야 하는 조건이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민족공조는 날짜, 행사 등이 구체적으로 적시된 반면에 비핵화는 날짜와 구체적인 조치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결과 그간 정부가 추진해 온 ‘선비핵화 후평화’ 담론에서 ‘선평화 후비핵화’ 담론으로 전환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측에 철도사업을 비롯한 다양한 경제협력을 약속하는 등 우리가 쓸 수 있는 지렛대를 너무 일찍 포기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이처럼 교류/협력, 군사적 긴장완화, 평화체제와 비핵화라는 세 분야간 균형이 미흡하고 이슈간 우선순위가 뒤바뀐 듯한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정상회담 진행 과정의 불투명성으로 정상회담의 실질적 기능이 퇴색된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잘 알려지지 않고 있어 정확한 평가가 불가능하지만 전반적인 정황상 이번 정상회담에서 양 정상들의 정치적 결단으로 의제들을 타결 했다기 보다는 실무선에서 이미 조정된 이후 형식적인 회담을 한 것으로 보인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 정상들이 직접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지 않고 상징적인 합의만 한 것이라면 판문점 선언에 담긴 아쉬운 내용들이 시사하는 바는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보다 투명한 남북관계의 필요성 또한 이번 정상회담의 ‘옥에 티’다.

비핵화, 군사적 신뢰구축, 교류협력 확대 등과 관련한 적지 않은 과제가 남겨진 만큼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관한 더 큰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판문점 선언의 세부 내용을 짚어보면 많은 부분에서 함정이 있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 이행에 신중해야 한다.

먼저 비핵화 부문은 미북 정상회담 이전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산적해 있다. 미완성된 북한의 비핵화 의무 이행 부분을 구체화해야 하며, 확고한 비핵화 로드맵이 수립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빈틈 없는 한미공조와 국제공조를 추진함으로써 북한의 일탈을 예방하고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달성해야 한다.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속도를 균형 있게 조율하여 우리민족끼리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비핵화의 추동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 향후 한미, 미북 정상회담이 연이어 개최될 예정인데 우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일관성 있는 정책 전개가 필요하다.

남북간 교류협력이나 군사적 신뢰구축 조치 이행 또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확성기 방송 장비의 철폐, 평화수역 설정 문제 등은 미북 정상회담과 연계하여 풀어가야 한다. 남북간 실무 접촉을 확대하며 진지한 논의를 이어가되 그 타결은 미북 정상회담 결과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비핵화 조건에 관한 북한 입장에 따라 미북 정상회담의 성과가 유동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핵화가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추동해야 하는데, 자칫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비핵화 문제를 양보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이하에서는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분야별 평가와 관련한 아산정책연구원 관계자들의 토의 내용을 기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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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핵 문제에 관한 평가

<최강> 문재인 대통령이 안보를 핵심으로 둔다고 했는데 판문점 선언문에서는 민족공조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민족공조에 관한 부분이 상당한 부분을 차지함에 따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환상과 안보에 대한 과도한 기대가 형성되면서, 안보 착시현상까지 연결될 수 있는 틀(frame)이 만들어졌다. 판문점 선언 3-(4)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 남과 북은 북측이 취하고 있는 주동적인 조치들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대단히 의의가 있고 중대한 조치라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하였다. 남과 북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하였다”.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으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 북한이 취한 중대한 조치에 대해 지목할 필요가 있다. 뒷부분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천영우> 그림은 근사한 정상회담이었으나, 실질적인 부분에서는 북한의 전략에 부합하는 내용들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한국이 요구하는 부분에서는 빈약했다. 특히 회담의 결과가 비핵화에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비핵화를 진전시키는데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지만, 비핵화에 관한 판문점 선언 내용은 지금까지의 모든 비핵화 합의, 1992년 남북비핵화 공동선언, 제네바 합의, 9.19공동선언보다 후퇴했다. 아직 비핵화에 대한 최종 입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미북 정상회담의 전 단계이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만으로 ‘북한 비핵화’의 의미를 예단할 수는 없고, 앞으로 이루어질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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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비핵화하는 대가로 제공해야 할 것을 비핵화 하지 않은 단계에서 선불로 제공했다. ‘한반도의 전쟁은 없다’,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 등 비핵화 이후에 언급해야 할 내용들을 미리 언급하여 평화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김정은이 주장해온 ‘북한 핵은 남한에 대한 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나 ‘북한의 핵은 미국과의 문제이며 남한에 사용할 핵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측면이 있다.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한반도의 평화가 가능하고 전쟁은 더 이상 없다고 믿게 하여 북한 핵 위협의 실체에 대한 경각심을 허무는 심리적인 역할을 했다.

