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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 위기’의 한국 사회

작성자
우정엽
조회
15
작성일
16-08-31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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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 전반적으로 하락
특히 정치권 및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매우 낮아


‘신뢰 위기’의 한국 사회_인포그래픽스

한국인의 주요 기관 및 제도에 대한 신뢰는 계속 하락하고 있다.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해야 할 이들 기관에 대한 불신이 늘고 있는 것은 갈등 해소능력이 취약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신뢰(trust)를 사회자본(social capital)의 핵심요소로 봤다. 신뢰를 통해 사회발전에 필요한 부를 창출해 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면에서 사회 전반의 신뢰 하락은 성장자본의 잠식으로도 볼 수 있어 심각한 문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주요 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신뢰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1] 각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0점=전혀 신뢰하지 않는다”에서 “10점=매우 신뢰한다”의 척도를 이용해 측정했다. 조사 결과, 조사에 포함된 11개 주요 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은 점점 더 깊어지고 있었다.

주요 기관에 대한 신뢰도 평균값은 2013년 4.43점으로 최고를 기록한 후 계속 하락해 올해 3.91점까지 떨어졌다.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전체 신뢰도 평균값이 4점대 아래로 하락했다.

특히 정치권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회 신뢰도는 올해에도 2점대(2.67점)에 머물렀다. 2013년 3.01점을 기록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모두 2점대로 매우 낮았다. 순위로도 국회 신뢰도는 2013년부터 올해까지 최하위를 면하지 못했다. 이 결과는 국회가 갈등을 해소하는 제도로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국회 다음으로 불신의 대상은 사법부였다. 사법부는 2013년 이래 하위권(8위-10위-10위-10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3년 4.10점에서 계속 하락해 올해는 3.29점까지 떨어졌다. 앞선 결과와 함께 보면 주요 권력기관에 대한 한국인의 불신이 크다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국회, 사법부에 대한 불신은 정치적, 법적 갈등을 해결하는 데 있어 이들이 내놓은 해법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는 다시 갈등의 장기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더 큰 문제다.

언론에 대한 신뢰도가 3.77점으로 낮은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언론 신뢰도는 지난해까지 매년 9위를 기록하며 하위권을 맴돌았다. 올해도 8위로 여전히 하위권이었다.

올해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군대를 제외한 모든 기관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정부 신뢰도(4.07점→ 3.53점)의 하락폭이 0.54점으로 가장 컸다. 순위도 작년(7위)보다 두 계단 하락해 9위까지 떨어졌다. 다음으로는 대통령, 대기업 신뢰도의 하락폭이 컸는데 이들의 신뢰도는 0.38점씩 떨어지며 각각 4.34점, 3.99점을 기록했다. 순위로는 대통령이 4위, 대기업이 6위였다.

조사 대상 중 군대, 대학은 상대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이들의 신뢰도는 보통 수준의 신뢰를 의미하는 5점 내외에 불과했다. 더 우려할 점은 비교적 높은 신뢰도를 기록한 이들의 신뢰도(군대 제외)가 점차 하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확장해도 조사 대상 중 5점 이상을 기록한 곳은 올해 군대(5.24점)가 유일했다. 이는 우리사회 전반에 불신이 얼마나 팽배해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다.

표 1. 시기별 한국인의 주요 기관 신뢰도[2] (단위: 10점 만점)


그림1. ‘신뢰 위기’의 한국 사회 (2)


다음으로 신뢰도는 시민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의 순으로 높았다. 이들 기관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변하지 않았고 순위도 큰 변동을 보이지 않았다.

* 본 블로그의 내용은 연구진들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1] 아산정책연구원 정기조사 자료(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 포인트; 조사방법: 유/무선 RDD 면접조사; 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2] 조사기간: 2013년 8월 27~29일, 2014년 7월 20~22일, 2015년 7월 8~10일.
총 11개 대상에 대한 신뢰도를 조사함. 표(순위)는 2016년 신뢰도를 기준으로 정렬.
우정엽

Research Fellow

우정엽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안보정책프로그램 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경영학 학사,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Georgetown University) 에서 정책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교-밀워키 (University of Wisconsin at Milwaukee) 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 의 한국학연구소 (Korean Studies Institute) 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주요 연구분야는 정책결정 과정에서의 여론문제, 제3국의 내전 무력개입에 관한 국제분쟁 등이다.

강충구

책임연구원, 팀장, 연구실장 보좌역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이자 여론조사팀 팀장이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재직했고, 현재 통일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주요 연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방법론, 서베이(통계)자료 분석 등으로 사회과학분야 측정 문제, 여론과 그 동학에 관심이 있다.
다수의 서베이 보고서를 출판했고, 『한국언론학보』, 『평화연구』 등의 학술지에 연구논문(공저)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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