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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홍구 총리님 추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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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53
작성일
26-05-08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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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홍구 총리님 추도사

 

정몽준 명예이사장

아산정책연구원

2026 5 8()



이홍구 총리님의 사모님과 가족 여러분,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

 

오늘 우리는 한 시대를 이끌었던 큰 어른, 이홍구 총리님을 깊은 애도의 마음으로 떠나보내고 있습니다.

 

비보를 접하니 황망하고 애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늘 온화한 미소로 저희들을 맞아 주시던 총리님의 자애로운 모습을 이제는 뵐 수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습니다.

 

총리님께서 걸어오신 길과 남기신 업적을 생각할 때,

그분의 부재가 우리 사회에 남긴 상실감은 너무나 큽니다.

 

오랜 시간 총리님을 가까이에서 뵙고 인연을 이어온 후배로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슬프고도 엄숙한 심정입니다.

 

제가 총리님을 처음 뵌 것은 서울대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당시 저는 경제학과의 학생이었는데, 미국 예일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다는 키 크고 잘생긴 분이 강의를 유머러스하게 하셔서 강의실이 꽉 찼던 기억이 납니다.

 

그 당시 저는 총리님의 정치학 강의를 통해 국제정세와 국가의 방향에 대한 소중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총리님의 강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가르쳐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 과정을 통해 정치와 외교안보 문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가 존스홉킨스 대학교 SAIS에서 국제정치를 공부하게 된 데에는 총리님의 조언과 영향이 있었습니다.

 

총리님께서는 늘 국제적 관점에서 대한민국의 앞날을 생각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그러한 말씀은 제 진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총리님께서는 국무총리와 통일부총리를 역임하시면서, 남북관계를 비롯한 국가의 주요 정책을 이끄셨고 입법 활동에도 헌신하셨습니다.

 

해외에서는 주영국 대사, 주미국 대사로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며 국제사회의 신뢰를 쌓고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셨습니다.

 

총리님께서는 학자 시절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의 기초가 된한민족 공동체 통일방안을 창안하셨고, 이는 오늘날에도 여야의 합의를 얻은 우리의 공식적 통일방안입니다. 또한 총리님께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히 나누는 분권은 국가 전체의 역량을 오히려 강화하는 길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이는 우리의 정치 현실에 필요한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총리님의 탁월한 혜안과 풍부한 지식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모두가 그분을 필요로 하게 만들었으며, 총리님께서는 국가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설 때마다 그 책임을 기꺼이 맡으시면서 합리적 보수의 모습을 보여주셨습니다.

 

총리님은 2002 FIFA 한일 월드컵 유치위원장으로도 활동하셨습니다.

 

그때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총리님과 함께 월드컵 대회의 유치를 위해 세계 각지를 돌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우리가 월드컵 유치전에 뛰어들어 일본과 힘겨운 경쟁을 할 때, 안팎으로 많은 이들이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답답하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던 그때 제 손을 잡아주시며 큰 힘이 되어주신 분이 바로 총리님이셨습니다.

 

총리님께서는 외교안보문제에 관해 국내의 지혜를 모으고, 국제사회와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1986년에는 서울국제포럼, 2008년에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설립에 많은 기여를 하셨습니다.

 

총리님께서는 온화한 성품으로 절제와 균형의 자세를 지니셨습니다. 목소리를 높이기보다는 논리로 설득하셨고,

자신의 의견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의견을 경청하셨습니다.

국가의 원칙과 방향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분명한 소신을 가지고 흔들림 없이 중심을 지키셨습니다.

 

지금, 총리님을 떠나보내는 이 자리에서, 저는 한 가지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게 됩니다.

 

총리님께서는 나라가 필요로 할 때마다 어떠한 자리도 마다하지 않으셨고, 어떠한 책임도 회피하지 않으셨습니다

학자로서, 공직자로서, 그리고 국가의 원로로서 대한민국이 중요한 기로에 설 때마다, 총리님께서는 늘 그 자리를 지키셨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가까이에서 뵈며, 공인으로서의 자세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국가를 위한 헌신이 무엇인지 배울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만남을 경험합니다.

어떤 분과의 만남은 우리의 삶에 깊은 흔적을 남기고 그분의 선한 영향력은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총리님은 바로 그런 분이셨습니다.

 

존경하는 이홍구 총리님,

 

총리님의 온화한 모습을 더 이상 뵈올 수 없지만 총리님께서 남겨주신 조국을 향한 깊은 사랑과 헌신은 우리와 함께 있을 것입니다.

 

이제 모든 짐을 내려놓으시고 평안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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