평화협정, 무력불사용 등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보상의 중요한 부분인데, 비핵화와 관련 없이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향후 비핵화 협상에서 북한에 대한 협상 레버리지를 약화시키는 측면이 있고,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없애는 역할을 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의 변화, 김정은과 북한의 이미지 세탁, 북한 핵에 대한 경각심에 대한 무장해제,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평화가 가능한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이 우려된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공약은 과거의 선언들보다도 모호하면서 실제로 한국 정부는 민족 공조 원칙 밖에 받아낸 것이 없다. 비핵화 전에 위력 해소를 함으로써 한미 군사훈련을 제한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했다. 한국이 북한으로부터 얻은 것은 이산가족 상봉 외에는 없으며 나머지는 불분명하다. 한국 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대북 협상 레버리지를 성급하게 다 사용하였으며, 향후 비핵화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신범철> 한국 정부는 ‘완전한’ 비핵화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그러나 두 가지 측면에서 아쉽다. 첫째, 판문점 선언에 완전한 비핵화와 함께 목표로 제시된 ‘핵 없는 한반도’라는 것은 북한이 그간 주장해 온 내용인데, 별다른 여과 없이 선언문에 명시되었다는 점이 아쉽다. 둘째, 비핵화를 실천과제가 아닌 공동의 목표로 확인했기 때문에 결국 원칙에 불과하다. 9.19 공동성명은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포기한다”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다. 만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의무만 규정하는 것이 어려웠다면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남북한 공동선언의 1조항으로 가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는 “남과 북은 핵무기의 시험 · 제조 · 생산 · 접수 · 보유 · 저장 · 배치 · 사용을 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있다. 당시에는 비핵화와 관련한 분명한 행동적인 조치로 규명을 해 놓음으로써 비핵화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는데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부분이 모호하게 처리되어 있다.

<차두현> 완전한 비핵화라는 언어 자체가 CVID의 어깃장으로 비칠 수 있으며 면피용에 그칠 수 있다. 9.19선언과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비해 포기의 의무조항이 약해진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인식을 인정한다는 것이 은연중에 함축되어있다. 비핵화의 실전 문제에서 공동 목표에 그친 것이 아쉽다. 또한 판문점 선언의 신뢰성 문제가 있다. 올해 북한이 비핵화한다는 언급이 처음에는 김정은이 비핵화 의지 표명했다고 특사단에 의해 전달되었고, 두 번째 비핵화 의지는 북중 정상회담 때 중국 매체로부터 언급되었다. 3번째 단계인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김정은이 육성으로 비핵화를 언급해야 하지만, 공동성명문 내용에도 모호하게 언급되었고 김정은은 공동성명문을 읽지도 않았다. 김정은의 그 어떠한 직접적인 발언에서도 비핵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양쪽의 신뢰성 문제에서 저하를 주고 있다. 비핵화 문제가 정상회담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공언했는데, 결과적으로 비핵화는 평화체제 안에 있는 하부의 문제처럼 치부되어 있다. 여태까지는 한반도 비핵화가 평화체제 완성의 전제조건이었는데, 비핵화가 평화체제의 하부로 되어버렸다. 또한 북한이 앞서 공언한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북한이 이전에 한국을 핵무기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약속, 노동당전원회의 결정대회에서 나온 모라토리움 등 한국에 대해 약속을 한 것도 아무도 확인이 되지 않았고, 언급도 되지 않았다. 우리가 모라토리움에 대한 일종의 호응 형식으로 했던 확성기 방송 중단은 반영을 했는데 북한의 기존 언급을 반영하지 않은 것에 대한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마지막으로 합의문 구성의 문제가 있다. 비핵화는 모호한 비전만 적시해 놓고, 해결 창구에 대한 언급도 없으며, 1단계의 상징적인 조치에 대한 언급도 없다.

