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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952025.12.17
11월 14일 한미 공동 설명자료(Joint Fact Sheet)의 발표로 원자력과 관련된 새로운 진전, 즉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와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을 위한 길이 열렸다. 다만, 이 중 원자력 추진 잠수함의 경우,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관련된 것인데, 정부 내 일부 논의, 특히 한미 원자력 협정 종료 후 연료 자체 조달방안과 관련된 논의는 우리나라 비확산 의무 준수, 심지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련한 의무 준수마저 의심받게 될 상황을 유발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미국은 동맹국이라 할지라도 핵 비확산 원칙을 훼손할 경우 강력하고 다층적인 제재를 가할 법적 장치를 완비하고 있다. 원자력법(Atomic Energy Act of 1954, AEA), 무기수출통제법(Arms Export Control Act, AECA), 대외원조법(Foreign Assistance Act of 1961, FAA), 국제비상경제권한법(International Emergency Economic Powers Act, IEEPA)이 그것인데, 원자력법은 모든 원자력 협력을 즉각 중단하고 미국산 핵연료의 반환을 요구, 사실상 한국의 원전 가동을 중단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무기수출통제법과 대외원조법은 모든 군사 판매(Foreign Military Sales, FMS), 군사 지원, 경제 원조를 의무적으로 중단하며, IMF 등 국제금융기구의 지원을 차단한다. 그리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은 대통령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경우 한국 정부의 미국 내 자산을 동결하고 미국 금융 시스템(달러 결제망)에서 완전히 배제하여 국가 경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
미국이 제공한 핵물질을 농축·가공하여 원자력 추진 잠수함용 연료를 자체 공급하는 방안은 한미 원자력 협정이 종료된 이후에 이루어지더라도 협정 위반이며, 미국이 승인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이 아니므로 미국의 제재법률 발동 위험을 높이게 된다. 우리 정부는 이 점을 엄중히 인식하고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과 ‘군사적 이용’의 엄격한 분리라는 기조하에서 관련 논의 및 국내법적, 국제법적 절차 완료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는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관련 사안으로서 한미 원자력 협정의 틀 내에서 논의하고,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및 연료 수급은 원자력의 ‘군사적 이용’에 관련됨을 주지하고 별도의 법적 트랙을 통해 미국 및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협의를 진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IAEA와의 안전조치협정 이행상황을 공표하는 것 및 북한의 비핵화 추구가 우리의 핵심적 정책목표임을 천명하는 것도 우리나라의 비확산 의무 준수 의지를 대외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선임연구위원
심상민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나왔으며, 서울대학교 대학원 법학과에서 국제법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탠포드 대학교에서 한국 전력산업에서의 기후변화 법-정책 문제를 연구주제로 하여 법학박사학위(JSD)를 취득하였고, 미국 환경법연구소(ELI) 방문연구원,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조교수,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카이스트 녹색성장지속가능대학원 초빙교수를 역임하였다. 국제법 강의 외에 다양한 국제법 이슈에 관해 연구 및 정부 자문을 행하고 있으며, 특히 핵비확산·북핵 문제, 해양법, 북한인권, 국가책임, 기후변화, 그리고 비전통안보 현안(환경, 에너지, 경제, 인간안보)을 주요 연구분야로 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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