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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전작권 전환, 그 이후는 준비돼 있는가

작성자
양욱
조회
177
작성일
26-02-24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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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논의는 이제 새로운 문제가 아니다. 이미 20년 가까이 반복돼 온 논쟁이다. 특히 논쟁을 주도해 온 진보 정권은 ‘자주국방’이라는 상징성, ‘전시에도 우리 군이 스스로 지휘한다’는 당위성을 언제나 강조해 왔다. 정치·외교적 수사로만 보면 전작권 전환은 당연히 가야 할 길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늘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전환할 준비가 됐는가’라는 질문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정을 맞추기 위한 전환은 위험


전작권 전환의 가장 큰 구조적 문제는 ‘지휘권 이전’과 ‘전쟁 수행 능력 확보’를 혼동해 왔다는 점이다. 전작권은 형식적으로는 지휘권 이전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전쟁 전체를 설계·운용·관리하는 능력 이전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4성 장군 지휘관이 한국군으로 바뀌는 문제가 아니다. 정보 수집, 표적 선정, 연합 전력 운용, 위기관리, 확전 통제까지 포괄하는 복합 역량 문제다.


그동안 한국군은 전작권 전환을 ‘조건 충족’이라는 기술적 과제로 다뤄왔다. 일부 핵심 능력을 갖추면 전환이 가능하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단순한 조건 충족 방식은 본질을 가린다. 특정 장비를 도입하고, 특정 조직을 만들고, 특정 훈련을 통과한다고 해서 곧바로 전쟁을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전략 부재다. 한국군은 지난 수십 년간 전력 증강에 막대한 투자를 해왔다. 첨단 전투기·미사일·잠수함·위성·드론까지 갖추었다. 개별 플랫폼만 놓고 보면 세계 최고 수준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전력이 어떤 전쟁 개념 아래 통합 운용되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전쟁은 무기의 총합이 아니라 체계의 경쟁이다. 한국군 지도부는 여전히 ‘많이 갖추는 것’을 ‘잘 쓰는 것’으로 포장하며 정치권력에 어필한다.


핵전쟁을 대비하려면


필자는 미국 모처에서 전 세계가 핵전쟁으로 치닫는 상황을 가정한 국제 ‘워게임’에 참가한 후 귀국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워게임은 미·중·러를 포함한 주요 강대국과 동맹국이 다층적 위기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고, 그 결과가 어떻게 확전으로 이어지는지를 검증하는 시뮬레이션이었다. 단순한 군사 모의 훈련이 아니라, 외교·군사·경제·정보 영역이 동시에 작동하는 ‘현실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전쟁 실험’이었다.


이 워게임에서 가장 인상적인 교훈은 어떤 강대국도 핵전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점이었다. 핵무기가 등장하는 순간, 승패 개념은 급속히 붕괴됐다. 설령 군사적으로 우위를 확보하더라도 국가 존립 자체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결과를 피할 수 없었다. 다시 말해, 핵전쟁은 이기는 전쟁이 아니라, 덜 망하는 전쟁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참가국은 여전히 ‘상대 패배’를 전제로 한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눈에 띄었던 문제는 레드팀, 즉 권위주의 잠재적 적국은 비교적 명확한 ‘승리 이론’을 갖고 있었던 반면, 블루팀과 동맹국은 일관된 승리 이론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대는 어떻게 압박하고, 어디까지 위협하며, 어떤 선에서 멈출지를 비교적 분명히 설정하고 있었다. 반면 우리는 확전을 억제하자는 원칙에는 공감했지만,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갖고 있지 못했다.


억제와 방어는 말할 수 있었지만, 종결과 출구 전략은 비어 있었다. 이 경험은 한국군의 현실과도 정확히 맞닿아 있다. 전술적 대응과 초기 타격 능력은 상당한 수준을 갖췄어도 전쟁이 확전되고 장기화할수록 전략적 방향성과 통합 조정 능력이 급격히 약화하는 모습이 반복된다.


