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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어 한국인이 가장 불안감을 느낀 사회요인은 강력범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며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재상승한 탓이다. 원전사고에 불안감을 느낀 응답자는 이번 조사에서 크게 증가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유출 이후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성, 연령대, 이념성향에 따라 불안감을 느낀 요인이 상이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연구센터에서는 지난 2월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다양한 사회불안요인(social risk factors)에 대한 한국인의 불안감을 추적 조사했다. 북한 3차 핵실험이 8개월 가까이 지나며 북핵에 대한 불안감은 절반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이 합의를 통해 개성공단을 재가동하며 연초에 비해 남북 대치국면이 완화됐기 때문이다.
반면 강력범죄와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동반 상승했다. 강력범죄는 조사 대상 중 가장 많은 비율인 전체 응답자의 33.7%가 불안하다고 답했다. 원전사고를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20.1%로 22.8%가 불안하다고 한 북한의 핵실험 다음으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특이한 점은 원전사고에 대해 불안하다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2월에 비해 3배 가량 급등했다는 점이다. 다수의 응답자가 원전사고를 불안요인으로 주목했다.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은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배출로 인한 논란이 일며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월 19일 일본 도쿄전력에서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냉각수 탱크에서 오염수가 유출됐다고 시인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와 중국 등 일본과 근접한 국가의 정부에서는 일본 수산물에 대해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일본 원전 오염수 배출과 방사능에 대한 각종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SNS를 통해 일파만파 퍼지며 일반 대중의 불안감이 증폭됐다.
성별에 따라 불안감 순위에 차이가 나타났다. 다수의 여성이 강력범죄를 불안요인으로 꼽은 반면, 상대적으로 남성들은 다양한 요인에 불안감을 보였다. 여성의 열 명 중 네 명이 강력범죄가 불안하다고 했는데, 특히 20대 여성의 60%, 30대 여성의 53%가 강력범죄를 불안하다고 했다. 일반적으로 강력범죄와 연관이 깊은 젊은층 여성이 범죄에 대해 큰 불안감을 갖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외로 여성은 21.6%가 원전사고를, 20.2%가 북한의 핵실험을 불안하다고 답했다.
남성의 경우 강력범죄와 북한 핵실험을 불안감 요인 1, 2순위로 꼽았다. 26.5%가 강력범죄를, 25.4%가 북 핵실험을 불안요인으로 봤다. 그 외 18.5%가 원전사고를, 15.0%가 중증질환을 불안하다고 했다. 남성은 여성에 비해 여러 요인에 불안감을 느꼈다.
연령별로는 20대와 30대가 강력범죄와 원전사고에, 50대와 60세 이상 세대는 북한 핵실험에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40대는 상대적으로 암 등의 중증질환과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20~30대의 40% 이상이 강력범죄를 가장 불안한 요인으로 꼽았다. 40대의 32%, 50대의 29%, 60세 이상의 19.7%가 강력범죄를 불안하다고 답한 것에 비하면 젊은층의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2011년 강력범죄 피해자에 대한 통계 자료를 보면, 전체 피해자의 83%가 여성으로 나타났으며, 여성 피해자의 79%는 30대 이하였다.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의 경우 20대와 30대, 40대 응답자로부터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8월의 후쿠시마 원전사고 오염 냉각수 배출 사건 이후 원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며 원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30대는 원전사고에 대해 불안감을 보인 비율이 25.5%로 여느 연령대보다 높았다. 이는 진보적 성향이 강한 30대가 반원전 운동을 주도하는 여타 진보단체 활동에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5060세대의 경우 여전히 북한 핵실험에 대한 불안감이 높게 나타났다. 50대의 29.3%, 60세 이상의 38.2%가 북핵을 불안하다고 답했다. 50대와 60대가 그 동안 안보 위협과 북한의 도발에 있어 큰 우려를 표해 온 세대인 만큼 북핵에 대한 불안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이념성향에 따른 불안요인 변화에 대해 살펴본 결과는 보수적일수록 북한 핵실험에, 진보적일수록 원전사고에 더 불안감을 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강력범죄와 중증질환의 경우 이념성향에 따른 차이가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31.8%가 북 핵실험에 대해 여전히 불안하다고 답했다. 