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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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 행정부가 보인 것 이상으로 미국의 대외정책과 기존 국제질서에 상당한 변화와 격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는 정부의 주요 정책을 휘어잡는 신성불가침의 ‘절대 주문’으로 다시금 자리를 잡았고, 미국 대외정책의 지향점은 ‘자유세계와 민주주의의 수호’에서 ‘미국 국익 우선’으로 바뀌었다. 또한, 타국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지원은 더 이상 없을 것이며, 동맹을 포함해 모든 대외 관계는 ‘거래적(transactional)’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행동 수칙을 더욱 뚜렷이 했다.1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은 세계의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는 주한미군 주둔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비롯하여 미국의 주요 대외 현안들이 다소간 해결의 가닥을 보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며, 이에 빠르면 2025년 내 미국의 대북 접촉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트럼프는 제1기 대통령직 재임 시 가졌던 북한 김정은과의 회동과 서신 교환 경험을 발판으로, 보다 주도적이고 파격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탑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을 추진하거나, 이른바 ‘중간 단계’로서 북한에 핵 실험 중지와 핵 동결, ICBM 폐기, 핵 감축, 핵 폐기 등을 순차적으로 요구하고 각각의 단계마다 상응하는 보상을 제안하는 형태로 협상을 이끌어 갈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은 자국의 핵을 논의 주제로 하는 협상은 일체 거부하고 있으나, 주변 정세의 변화에 따라서 어느 순간 미북 간 접촉과 협상이 전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제는 북미 간의 주고받기가 상호 등가적이지 못하거나, 비핵화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는, 소위 ‘나쁜 거래(bad deal)’가 일어날 때이다. 뿐만 아니라 한반도 북핵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가하는 위협의 제거에만 치중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게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핵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전력의 대북 억지력은 약화되거나 아예 주한미군이 감축 또는 철수하는 경우이다. 이는 한국이 크게 경계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가 북미 협상의 목표를 ‘미국 본토 안보 위협 해소’나 ‘북한 비핵화’를 넘어 ‘북한 유인’과 ‘한반도 동맹구조 재편’ 등과 같은 큰 그림으로 확대하고, 김정은이 여기에 호응하는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비록 그 실현 가능성이 매우 작기는 하나, 이와 같은 시나리오가 가동된다면, 한국은 미국 확장억제의 보장조치를 위해 전술핵 재배치 등 동맹의 핵 억제력 강화를 적극 시도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한국 대북정책 목표의 명확한 설정, 미국 등 관련국 간 북핵 비핵화 원칙 준수 및 공조 체제 구축, 대북 협상안 사전 수립 및 한미 공유, 한국 안보 손실에 대한 경계와 대북 억지력 유지, 대북 압박과 봉쇄 병행 추진, 북한 사회 변화 유도 및 견인 등이 필요하다. 한편, 한미동맹 강화도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제고를 위한 필수적 토대이므로 한국은 한미 간 상호 정책적 친화력 확보 및 강화, 한국의 대미 경제 기여도 및 전략적 가치 재확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적극 대응 등을 추진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은 자주국방 노력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등장과 대외정책의 특성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20일을 기점으로 출범했다. 트럼프는 이제 연방의회도 거머쥔 명실상부한 ‘단점정부(unified government)’의 수장으로서 한층 강화된 국정 장악력과 실행력을 갖고 미국을 이끌게 되었다. 트럼프는 자신의 행정부 내에서도 제왕적 위상을 확보하였다. 트럼프는 2기 행정부 내각을 자신이 주창하는 ‘MAGA’의 신봉자들이나 충성파들로 대부분 채웠다. J.D. 밴스 부통령,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마이클 왈츠 국가안보보좌관, 하워드 루트닉 상무장관 등이 대표적인 사례들이다. 반면, 트럼프의 1기 행정부에서는 관록과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내각에 많이 포진해 있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렉스 틸러슨/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마크 애스퍼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 등이 그들이다. 이들은 소위 ‘어른들의 축(axis of adults)’을 이루면서 트럼프의 일탈적, 즉흥적, 파격적 언행을 자제시키고 견제하는 역할을 종종 하였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맡아줄 인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트럼프는 집권 1기와 달리 집권 2기에서는 자신에 맞서는 견제나 직언 세력 없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었다. 이는 그만큼 트럼프 개인의 신조와 특질이 적어도 향후 4년간 미국과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핵심 동인으로 기능할 것임을 의미한다.

