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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플래넘 2026] 환영사

작성자
정몽준
조회
61
작성일
26-04-0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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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 숙녀 여러분,

올해 아산 플래넘의 주제는동맹 현대화(Modernizing Alliances)”입니다.

오늘날 미국은 전 세계에 약 50개의 조약 동맹국을 두고 있습니다. 미국이 주도한 동맹 체제는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아시아에서는 허브--스포크(hub-and-spokes) 동맹체제가 제2의 한국전쟁을 억제하고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등지에서 경제 발전과 민주화를 가능하게 하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유럽에서는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의 집단안보 체제가 소련과의 냉전에서 승리하고 독일의 통일을 이루었으며 바르샤바 조약기구 국가들을 공산주의로부터 해방시켰습니다.

대한민국은 미국이 이룬 동맹 성공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1953
년 이후 한미동맹은한강의 기적을 가능하게 한 방패였습니다. 미국과의 동맹이 없었다면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은 존재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탁월한 회복능력이 있기도 했지만, 우리의 생존과 번영, 민주주의는 이름도 알지 못했던 나라를 위해 싸웠던 미국과 유엔군의 희생 위에 세워졌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하신 연사들 가운데에는 유엔 깃발 아래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병력과 의료 지원을 보내주신 국가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인도, 영국에서 오신 분들도 계십니다. 한국 국민을 대표하여 여러분의 희생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오늘날 미국이 세계에서의 역할을 재고하는 가운데, 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는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지난 10여 년간 미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동맹의 현대화를 추진해 왔습니다. 동맹국으로서 우리는 집단안보의 부담을 계속 분담해야 합니다. 동맹은 정적인 것이 아니라, 진화하지 않으면 약화되고, 현대화 하지 않으면 쇠퇴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모범 동맹국(model ally)”이라 칭하는 대한민국에게 동맹의 현대화는 국가안보와 전략적 미래에 직결된 문제입니다.  아산정책연구원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한국민의 안보의식 관련 여론조사에서 금년도 조사 결과 한국인의 97%가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우리는 동맹 체제를 위해 우리의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국방비 증액, 미국에 대한 3,500억 달러 투자, 원자력 추진 잠수함 협력, 미국 조선산업 발전에 대한 기여 등이 그 예입니다.

미국은 왜 동맹을 현대화 하려 하는 것일까요? 증가하는 위협에 대응하여 집단방위의 부담을 분담하기 위해서 일까요? 러시아, 중국, 북한 등 동북아시아의 권위주의 체제들은 새로운 협력 관계를 다져 나가면서, 규범 기반 국제질서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러한 수정주의 세력에 맞서 글로벌 동맹 체제를 지탱하는 더 없이 중요한 역할을 계속 수행해야 합니다.

또한 사이버, 우주, 공급망,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위협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기존 동맹의 역할과 기대치를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이 동맹 현대화를 지지하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친애하는 참석자 여러분,

그러나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현대화에 대한 우려도 동시에 존재합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일부 발언들은 동맹 현대화가 부담과 위험, 책임을 동맹국에 전가하려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또한 한국 내에서는 미국이 북한 핵 위협 대응에 충분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최근 발간된 미국의 국가방위전략(National Defense Strategy, NDS)서는 북한 문제 대응에서 한국이주된 책임(primary responsibility)”을 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력을 체제 정당성의 핵심으로 내세우며 이를존엄과 자력의 정점이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핵과 미사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평양이 중국과 러시아와의 연대를 심화하고, 북한의 핵 전력이 점점 고도화되고 다양화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떤 형태의 신뢰할 수 있는 억제가 필요한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미국의 충분한 지원 없이 북한 위협 대응의 주된 책임을 맡게 된다면, 우리 외교는 보다 과감한 사고의 전환을 필요로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남북관계를 이용해 양측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려는 국가들에 대해 우리는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할까요? 한국은 서울과의 관계에서 이익을 얻으면서도 북한 체제를 정당화하는 국가들에 대한 외교적 입장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제기된 하나의 방안이한국판 할슈타인 독트린입니다. 냉전 시기 서독은 할슈타인 독트린을 채택하여, 동독을 주권 국가로 인정하는 국가들과 외교 관계를 단절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는데, 기회주의적 외교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한국판 할슈타인 구상 역시 유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기회주의적 정치 행태를 보이는 국가들 역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대한민국과의 협력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한국을 핵무기로 위협하는 북한 정권을 지지하는 국가들이 우리의 시장과 자본, 기술, 안보 협력의 혜택을 동시에 누릴 수는 없습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이제 발언을 마무리하며, 미국 동맹 현대화의 방향에 대해 두 가지 제안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미국은 동맹국들의 핵 억제력과 핵 대응주권에 대한 보장을 강화해야 하고, 과거에는 논의하기 어려웠던 선택지들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에는 1991년 철수된 미국 전술핵의 재배치 문제도 포함됩니다. 유럽에서는 현재까지도 약 100기의 미국 전술핵이 5개국에 배치되어 있으며, NATO의 핵 공유 체제는 핵위협에 대한 억제력의 신뢰성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도 안될 이유가 없습니다. 핵은 핵으로만 억제될 수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전술핵무기가 NATO의 핵공유 체제 하에서 오랫동안 전진 배치되어 왔습니다. 이는 긴장 고조의 상징이 아니라, 동맹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수단입니다. 또한 억제가 집단적이며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정치적 신호입니다. 여기서 하나의 질문이 제기됩니다. 왜 이러한 체제는 유럽에서는 안정적인 것으로 간주되면서, 아시아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지는 것입니까?

이제 논의는 이러한 선택지의 가능 여부를 넘어,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합니다. 지휘통제, 위기관리, 동맹 협의 메커니즘 등 구체적 문제들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함께하는 조율된 협력적 접근도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논의는 특히 일본에서 민감한 정치적 문제를 제기할 것입니다. 일본의 비핵 3원칙은 과거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안보 환경에서 만들어진 원칙이 변화한 오늘의 환경에서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일본 내에서도 이 세 가지 원칙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지를 두고 논의가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의 두 번째 제안은 보다 강력한 집단안보 협력이 동맹 현대화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제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구조를 재구상할 시점이고, 우리는 아시아판 NATO, 가칭 인도-태평양조약기구(IPTO)’를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의 허브--스포크 동맹 체제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인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 태국 등은 동맹국 상호간의 수평적인 협력인 스포크--스포크(spoke-to-spoke)’ 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또한 인도와 같은 주요 파트너 국가와의 협력도 확대해야 합니다.

친애하는 여러분,

동맹 현대화는 미국이 세계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는 현실을 반영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맹 현대화가 동맹의 해체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불필요한 것을 버리려다, 정작 소중한 것까지 함께 잃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제가 제안한 바와 같이, 핵 공유와 전술핵 재배치를 통한 핵 억제력 강화, 그리고 인도-태평양 지역의 집단안보 협력체의 구축을 통해 미국 주도의 동맹 체제가 현대화되어, 앞으로도 80년 이상 성공적으로 지속되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진행되는 세션들에서는 군사, 경제, 기술적 차원 전반에 걸쳐 동맹 현대화를 검토할 것입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뿐만 아니라 대서양 지역의 동맹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입니다.

여러분의 통찰과 지혜를 나눠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위 연설문은 정몽준 아산정책연구원 명예이사장의 '아산 플래넘 2026 환영사'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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