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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5일 베이징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한·중 정상은 한반도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창의적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귀국 후 SNS에 올린 ‘만나라, 뽀재명과 뽀정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남북 간 대화와 교류·협력 복원에 대한 희망을 피력했다.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고 주변국과 공조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지속돼야 하지만, 이것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북한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 구상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자 적지 않은 이들이 북한의 ‘정상국가’화 가능성을 기대했다. 북한은 ‘전략국가’라고 자신들을 자칭했을 뿐, 정상화를 지향한다고 이야기한 적이 없지만, 대내외적 환경의 영향으로 평양도 비핵화와 개혁·개방, 경제발전 전념, 국제규범 준수, 남북 화해 동참 등의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리와 국제사회 일부에서 제기됐다. 이는 결국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조금 더 양보하고 북한의 ‘안보 우려’를 해소해주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연결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8년이 흐르는 동안 북한이 걸어온 길은 이러한 희망적 사고와는 정반대의 것이었다. 북한은 핵무기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갈 것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면서 꾸준히 핵 무력 고도화를 추구했고, 올해 초반부터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하 김정은)의 최고인민회의 연설과 김여정 담화 등을 통해 비핵화를 의제로 한 어떤 대화에도 응하지 않을 것임을 거듭해 천명함으로써 그들이 바라보는 북한식 ‘정상국가’는 핵무기를 보유한 체제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무기와 탄약을 제공하고 2024년 말부터 직접 파병에 나선 것은 북한이 국제질서의 불안세력으로 나섬으로써 자신들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김정은은 베이징 및 모스크바와의 연대를 통해 시대착오적인 4대 혈연세습과 1인 독재체제를 최소한 권위주의 세력권 내에서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받으려고 한다. 경제발전을 외치지만 이러한 대내외 노선으로는 최소한의 주민 생활을 유지하는 선에 그칠 수밖에 없고, 주민 불만을 억제하기 위한 강압과 감시는 계속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유념해야 할 것은 북한식 ‘정상국가’의 시각에서 남북한 관계는 북한이 변하는 것이 아니라 철저히 우리가 변해야 유지된다는 사실이다. 평양은 2023년 말 ‘적대적 두 국가 관계’를 선언하면서 그 배경을 결국 북한에 대한 변화 시도로 꼽았다. 자신들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체제를 정상적인 것으로 수용하고, ‘전략국가’인 자신들의 우위를 인정해야 남북관계가 적대 상태를 모면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평양은 계속해서 던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진정한 한반도 평화와 남북 공존이 가능할 수 있으며, 그것은 누구를 위한 평화일까.
북한의 변화를 지향하면서 인내심 있게 대화와 협력의 비전을 제시하는 자세는 분명 필요하지만, 평양의 환골탈태는 희망만 한다고 해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권위주의 체제가 스스로의 결단에 의해 민주화와 개혁·개방을 선택한 사례는 없었다. 북한을 변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와 협력의 의지를 밝히면서도 그들의 일탈 행위를 저지할 강력한 의지와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창의적’이고, 주변국들의 성의 있는 협력을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다. 북한이 듣기 좋은 소리만을 반복해서는 ‘비정상화의 일상화’가 초래될 뿐이다.
* 본 글은 1월 12일자 국민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부원장, 수석연구위원, 센터장
차두현 부원장은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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