트럼프는 자신을 1930년대 대공황에서 미국을 구출하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프랭클린 루스벨트나 1980년대에 미국의 힘과 영향력을 복원하고 미소 냉전 종식의 기초를 닦은 로널드 레이건에 버금가는 인물로 스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트럼프 자신이 느끼는 시대적 소명은 그가 2016년 미국 정계에 등장한 이후 내내 입에 달고 사는 주문인 ‘MAGA’, 즉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 간결하게 함축되어 있다. 트럼프가 바라보는 미국은 남의 일에 쓸데없이 참견하여 자신의 시간과 돈은 축내면서도 정작 자기 것은 하나도 챙기지 못하여 빈껍데기만 남게 된 ‘속 빈 강정 같은 사람’이나 다름없다. 이제 미국은 남들만 좋은 일은 그만 접고 집 주변에 두텁게 울타리를 치고 하나하나 실리를 따지고 챙기면서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한다. 결론은 ‘미국 국익 우선’이다. 미국의 국익이 모든 행동과 판단의 준거가 되어야 하며, 미국 정부의 모든 정책은 오로지 미국 국익의 수호와 확대만 목표로 해야 한다.

우선, 미국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고 철통같은 수비를 통해 밀입국을 시도하는 외국인들의 ‘침략’을 막고, 미국 내부의 불법체류자들은 ‘퇴치’해야 한다. ‘국고 낭비’를 막기 위해 ‘연방 공무원 감축’ 등의 관료제 혁파 사업을 벌여야 하고, 미국민에게 ‘올바른 삶과 건강한 가정’을 돌려주기 위해 ‘LGBTQ(성소수자와 관련 문화/운동)’의 수용은 최소화하고 전파는 억제해야 한다. 기업 활동의 용이성과 생산성 제고를 위해 ‘화석연료’나 ‘기후변화’ 등과 같은 ‘환경문제’는 일단 접어 둔다. 아울러 ‘미국 제조업’의 재건과 보호를 위해 외국의 ‘수입품들’에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야 하며, ‘공정한 무역’을 위해 ‘상호 관세’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그리고, 외교안보의 ‘무임승차’는 더이상 있을 수 없다. 미국의 군사력은 미국의 국익을 위해서만 사용되며, 동맹국이나 우호 국가라 할지라도 방위비는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 끝으로, ‘국익 수호와 확대’를 위해서라면 미국은 어디든 갈 것이고 누구든지 상대할 것이다. 특히, ‘미국의 패권’에 대한 ‘중국의 도전’은 묵과하지 않는다.

트럼프와 그의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이와 같은 정책들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돌연변이가 아니다. 레이건도 1980년 대통령 선거에서 ‘Let’s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를 선거 캠페인 구호로 내걸고 현직 대통령이던 민주당의 지미 카터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물론 40여 년 전의 레이건과 오늘날의 트럼프가 이끄는 행정부 간에는 정책적으로 상이한 부분들이 많지만, 미국의 국력을 복원하겠다는 지향점은 같다. 트럼프 정책의 연원을 찾아 시대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재임 기간 1829년~1937년)까지 이른다. 잭슨과 그의 추종자들은 미국 정치에서 가장 포퓰리스트적인 분파로서 미국의 최우선 국익은 국가 안보와 미국인들의 경제적 안녕이며 해외 문제 개입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는 노선을 이어 왔다.2 백악관의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 오피스에는 트럼프가 2기 대통령으로 취임한 첫날인 2025년 1월 20일에 잭슨의 초상화가 다시 걸렸다. 트럼프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든 트럼프와 그의 세력은 미국 주류사회의 리더로 재기했다. 이번 대통령 선거 결과는 ‘MAGA’에 열광하는 미국인들이 그렇지 않은 미국인들보다 더 많다는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성격은 추상적이나마 다음과 같이 이해할 수 있다. 우선, 민주당 대통령들인 버락 오바마나 조 바이든이 대표하던 ‘글로벌리스트(globalist)’를 배격하면서 출발한다. 즉, ‘국제주의(Internationalism 또는 Globalism)’를 지양하고 대신에 ‘미국 우선주의(MAGA)’를 주창한다. 또한, 미국의 국내 현안 해결과 국력 회복에 우선해서 몰두하는 ‘고립주의(Isolationism)’의 모습을 보이면서도, 미국의 국익이 달린 문제라면 세계 어디든 외교력과 군사력을 주저 없이 투사하는 ‘개입주의(Interventionism)’의 면모도 보인다. 또한, 국민들의 애국심을 특별히 강조하고 고취하는 ‘애국주의(Patriotism)’, 미국의 위대함을 과도하게 찬양하고 내세우는 ‘쇼비니즘(Chauvinism)’ 그리고 미국은 일반 국가들과는 다른 매우 특별한 존재라는 ‘예외주의(Exceptionalism)’ 등의 속성도 내포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 간 관계 맺기의 교환 화폐는 ‘가치의 공유(common sharing of value)’가 아니라 ‘이익 간 거래(transaction among interests)’이어야 하며, 미국이 이제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는다면 그것은 누구나 무상으로 누릴 수 있는 ‘공공재(public good)’가 아니라 각자가 값을 치르고 사야 하는 ‘사유재(private good)’가 될 것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2.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전망과 과제