<천영우> 북한은 우리를 협상대상으로 보지 않고, 미국에게 접근하는 중간 단계로써 북한의 입지를 강화하는 범위 내에서만 최소한의 언급을 북한이 한 것이며, 한국도 그 정도 범위 내에서 받은 것이기 때문에 이번 선언문만으로 북한의 전체적인 입장을 예단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이번 정상회담을 최종적인 협상으로 취급할 필요는 없으나, 남북정상회담이 향후의 북미협상에서 미국의 입지를 유리하게 했는지의 여부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의 대북 협상 자산은 제재가 아니라 군사적 옵션의 신뢰성이다. 북한이 평화공세로 전환한 동기는 제재보다는 북한의 핵 무력 완성이다. 북한은 2017년 9월에 수소폭탄 실험, 11월에는 화성-15 발사 및 ICBM 실험, 12월에는 핵무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했다. 핵 무력을 완성했으면 핵을 더 이상 개발할 필요가 없으며 12월 12일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 선언을 할 때 이미 결정된 사안이다. 풍계리 핵 실험장은 이미 붕괴되었으며 핵실험도 끝났다. 이미 결정한 사안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용한 것인데, 북한이 버린 카드에 대해 판문점 선언에서 한국 정부는 과대한 평가를 해줬다. 북한과 핵 협상을 할 때 보상을 요구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향후 협상에서 군사적 옵션의 신뢰성과 제재에 따라 비핵화의 동력의 크기와 효과가 결정되는데, 비핵화 이전에 남북간의 적대행위, 무력 사용의 모든 것을 미리 포기하는 조치를 취하여 미국의 대북 군사옵션의 신뢰성을 약화시켰다. 이것은 대북협상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 유엔안보리 제재, 미국 제재에 의해 북한에게 제공 할 수 없는 부분을 한국이 제공하겠다고 함으로서, 기본적으로 대북제재의 정신을 위반하였고, 대북제재를 유지할 명분을 약화시키는 조치를 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  할 인센티브를 줄였다. 이러한 면에서 북미 협상에서 미국의 대북 협상 입지를 약화시키고, 북한의 비핵화를 어렵게 한 측면이 있다. 비핵화에 대한 언급도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비핵화는 비핵화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한 비핵화는 강조할 필요가 없었다.

북한의 비핵화의 본질은 목표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주의를 ‘완전한’에 초점을 맞춰놓았고, 공허한 공약에 불과하다. 비핵화에 대한 조건과 시기는 미국과 협상한다고 하더라도,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있었다면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표현은 최소한 빠른 시일 내에 비핵화를 하겠다고 하던가, 최소한 조속한 시일 내에 비핵화하기로 합의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 되었어야 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에 대한 언급은 오히려 지금까지의 모든 비핵화 공약보다 후퇴 되었다. 예를 들어, 북한이 비핵화를 하지 않더라도 절대로 무력사용은 안 된다고 명시되어 있다. 미국이 비핵화에 실패할 경우 향후 비핵화 할 수 있는 압박수단으로 무력 사용 옵션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미국이 북한에 대해 사용할 비핵화 수단을 무력화하는 합의를 성급하게 했다. 따라서 미북간의 합의가 실패할 경우 북한이 미국에 책임을 지게 하고, 한미 공조를 와해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 놓았다.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과대한 요구를 해서 협상을 깼다는 식으로 나올 수 있다. 더 이상 미국 신뢰하지 말고 남북간 민족공조를 통해서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더라도 한국에게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는 발판을 깔아놓았다.