반면 진보라고 답한 응답자는 보수층에 비해 절반에 못 미치는 14.8%만이 핵실험이 불안하다고 했다. 원전사고의 경우 반대의 경향이 나타났다. 보수층에서는 18.6%만이 원전사고가 불안하다고 했으나, 진보층은 그보다 10% 가량 많은 28.4%가 원전사고를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러한 경향은 한국사회 보수진영이 북핵과 안보에 대한 이슈에서, 진보진영은 반원전 이슈에서 우위에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각 이념진영별로 강조해온 이슈가 달랐기 때문에 보수, 진보층은 각각 북핵과 같은 안보, 원전사고와 같은 환경요인에 가장 큰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번 불안감 요인 조사 결과를 통해 여러 사회 계층에서 각기 다른 사회요인에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9월 21일 북한의 일방적 통보로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금강산 관광재개 회담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후 남북은 실질적인 대화의 장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남북 경협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역시 9월 재개 이후 철수를 결정한 기업이 나올 만큼 상황이 좋지 않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다수의 국민은 여전히 남북 경협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 경협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의 동향은 남북 관계가 경색되어 있던 지난 3월과 5월 과반을 근소하게 넘는 54.8%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이후 개성공단 재가동에 대한 남북 대화가 재개되자 지난 8월에는 69.2%의 응답자가 남북 경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추석 이후 공식적인 남북 대화는 중단된 상태지만 이번 달 여전히 다수인 66.1%의 응답자가 남북 경협을 필요하다고 보고 있었다. 남북간 긴장해소와 함께 다수의 응답자가 경협에 호의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수의 응답자가 연령대, 이념성향, 지지정당과 관계 없이 남북경협 필요성에 공감했다. 연령별로는 40대에서 72.5%가 남북 경협이 필요하다고 답해 타 연령대에 비해 경협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는 비율이 높았다. 보수층에 비해 진보층에서, 새누리당 지지자에 민주당 지지자가 10% 이상 경협 필요성에 동의하는 비율이 높았다. 하지만 새누리당 지지층과 보수층에서도 60% 이상이 남북 경협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여론이 경제 협력 등에 대한 남북 간의 대화 재개를 기대하고 있는 만큼 정부 역시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복귀시키는 데 힘을 다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은 우리나라에 가장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손꼽았다. 7월 조사(개방형 문항)와 마찬가지로 한국인은 북한, 중국, 일본, 미국의 순으로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는 것으로 평가했다. 7월에 비해 북한을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위협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 비율은 5.4% 감소했지만 41.8%로 여전히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에 비해 북한의 도발 위협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인은 북한이 우리나라에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중국과 일본을 꼽은 비율은 소폭 증가해 각각 20.2%, 19.7%를 기록했다. 반면, 미국을 위협적으로 평가한 한국인의 비율은 7월 대비 2.7% 감소해 6.9%로 가장 적었다.
7월 대비 현재 우리나라에 위협이 되는 국가로 북한을 꼽은 비율은 50대를 제외한 모든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그 중에서도 북한을 위협적으로 보는 태도 변화는 20~30대의 젊은층에서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북한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60세 이상에서 53.7%로 가장 높았고, 20대와 50대가 각각 47.3%, 47.0%로 20대의 보수 편향이 여전히 두드러졌다. 중국과 일본에 대한 태도 변화의 경우, 중국은 20~40대에서, 일본은 전체 연령대 모두에서 각각을 위협으로 보는 시각이 늘었다.
한국인에게 가장 신뢰받는 대상은 대통령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회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실시된 네 차례 조사 모두에서 최하위를 기록했다. 특히, 10월 조사에서는 국회를 신뢰한다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한 명에도 미치지 못한 것(8.7%)으로 나타나며 국회에 대한 불신이 더욱 팽배해지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한국인의 제도에 대한 신뢰도는 대통령, 군대, 정부의 순으로 높았다. 대학, 시민단체, 대기업, 노동조합에 대한 신뢰도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으며 중위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언론, 종교단체, 사법부, 국회에 대한 신뢰도는 20%대에 미치지 못하며 하위권을 차지했다.