 
트럼프 행정부의 재등장은 세계의 여타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한국에도 커다란 도전이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래 한국의 외교안보, 정치경제,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력을 미쳐왔기에,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한반도 정책 변화는 한국 사회 전체가 매번 주목하는 중요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여부는 주한미군 주둔 정책과 맞물려 한국의 안보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현재까지(2025년 4월)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불법이민 대처, 경제·통상정책 조정,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 중국 견제 등 다른 주요 대외 현안들에 대한 처리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뒤에야 비로소 대북정책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다. 따라서, 현시점에서는 트럼프를 비롯하여 주요 고위급 인사들이 지난 대선 과정과 신정부 출범을 전후하여 북한에 대해 언급하거나 합의한 내용들을 단초 삼아 트럼프 2기 행정부 대북정책의 윤곽과 방향을 헤아릴 수밖에 없다.

트럼프는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의 대선후보 수락 연설에서 “핵무기를 많이 가지고 있는 이와 잘 지내는 것은 좋은 것”이라면서 “우리가 돌아오면(재집권하면)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낼 것”이라고 말했다.3 이는 트럼프가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면서 북한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재추진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졌다. 트럼프는 두 번째 대통령 임기 첫날인 2025년 1월 20일 백악관에서 있었던 취재진과의 응답 과정에서 “이제 그는 핵보유국의 지도자다(Now, he is a nuclear power)”라며 “그러나 우리는 서로 잘 지냈다. 내가 돌아오면 그도 나를 반길 것”이라고 덧붙였다.4 즉, 북한을 ‘핵 보유국’이라고 지칭하며, 김정은과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했다. 트럼프는 이어 1월 23일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 보겠느냐(reach out)’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이라고 답하며 김정은에 대해 “그는 똑똑한 남자(smart guy)다”라며 이란의 지도자들과 달리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5 이는 김정은을 상호 협상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하면서 그와의 정상외교를 다시 시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을 포함한 주요 외교현안을 담당하는 리처드 그레넬 특수임무대사는 2월 21일 미국 메릴랜드주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회의(CPAC) 행사에서 트럼프에 대해 “김정은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사람”이라며 “트럼프 행정부는 다른 나라의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6 이는 트럼프와 김정은과의 재회동 가능성을 밝히면서, 미국은 북한 정권 붕괴를 목표로 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과 김정은을 향한 잇단 대화 제스처에도 공식적으로는 ‘북한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최근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공동성명 등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또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목표를 명기해 종래의 북핵 관련 원칙이 여전히 유효함을 밝혔다. 트럼프는 2월 7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과 한미일 3각 공조 유지 방침을 재확인했다. 트럼프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하며, 완전한 비핵화 목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밝히고, “미일 양국은 북한 문제 대응과 역내 안보 강화를 위해 한미일 3각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표명했다. 한편, 트럼프는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김정은과의 정상외교 가능성도 또다시 언급했다.7 한미일의 외교장관들은 2월 15일 독일 뮌헨안보회의를 계기로 3국 간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에서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하고 “모든 급에서 긴밀한 정책공조를 통해 3국 간 노력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8 같은 날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회의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북한은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폐기해야 한다”며 북핵에 대한 기존 ‘CVID’ 목표를 재확인하였다.9

