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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동아시아 단일戰區’ 주도할 만하다

작성자
최강
조회
106
작성일
25-11-1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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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과 일본 국방장관 회담에서 공개된 ‘원 시어터(One Theater)’ 구상은 동중국해·남중국해·한반도를 하나의 작전 공간으로 통합해 지휘·운용하겠다는 제안이다. 이는 미군의 분산된 전력을 통합해 중국 견제의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인데, 출발점은 미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일본은 인도·태평양 전체를 하나의 전구(戰區·theater)로 묶어야 한다며 ‘일본 주도의 안보체제’를 추진하고 있고,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를 환영하고 있다. 실제로 미 국방부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단일 전구로 묶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미국·일본·호주·필리핀이 참여하는 ‘S-QUAD(시큐리티 쿼드)’ 공동작전조정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의도는 단순한 전투 효율성 제고가 아니다. 자위대를 주일미군과 통합해 지휘통제권과 정보 접근권을 확대하고, 한반도·대만해협·남중국해를 아우르는 지역 작전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려는 것이다. 원 시어터는 일본이 주도하는 인·태 질서를 제도화하려는 전략적 구상으로, 일본은 사실상 미군과 동등한 작전 파트너로 위상을 높이게 된다.

한국과 협의 없이 제시된 이 구상에 대해, 우리 정부는 “한반도를 일본의 전쟁 구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반대하는데, 그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현재 6개의 전구 체제가 대()중국 억제 중심의 단일전구로 재편되면 주한미군의 한반도 방위 임무가 약화할 수 있다. 둘째, 미일 중심의 지휘체계가 형성되면 한반도 방위를 위한 한미연합사의 임무와 우리의 결정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셋째, 과거사 문제가 남은 상황에서 일본의 역할과 지위를 강화하는 단일전구 체제는 국내 여론의 반발과 주권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이 이미 단일전구 검토를 시작했음을 고려하면 반대만으론 대응할 수 없다. 우리가 전략 설계자로 나서서 ‘한반도 중심의 동아시아 단일전구’를 역제안하는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북한의 도발과 중국의 대만 압박은 본질적으로 연계돼 있고, 위기가 두 전장에서 동시 발생할 가능성이 크므로 주한미군이 전구의 핵심 지휘권을 가져야 한다. 이를 기반으로 한미일 정보 공유와 연합훈련 통합 구조를 만들면 우리는 전구 내 위상과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다.

동시에 전술핵 재배치 논의도 병행해야 한다. 중·북은 이미 전술핵 전력을 실전 배치 수준으로 운용 중이지만 일본은 평화헌법의 제약, 대만은 미군 부재로 인해 핵억제 수단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전술핵을 운용할 수 있는 유일한 거점은 한국이다. 한국에 전술핵이 재배치되면 단일전구 내에서 즉각 억제력을 제공하며, 한국이 동아시아 안보의 핵심국으로 자리 잡는 명분이 된다.

한미동맹의 성격도 ‘한반도 방위’에서 ‘역내 안정 기여형 동맹’으로 진화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군사 역할 확대가 아니라, 한국이 한반도와 지역 안보 아키텍처 설계의 주체로 올라서는 전략적 전환이다. 원 시어터는 이미 인도·태평양 안보 논의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했다. 일본의 제안에 끌려갈 것인지, 아니면 우리 주도로 한미일 협력의 구조를 재설계할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렸다. 지금은 한국이 설계자로 나설 시간이며, 한반도 중심의 ‘동아시아형 원 시어터’ 구상은 그 출발점이다.

 

* 본 글은 11 10일자 문화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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