<차두현> 차기 북미 협상에서의 미국의 부담을 높였고, 실패 시 미국에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것이 문제다. 완전한 비핵화, 핵 없는 한반도라는 문구에 현혹될 여지가 있다. 완전한 비핵화는 공허한 개념이고, 부분적으로 북한이 핵 보유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핵 없는 한반도’는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지까지도 제거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 한반도 비핵지대화론의 논리에 따르면 핵을 유사시에 투입할 수 있는 모든 플랫폼의 출입이 금지가 되며 항공기도 포함한다. 주한미군의 전략자산뿐만 아니라 핵과 관련된 모든 자산이 포함된다.

<이기범> 1) 불가침 2) 군축 3) 종전 선언, 평화협정 4) 완전한 비핵화의 순서로 합의되었다. 비핵화를 먼저 한 후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이 이루어져야 하지만 순서가 잘못되었다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정전상태’라는 전제 자체가 잘못되었다. 선언문 내용에서는 ‘3. 비정상적인 한반도의 전제가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이다’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사실상 한반도는 종전상태이지 정전상태 아니다. 비정상적인 정전상태가 계속되어서 이미 종전상태가 된 것인데, 정전상태라는 명제를 전제해 놓으니 종전선언, 평화협정도 필요하게 된다. 올해에 종전선언하고, 평화협정 한다고 언급한 것이 판문점 선언 중에서 가장 구체적인 부분 중 하나다. 올해 종전선언하고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종전선언의 주어는 남과 북이라고 명시되어 있는데, 남과 북만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뜻인지, 항구적으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3자, 4자회담을 하겠다는 건지 불확실하다.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을 한다는 전제에서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종전선언, 평화협정도 3, 4자로 하는 것이 맞다. 남북만 평화협정을 체결한다고 가정했을 때, 평화협정에 포함될 수 있는 내용에 대한 문제도 있다. 평화협정은 종전선언과 달리 그 안에 들어가야 할 내용이 많다. NLL은 어떻게 될 것인지, 평화협정 과정에서 남북이 국가로서 상호 승인을 할 것인지 등의 문제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가 올해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인가도 고심해봐야 한다. 군사분계선도 국경으로 변경될 것인지, 그렇다면 국내적으로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인지? 또한 남북한은 통일을 향해 가는 특수관계로 협정을 맺을 것인지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될 수 밖에 없다. 이 외에도 서해평화수역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시각이 남북에만 머무르고 국제법적인 규정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올해에 앞서 제기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평화협정이 이루어지더라도 그 내용에 대한 모호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최강> 판문점 선언문에서 명시된 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와 도로들을 연결하고 현대화하는 것은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볼 수 있는가?

<이기범> 유엔 제재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일 비핵화가 군축에 포함되었고 ‘불가침→비핵화→군축, 종전→평화협정’의 순서로 진행된다면 제재는 이미 그 중간쯤에 해제된다. 순서가 바뀌었기 때문에, 유엔 제재 위반이 되지 않도록 노력을 하겠다라는 불가피한 설명이 한국 정부로부터 나올 수 밖에 없다.

유엔사 질문과 관련하여 유엔사의 법적 근거는 유엔 안보리 결의이기 때문에, 유엔 안보리 차원에서 지위 문제를 결정해야 된다. 유엔 안보리 결의 84호에 대해 다시 결의해서 결정은 안보리가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

<차두현> 2000년대 중반부터 미일간의 양자조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유엔사가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미국에 대해 기지의 일부로 제공하는 것으로 합의되었다.

