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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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16일부터 22일까지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이하 20차 당대회)가 개최됐고, 이어서 10월 23일에는 중국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이하 1중전회)가 열렸다.  20차 당대회를 통하여 205명의 20기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171명의 후보위원을 선출한 중국공산당은 1중전회에서 시진핑(習近平)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재선출하고 시진핑 측근으로 구성된 20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명단을 발표하면서 시진핑 3기의 막을 올렸다.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 3연임이 공식화될 것은 이미 예상되었던 바이다. 그러나 20차 당대회와 1중전회에서 발표된 20기 지도부 선출 결과는 예상보다 시진핑 개인의 정치권력이 막강하다는 사실을 드러내며 세계를 놀라게 했다. 시진핑이 속한 ‘태자당(太子黨)’의 경쟁 파벌로 알려진 ‘중국공산주의청년단(中國共産主義靑年團)’의 세력이 크게 쇠퇴하고,1 중국공산당 내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수직적 위계질서가 형성된 것이다.2 이러한 지도부 구성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이 구축해 온 집단지도체제(集體領導; collective leadership)가 폐기되고 시진핑 일인독재체제가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20차 당대회에서 발표된 시진핑의 업무보고와 새로 선출된 20기 지도부 구성은 단순히 시진핑 개인의 집권 연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진핑의 시대 인식과 정치적 야망을 기반으로 중국의 대내외 정책이 변화하고 추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에 본 이슈브리프는 20차 당대회 분석을 기반으로 시진핑 3기 중국의 대내외 정책을 전망하고,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제언한다.

 
불안정한 중국 사회에 대한 통제 강화: 민족주의 교육 확대와 ‘제로 코로나’ 정책 유지
 
이번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은 ‘안보’를 91회나 언급했다. 이는 지난 19차 당대회에서 54회 언급한 것에 비해서 매우 높아진 수치이다. 특히, ‘정권 안보’, ‘제도 안보’, ‘이데올로기 안보’ 등의 개념이 새롭게 제기됐는데,3 이는 시진핑이 자신과 중국공산당 통치에 대한 내부 불만을 인식하고 있음을 방증한다.

시진핑의 3연임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이 추진해 왔던 정치 제도화를 직접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중국 국민들의 정치적 반발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중국공산당이 칠상팔하(七上八下),4 격대지정(隔代指定),5 당내 파벌 간의 견제와 합의 등에 기반한 집단지도체제를 서구식 민주와는 차별된 ‘중국식 민주’로 선전하며, 개혁개방 이후 서구 사상의 유입과 다양한 계층의 등장으로 형성된 중국 사회 내 민주화 요구를 무마시켜 왔기 때문이다.6 중국 애국주의 교육을 받고 경제성장의 성과를 누려왔던 중국의 젊은 세대가 비록 서구식 정치체제보다 중국의 정치체제를 더 민주적인 체제로 인식한다고 알려져 있지만,7 이미 20차 당대회 개최 전후로 시진핑의 3연임을 비판하는 시위가 산발적으로 일어나고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SNS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8 물론 중국공산당 통치체제하에서 이러한 목소리가 결집되고 확산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취업, 의료, 사회보장, 인권 등 개인의 권리와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이 누적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시진핑의 3연임이 시진핑과 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는 도화선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서 중국은 민족주의 교육을 확대하는 한편, 사회 통제의 수단으로 ‘제로 코로나’ 정책(Zero-COVID policy)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 봉쇄, 격리 등 강력한 방역정책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9 중국 국민들의 불만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10 중국은 시진핑의 업적 홍보, 중국 내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중국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mRNA 백신의 미승인11 등의 이유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 왔다.

문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이 사람들의 동선을 파악하거나 이동을 제약하는 데에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중국 국민은 물론,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모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건강 코드(健康碼, Health code)’를 등록하고 ‘녹색’ 판정을 받아야만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22년 7월 중국 허난성에서 마을은행 인출 중단 사태에 반발하는 시위가 발생하자, 정부 당국은 시위자들의 건강 코드를 이동이 금지되는 ‘적색’으로 바꾸고 시위자들을 해산시켰다.12 중국의 경제 상황과 mRNA 백신 개발 정도에 따라 봉쇄 조치나 격리 기간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 건강 코드에 기반한 제로 코로나 정책이 사회 통제에 매우 효율적이기 때문에, 중국 정부는 시진핑 3기가 안정화됐다고 판단하기까지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및 반중 연대 참여국가에 대한 공세적 대외정책 추진
 