북한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화 제스처는 무시하거나 거부하고, 미국 등이 내세우는 북한 비핵화 목표에는 반발하고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에서의 제2차 미북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 없이 결렬된 이후 향후 노선을 고심하던 김정은은 결국 그해 12월 말 미국과의 협상 포기를 전격 선언하고 ‘핵 보유 고수’ 그리고 ‘제재 돌파’와 ‘자력갱생’을 천명했으며 그 이후 미국과의 대화 거부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정은은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된 2024년 11월 21일, 평양에서 열린 무장장비 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 연설에서 “우리는 이미 미국과 함께 협상 주로(走路)로의 갈 수 있는 곳까지 다 가보았다”며 “그 결과 확신한 것은 초대국의 공존 의지가 아니라 철저한 힘의 입장과 언제 가도 변할 수 없는 침략적이며 적대적인 대조선(북한) 정책이었다”고 주장했다.10 또한, 김정은은 2025년 2월 8일 인민군 창건 77주년을 맞아 국방성을 방문한 자리에서 “핵 역량을 포함한 모든 억제력을 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일련의 새로운 계획사업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핵무력을 더욱 고도해 나갈 확고부동한 방침을 재천명”했다고 북한 노동신문은 2월 9일자 보도에서 전했다.11 한편, 북한은 한미일 3국과 주요 7개국(G7)의 북한 비핵화 목표 재확인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였다. 북한은 2월 18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비핵화’는 실패한 과거의 꿈”이라면서 “실천적으로나 개념적으로마저도 이제는 더더욱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인 ‘비핵화’라는 낡고 황당무계한 계획을 추구“하는 것은 “무지몽매한 원시인들이 현대인에게 원시 사회로 되돌아올 것을 간청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논박하고 “앞으로도 국가수반이 천명한 새로운 핵무력강화노선을 일관하게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공언했다.12

미국과 북한의 이와 같은 외견상 ‘엇박자’는 어느 순간 내밀한 ‘접촉과 대화’로 전환될 수 있다. 미국이 북한에 바라는 최대치는 북한이 북중 동맹 관계를 청산하고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친미 국가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중국을 최대의 위협 국가로 삼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중국과 1,300여km에 걸쳐 국경을 마주하는 북한을 자신의 진영으로 합류시키는 것은 최고의 전략적 성취가 아닐 수 없다. 북한에 바라는 최소치는 북한이 한국을 침공하지 않고 미국의 안보도 위협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북한이 미국에 바라는 최대치는 북한 주도의 한반도 공산화를 방해하지 않는 한편, 북한이 지배하게 되는 한반도가 중국의 영향력으로부터 지속해서 독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미국의 지원을 받는 것이다. 미국에 바라는 최소치는 미국이 (그리고 한국이) 북한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고 체제와 정권의 존속을 보장하는 것이다. 미국과 북한이 상호 간의 최대치/최소치 구간에서 교집합을 발견하는 경우, 양국의 대표자들은 접점을 찾기 위해 무대에 올라 ‘브로맨스’를 재현할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을 비롯하여 앞서 언급한 미국의 대외 현안들이 다소간 해결의 가닥을 보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북한의 핵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에 다시 주목하게 될 것이며, 이에 빠르면 2025년 하반기쯤 미국의 대북 접촉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 미국은 무엇보다도 북핵이 갖는 대미 안보 위협의 제거에 우선순위를 두면서 동맹국 한국 보호와 한반도 안정 유지 등을 그 다음의 목표로 삼을 것이다. 트럼프는 제1차 대통령직 재임 시 가졌던 김정은과의 회동과 서신 교환 경험을 발판으로 삼아, 보다 주도적이고 파격적으로 대북정책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미국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책에 자신만의 족적(footprint)이나 레거시(legacy)를 남기겠다는 개인적 명예욕도 여기에 작용할 것이다. 트럼프는 김정은과 탑다운 방식으로 북핵 문제의 일괄 타결을 추진하거나, 북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라고 천명하면서 이른바 ‘중간 단계’로서 북한에 핵 실험 중지, 핵 동결, 핵 사찰, ICBM 폐기, 핵 감축, 핵 폐기 등을 순차적으로 요구하고 각 단계에 상응하는 보상으로서 대북 제재 완화 및 종결, 미군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단,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 미북 외교관계 수립, 대북 투자 및 지원, 주한미군 감축/철수 등을 제안하는 형태로 협상을 이끌어 갈 수도 있다. 현재, 북한은 자국의 핵을 논의 주제로 하는 협상은 일체 거부하고 있으나, 북러 및 북중 관계의 향방 그리고 주변 정세의 변화에 따라서 어느 순간 북한과 미국 간에 접촉과 협상이 전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문제는 협상에서 미북 간의 주고받기가 상호 등가적이지 못하거나, 비핵화 절차의 선후가 뒤바뀌는, 소위 ‘나쁜 거래(bad deal)’가 일어날 때이다. 또한, 한반도 북핵 위기의 당사자인 한국이 북한 비핵화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되는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또한, 미국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가하는 위협의 제거에만 치중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에게 최악의 결과는 북한의 핵은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미연합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한미동맹의 대북 억지력은 약화되거나 아예 주한미군이 감축 또는 철수하는 경우이다.

