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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대표단 간담회

11월 28(), 중국사회과학원 미국연구소 대표단이 아산정책연구원을 방문해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회의를 가졌다대표단은 원내 전문가들과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대만 문제북러 관계 등 다양한 주제를 논의했다.

일시: 2024년 11월 28() 16:00-17:30
장소: 아산정책연구원 2층 회의실

[국민일보] 북·미 회담, 한·미가 원팀이면 걱정 없다

‘트럼프’가 돌아왔다. 미국 우선주의 깃발을 다시 올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의해 전 세계 외교·안보가 들썩인다. 전쟁을 끝내겠다고 약속한 트럼프가 당선되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휴전에 앞서 한 치의 땅이라도 더 차지하고자 치열히 전투 중이다. 부자 나라는 스스로 지키라는 뼈아픈 발언에 유럽 국가들은 안보 대책을 고심한다.

당장 우리 앞에도 과제가 산적해 있다. 천문학적인 방위비 분담금 인상, 주한미군 감축, 연합 방위태세에서 한국의 재래식 억제 부담 증가 등이 예상된다. 그러나 제일 큰 과제는 북한, 특히 북핵 위협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브로맨스’를 연출하는 트럼프가 과연 한국의 이익을 감안해 협상을 진행할지 우려한다. 취임 직후 둘의 만남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온다.

북한의 전략적 위상이 이전과 달라졌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자연스럽게 정상회담이 이뤄지더라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북한은 비핵화 협상을 거절하고 핵 군축 협상에 나설 것이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참전이라는 극단적 선택으로 몸값을 올렸다. 북한 입장에선 참전을 빌미로 러시아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어내면서 실리를 취하는 것이 북·미 정상회담보다 우선이다.

우리가 막아야 할 것은 북핵의 심화다. 핵 개발은 물론이고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핵물질도 문제다. 지금 상태를 방치할 경우 2047년이면 북한이 보유할 핵물질 누적 생산량은 핵탄두 500개 분량이 된다. 이미 단거리미사일은 완성됐고, 극초음속 중거리미사일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5~10년 안에 완성될 전망이다. 당장 내년에 신형 잠수함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10발을 탑재하고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북·러 간 군사 협력 심화와 북·중·러 삼각 협력 구도 형성도 우려할 사항이다. 도통 북한에 관심 없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북한을 권위주의의 무기고로 만들었다. 북·러 밀착이 불편하기만 했던 중국은 최근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시 중·러 연합 공중연습을 실시하며 북·러 협력에 반대하지 않음을 암시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권위주의 진영 간 연대 재편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의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지점도 있다. 미국은 핵 동결로 아직 완성되지 않은 ICBM 개발만 중지시켜도 된다. 그러나 이미 핵 위협에 노출된 우리는 비핵화를 이뤄야 한다. 게다가 미국은 하노이 빅딜보다 더 큰 ‘비거딜(bigger deal)’도 생각할 수 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참전과 핵 추가 개발 중단을 미국의 대북 제재와 맞교환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 패싱으로 협상이 이뤄지면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그대로 성공하게 된다.

그래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북·미 정상회담 추진은 기회이자 위기가 된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내는 호의적 발언 하나하나에 집착할 이유는 없다. 트럼프는 김정은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도 개인적 친분을 과시하지만 미국의 이익을 위해 중·러를 과감히 억제해 왔다. 협상의 형식이나 주체, 회담 중 발언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무엇을 얻어내느냐다.

결국 한·미가 국익을 정렬하고 협상 공통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우리가 얼마나 미국 이익과 전략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느냐다. 한·미동맹의 새로운 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를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 미·중 전략 경쟁이나 한반도 핵 위협 감소 등 한·미 양국이 공감하고 협력할 공통분모를 늘려나가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한·미 양국이 트럼프 2기에서도 ‘원팀’이 돼야 북·미 정상회담이 성과를 낼 수 있다.

