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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하 원잠)을 공개했다. 과거처럼 일부분만 보여준 것이 아니라, ‘핵동력 전략 유도탄 잠수함’의 현지 지도에 나선 김정은의 모습을 공개했다. 북한은 2025년 3월 김정은의 조선소 현지 지도를 보도하며 원잠 건조 사실을 처음 언급했고, 당시에는 잠수함 일부 하단부만 노출하면서 의문을 증폭시켰다.
원잠에 대한 북한의 열망
북한은 8차 당대회에서 과제 중 하나로 ‘원잠과 수중발사핵전략무기 보유’를 제시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중국이 핵무장을 발전시키던 초기에 마오쩌둥(毛澤東)은 “원잠은 만 년이 걸리더라도 개발해야 한다” 고 말한 바 있다. 미국과 소련의 핵 위협에 직면한 가운데 마오쩌둥은 핵무장의 완성을 원잠 보유를 통한 2격(Second Strike·상대편의 선제 핵 공격을 받은 후에 하는 보복 핵 공격) 확보로 보았다.
전략폭격기,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그리고 전략 원잠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핵 3축 전력(nuclear triad)이라고 부른다. 냉전 시절 핵보유국은 어떻게든 핵 3축 전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미국과 소련, 중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도 3축 전력을 갖췄다. 냉전이 끝난 뒤 핵전력 감축 국면에서 이들 국가가 끝까지 유지한 전력은 다름 아닌 전략 원잠과 SLBM이었다. 그만큼 전략 원잠은 핵 억제의 ‘최종 보루’로 인식돼 왔다.
북한이 전략 원잠을 추구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상 기반 ICBM은 위성·정찰 자산에 의해 위치가 노출될 수 있고, 고정 발사대는 선제 타격 위험에 취약하다. 반면 잠수함은 탐지되지 않는 한 생존성이 압도적이다. 북한 입장에서 원잠은 단순한 무기 체계가 아니라, 체제 생존을 보장하는 ‘마지막 카드’에 가깝다.
외양보다 본질을 살펴야
그러나 ‘원잠을 보유했다’는 주장과 ‘실제로 운용 가능한 전략 원잠을 가졌는가’는 전혀 다른 문제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 신형 잠수함을 두고 일부에서는 러시아의 아쿨라급(프로젝트941·NATO 분류명 ‘타이푼’급) 전략 원잠과 기술적 연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전략 원잠 수준을 외형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아쿨라급은 냉전 말기 소련이 수십 년간 축적한 핵 추진, 저소음 설계, 장기 순찰 운용 경험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빙하 하부에서 수개월 동안 은밀히 작전하며 안정적으로 2격을 보장하는 것이 타이푼의 설계 철학이었다.
북한 신형 잠수함에서 이러한 설계 철학의 흔적을 찾기는 어렵다. 오히려 눈에 띄는 것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상부 체적과 비정상적으로 큰 외피다. 이는 세련된 통합 설계의 결과라기보다, 제한된 기술 여건 속에서 미사일을 어떻게든 탑재하려는 접근의 흔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호텔급과 닮은 '과도기형 SSBN'
이 지점에서 역사적 비교가 유용해진다. 소련이 처음 전략 원잠을 개발하던 시기의 호텔급(프로젝트 658)은 명목상 ‘전략핵잠수함(SSBN·핵무기를 탑재한 원잠)’이었지만,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전략 원잠과는 거리가 멀었다. 호텔급은 기존 핵 추진 공격 잠수함 설계를 바탕으로 제한된 수의 SLBM을 얹은 ‘과도기적 실험형’이었다. 미사일은 선체와 완전히 통합되지 못했고, 저소음 성능도 낮았으며, 무엇보다 장기 전략 순찰을 수행할 신뢰성을 갖추지 못했다.
북한 신형 SSBN은 기술적·개념적으로 이 호텔급과 매우 유사한 위치에 있다. 미사일 통합은 구조적으로 세련되지 못해 외형적 비대화를 낳았고, 추진 체계 역시 완성도를 의심받고 있다. 최근 러시아에서 해군 원자로 관련 장비가 북한으로 이전되려다 실패했다는 보도는 북한이 아직 안정적인 해군용 원자로를 독자적으로 확보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략 원잠에서 원자로는 단순한 부품이 아니라, 설계 전체를 규정하는 핵심 요소다. 이 부분이 미완이라면, 플랫폼 전체가 ‘완성형’이 되기 어렵다.