한미 동맹 안보 속 한국군의 한계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마주하게 될 가장 큰 도전은 바로 이 ‘전쟁을 설계하고 끝내는 능력’ 부재라는 점이다. 특히 세 가지 취약점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전략적 의사 결정 구조 미성숙이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은 전쟁 초기부터 확전 관리, 핵 위협 대응, 동맹 조율을 동시에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지휘 체계는 여전히 ‘작전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군사적 성공과 정치적 안정이 충돌할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부족하다.


둘째, 연합 전력 통합 운용 능력 한계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연합작전은 유지된다. 문제는 ‘누가 지휘하느냐’보다 ‘어떻게 통합하느냐’다. 워게임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난 문제는 한국군 주도의 연합작전에서 미군 전력 활용이 지연되거나 비효율적으로 이뤄지는 현상이었다. 지휘권은 이전됐지만, 연합 운용 경험과 노하우는 충분히 축적되지 않았다.


셋째, 장기전 대비 능력 취약성이다. 한국군은 단기 고강도 충돌에는 강하다. 그러나 전쟁이 수주, 수개월로 이어질 경우 보급, 산업 동원, 인력 운용, 사회 안정 관리까지 포괄하는 ‘전쟁 지속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이는 평시 체계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문제다. 워게임에서 이 부분이 가장 빠르게 붕괴되는 영역이었다.

 

전작권 전환 이후의 도전 과제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전작권 전환을 추진한다면, 이제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전환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전환 이후를 감당할 수 있는가’다. 전작권 전환 이후 한국군이 준비해야 할 과제를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쟁 설계 능력’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 한국군은 전쟁을 계획해 왔지 설계해 오지는 못했다. 계획은 주어진 조건에서 움직이지만, 설계는 조건 자체를 만들어낸다. 전쟁 목표, 종결 조건, 확전 한계, 정치적 출구까지 포함하는 전략 설계 역량이 필요하다. 이를 담당할 상설 전략 조직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며, 이는 단순히 군 수준이 아니라 국방부와 안보실 차원이어야 한다.


둘째, 연합 지휘 역량 실질적 내재화가 필요하다. 형식적인 지휘권 이전이 아니라, 미군 전력을 자유롭게 통합·운용할 수 있는 실전형 역량을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연합 훈련 성격 자체를 바꿔야 한다. 시나리오 수행 훈련이 아니라, 불확실성과 혼란을 전제로 한 ‘결심 훈련’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셋째, 통합 전력 운용 체계 재설계가 필요하다. 한국군은 아직 육·해·공·우주·사이버를 하나의 전쟁 체계로 통합하지 못하고 있다. 킬체인, 미사일 방어, 대응 보복 개념도 각각 따로 움직인다. 전작권 전환 이후 이러한 분절 구조가 치명적 약점이 된다. 통합 작전사령부 기능 강화와 합동성 개혁이 필수다.


넷째, 국가 차원 전쟁 지속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전쟁은 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물류, 산업, 금융, 정보, 사회 안정까지 포함하는 총력전 체계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전쟁을 ‘군사 이벤트’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전작권 전환 이후에는 국가 전체가 전쟁 수행 주체가 된다는 인식 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국가 안보 강화를 위한 수단


전작권 전환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이다. 자주국방 완성도, 억제력 신뢰도, 동맹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준비되지 않은 전환은 자율성을 높이기는커녕 위험을 증폭시킨다. 지금까지 우리는 전작권 전환을 정치적 일정으로 관리해 왔다. 이제는 국가 전략 문제로 다뤄야 한다. 전환 시점보다 중요한 것은 전환 이후 안정성이다.


전작권을 되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더 어려운 것은 그것을 제대로 감당하는 일이다. 준비 없는 자주권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 전작권 전환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과연 우리는 그 이후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는가

 

 

* 본 글은 216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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