한반도 긴장완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관한 평가

<천영우> 평화체제는 9.19 성명에 의해서도 약속된 바 있다. 비핵화를 위해서는 평화체제가 완성되어야 한다.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면 그때부터 평화체제 협상을 하여 비핵화 완료 전에 평화체제를 합의해 놓고, 북한의 CVID가 검증되는 순간에 평화체제가 발효되도록 사전에 협의해야 된다. 그러나 판문점 선언에는 비핵화와의 상호관계도 없이 일년 내에 종전 선언한다고 명시되어있다. 이것은 마치 비핵화와 관련 없이 평화협정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

남북간의 종전선언을 한다는데, 이게 실질적으로는 정전이 65년이 지속되어 종전이나 다름없고,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불가침선언도 있는데, 종전협정을 법적화하는 것이 평화협정 체결인데, 65년 지속된 정전을 재확인하는 의미밖에 없다.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분리해서, 종전선언을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 평화협정 속에 종전선언을 하는 것은 문제가 없는데, 북한의 주권, 영토(territorial integrity)에 대한 존중이 들어갈 경우 한국 헌법의 영토 조항과 대치되어 헌법 재판소에서 불일치 판결이 날 수 있는데, 헌법에 위반되는 평화협정에 한국이 서명할 수 있는가?

그리고 양자협정이든, 3자, 4자간 협정이든 북한을 국제조약의 당사자로 인정하는 것은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한가? 헌법재판소는 남북기본합의서에 대해 국가간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법적 효력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평화협정이 체결될 경우 국내법적으로 어떠한 효과가 있는가? 평화협정이 체결된 이후에는 NLL의 국제법적 지위가 없어진다. 따라서 남북간 해상 경계선을 국제해양법에 따라 새로 설정해야 하는데 NLL이 한국 쪽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수도권 방어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우리의 작전 해역 (AO)으로 북한이 통과할 수 있다. 나아가 유엔사의 존립근거도 없어지는데, 일본과 유엔사간 체결한 합의의 법적 지위는 어떻게 변경되는가?

<이기범> 평화협정의 제 1조가 종전을 규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종전선언은 법적 종전선언을 위한 정치적 종전선언과 같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 평화협정에서 북한에 서명당사자로 하는 문제는 기술적으로 북한을 불승인을 전제로 하면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북한이 불승인을 명백히 하면서 조약을 체결할 일이 없다. 또한 조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국가승인으로 연결되진 않다.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약을 체결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문제가 될 수 있으며 위헌 문제가 제기된다. 영토조항으로 인해 개헌 문제가 제기되고, 우리 헌법의 영토조항을 삭제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평화협정에서 북한의 영토 주권을 존중한다는 내용이 명시된다면 위헌이기 때문에 개헌할 수 밖에 없다. 개헌이 안될 경우 국내법상 위헌이 되지만 국제법으로는 유효하다. 따라서 국내법과 국제법이 불일치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평화협정에 NLL 문제가 포함될 경우 해양 경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NLL이 지금보다 내려오고, 군사수역도 없어진다. 따라서 북한 상선이 우리의 영해를 무해 통항할 수 있다. 해양 경계를 국가 대 국가로서 한다는 것인데, 법적으로 평시체제가 될 경우 유엔해양법 협약 및 국제법에 따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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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두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에 나왔던 부분들이 다시 언급되었다. 2007년과 비교하면 당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안이 실행되지 않았던 주요한 이유는 북한의 NLL 준수 문제에 대한 부분이 없었고, 북한이 등거리 등 면적이 안 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다시 언급한 것은 당시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보거나,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고 다시 시작한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

<천영우> NLL 기준으로 해서 남북의 2km 수역 내에서는 어로 금지구역을 만들어서 남북어선을 출입을 금하여 남북간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북한 어선은 전부 해군소속 무장된 선박이고 우리 어선들은 비무장 민간 선박인데 같은 해역에서 조업을 할 경우 남북간 충돌 위험성이 높아지고 위험 관리가 더 어려워진다. 공동 수역보다는 완전한 비무장 수역으로 만드는 것이 더 실용적인 방법이다.

