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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전작권 전환보다 '아시아판 나토' 설립이 시급하다

작성자
차두현
조회
63
작성일
26-02-09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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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국가방위전략(NDS)에서한국은 더욱 제한적인 미국의 지원 하에서도 대북 억제의 1차적인 책임을 담당할 능력이 있다고 했다. 한반도 방위의 부담을 우리에게 넘기겠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이재명 대통령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한의 핵 위협이 증폭되는 현실에서자주에 집착하여 우리의 안보를 위태롭게 만드는 일이다.

전작권 전환의 명분은자주국방이지만, 결과는 한미 연합 지휘 체계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한미 연합사 체제는 미국의 자동 개입 메커니즘이라 할 수 있다. 미군 장성이 가진 한국군에 대한 전작권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개입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1월 말 유럽의회 연설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은유럽은 미국 없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의독자 방위론이 현실적이지 않고 푸틴만 좋아할 것이라는 얘기다. 마찬가지로 우리에게 전작권 전환은 위험한 발상이고 김정은만 좋아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취해야 할 선택은 전작권 전환이 아니라 집단안보체제인아시아판 NATO’ 설립으로 미국의 개입을 확보하고, 북한을 억제하며, 중국과 러시아의 부상을 견제하는 것이다. 일각에서아시아판 NATO’ 구상을중국을 자극하는 적대 정책이라 비판한다. 그러나 집단안보체제는 특정 국가를 적대시하는 것이 아니라힘의 공백이 불러올 불안정을 막기 위한 제도적 안전장치다. 2차 세계대전 이후 NATO가 결성된 가장 큰 동기도 소련의 팽창 야망이 초래할 위험을 함께 극복하려는 미국과 유럽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결과였다. 특히 유럽 국가들의 입장에서 NATO는 소련을 선제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유럽 방위를 방기하지 않도록 막기 위한 장치였다.

오늘날 인도·태평양 지역의 상황은 1949 NATO 출범 당시에 비해 더 심각하다. 중국의 GDP는 이미 미국의 70% 수준에 도달했고, 해군 함정 수는 미 해군을 넘어섰다. 미 국방부 보고서는 2030년까지 중국이 핵탄두 1000기를 보유할 가능성을 경고한다. 중국이 당장은 공격 의도를 가지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힘의 불균형이 커질수록 오판 위험은 커진다. 실제로 중국은 대만 독립 저지를 위해 군사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다. 그래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집단안보체제가 만들어지면 중국의 오판을 제도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장치가 될 것이다. 일본·호주·필리핀·인도·캐나다·한국이 미국과 함께 다자적 억제 체계를 구축하면 중국도 행동을 자제할 것이다.

최근 방한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일본·필리핀·한반도를 하나의 연합 전선으로 묶는 전력 태세가 지역 억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미국과 동맹국들은 각자 연결되어 있었지만 동맹국들끼리는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동맹국 간의 연대와 협력을 위해서라도 다자안보체제를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 그래야 한·미 동맹도 강화된다.

진정한 자주국방을 원한다면 성급한 전작권 전환보다는 동맹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발언권을 강화하는 능동적 자주를 선택해야 한다. ‘아시아판 NATO’ 속에서 미국 개입은 제도화되면서 한국군은 더 큰 전략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이 진정한 주권 강화이자 자율성 확대다. 지금 필요한 것은 동맹의 결속을 다층화하고 자율성과 연합, 주권과 동맹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략적 사고다.

 

* 본 글은 29일자 조선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차두현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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