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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핵 집착’ 이란 神政 위기… 北도 예외 아니다

작성자
장지향
조회
56
작성일
26-02-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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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이란의 수도 테헤란 전통시장 바자르에서 리알화()의 가치 폭락과 물가 급등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환율이 시간 단위로 폭등해 물건 가격을 매길 수도 없던 상인들은 파업을 시작했다. 산발적 항의로 보이던 시위는 2주 만에 31개 모든 주, 185개 도시로 확산됐다. 사회경제적 하층민은 물론 대학생·여성·중산층·중장년층까지 결집해 체제 전복 구호를 외쳤고,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축출됐던 팔레비 왕조의 귀환까지 소환했다.

 

당국은 혁명수비대와 산하 민병대를 동원하고 인터넷과 국제전화선을 전면 차단하며 유혈 진압에 나섰다. 최고종교지도자 하메네이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해 발포를 승인했고, 저격수와 기관단총까지 목격됐다. 1월 중순 이후 시위는 소강 국면이고, 하메네이는 “이스라엘과 미국에 고용된 세력의 소행”이라고 주장한다. 시위 사망자는 6000명에서 최대 3만 명, 체포된 사람은 약 4만 명으로 추정된다.

 

이번 반체제 시위는 분노의 분출을 넘어 무능·부패·경직 체제에 대한 사회의 탈진이 폭발한 결과였다. 하메네이 체제의 불안정은 지난해 6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된 ‘12일 전쟁’에서 이란이 단숨에 무력화되며 본격화했다. 전쟁 기간 미국이 사상 초유의 핵시설 타격을 단행했고, 하메네이는 비밀 벙커에 은신한 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테헤란 시민에게 대피를 경고했음에도 당국은 경보나 안내는 고사하고 오히려 인터넷을 차단해 정보 접근을 막았다. 휴전 직후에는 간첩 혐의로 2만여 명을 체포하더니 핵·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재개를 선언했다. 9월 핵 합의 위반에 따른 유엔 제재까지 복원되면서 리알화 가치는 역대 최저치로 추락했고 사회 전체가 빈곤해졌다.

 

이번 시위가 체제 친화적이던 바자르 상인의 저항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은 성직자와 혁명수비대를 축으로 한 지배 연합의 지지 기반 약화를 보여주는 중대한 신호다. 또한,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국민 학살에 준하는 폭력이 자행되면서 신정(神政) 체제에 대한 불신과 위기의식은 집권 엘리트층 내부로까지 퍼지고 있다. 온건 성향 성직자 그룹이 유혈 진압을 공개 규탄하고 엘리트 일부가 반체제 망명 세력과의 조건부 대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권력층 이반 징후가 드러났다. 시위 확산 과정에서 하메네이의 해외 도피설이 퍼진 후 포스트 하메네이 후계 구도를 둘러싼 치열한 정쟁이 가열됐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얼핏 이란이 안정을 되찾은 듯하지만, 억압과 감시가 균열을 잠시 누르고 있을 뿐이다. 축적된 분노와 의구심은 언제든 임계점에 이를 수 있고, 시위가 재점화하는 순간 엘리트의 연쇄적 이탈로 이어질 수 있다. 이란 혁명과 ‘아랍의 봄’, 시리아 정권 붕괴가 보여주듯이 권위주의 체제의 균열은 극적으로 분출한다. 엘리트와 반대 세력 모두가 체제의 생존 가능성을 저울질하며 결정적 순간까지 선택을 미뤘기 때문이다.

 

바로 이때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평화 시위를 향한 발포를 명분으로 군사 대응을 공언하는 동시에 핵·미사일 프로그램 중단을 협상 조건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핵 개발과 반미 이슬람혁명 이념을 체제 존립의 근간으로 여기는 하메네이와 측근 강경파가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이 지점에서 미국의 압박이 이란 체제의 균열을 더 가속화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최근 이란 사태는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핵·미사일 개발에 집착하는 북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본 글은 213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장지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장지향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자 지역연구센터 센터장이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2012-2018)을 지냈고 현재 산업부, 법무부, 국방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 정치학 석사 학위를,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연구 분야는 중동 정치경제, 정치 이슬람, 비교 민주주의와 독재, 극단주의 테러와 안보, 국제개발협력 등이다. 대표 저서로 중동정치를 비교분석한 «최소한의 중동 수업» (시공사 2023), 클레멘트 헨리(Clement Henry)와 공편한 The Arab Spring: Will It Lead to Democratic Transitions? (Palgrave Macmillan 2013), 논문으로 “팔레스타인 지도부의 정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전망” (아산이슈브리프 2022), 『중동 독재 정권의 말로와 북한의 미래』 (아산리포트 2018), “Disaggregated ISIS and the New Normal of Terrorism” (Asan Issue Brief 2016), “Islamic Fundamentalism” (International Encyclopedia of the Social Sciences 2008)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파와즈 게르게스(Fawaz Gerges)의 «지하디스트의 여정» (아산정책연구원 201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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