* 본 글은 12월 2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아산정책硏, ‘한-아세안 관계 35주년의 회고와 전망’ 리포트 2일 발간

보도자료 - Press Relea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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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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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정책硏, ‘한-아세안 관계 35주년의 회고와 전망’
리포트 2일 발간



아산정책연구원은 12월 2일 이재현 수석연구위원의 아산리포트 “한-아세안 관계 35주년의 회고와 전망”을 발표했다. 이 글은 1989년 한국과 아세안이 대화상대국 관계를 맺은 후 지난 35년간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을 검토하고 향후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 연구는 1997년 아시아 경제위기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동아시아 다자협력 속에서 관계를 심화해 온 2000년대 이후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집중해서 다루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아세안 관계 전반의 발전뿐만 아니라 정치안보, 경제, 사회문화 분야로 한-아세안 협력을 구분해 각 분야마다 협력의 심화와 특징적인 발전의 양태를 검토한다. 또한 단순하게 제도와 숫자로 한-아세안 관계 발전을 측정하는 것을 넘어 김대중 정부 시기부터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에 걸쳐 한국 정부가 그동안 아세안에 대해서 채택해온 전략들을 검토하고 그 한계를 함께 살펴보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아세안 관계 35년을 넘어 향후 더 심화된 협력과 관계 형성을 위해 지금까지 관계 발전의 한계도 지적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정부가 바뀌면서 지속적으로 나타났던 대아세안 정책의 일관성 문제, 관계 발전에도 불구하고 동남아 지역에서 이에 대한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 정치안보-경제-사회문화 분야 간 발전의 불균등함, 관계 발전이 베트남 등 일부 동남아 국가에 치우친 점 등을 한-아세안 관계 발전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또한 국내적으로도 여전히 아세안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 그리고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을 가이드 하기 위한 충분한 국내 지식기반이 만들어지지 못한 점도 장기적으로 한국의 대아세안 정책 추진, 그리고 한-아세안 관계 심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재현 수석연구위원은 이런 한-아세안 관계 발전이 노정한 한계에 대한 대안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현 정부하의 한-아세안 연대구상, 그리고 2024년에 만들어진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잘 활용해 한국이 꾸준히 동남아에 접근하는 일관성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건전한 한-아세안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분야별 균형도 필요한데, 특히 아세안과 전략적 협력 국방 분야의 협력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주문한다. 분야별 불균형뿐만 아니라 대상국가에서 나타나는 불균형도 시정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몇몇 동남아 국가에 집중된 무역, 투자 관계는 더욱 고르게 동남아 국가로 분산될 필요가 있다. 이런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국 내 아세안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하다. 대외정책이라고 해도 국민적 관심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더 효과적인 대아세안, 동남아 정책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여기에 힘을 보태 줄 수 있도록 한국 내 아세안과 동남아에 대한 연구 및 지식 기반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 관련 문의:
이재현 수석연구위원 02)3701-7376, jaelee@asaninst.org

[시사저널] ‘무성의’ 日, ‘무기력’ 韓…상처만 남은 반쪽짜리 사도광산 추도식

11월24일,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불거진 한일 갈등은 양국 정부 간에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주요 7개국(G7) 회의를 계기로 개최된 한일 외교장관 약식회담에서 이 문제가 양국 관계 발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하고, 이제까지의 양국 협력의 긍정적 모멘텀을 유지해 나가자는 데 의견을 같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한국 사회의 격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분노하는 한국, 그런 한국 이해 못 하는 일본

한국 사회에는 이번 사도광산 추도식에 조금의 성의도 보이지 않은 일본에 대한 실망감이 넘쳐난다. 또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과정의 부족함을 메우고, 한일 간 역사 문제를 한층 성숙하게 가져갈 수 있었던 절호의 기회를 망쳐버린 일본에 대한 분노도 상당하다.

한국의 실망과 분노가 이렇게 큰데 일본은 도통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한국이 요청했던 대로 일본 정부 차원에서 정무관급 인사를 보냈고, 추도사에 ‘한반도 출신 노동자’(일본식 표현)에 대한 애도도 표시했는데 무엇이 문제냐는 식이다. 일본 정부 대표로 이쿠이나 정무관을 보낸 것은 해당 정무관의 업무 영역이라는 것이고, 2년 전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는 교도통신의 보도가 있었으나 오보였던 것으로 정정 기사까지 나왔으니 문제 될 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추도식에 불참한 한국 측에 유감을 표명하고, 한국이 과잉 반응한다는 외무성 관계자의 발언도 나왔다. 일본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반일병이 도졌다는 사설까지 냈다.