미국의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도 향후의 미북 협상이 한국에 매우 불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빅터 차는 지난 2월 워싱턴 D.C.에서 열린 트럼프 행정부 동맹 정책 관련 세미나에서 트럼프와 김정은 간 대화 재개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수사적으로 트럼프 행정부는 CVID를 여전히 말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관여의 조건이 (집권 1기 때와) 완전히 다를 수 있다”며 “그들은 ‘미국 우선주의’ 전략을 북한에 적용해 핵무기 위협과 ICBM 위협을 무력화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다”고 내다보았다. 즉, 미국은 겉으로만 CVID를 표방할 뿐 실제로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하여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 요소인 핵무기와 ICBM의 무력화와 같은 부분적 합의만을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13 미국이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대북 제재 해소, 한미 연합 훈련 중단, 그리고 주한미군 일부 감축 등을 제안하고 여기에 미북 간 합의가 이루어질 경우, 미국은 자국 본토에 대한 안보 위협은 어느 정도 제거하겠지만, 한국은 대북 억지력만 약화된 채 여전히 북한의 핵과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협 아래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는 한국이 크게 경계하고, 막아내고, 대비해야만 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한편, 보다 구조적인 변화의 경우도 상정해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미북 협상의 목표를 ‘미국 본토 안보 위협 해소’나 ‘북한 비핵화’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 이상을 바라보려고 할 수도 있다. 즉, 북한을 북중 동맹 관계에서 빼내어 미중 경쟁 구도에서 친미 내지는 중립 국가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김정은 또한 기존의 ‘대북 제재 해소와 핵 보유’ 목표를 넘어서 ‘미국의 전폭적인 경제 지원’과 ‘체제와 정권의 안전 보장’ 그리고 ‘한반도 2개 국가(북한과 한국) 원칙 확약’ 등을 희망할 수 있다. 미국과 북한의 이와 같은 바람은, 북한이 미국과 외교관계를 정식으로 수립하고, 미국의 진영으로 넘어오거나 중립적 국가로 남고, 대남 무력 도발을 포기하는 대신에, 미국은 북한의 경제 재건과 발전을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북한 체제와 정권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한국의 인위적 대북 흡수통일 시도를 허용하지 않는 것으로 타협이 이루어질 수 있다.14 이 경우, 한반도 ‘평화’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한미동맹의 지속이나 한국의 남북관계 주도권 장악에는 이상이 발생하는 거대한 도전이 제기될 수 있다. 다만, 현재의 북러 밀착, 그리고 여전히 경제의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할 때, 북한이 이러한 트럼프의 구상에 실제 호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트럼프 역시 1기 때의 시도를 통해 이를 절감했을 것이다.

 

3. 한국의 대응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수립과 추진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와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한국 대북정책 목표의 명확한 설정, 미국 등 관련국 간 북핵 비핵화 원칙 준수 및 공조 체제 구축, 대북 협상안 사전 수립 및 한미 상호 공유, 한국 안보 손실에 대한 경계와 대북 억지력 유지, 대북 압박과 봉쇄 병행 추진, 북한 사회 변화 유도 및 견인 등이 필요하다. 또한, 한미동맹 강화도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제고를 위한 필수적 토대인바, 한국은 이를 위해 한미 간 상호 정책 정합성 확보 및 강화, 한국의 미국 경제 기여도 및 전략적 가치 재확인,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 적극 대응 등을 추진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한국은 자주국방을 위한 노력도 끊임없이 기울여야 한다.

