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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국익 중심 실용외교 어떻게 할까

작성자
이재현
조회
40
작성일
26-02-1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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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적도, 영원한 우방도, 또 영원한 규칙도 없는 냉혹한 국제질서 속에서 대한민국의 운명은 우리 스스로 개척하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달려 있다." 지난 1월 중국 방문을 마친 직후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말이다. 이재명 정부의 냉철한 국제정세 인식과 국익 중심 실용외교를 잘 보여준 발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국익 중심 실용외교에 관한 해석과 해설을 내놓고 있다. 필자도 여기에 하나를 덧붙여 보려 한다.

 

흔히 국제관계는 힘과 힘이 충돌하는 무정부 상태라고 한다. 과거 수십년을 두고 무정부 상태라는 말이 요즘처럼 절감되는 때도 없다. 이런 상황 속에 원칙 없이 조변석개하는 외교정책도, 맹목적으로 한 국가에 우리의 이익과 운명을 의탁하는 것도 모두 적절치 않다.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냉철한 상황 판단하에 고도의 유연성을 발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따라서 위에서 언급한 상황인식은 매우 적절해 보인다.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눈앞에 놓인 당면한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해 그 효과를 실감케 하는 것이 실용이다. 너무 당연한 명제지만 주의할 점이 있다. 단기적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데 매몰되면 당장의 문제 해결에만 골몰해 긴 안목의 방향을 잃기 쉽다. 앞에 놓인 도전을 헤쳐나가는 속에서도 우리의 눈은 멀리 두어야 한다. 실용외교는 목적이 아니며 방법론이다. 이는 우리의 외교가 지향할 목표와 비전을 일러주지는 않는다.

 

우리의 외교가 장기적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에 대한 비전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10년 후, 20년 후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어떤 나라,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 나라가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 장기적 외교비전을 채워줄 것이다.

 

국익 중심이라는 말은 실용이라는 방법론에 구체성을 더한다. 국익 중심이라는 말 역시 그 자체로 반박할 여지는 없다. 다만 무엇이 국익인가는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다. 좁은 의미의 국익과 넓은 의미의 국익이라는 두가지 서로 다른 차원의 국가 이익을 생각해볼 수 있다. 좁은 의미의 국익은 당장 우리 손에 잡히고 눈에 보이는 이익이다. 당장 우리의 주머니를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수출로 벌이들이는 경제적 이익, 국제사회에 대한 한국의 기여의 축소, 즉 외부로 나갈 것을 아껴서 얻을 수 있는 이익 등이 여기에 속할 것이다.

 

반면 넓은 의미의 국익은 추상적이고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아 간과하기 쉽다. 여기에 해당하는 것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좋은 이미지와 평판, 한국에 대한 신뢰,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과 같은 무형의 자산이다. 이런 자산은 단기간에 축적할 수도 없고, 한국이 부유하다고 해서 돈으로 살 수도 없다. 오랜 기간을 두고 차근차근 축적해야만 하는 것이다.

 

한국의 국제적 힘과 위상은 과거 개발도상국 시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올라갔다. 상승한 위상만큼이나 국제사회가 한국에 기대하는 긍정적인 기여와 적극적인 역할도 매우 커졌다. 이런 기대를 받는 한국이 좁은 국가 이익에 매몰되면 더 큰 이익을 희생할 수도 있다. 우리의 좁은 단기적 국익과 넓은 장기적 국익 추구 사이 최상의 조합을 찾아야 한다.

 

 

* 본 글은 212일자 파이낸셜뉴스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이재현

수석연구위원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2012년까지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다. 현재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해양경찰청의 자문위원이고,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적 공간의 등장(2015), 북한과 동남아시아(2017),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2018),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남방정책의 역할(2018), 한국과 아세안의 전략적 공통분모와 신남방정책(2019), 비정형성과 비공식성의 아세안 의사결정(2019), 피벗: 미국 아시아전략의 미래 (2020, 역서), G-Zero 시대 글로벌, 지역 질서와 중견국(2020), “Southeast Asian Perspectives of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 SWOT Analys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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