대통령, 군대에 대한 신뢰는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53.1%, 44.5%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었다. 작년 연말 이후 상승한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는 여전히 높게 유지되며,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를 실감하게 했다. 실제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75.6%가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다고 답했고, 신뢰할 수 없다고 답한 비율은 2.3%에 그쳤다. 설문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지칭하지 않았지만, 지지층은 박근혜 대통령을 염두하고 대통령의 신뢰도를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동일한 맥락에서 새로운 정권 출범 이후 상승한 정부에 대한 신뢰도 역시, 30%대를 유지하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정부에 대한 신뢰도 평가는 대통령(44.2%)이나 새누리당(49.9%)을 지지할수록 정부를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정치제도에 대한 신뢰는 네 차례 조사에서 유사한 수준으로 지속되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양극화 논란이 뜨겁다. 빈부격차뿐만 아니라, 사회문화 등의 다양한 측면에서의 양극화 논의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사회 양극화는 구성원간 갈등구조를 심화시킨다는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그렇다면, 현재 한국인은 자신이 어느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할까? 상위에서 하위 총 5개의 급간 중에 자신의 위치를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이 중위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37.5%로 가장 높았고, 중하(27.3%), 하(17.2%), 중상(15%)의 순으로 많았다. 반면, 자신이 사회경제적으로 상위층에 속한다는 비율은 0.9%로 매우 적었다. 전반적으로 본인이 하위계층에 속한다는 비율이 44.5%로 절반에 가까웠다. 한국인은 본인의 사회계층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편이었다.
소득 불평등을 의미하는 지니계수(Gini Index; 0= 완전 평등, 1= 완전 불평등)의 변화를 살펴보면, 1990년 0.256 이래로 소폭의 등락이 있었지만, 2012년 0.285로 증가추세를 보였다3. 이러한 소득 불평등 양상은 한국인의 주관적 인식에도 나타나고 있었다. 지난 10년간 계층간 소득격차 변화에 대해 물은 결과, 75.6%의 응답자가 소득격차가 늘어났다고 봤다. 차이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3.8%로 매우 적었고,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으로 본 시각은 13.1%에 불과했다. 위의 계층의식에서 하위계층의 비율이 높게 나타난 결과와 소득격차가 증가했다는 의견은 한국 사회가 보다 구조적으로 불평등한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한국인의 인식을 반영하고 있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주관적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도(0~4: 불행/불만족, 5= 보통, 6~10= 행복/만족)에 대해 총 세 차례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현재 행복을 느끼고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각각 50% 후반에서 60%대로 나타났다(행복 61.8%, 56%, 57.3%; 만족 60.2%, 56.3%, 58.8%) . 과반 이상의 한국인이 자신의 삶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세 차례 조사에서 행복/만족, 불행/불만족도 아닌 보통을 선택한 비율도 30%대로 나타나며, 자신의 삶을 비관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10% 내외로 적은 편이었다. 가장 최근 조사인 10월에는 현재 불행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비율이 8.8%로 10명 중 한 명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국 사회에서 주관적 행복과 삶에 대한 만족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누가 더 행복하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있을까? 세 차례 조사에서 밝혀진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현재 행복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5 [그림 7]에 제시된 10월 조사결과를 보면, 월평균 소득수준이 100만원 이하에서 500만원 이상으로 증가할수록 주관적 행복과 만족의 비율이 늘었다. 즉 소득수준과 주관적 행복, 삶에 대한 만족도 사이에는 정적 선형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최하위 소득층인 100만원 이하 응답자가 현재 행복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한 비율이 각각 27.4%, 23.9%로 나타난 것과 대조적으로, 501만원 이상 최상위 소득층의 79.3%, 81.4%는 현재 행복하고,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고 답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의 분석결과만으로 소득수준이 주관적 행복이나 삶에 대한 만족을 높이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없다. 다만, 한국 사회에서 소득수준과 주관적 행복, 삶에 대한 만족 사이에 상관관계(correlation)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