첫째, 대북정책에서 한국이 추구해야 하는 국가이익은 북한에 의한 전쟁 방지, 북한 비핵화, 그리고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이다. 한국이 당면한 가장 중요한 국가이익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 유지이며, 한국 안보에 대한 북한의 핵 위협을 근원적으로 예방하고 해소하는 것도 사활적 국가이익이다. 또한, 남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도 한국의 최대 국가 목표인 남북통일을 위해서 지속해서 추진해야 하는 국가 과제이다. 한국은 북핵 문제의 무력 해결 방안으로 한때 논의되었던 미국의 선제타격 또는 예방전쟁 기도는 가능한 자제하되,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는 한미연합전력을 바탕으로 강력하게 응징할 수 있는 대북 억지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한국은 북한 비핵화가 한국 안보에서 필수불가결함을 명확히 인식하고 북핵 폐기를 위해 미국과 함께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또한, 한국은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도 지속적으로 추진하면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대해 미국의 동의와 지지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한국은 북핵 문제의 해결에 있어 북한 비핵화가 최종 목표이자 굳건한 원칙임을 미국, 일본, 유럽 국가들과 재확인하고 이를 준수하도록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도 북한 비핵화를 여러 차례 천명했음을 상기시키면서 미국이 북핵 문제를 ‘중간 단계의 미봉책’으로 끝내지 못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의 구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비핵화 협상 과정에의 참여를 보장받아야 한다. 트럼프와 루비오 국무장관은 앞서 언급한 미일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핵 비핵화를 위한 한미일 3국 공조 체제의 구축과 운영을 공언한 바 있다. 한국은 이를 명분으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준비 과정에서부터 최종 합의 단계까지 (북핵 폐기에 한국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고 있는) 일본과 함께 당사자 자격으로 참여하여 한국의 안보 이익을 지켜야 한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미북양자 협상뿐만 아니라 북한과 미국 간 담합 가능성의 차단과 한국 안보 이익의 수호를 위해 한미북 3자 협상도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또한, 북핵 문제 해결의 국제적 공인과 보장을 위해 한미북 3국 외에 중국, 일본, 러시아 그리고 EU도 참여하는 주요국 다자협상 추진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셋째, 한국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대북 협상안을 사전에 수립하고 이를 미국과 공유해야 한다. 대북 협상안의 핵심은 북한의 비핵화, 즉 북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의 불가역적 완전 폐기를 전제로, 북한이 주장하는 ‘안보 우려’를 일부 해소해 주고 대북 제재의 단계적 해제 및 북한의 경제적 지원 요구를 수용하는 것이다. 즉, 북한의 비핵화 관련 포괄적 로드맵 약속을 전제로,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식적 승인, 미·북/북·일 국교 수립, 남북한 불가침 협정 체결과 주변 강대국들의 보증, 북한에 대한 미국의 무력 사용 포기 선언, 대북 경제 제재 해제 및 대북 경제 지원 개시 등을 제안한다. 한국은 북한이 비핵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정상적인 구성원으로 복귀하는 경우 남북한의 평화적 공존과 교류 확대를 도모하면서 북한의 개혁과 개방을 유도하는 전략을 수립해 둔다. 이와 함께, 한국은 북핵 협상의 실제 단계마다 교환되는 품목들의 상호 등가성 그리고 각 단계의 절차적 선후 관계를 면밀하게 관찰하고 통제하고 교정하여 북핵 협상 과정에서 한국의 안보가 일시적이라도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은 북한 비핵화가 완전히 이루어질 때까지는 미국의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지속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또한, 대북제재가 북한에 대한 주요한 레버리지라는 점을 트럼프 행정부에 각인시키는 한편, 대북제재 해제 이전에는 제재 효과의 강화를 위해 다국적 제재모니터링팀(Multilateral Sanctions Monitoring Team, MSMT)을 활성화하고, 필요하다면 미국의 세컨더리 보이콧(제3국 제재) 등도 활용해야 한다.