또 다른 사례로는 중국의 첫 전략 원잠인 샤급(Type 092)을 들 수 있다. 샤급은 호텔급보다 훨씬 많은 미사일을 탑재했음에도 실질적인 전략 순찰에는 거의 투입되지 못했다. 소음 문제, 추진 신뢰성 부족, 운용 체계 미성숙이 발목을 잡았기 때문이다. 배수량이나 미사일 수가 곧 전략 원잠의 성숙도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북한이 공개한 신형 SSBN의 배수량이 8000t을 넘는다는 추정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이는 기술적 진보의 증거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내부 체계 통합이 미흡한 결과일 가능성도 크다. 초기 단계 SSBN일수록 선체가 불필요하게 커지는 경향은 역사적으로 반복돼 왔다.
비효율적 선체와 추진 체계 한계
북한이 공개한 신형 원잠은 외형상 전략핵잠수함 이미지를 차용하지만, 기술적 실체는 안정된 설계와는 거리가 멀다. 소련의 초기 전략 원잠이었던 호텔급에서 보듯이, 전략 원잠 개발의 초기 단계에서는 미사일 통합과 추진 체계 불안정성이 외형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이번에 공개된 북한 원잠 역시 이러한 과도기적 특징을 강하게 노출하고 있다.
만약 북한이 최근 러시아로부터 현대적인 원잠 추진 체계를 실질적으로 이전받았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졌을 것이다. 러시아의 주력 공격·전략 원잠에 사용되는 OK-650 계열 원자로는 200㎿(메가와트)급 출력으로, 이를 탑재했다면 더 긴 선체와 균형 잡힌 비례 그리고 유체역학적으로 훨씬 미려한 설계를 채택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북한 원잠은 길이 약 105m, 선체 직경 약 11m, 전체 높이 약 19m로 추정되며, 비정상적으로 비대한 함교탑(sail)을 갖추고 있다. 이는 러시아식 원잠 설계 철학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선체 형상이 채택된 가장 유력한 이유는 추진 체계 한계일 가능성이 크다. 충분한 출력과 신뢰성을 갖춘 원자로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추력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부력과 공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선체와 함교탑이 과도하게 커졌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이 원잠은 200㎿급이 아닌 70~90㎿급 저출력 원자로를 채용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최악의 경우 원자로 개발 실패에 대비해 재래식 추진 체계를 병행하거나 대체할 수 있도록 설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곧 이 함정이 ‘완성형 핵 추진 전략 원잠’이 아니라, 기술적 불확실성을 안은 채 만들어진 위험한 혼합형 플랫폼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을 봐야 하는가
결국 북한 신형 SSBN은 성숙한 해상 2격 능력을 제공하는 전력이라기보다 핵전력 ‘다층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등장한 상징적· 과도기적 플랫폼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북한은 이를 통해 ‘우리에게도 해상 핵전력이 있다’는 메시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고, 위기 상황에서 정치적·심리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결코 가벼운 위협이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이를 곧바로 러시아나 미국 수준의 전략 원잠과 동일선상에 놓고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오판을 낳을 수 있다. 위협의 성격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면, 대응 역시 과잉되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북한 신형 SSBN의 실체를 판단하는 기준은 공개 행사나 사진이 아니라, 실제 운용 징후다. 장기간 해상 시험이 반복되는지, 원자로 운용과 관련한 안전 절차가 정착되는지, SLBM의 반복 발사와 지휘 통제 체계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등이 관건이다. 이런 지표가 축적되지 않는 한, 북한 원잠은 호텔급과 샤급이 그랬던 것처럼 ‘개념 증명’ 단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원잠을 공개한 것은 분명 중요한 사건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수준의 원잠인가다. 외형이 아니라 기능, 선언이 아니라 운용 그리고 상징이 아니라 실체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적 균형 감각이다.
* 본 글은 1월 19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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