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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조선] ‘전력의 역전’ 시도 의지를 보여준 북한 열병식

작성자
양욱
조회
81
작성일
25-10-2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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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10일 밤 11, 북한은 열병식을 실시했다. 북한의 열병식은 국가적 행사다. 전 국민에게 과도한 군역 의무를 강요하는 병영국가이자, 자유와 인권은 없고 오직 김정은의 안위만이 중요한 시대착오적 독재국가이기에 더욱 그렇다. 그런데 올해는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2025 10월 열병식의 특별한 의미


2025년은 제8차 당대회에서 제시했던 성과를 종합적으로 보여줘야만 하는 해이자 조선노동당 창건 80주년의 해다. 보통 국가라면 집권당 창건일(10 10)보다 건국일(9 9)이 우선돼야 하지만 북한은 정상 국가가 아니라 공산당 독재국가다. 군이나 정부보다 당이 우선된다. 물론 당의 정점에는 김씨 일가가 있는 기형적인 왕권 국가이기도 하지만, 형식상 당은 모든 것에 우선한다. 따라서 당이 ‘산수(傘壽)’ 즉 여든을 맞이하는 창건 기념일은 경축하지 않을 수 없는 날이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당대회로 자력갱생 노선을 선언했지만 실제로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원과 연대가 절실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계기로 북한은 북·러 관계를 군사동맹으로 바꾸고, 특히 특수부대 파병으로 혈맹으로 진화시켰다. 적절한 거리를 지키던 중국마저 지난 중국 전승절 열병식에서 아군으로 끌어당겼다. 그리해 이번 80주년 기념 열병식은 김정은의 정치적 성과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는 자리가 돼야만 했다.

 

러시아는 통합러시아당 당수이자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인 이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를, 중국도 역시 이인자인 리창 총리를 보냈다. 시진핑과 푸틴이 올 만한 행사는 아니지만 지난 중국 열병식에서 보여주었던 북· 중·러 권위주의 3국 연대는 굳건함을 보여주었다. 또한 공산당의 행사이기에 공산국가인 베트남과 라오스의 일인자인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통룬 시술릿 라오스 국가주석도 이번 열병식을 찾았다. 이렇듯 3국 연대와 기타 공산국가의 지원 속에 북한은 핵무장국으로서 위상을 국제사회에서 굳혀나가고 있으며, 이번 열병식은 이를 위한 장치로 사용됐다.

 

 

걱정스러운 ‘화성-11마’의 등장

 

대중과 언론은 신형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인 화성-20에 관심을 보였지만, 우려되는 것은 단거리 전력이다. 크게 주목받았던 화성-20은 화성-19에서 사용하던 11 22륜 발사 차량에 실려 등장하면서, 화성-19와 차이가 없음이 드러났다. 애초에 북한은 자국 최초의 고체 연료 ICBM인 화성-18에서 사정거리 15000㎞ 이상의 달성을 선언하고 화성-19 ICBM의 완성판으로 자평했다. 그런데 북한은 갑작스럽게 9 1일 화성-20의 존재를 알리고, 탄소섬유 소재의 신형 고체 연료 엔진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화성-20의 신형 고체 연료 엔진은 최대 추력이 무려 1971kN(킬로뉴턴)으로 기존보다 40% 성능이 향상됐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추력이 늘어나면 화성-20은 독립 기동이 가능한 탄두 3~5개 이상을 탑재하는 다탄두 ICBM이 될 수도 있다. 북한의 주장대로 화성-18 19가 성공작이라면 또 화성-20을 만들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한마디로 여태까지 북한이 성공이라고 주장했던 화성-18 19는 모두 실패작이자 습작임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우리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화성-11마의 등장이다. 북한은 한국의 미사일 방어망인 KAMD(한국형 미사일 방어)를 돌파하기 위해, 하강하다가 한 번 더 상승해 궤도를 바꿀 수 있는 팝업 기동 미사일인 화성-11(식별명 KN-23) 2018년부터 개발해 2020년쯤부터 실전 배치했다. 화성-11가는 러시아로 수출돼 우크라이나를 타격하는 데도 사용되면서 실전 능력을 높였다. 그러나 화성-11가의 원형인 러시아제 이스칸데르는 미사일 방어망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와 달리 미제 패트리엇 PAC-3에 종종 요격됐다. 따라서 이미 패트리엇 PAC-3에 국산 천궁-II L-SAM까지 갖춘 KAMD를 북한의 화성-11가는 돌파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다. 결국 한국의 촘촘한 방공망을 돌파하기 위해 화성-11마라는 새로운 무기를 선보인 것이다.