넷째, 미국과 북한이 진정으로 북한 비핵화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면 한국은 협상 타결의 성실한 중재자 역할을 하여야겠지만, 미북 간 합의 내용이 중간 단계의 타협에 머무르면서 북한과 미국의 ‘안보 이득(북한은 핵 보유, 미국은 본토 안보위협 해소)’을 위해 한국의 ‘안보 손실(한미연합전력의 대북 억지력 약화 등)’이 따라야 하는 것이라면, 한국은 이러한 협상에 강력히 제동을 걸어야 하며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는 상응하는 보완책을 반드시 얻어내야 한다. 즉, 한국 안보의 손실을 메우기 위해 북핵 폐기까지라는 시한을 전제로라도, 미국 전술핵의 한국 재배치를 이끌어내는 등 확장억제의 보장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가능성이 낮기는 하지만, 미국이 대북 억지력 유지를 위한 보완책 없이 북한의 핵 보유를 묵인 또는 승인하거나 한국의 동의 없이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철군을 결정하는 경우 한국은 즉각 자체 핵 무장 대안까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한국과 미국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협상과 더불어 대북 압박과 봉쇄 전략을 병행 추진해야 한다. 즉, 북한이 핵 개발과 보유로 인해 얻는 이익보다 감내해야 하는 비용을 훨씬 더 크게 만들어서 ‘핵은 가지고 있으나 체제와 정권은 붕괴하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은 공고한 협력을 바탕으로 현재의 대북 제재와 경제적 봉쇄 조치를 더욱 강화하여, 북한 정권과 체제의 약화를 불러일으켜야 한다. 그래야만 북한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로 불러오고 또 묶어둘 수 있다.

여섯째, 한국은 한반도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해 북한 사회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고 견인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지지와 협력을 얻어내야 한다. 한국과 미국은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구별하는 전략을 통해,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사회문화교류를 지속 및 확대하고, 북한 주민들의 가슴속에 한국과 서방세계에 대한 동경심과 기대감이 깃들게 하여, 북한 사회 내부에 변화와 개방의 바람을 조성하고 확산시켜야 한다.

일곱째, 한국은 한미 간 대북정책 공조 제고를 위해 한미동맹을 강화해야 한다. 우선, 한국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높은 수준의 정합성을 가져야 하며, 한국의 대외전략은 미국의 세계전략과 일정 부분 조응해야 한다. 즉, 한국은 미국에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like-minded country)’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의 중점은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을 누르고 견제하는 데에 있다. 이제, 한국은 언필칭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명분 아래 양 강대국 사이에서 조심스레 취해 왔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당분간 접어 두고, 한미동맹을 우선하는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다시 탑재하고 이를 미국에 보여야 한다. 한국은 ‘충실한 동맹국(a faithful ally)’으로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정책 친화력 확보 및 강화를 통해 미국이 한국의 안보를 자국 안보의 일부로 여기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적극 홍보해야 한다.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 현황을 널리 알리는 한편, 한국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반도체, 조선, 인공지능, 원자력 분야의 산업이 미국 경제(군수산업 포함)의 활성화에 매우 긴요한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인지시켜야 한다. 아울러,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재확인시켜야 한다. 즉, 한국은 지정학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극동지역 교두보로서 대륙 세력의 태평양 진출 통제와 해양 세력의 유라시아 대륙 진입 지원이라는 두 가지 역할을 모두 수행할 수 있으며, 일본과 함께 인도·태평양 전략의 동아시아 핵심 거점을 형성하고 있음을 주지시켜야 한다. 한국은 미국 경제 기여도 및 전략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재확인시킴으로써, 미국이 스스로의 필요로 ‘동맹국 한국’을 찾고 지원하게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한국은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임해야 한다. 한국은 2024년 10월 당시 바이든 미 행정부와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맺고 2026년도 분담금을 1조 5,192억 원에 합의하였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부자 나라 한국’의 분담금 대폭 증액을 골자로 하는 재협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이와 같은 재협상에 당당히 응하고, 상대방의 분담금 증액 요구분을 전략적 차원에서 최대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대신에, 한국은 ‘한미원자력협정 재개정(‘미일원자력협정’ 수준의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우라늄 농축 권한’ 확보)‘, ‘핵추진 잠수함’, 전술핵 재배치, ‘방산 협력(공동생산 및 MRO 분야)’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의 반대급부로 요구하고 관철하는 ‘거래 전략’의 구사가 필요하다.15