정말 그런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일본 정부 대표는 세계유산위원회의 심의에 대해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반도 출신 노동자’를 성실하게 기억하고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과 전시 시설 등을 강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며 △매년 추도식을 개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를 대표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약속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4개월여 만에 지자체와 민간 차원에서 개최하는 추도식에 일본 정부 대표는 ‘인사’하러 왔다. 그리고 ‘추도사’도 아닌 ‘인사말’을 읽었다. 더군다나 인사말에 담긴 내용은 지난 7월 유네스코에서 발표된 내용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그때 발표된 “가혹한 환경에서 부과된 의무로 위반 시 징역과 수감, 벌금이 부과되는 등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는 사실상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내용들은 사라졌다.

이쿠이나 정무관의 인사말 속 희생자들은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라고는 하나, 멀리 타국 땅에 와서 사랑하는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 채 전후에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안타까운 노동자”로 전락했다. 지난 7월 발표 당시, 일본 정부 대표가 언급한 “위험한 사고로 사망하고, 한 달 평균 28일을 일하는 고된 노동에 도망치다 잡히면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던 조선인들”은 4개월 후 다른 일본 정부 대표에 의해 사도광산의 빛나는 역사를 만들어준 사람들로 탈바꿈되어 있었다.

이번 일본 정부 대표의 인사말 어디에도 지난 7월 당시 발표된 당시의 고통스러운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는 표현은 없었다. 사죄나 반성도 없었다. 그저 그들의 노고에 대한 경의와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애도만 있었을 뿐이다. 또 당시 광산 채굴업무에 동원된 사람이 조선인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동원된 무숙인(無宿人·체포된 주소 불명의 사람 가운데 부랑자, 노숙인에 준하는 표현)과 국권침탈을 당하고 강제동원된 조선인을 동일하게 취급하며 왜 1500명에 가까운 조선인이 일본에서 고통받았는지 알 수 없게 문제를 희석시켜 버렸다.

더욱이 인사말의 마지막은 니가타현과 한국의 핼러윈 축제를 언급하며 한일 문화교류로 이어진다. 이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의식의 흐름은 글을 쓴 사람도, 읽은 사람도 사도광산의 역사도, 이번 추도식의 의미도 전혀 알지 못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중요한 추도식에 임하면서 이러한 기본적 사실조차 몰랐다면 ‘직무유기’고, 알면서도 이런 글을 썼다면 ‘무능’일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다분히 의도적이었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현재의 한일 소통에 대한 반성과 개선 필요

지난 7월 일본 정부 대표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스스로 약속했던 △일본 정부의 추도식 개최도 △조선인 노동자에 대한 성실한 기억도 △지난 4개월간 전시 시설 개선이나 강화 노력도 찾기 어려웠다. 이제 한국은 일본의 약속 불이행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고, 향후 일본이 다른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희망할 때 한국의 동의를 얻기는 더더욱 어려울 것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은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된 데 대해 한일 모두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 한국의 추도식 불참 이유가 이쿠이나 정무관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모아지며 언론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한 진실 공방을 벌였고, 본질은 사라져 버렸다. 여전히 사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 정부 당국자들의 인식을 보면 한일 외교 당국 간 소통도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렀던 듯하다. 추도식 관련 업무의 담당부서가 바뀌며 한일 관계의 민감성을 감안해 충분히 소통했어야 할 외교부도 내부 소통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으로 여겨진다. 정부 차원의 소통이 어렵다면, 민관 혹은 민간 차원에서의 발신도 충분해야 했으나 이조차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사태를 통해 현재의 한일 관계가 얼마나 불안정한 토대 위에 세워져 있는지 다시 한번 확인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한일 관계 개선의 흐름 속에 많은 회의가 재개되고, 많은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다고는 하나 정작 해야 할 민감한 부분까지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어쩌면 현재의 좋은 분위기를 해치고 싶지 않다며 어렵고 불편한 이야기는 피하고, 밝고 즐거운 이야기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역사 문제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라는, 혹은 어차피 똑같은 이야기만 할 것이라는 안일하고 무책임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아가 한국은 일본에 충분히 알렸는가. 일본은 충분히 알려고 노력했는가. 그리고 양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설명할 책임을 다했는가. 지금이라도 진지한 반성과 성찰, 그리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이 필요하다. 상처만 남은 반쪽짜리 추도식이었지만, 이를 반면교사 삼아 다음 추도식은 부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의 아픔을 위로하는 양국 정부의 진심과 성의가 담긴 온전한 추도식이 되길 바란다.

 
* 본 글은 11월 30일자 시사저널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