이번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은 중국공산당이 “국제정세의 급격한 변화, 특히 외부의 위협, 억제, 봉쇄, 극한의 압박에 직면해 … 국가 존엄과 핵심이익을 수호하고, 국가발전과 안보의 주도권을 굳게 지켜왔다”고 언급하면서,13 업무보고에서 최초로 ‘위협’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뿐 아니라, 중국이 외부의 위협, 억제, 봉쇄, 극한의 압박에 직면했다는 시대 인식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

1985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세계가 직면한 문제로 ‘평화’와 ‘발전’을 제시한 이래 중국의 공식적 외교 기조는 평화와 발전이었다. 시진핑도 지난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세계가 대발전, 대변혁, 대조정의 시기에 있지만, 여전히 평화와 발전이 시대적 주제”임을 강조했다.14‘외부의 위협’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중국 외교의 기조가 변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일으키고 미중 간의 경쟁과 대립을 부추길 위험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진핑이 공식적으로 이런 발언을 한 데에는 다음과 같은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첫째, 중국의 내부 결집을 유도하고 자신과 당에 대한 정치적 지지를 확보하기 위함이다. 표면적으로 시진핑 3연임이 큰 반발 없이 시작됐지만, 실상 중국공산당이 직면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미중 경쟁, 코로나19 팬데믹 및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경기 침체, 실업이나 빈부 격차로 높아지는 사회 불안정 등으로 개혁개방 이후 중국공산당 통치의 근거가 되었던 업적 정당성(performance legitimacy)이 크게 손상됐을 뿐 아니라, 단기간에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정부는 이것의 원인을 중국공산당의 통치가 아닌 외부의 위협과 압박으로 규정함으로써 당과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중국 내 민족주의적 정서를 고려할 때, 이것은 서구의 침탈과 중국의 저발전이라는 ‘백 년 국치(百年國恥)’의 역사 기억을 중국 국민들에게 다시 상기시키며 국내 결집을 유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시진핑 3기 중국 정부는 중국 국민들의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 공세적 대외정책을 유지하며 ‘강한 중국’의 모습을 각인시키려 할 것이다.

둘째, 미국 주도의 반중 연대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대한 압박과 회유를 암시한다. 미국은 중국을 수정주의 세력(a revisionist power)으로 규정하고 중국의 비시장경제(non-market economy) 체제와 중국 국익 우선의 외교적 행위가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rule-based international order)를 훼손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은 이러한 주장을 외부의 위협이자 극한의 압박으로 규정하고 공표한 것이다. 즉, 중국의 시각에서 미국의 대중 압박과 견제는 물론, 미국이 주도하는 반중 연대에 참가하는 것 또한 중국에 대한 외부의 위협이 되는 것이다. 그런 외부의 위협에 굴복하기보다 중화민족의 핵심이익을 수호하기 위해서 더욱 적극적으로 투쟁해야 하는 중국 정부의 입장을 고려할 때, 이것은 미국 및 반중 연대 참여 국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중국 주도의 권위주의 연대 강화
 
이번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은 향후 중국이 ‘신형국제관계(新型國際關係)’ 구축을 위해서 개발도상국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개도국의 공동이익을 수호할 뿐 아니라, 브릭스(BRICS)와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등의 영향력을 확대해 신흥시장국가와 개도국들의 대표성과 발언권을 강화할 것임을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발언은 미국, 유럽, 일본 및 호주 등 선진국들의 대중 압박에 직면하고 있는 중국이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고 반중 연대에 대항하기 위해서 개발도상국 및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것을 시사한다.

시진핑은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해외순방을 중단한 지 2년 8개월 만인 올해 9월 우즈베키스탄에서 개최된 SCO 정상회의에 참석해 SCO 회원국 간의 안보 및 경제협력 강화, 통화결제 수단 확대, 회원국 확대 등에 대해서 합의했다.15 또한 11월 1일 응우옌푸쫑(Nguyễn Phú Trọng)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와의 회담, 2일 셰바즈 샤리프(Shahbaz Sharif) 파키스탄 총리와의 회담을 연이어 가지며 협력 강화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앙아시아 등의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던 러시아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3기 중국 정부는 자신의 경제력과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를 기반으로 개발도상국 및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중국 주도의 연대 구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만해협의 군사적 긴장감 유지 및 확대
 
이번 20차 당대회 업무보고에서 시진핑은 대만문제와 관련해 더욱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19차 당대회 보고에서 대만 독립주의자의 분열 행위를 경고한 것에 비해서 이번 20차 당대회에서는 대만 문제 해결은 중국인의 일이라면서 “외부세력의 간섭과 소수 대만 독립주의자와 독립활동에 대해서 무력 사용을 포기하지 않고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16 대만 내 독립주의자뿐 아니라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외부세력에 대해서도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미국 등 대만 문제에 개입하는 국가들에 대해서 군사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암시한 것이다.

