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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여소야대 국면 자민당, 집권세력 유지도 위태
포스트 이시바 누가 되든 혼란… 한·일외교도 안갯속
지난 2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의 자민당 참패로 결국 이시바 내각이 퇴진 위기에 몰렸다. 자민당은 제1당의 지위는 유지하였지만 목표로 내세웠던 50석(자민·공명 연립여당)을
달성하지 못하였고(47석), 32개 단일 의석 지역구(1인 선거구) 중에서도 불과 14곳에서만
승리했다. 그 결과 자민당은 중의원뿐만 아니라 참의원에서도 국회에서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하며 국정운영이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이는 결국 이시바 내각의 퇴진 압박으로 이어졌다.
당초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선거 결과에 책임을 묻는 당내 및 국민 여론에도 불구하고 국정에
공백을 둘 수 없다며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하나의 이유로 총리직 유지의 의향을 보였으나 미·일 관세협상이
마무리됨(7·23)에 따라 총리직 유지의 이유도 사라지게 되었다.
이제부터 일본 정치는 매우 급박하게 움직일 것이며 커다란 지각 변동도 예상된다.
무엇보다 지난 수십 년 국회에서 과반을 안정적으로 점유하며 “자민당 총재가 곧 일본의 총리”라는 구조가 깨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야당이 여당보다
수적으로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 제1당이 자민당이라 하더라도 총리는 야당에서 선출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다만 현재 야당의 스펙트럼이 극우에서 극좌까지 매우 넓어 야당 단일화의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 중 하나이다. 물론
이시바 총리가 임기를 지속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거센 퇴진 압박과 여소야대 정국에서 국정운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민당 쇄신과 자민당 총재로서 이시바를 이을 ‘포스트 이시바’이다. 현재
가장 이름이 많이 거론되는 사람들은 지난 2번의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끝내 고배를 마시며 다음을 기약해
온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대신, 대중적 인기가 높은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대신, 세대교체의 희망으로 여겨지는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대신, 국정운영에
안정감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 등이다.
문제는 이들 중 누군가 자민당 총재로 당선되어 여당보다 야당이 더 많은 국회에서 총리 지명선거의
벽을 뚫고 총리로 당선된다 하더라도 상황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민당의 새로운 총재는 이시바의
남은 임기(약 2년)를
채우게 되는데, 이 기간에 중·참의원 열세의 상황에서 자신의
국정운영 능력을 보이며 당 내외 및 대중적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성향의 총재가
탄생하여 총리로 지명되고 신내각이 탄생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총리가 중의원을 해산하며 국정쇄신을
꾀할 경우 일본은 다시 선거 국면이다. 다만 선거에서 다시 질 경우 자민당의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한·일 관계에 영향도 불가피해졌다. 당장 우리 대통령이 일본 방문을 희망하고 한·일 정상 간 셔틀외교를
추진하고 싶다 하더라도 일본의 국내정치가 안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외관계에 우선순위를 두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이
혼란스러운 정국 속 대외관계의 큰 진전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다가올 8월15일, 일본의 전후 80주년 담화에서도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도 나오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곧 한동안 순풍이 불며 안정적이었던 한·일 관계와 보다 가속화해야
할 한·미·일 및 한·중·일 협력 등이 당분간 정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우선주의(Japanese First)’를 내세우며 돌풍을 일으킨 일본의 참정당이 크게 약진하였던 점(기존 1석에서 14석을
늘리며 15석 확보, 국회에서 예산이 불요한 법안에 대한
단독 발의 가능)이나 지난 중의원 선거부터 세력을 크게 확장하고 있는 국민민주당 등 보수 성향 대안
정당들의 약진은 기존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자민당 중심의 일본 정치의 변혁을 예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주목받은 외국인 정책 등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 혐오를 조장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배외주의는 중장기적으로 우리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내정치의 안정은 곧 대외정책의 진전과도 연계된다. 정치와
외교, 국내정치와 국제정치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나타내는 부분이기도 하다. 한·일 수교 60년, 새로운 한·일 관계를 열어가야 할 지금, 국내정치의 변화가 양국관계에 미칠 영향도 불가피할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사회의
변화를 눈여겨보며 안정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전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 본 글은 7월 24일자 세계일보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