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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이란 전쟁이 韓 국방에 던진 질문은…"누가 더 빨리 결정하는가"

작성자
양욱
조회
95
작성일
26-05-26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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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이란 전쟁은 단순한 중동 분쟁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 전쟁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첫 실전 사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에픽 퓨리 작전(Operation Epic Fury)’은 전통적인 의미의 대규모 지상군 투입 없이도 AI 기반 ISR (정보·감시·정찰), 우주 자산, 드론, 네트워크화된 정밀 타격 체계를 결합해 이란의 군사 체계를 단기간에 무력화했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핵심은 첨단 무기의 위력을 떠나, 전쟁의 중심이 플랫폼에서결정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소프트웨어 무기인 코드 전쟁 시대

 

과거 전쟁은 전차·전투기·함정 같은 플랫폼의 성능 경쟁이었지만, 이번 전쟁에서 미국이 보여준 것은 센서·데이터·알고리즘· 타격 체계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해 상대보다 더 빠르게 상황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실행하는 능력이었다. AI는 정보 수집과 분석, 표적 식별, 타격 우선순위 선정까지 시간을 극단적으로 단축했고, 엣지 AI(Edge AI· 데이터 발생 지점에서 곧바로 연산을 수행하는 AI) 활용은 이 과정을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압축했다. 현대전의 핵심이누가 더 강한 무기를 보유했는가보다누가 더 빠르게 결정하고 행동하는가로 바뀌고 있다.

 

동시에 이란 전쟁은 전쟁이코드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에서 이미 등장했던소프트웨어 중심 전쟁양상이 이란 전쟁에도 반복됐다. 드론과 무인 체계는 완성된 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됐다. 알고리즘 업데이트 하나만으로도표적 탐지 성능과 전자전 회피 능력이 즉각 개선됐고, 민간 개발자와 상업용 AI 기술이 전장에 빠르게 적용됐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통신망·클라우드 인프라가 핵심 군사 자산이자, 공격 목표로 부상했다. 전쟁 공간이 전통적 전장뿐 아니라 디지털 인프라 전체로 확장된 것이다.

 

특히 이번 전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드론 중심의저비용 대량 전력(Attrita-ble Mass)’ 개념이다. 이란과 미국 양측 모두 드론을 단순 보조 전력이 아니라 기본 화력체계로 활용했다. 드론은 이제 탄약처럼 소비되는 존재로, 하루 수백 대 단위로 투입되는 대량 소모 구조가 나타났다. 이는 전쟁 경제학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고가의 첨단 플랫폼 몇 기를 얼마나 잘 보호하느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얼마나 싸고 빠르게대량생산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이제 전쟁은고성능 소수 플랫폼중심에서저가 대량 네트워크 전력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AI 전쟁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의 자세

 

AI 전쟁은 동시에 새 위험을 내포한다. 가장 큰 문제는속도의 역설이다. AI가 의사 결정 과정에 깊숙이 개입할수록 인간 개입 시간은 줄고, 기계 대 기계의 반응 루프가 형성된다. 이란 전쟁에서도 호르무즈해협 일대에서 AI 기반 탐지와 자동화된 대응 체계가 맞물리며 국지적 충돌의 확대 위험성이반복 제기됐다. 과거에는 인간 판단 지연이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그 지연 자체가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억제는 단순히 무기 수나 위력이 아니라 ‘AI의 속도를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라는 문제와 직결된다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변화는인지전의 확대다. AI 전쟁에서 중요한 것은 반드시 상대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판단을 틀리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센서를 속이고, 데이터를 오염시키며, 알고리즘을 왜곡할 수 있다면, 미사일 공격 없이도 전투 체계를 마비시킬 수 있다. 실제 이번 전쟁에서도 GPS 교란, 전자전, 허위 데이터 유입, 네트워크 교란이 광범위하게 활용됐다. 전쟁이 물리적 영역에서 정보·인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군에도 중요한 함의가 있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기술(ICT) 인프라와 반도체 산업, 우수한 제조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AI·통신·반도체·드론 생산능력은 세계적 수준이다. 문제는 이를 군사력으로 전환하는 속도와 제도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현재 경직된 획득 체계와 장기 개발 중심 구조로는 AI 전쟁의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AI 전쟁 시대에는 무기 체계를완제품이 아니라 지속적으로업데이트되는 플랫폼으로인식해야 하며, 민간 혁신을 실시간으로 군에 연결할 구조가 필요하다.

 

따라서 한국형 방위(K-디펜스)의 방향도 재정립돼야 한다. 첫째, AI 기반 지휘 통제(C2) 혁신이 필요하다. 전쟁 승패는 의사 결정 속도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둘째, 드론과 무인 체계 중심 저가 대량 전력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레이크와 클라우드 기반 AI 인프라를 전략 자산 수준으로 구축해야 한다. 넷째, 민간 AI 기업과 국방을 연결하는 민·군 융합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AI 통제와 속도 관리 개념을 새로운 억제 전략 차원에서 정립해야 한다.

 

공전하는 한국의 국방 AI와 드론 정책

 

결국 이란 전쟁은 ‘AI가 지원하는 전쟁이 아닌, ‘AI가 구조를 전환시킨 전쟁의 시작이다. 속도·데이터·알고리즘·통합 생태계가 새로운 군사력의 본질이 되고 있다. 한국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면 미래 전장에서 단순한 기술 격차가 아니라 구조적 열세에 직면할 수 있다. 반대로 지금 전환기를 제대로 활용한다면, 한국은 AI 기반 미래전의 선도국으로 도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한국의 국방 AI와 드론 정책은 전쟁의 변화 속도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전히 국방 혁신을플랫폼 획득 중심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군은 드론과 AI를 미래 전력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구조는 기존 유·무인 플랫폼 체계에 일부 AI 기능을 부가하는 수준이다. 특히 드론 전력 역시 고가·고성능 중심의 제한적 전력화에 치우쳐 있고, 최근 전쟁에서 나타난저비용 대량 소모형 드론 체계개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획득 구조 자체가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점이다. 현재 방위산업 체계는 수년 단위의 시험 평가와 양산 절차를 전제로 설계돼 있다.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가 수주 혹은 수개월 단위로 변화하는 AI 전쟁의 속도를 감당하기 어렵다. 지금 구조로는 AI와 드론을 도입해도미래형 장비를 과거 방식으로 운용하는한계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AI·드론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작점

 

또 다른 한계는 민간 혁신 생태계와 군 사이 단절이다. 세계 AI 혁신 중심은 군이 아닌민간이다. 미국도 국방 AI 혁신의 상당 부분을 민간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에 의존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도 민간 개발자와 현장 부대가 결합한 형태로 드론과 소프트웨어를 끊임없이 실시간으로 개선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드론 산업을 중소기업 보호 영역 수준으로 관리해 왔고, 군 역시 폐쇄적 보안 구조와 경직된 규제로 민간 AI 기업과 협업이 제한적이었다

 

특히 국방 데이터 접근 제한, 실증 환경 부족, 지나치게 복잡한 인증 절차는 스타트업과 민간 개발자의 참여를 어렵게 한다. AI 전쟁 시대의 핵심은지속 업데이트 가능한 전장 생태계인데, 한국은 아직도 제조업 중심 방산 패러다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결국 미래 K-방위의 경쟁력은 얼마나 좋은 무기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데이터를 연결하고, AI를 업데이트하며, 전장에 적용할 수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 본 글은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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