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물

기고

검색창 닫기 버튼

[이코노미조선] 미·중 전략 경쟁의 카드 된 북한… 한국이 읽어야 할 신호는

작성자
양욱
조회
106
작성일
26-06-29 11:11
  • 프린트 아이콘
  • 페이지 링크 복사 아이콘
  • 즐겨찾기 추가 아이콘
  • 페이스북 아이콘
  • 엑스 아이콘

6 8일과 9일 양일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 체결 65주년을 기념하는 방북이었지만, 그 의미는 단순한 기념행사 이상이었다. 불과 얼마 전 시진핑은 중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잇달아 만났고, 곧바로 평양을 찾았다. 북한 문제가 더 이상 한반도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미·중 전략 경쟁과 국제 질서 재편이라는 거대한 맥락 속에 놓여 있다는 증거다.

 


혈맹에서 합종연횡으로 바뀐 북·중 관계


·중 관계를 이해하려면 조중우호협력상호원조조약의 본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1년 체결된 이 조약은 북한과 중국이 외부 침략을 받을 경우 군사적으로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냉전기 사회주의 진영 집단 안보 체제의 성격을 띠고 있었으며,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미국 세력으로부터 중국 동북 지역을 보호하는 전략적 완충지대였다. 북한은 중국의 안보 보장을 통해 체제 생존을 확보할 수 있었다

김일성 시기 북·중 관계는 혈맹으로 상징된다. 중국인민지원군이 한국전쟁에 참전해 북한 정권을 구해냈고, 북한은 이를 체제 정통성의 중요한 기반으로 활용했다. 표현과 달리 양국 관계가 항상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소 분쟁 시기 김일성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를 시도했고,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중국의 극좌 노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변하지 않았다. 김정일 시대도 마찬가지로, 핵 개발은 중국에 부담이었지만, 북한 체제 붕괴 역시 중국이 원하지 않는 시나리오였다. 북한이 무너지면 미국 영향력이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도발을 비판하면서도 제재 수위를 조절했고, 체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경제적 지원을 지속했다

 

김정은 집권 초기에는 분위기가 달랐다. 2013년 장성택 처형 이후 북·중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중국은 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 발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김정은은 집권 후 상당 기간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고, 시진핑 역시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해 불편한 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시 중국은 북한을 전략 자산이라기보다 통제하기 어려운 골칫거리로 인식했다

 


전략적 가치를 만들어 가는 북한


2018년을 기점으로 상황은 급격히 바뀌었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과 정상 외교를 추진하면서 중국은 새로운 현실을 마주했다. · 미 관계가 급속히 개선된다면 북한이 중국 영향권에서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김정은은 2018년 세 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고,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통해 북· 중 관계를 복원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김정은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이 베이징이라는 사실은 북한 외교의 우선순위를 잘 보여준다.

 

이후 북·중 관계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 ·중 전략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북한의 가치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과거 중국에 북한이 완충지대였다면, 오늘날 북한은 전략적 지렛대(strategic leverage) 성격을 띤다

 

특히 대만 문제는 이러한 변화를 설명하는 핵심 변수다. 중국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미국과 일본, 한국까지 연계된 안보 협력 체제가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최근 수년간 한··일 안보 협력은 미사일 경보 정보 공유를 넘어 연합 훈련과 안보 협의체 제도화 단계로 발전했고, 북한은 이를 견제할 중국의 수단으로 부상했다. 미국에 적대적이고, 핵무기를 보유했으며, 국제사회의 비난과 제재에도 군사적 도발을 반복해 온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가 미국과 동맹국의 전략자원을 한반도에 묶어두는 효과를 가져온다.

 


전략적 수준으로 격상하는 북·중 동맹


군사적 측면에서도 북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리적으로 제1 도련선에 의해 태평양 진출이 제한된다. 한반도는 중국의 북해함대와 동해함대가 연결되는 전략 요충지다. 유사시 한국과 미국이 이어도 인근에서 해상 통제를 강화할 경우 중국 해군은 서해에 갖힌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의 동해안과 항만 시설, 한반도 북부 지역에 대한 영향력 유지는 단순한 우호 관계를 넘어 전략적 필요성에 가깝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역시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미사일, 병력까지 제공하며 사실상 군사동맹 수준의 관계로 발전했다. 그 대가로 첨단 군사 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확보하고 있다. 이제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 모두에 필요한 존재가 됐다.

 

시진핑의 이번 방북은 과거의 혈맹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아니다. 북한이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다시 중요한 전략 자산으로 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에 가깝다. 김정은 역시 더 이상 남북통일을 국가 전략의 중심에 두지 않는다. 핵무기를 기반으로 체제를 보장받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에서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하며, 미국과 협상력을 유지하는 것이 김정은의 목표다. 북한은 자국을, 통일을 추구하는 국가가 아니라 핵무기를 보유한 독립적 행위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중국은 그런 북한을 부담스러운 이웃이 아니라 미국을 견제할 전략 자산으로 바라보고 있다. 시진핑의 평양행은 그 변화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리의 대응


한국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분명하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 문제를 남북 관계나 북핵 문제라는 좁은 틀에서 바라본다. 북한은 이미 한반도를 넘어선 지정학적 행위국이 됐다. ·중 전략 경쟁과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인도·태평양 안보 질서가 교차하는 지정학적 공간의 핵심 행위국으로 도약하고 있다. 완충지대에 머물던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이제 중·러가 미국을 견제하는 자산으로 전환됐다. 한국 역시 북한 문제를 더 넓은 국제정치적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상승할수록 한미 동맹과 한··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북한이 중국과 러시아에 유용한 카드가 되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고 미국의 전략 자산을 지속적으로 묶어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강력한 억제 체제를 구축한다면 북한의 전략적 효용성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북한을 둘러싼 경쟁은 군사력 문제인 동시에 동맹과 파트너십의 문제다. 단기적 정치 논쟁에 매몰되기보다 동맹과 협력 체제를 안정적으로 발전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

 

한국은 북··러 협력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 구조 변화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 북한은 이미 러시아와 군사 협력을 통해 실질적 이익을 얻고 있으며, 중국 역시 북한의 전략적 가치를 재평가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군사 현대화가 더욱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확장 억제와 미사일 방어, 드론전과 AI 기반 전력 그리고 한· ·일 안보 협력을 포괄하는 새로운 억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방북은 단순 외교 이벤트가 아니다.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는 신호며, 한국 역시 그 변화에 맞춰 안보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 본 글은 이코노미조선에 기고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양욱

연구위원, 실장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view more
페이지 상단으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