끝으로, 한국은 자주국방을 향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한미동맹은 영원하지 않고, 주한미군은 언젠가 한국을 떠날 것이다. 결국, 한국의 안보는 스스로 책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자주 국방력의 강화를 위해 끊임없이 매진해야 한다. 한국은 미사일 방어 및 공격 시스템 구축, 핵 잠수함 건조 등 해군력 강화, 동북아 전역 타격이 가능한 공군력 확충, 정보·통신·정찰·감시 역량 제고 등을 추진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Victor Cha, “How Trump Sees Allies and Partners,” CSIS Commentary (November 18, 2024).
  • 2. Walter Russell Mead, SPECIAL PROVIDENCE: American Foreign Policy and How It Changed the World, (Taylor & Francis Books, 2002).
  • 3. 중앙일보, “트럼프 “김정은과 잘 지낼 것” 바이든 이름 딱 한번 말했다, 왜 [대선후보 수락연설]”, (2024.7.20.).
  • 4. 한겨레, “트럼프 “북한은 이제 ‘핵보유국’…김정은, 내 귀환 반길 것””, (2025.1.21.).
  • 5. 중앙일보, “[속보] 트럼프 “北김정은에 다시 접촉해보겠다…그는 스마트 가이””, (2025.1.24.).
  • 6. 연합뉴스, “트럼프 대북키맨 “트럼프는 김정은과 함께 등장할 수 있는 사람””, (2025.2.22.).
  • 7. 한겨레, “트럼프, ‘북한 완전 비핵화’ 원칙 첫 천명…“김정은 다시 만날 것””, (2025.2.8.).
  • 8. 서울경제, “한미일 첫 외교장관회담서 “강력한 대북제재 공조” 한 목소리”, (2025.2.16.).
  • 9. 한겨레, “주요 7개국 외무장관, 북핵 ‘CVID 원칙’ 재확인”, (2025.2.16.).
  • 10. 경향신문, “김정은 “미국과 협상, 갈 데까지 가봤다…공존의지 없고 적대정책뿐””, (2024.11.22.).
  • 11. 경향신문, “김정은, 북 건군절 77주년 맞아 “새로운 계획사업” 언급”, (2025.2.9.).
  • 12. 노컷뉴스, “北, 한미일 비핵화성명 비난 “맞대응할 일고의 가치도 없어””, (2025.1.18.).
  • 13. 연합뉴스, “빅터차 “트럼프, 北 CVID 표방하나 對美위협 제거에 집중할수도””, (2025.2.19.).
  • 14. 중국 포위를 목표로 하는 미국이 ‘역(逆) 키신저 전략’ 차원에서 중국과 러시아 간 갈등을 부추기고 러시아 끌어안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경우, 러시아와의 동맹 관계를 복원한 북한을 회유하고 유인하는 것이 그만큼 더 용이할 수 있다. 또한, 타국의 정치체제나 정권 성격에 개의치 않는 트럼프의 행태도 북한의 호응 유도에 긍정적인 요소다.
  • 15. 이상현,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외교정책 전망”,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미국의 대외정책 전망』, (세종정책총서 20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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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성
김동성

초빙연구위원

김동성 박사는 국제관계 분야의 연구자이며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의 초빙연구위원으로 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인문학사를 받고 미국 University of Maryland at College Park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경기연구원에서 통일동북아연구센터장, 기획조정실장, 북부연구센터장, 균형발전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정치경제, 동아시아 국제 정치, 미국의 대외정책, 남북관계, 한미관계, 미중관계, 주한미군 등이며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그리고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연구의 최종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주요 저서와 연구물로는 『동북아시아 국제질서의 변화와 대응』 (2016), 『한반도 동맹구조와 한국의 신대외전략』 (2011), 『지방자치단체 남북교류 거버넌스 구축 방안』 (2011), 『주한미군과 지역사회 통합에 관한 연구』 (2001) 등이 있으며, 『글로벌연구: 이슈와 쟁점 (원제: Introduction to Global Studies)』 (2023)을 공동으로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