<차두현> 남북불가침 합의를 재확인 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91년 남북기본합의를 보다 강조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향후 남북관계 발전 과정에서 기본합의서의 철저한 적용과 이행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류협력, 이산가족 상봉에 관한 평가

<신범철> 안보리 제재 2375호는 북한에 대한 다른 투자는 다 금지하고 있는데 공공인프라는 예외로 두고 있다. 즉, 북한이 선언문에 언급한 철도는 예외가 된다. 이를 통해 북한이 정상회담 전에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철저히 검토하고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 시점에서 북한 철도 연결사업을 하는 것은 유엔 대북제재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미북 정상회담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최강> 이산가족 상봉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나, 경제와 관련된 교류부분에서 너무 앞서간 느낌이 든다. 북한에게 다양한 경협사업을 약속함으로써 향후 남북관계 진전 과정에서 북측으로부터 합의 이행을 종용 받을 수 있다. 냉철한 경제성 판단에 기반한 경협사업과 북한 비핵화 단계에 맞춘 차분한 진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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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북미 정상회담에 미치는 영향 및 추진 과제

<최강> 향후 북미 정상회담은 어떻게 될 것인가? 미완성된 부분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가야하고 핵 문제에 대한 확고한 로드맵이 수립되어야 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핵폐기(VID)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차두현>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앞으로 새로운 약속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은, 북한의 진전된 의지표명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한국 정부는 판문점 선언의 내용을 기반으로 북한이 우리에게 조기 비핵화를 약속했다는 쪽으로 밀어붙여야 한다. 1년 내에 종전선언, 조기평화협정 체결을 하기 위해서는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도 가속화되어야 한다는 해석이 필요하다.

<신범철> 종전선언과 비핵화의 속도조절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미국은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를 자신들의 문제로 이해하고 있다. 다행히 북한이 주한미군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어 미측의 불만이 없는 것으로 보이나, 한미 공조나 비핵화 진전 없이 일방적으로 종전선언이나 평화체제가 추진될 경우 한미간 균열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한편, 향후 북한의 비핵화 검증까지 2년이면 가능한가?

<천영우> 북한이 핵을 은폐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느냐에 대한 여부에 따라 다르다. 북한이 다 내놓을 경우 2년 안에 할 수 있다. 폐기하는데 중요한 것은 핵 물질이다. 플루토늄, HU만 제거한다면 비핵화의 90%는 이루어진다. 나머지는 우라늄 농축 시설 해체해야 된다. 시간이 소요되는 것은 재처리 시설인데, 재처리 시설의 폐기는 10년 넘게 걸리기 때문에 영구불능화를 할 수 밖에 없다. 불능화할 것은 영변시설밖에 없다. 그러나 김정은이 비핵화를 결심한 이유는 핵을 1년내에 다시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 폐기하더라도 강성대국하고 다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핵을 내놓을 수 있다. 핵 폐기와 검증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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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두현> 향후에라도 조선반도 비핵화가 북한 비핵화가 아니라는 식으로 기정사실화 되는 것을 유의해야 한다. 북한이 주장하는 핵군축회담으로 연결되는 것에 대해서는 즉각적으로 반박해야 된다.

<천영우> 한반도 비핵지대화라도 북한이 제대로 이행하겠다고 한다면, 우리도 비핵지대화를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이행하는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 실적하고 연계하면서 어떤 비핵화 마일스톤과 연결시킬 것인가? 이러한 부분을 사전에 생각해놓고, 그 과정에서 이후에 비핵화 협상력을 약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순차적으로 비핵화 실적, 진도와 확실히 연결해야 한다. CVID외에는 비핵화로 갈 수 없다. 그러나 유념해야 할 점은 5년 전의 CVID와 지금의 CVID와 다르다는 것이다. 5년 전에는 핵무기를 재건하는데 5-6년 걸렸다. 지금은 1-2년밖에 걸리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농축시설, 원심분리기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인적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 내에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김정은은 일단 한미로부터 얻을 것은 다 얻어낸 이후 나중에 필요하면 핵무기를 만들자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현재는 불가역적이라는 기준이 큰 의미가 없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