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전작권 전환 신중히 접근해야 할 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7월 15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주한미군이 갖고 있는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이재명 정부 임기 내에 한국군으로 전환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민감한 안보 현안에 대한 발언이라 관심이 집중됐다. 문재인
정부 시절 전작권 조기 전환이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됐던 것을 감안하면, 전작권 문제가 우리가 직면한 안보 상황에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일부에서는 전작권을 ‘군사주권’으로 주장한다. 하지만 ‘작전통제권’은 주어진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휘하 부대에 과업을 부여하는 제한된 권한이다.
데프콘(DEFCON·방어준비태세)-Ⅲ 이상에서 전작권을 행사하는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은 한미 대통령을 정점으로 하는 수뇌부의 지침을 받기 때문에 단독으로
결정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주권이 침해되는 것도 아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역시 회원국 군대에 대한 전작권을 미군 공군 장성인 동맹군 최고사령관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등 32개
회원국은 이를 주권 문제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나토 최고사령관을 미국이 맡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발표하자 대다수 유럽 국가들은 오히려 우려를 표명했다. 전시 증원의 감축이나 미군 철수의 위험 때문이었다.
북한은 이미 100개가
넘는 핵탄두를 제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하고 있다. 전방 지역에 배치된 북한의 다양한 발사수단은
최대 1000발에 이르는 탄도미사일을 한꺼번에 날려 보낼 수 있다. 이에
대응해 한미 양국은 2015년 11월 제47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한국군의) 군사적 능력 △한미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 3개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한다는 ‘조건에 기반한 전작권 전환 계획(COTP·Condition-based
OPCON Transition Plan)’에 합의했다.
한미 양국은 2023년 4월 ‘워싱턴 선언’을 통해 미국의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 공약의 강화를
꾀했다. 또 핵 및 재래전력 통합 운용체계(CNI)가 구축되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 내에서는 미국의 보장에 대한 불안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기 내 전작권 전환에만 집착할 경우, 과연 현재
수준의 확장억제 공약마저 제대로 유지될지 의문이다.
전작권 전환 조건을 고려할 때, 지금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6·25전쟁 이후 최대의 국가 안보 위기임을 인식하고 확실한
확장억제 조치가 마련될 때까지 전작권 전환을 유보하자고 미국에 요청해야 할 때다. 우리가 전작권 조기
전환을 말하면 한국 방위에 대한 부담을 줄이려는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오히려 이를 환영할 것이다. 주한미군
축소의 첫걸음이 될 수도 있다.
과거 우리의 생존을 위해 택했던 전작권 이양을 마치
주권을 강제로 뺏긴 듯이 생각하는 것, 또한 전반적인 안보 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채 가능한 한 조기에
찾아와야 한다는 발상은 오늘날의 복합적인 안보 위기 속에서 우리를 더욱 위태롭게 할 뿐이다.
* 본 글은 8월 1일자 동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최강
원장
최강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원장이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국립외교원에서 기획부장과 외교안보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동 연구원에서 2005년부터 2012년까지 교수로 재직하며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미주연구부장을 지냈다. 또한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아태안보협력이사회 한국위원회 회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했다. 한국국방연구원에서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국제군축연구실장,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국방현안팀장 및 한국국방연구 저널 편집장 등 여러 직책을 역임했다. 1998년부터 2002년까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기획부 부장으로서 국가 안보정책 실무를 다루었으며, 4자회담 당시 한국 대표 사절단으로도 참여한 바 있다. 1959년생으로 경희대 영어영문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에서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고 오하이오 주립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군비통제, 위기관리, 북한군사, 다자안보협력, 핵확산방지, 한미동맹 그리고 남북관계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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