 

화성-11마는 화성-11가의 추진부에 화성-16(중거리 극초음속 미사일)의 탄두부인 극초음속 활공체(HGV·Hyper-Glide Ve-hicle)를 결합한 것이다. 원래 화성-11가는 단 분리가 없는 미사일이어서 탄환처럼 짧고 둥근 모양이지만, 화성-11마는 탄두 부분에 HGV가 결합해 단 분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HGV가 마하 5 이상의 속도로 기동할 수 있으므로, 화성-11마는 기존의 화성-11가보다 더욱 빠르고 다양한 기동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무기보다 위험한 건 교리와 전술

 

그러나 이것도 어디까지나 추정이다. 화성-11마는 아직 시험 발사를 실시한 바 없다. 세계 어디에도 극초음속 미사일을 단거리 미사일로 만드는 경우는 없는데, 상승 후에 HGV가 기동하는 것이 탐지될 것을 피할 만큼 거리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굳이 이렇게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서울과 평양 간 직선거리가 195㎞에 불과하고 신의주와 부산까지로  쳐도 395㎞에 불과해 큰 실익이 없다. 게다가 화성-11마에 장착될 HGV는 화성-16나에서 가져온 것인데, 화성-16나의 시험비행 결과, HGV 기동은 매우 실망스러운 성능으로 평가된다. 즉 화성-11마의 외양에 너무 놀라기는 이르다는 말이다.

 

우려스러운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자폭 드론의 실전 배치다. 북한은 지난해 8월부터 수차례 공개했던 2종의 자폭 드론을 실전에 배치하면서 사거리 100㎞급의 전술급 자폭 드론은 22연장 발사 차량에, 사거리 1000㎞ 이상의 작전급 자폭 드론은 6연장 발사 차량에 운용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들 차량이 열병식에서 북한의 로켓포병 장비와 함께 공개됐다는 점이다. 즉 북한이 자폭 드론을 포병 전력으로 포함해 교리와 전술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뜻이다.

 

이 같은 변화는 매우 의미심장하다. 정보· 감시·정찰(ISR) 수단이 적은 북한은 포병 공격 시 한국에 비해 절대적 열세에 있을 수밖에 없었으나, 이렇듯 자폭 드론을 사용하면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단끼리의 교전에서 포병 지원에 앞서 전술급 자폭 드론이 투입돼 적군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좌표를 방사포로 알려주면 정밀 타격이 가능하다. 심지어 상대방 포병 위치까지 자폭 드론으로 찾아 공격하면 대포병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

 

작전급 자폭 드론은 한국의 전략 표적에 대한 섞어 쏘기 공격에서 선봉장이 된다. 장거리 자폭 드론과 600㎜ 방사포를 날려 한국군의 KAMD 방어 자산(즉 방어용 미사일)을 소진시킨 이후에, 순항미사일이나 탄도미사일로 목표를 타격하면 된다. 이렇게 하면 비싼 순항·탄도미사일 대신 값싼 자폭 드론과 방사포탄을 더욱 잘 활용해 가성비 높게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 시에 활용하는 섞어 쏘기 전술로, 북한도 이를 배워 실전에 적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팩트에 기반한 차분한 평가와 대응이 필요

 

절대로 적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그렇다고 선동 공작에 흔들리면 곤란하다. 북한이 발표한 내용이나 그들이 보여주는 것을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오히려 북한의 의도대로 인지전에 말려드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북한의 열병식은 바로 그러한 모순적인 생각이 충돌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북한이 보여주는 무기 하나하나에 놀라서는 안 된다. 적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실제 할 수 있는 것을 구분해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북한의 의도와 능력을 구분하는 냉철한 분석이다. 이번 열병식에서 북한이 보여준 것 가운데 상당수가 과장에 바탕하고 있다. 그러나 1인 독재국가인 북한은 집권자가 원한다면 어떻게든 이러한 과장을 현실로 바꿔나간다. 무려 70년간 3대가 노력해 핵무기를 가지게 된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그런 북한의 의지를 잊지 말고 우리도 결연히 대응해야 할 때다.

 

 

* 본 글은 1020일자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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