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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동남아 사이버 스캠은 오래된 문제

작성자
이재현
조회
35
작성일
25-10-3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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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캄보디아와 동남아가 한국 신문 지면과 방송 뉴스를 장식한다. 2017년 북한 김정남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살해된 이후 이처럼 동남아가 언론을 장식한 적은 없다. 먼저 캄보디아에서 희생된 우리 청년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과 이런 범죄가 다시는 없어야 한다는 점은 명확하게 밝혀둔다.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보도가 나왔기에 여기서 다시 한번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 다만 동남아를 공부하는 사람 입장에서 한국 사회의 이 사건에 대한 반응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우리가 동남아와 매우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으나 우리는 여전히 동남아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한국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 달라지기는 했지만 사건 초기 언론도 마치 이 문제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것처럼 보도를 쏟아냈다. 잘 몰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사이버 스캠 문제에 대해 소수의 관련 범죄 전문가와 지역 전문가 외에는 거의 무지했다.

 

동남아에서 사이버 스캠 문제는 제법 오래된 이야기다. 아세안 내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아세안 내, 그리고 아세안 국가와 역외국가 사이 이 문제에 대한 국제적 공조도 이미 이루어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다만 한국 정부가 이런 초국가적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협력에 얼마나 적극적이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이 사건에 대해 한국 사회가 보이는 반응 중 일부는 우려스럽다. 캄보디아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비난이 동남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동남아에 대한 비하, 적대, 보이콧이 도를 넘고 있는 듯하다. 우리의 동남아에 대한 인식이 원래 매우 우호적이지는 않았지만 지금처럼 부정적이고 적대적이지는 않았다. 캄보디아에 한국군을 파병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전쟁을 불사하는 위험한 발언도 나온다. 더 악화되면 한국 내 동남아인, 동남아에 있는 우리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어려운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이제 이 사건과 이를 포함한 사이버 스캠이라는 초국가적인 범죄 문제를 좀 더 냉정히 볼 시점이다. 특정 국가나 국적이 이 범죄의 원인은 아니다. 일부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캄보디아인만 이 범죄에 가담한 것도 아니다. 한국인이 해외에서 범죄를 저지를 경우 이를 우리 사회 전체에 대한 비난, 적대로 몰아간다면 이는 온당한 처사인가? 이번 사건에 한국 국적의 가해자가 포함되어 있으니 우리 스스로를 비난하고 적대시해야 할까?

 

경제협력과 사회문화적 관계로 볼 때 동남아는 여전히 한국에 중요하다. 우리 무역흑자의 상당 부분, 방산 수출의 상당 부분을 동남아가 차지하고 있다. 자원의 공급처로, 생산기지로, 소비시장으로 동남아는 이미 한국과 강력한 가치사슬, 공급망을 형성하고 있다. 30만명의 한국인이 동남아에 거주하고 있으며 그보다 많은 동남아 사람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다. 상당 부분의 우리 제조업과 농업 노동력도 동남아에서 들어와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범죄는 범죄 자체로 단죄해야 한다. 안타까운 마음에 목욕물과 함께 아이까지 버리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한다.

 

 

* 본 글은 1029일자 파이낸셜뉴스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이재현

수석연구위원

이재현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수석연구위원이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에서 정치학 학사, 동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고, 호주 Murdoch University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학위 이후, 한국동남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을 거쳐 2012년까지 국립외교원의 외교안보연구소에서 객원교수를 지냈다. 주요 연구분야는 동남아 정치, 아세안, 동아시아 지역협력 등이다. 현재 한국동남아학회 부회장, 해양경찰청의 자문위원이고,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자문위원을 역임했다. 최근 주요 연구결과물은 다음과 같다. 인도-퍼시픽, 새로운 전략적 공간의 등장(2015), 북한과 동남아시아(2017), 신남방정책이 아세안에서 성공하려면(2018), 한반도 평화를 위한 신남방정책의 역할(2018), 한국과 아세안의 전략적 공통분모와 신남방정책(2019), 비정형성과 비공식성의 아세안 의사결정(2019), 피벗: 미국 아시아전략의 미래 (2020, 역서), G-Zero 시대 글로벌, 지역 질서와 중견국(2020), “Southeast Asian Perspectives of the United States and China: A SWOT Analysis”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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