2024년 1월에 예정된 대만의 총통 선거에서 민주진보당(Democratic Progressive Party, 이하 민진당) 후보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Nancy P. Pelosi)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중국의 대대만 봉쇄 훈련 이후 더욱 견고해지는 미-대만 관계를 고려할 때, 민진당의 재집권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기 위해서 대만과의 통일을 강조해 온 시진핑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겨줄 것이다. 시진핑은 자신의 공언대로 자신이 대만과의 통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대만과의 통일이 실현 가능한 일임을 대내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 2024년 대만 총통 선거 전후로 대만에 대한 외교, 경제, 군사적 압박을 더욱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3기 중국 정부가 2027년 전후 무력으로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중국의 군사력, 대만 침공 실패의 정치적 부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중국이 대만을 전면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2020년 10월 19기 5중전회에서 중국 인민해방군 창군 100주년인 2027년까지의 군 발전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고 지역적 차원에서 군사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군 현대화를 가속화해 온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2027년은 시진핑이 4연임을 준비하고 시작하는 시기이다. 시진핑이 장기집권이라는 정치적 야망을 위해서 의도적으로 대만해협 봉쇄, 미사일 공격, 대만 주변 섬 점령 등을 추진함에 따라 대만해협 내 유사 사태가 발발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한국에 주는 정책적 함의
 
상술한 바와 같이, 20차 당대회를 통해서 시진핑의 일인독재체제를 새롭게 구축한 중국은 시진핑 3기에 국내정치의 안정을 위해 미국의 대중 견제와 압박에 강경하게 대응하며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시진핑 3기의 출범을 위해서 주변 정세의 안정을 모색하며 비교적 덜 공세적인 대외정책을 구사했다면, 향후 5년간 시진핑은 자신의 정치적 지위를 견고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이 공언한 대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중국의 핵심 이익’을 수호하는 모습을 보이고자 할 것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간의 전략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그 속에서 중국은 자신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주변국에 대한 공세적 일방주의를 강화하며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자 할 것이다.

이것은 미국의 동맹이자 중국의 이웃국가인 한국에게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시진핑 3기 중국 정부가 한국을 역내 미국의 동맹 중 ‘약한 고리’로 인식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미국의 반중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서 정치체제의 유사성을 기반으로 북한과의 연대를 강화할 뿐 아니라, 사드(THAAD) 정식 배치 등 한미동맹 관련 현안이나 북핵 대응을 위한 한미일협력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며 한국을 압박할 수 있다. 또한 ’칩4(Chip 4)’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움직임과 관련해서도 한국의 대중 경제의존도를 기반으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점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 대외정책에서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강화해 중국에 대해서 보다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한미동맹을 우선하는 대외정책을 추진하고, 중국과도 ’상호존중의 한중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낸시 펠로시의 방한이나 8월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제시한 ‘5개의 마땅히 해야 할 사항(五個應當)’17 등의 문제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모호한 태도가 중국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한국이 겉으로는 미국에 경사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대중 경제의존도와 북중관계 때문에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와 문재인 정부 시기 ‘균형외교’의 결과를 고려할 때, 이것이 한중관계의 회복이나 개선이 아닌 중국의 일방적이고 강압적인 대한(對韓) 정책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런 점에서 시진핑 3기 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관련된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가하거나,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먼저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등 한미동맹, 대북정책, 대중정책을 포함한 전반적 대외정책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둘째, 대중 인식을 재조정해 중국이 협력의 대상만은 아니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사드 사태 이후로 한국은 중국의 일방주의와 자국 중심주의를 경험했다. 최근 한중 간 문화 갈등, 가치 갈등, 경제 갈등과 같은 문제가 불거지면서 반중 정서가 한국 내에 크게 확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내에서는 여전히 국익을 위해서 중국과의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존재한다. 중국과의 지리적 근접성, 한중교역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서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 중국의 경제 제재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전략적 명확성에 기반한 대중정책을 수립하고 일관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지와 공감이 필요하다. 미중 경쟁구도 속에서 향후 중국 정부가 한국에 대한 압박과 회유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한국의 국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중국과 협력할 것인가만을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가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입장에서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인식하고 일방적으로 견제하는 태도를 경계하며 중국과의 대화를 지속해야 하지만, 동시에 외교안보, 경제, 문화 각 분야에서 중국의 위협 정도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사안별로 세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함으로써 중국에 대한 다변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셋째, 한국에 대한 중국의 압박과 보복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참여해야 한다. 경제안보 측면에서 한국은 전략물자의 수입 다변화를 추구하며 대중 경제의존도를 낮추려고 하고 있지만, 그것은 단기간에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중국의 경제적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국은 칩4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중국 견제를 위한 것이 아니라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에도 유리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소비국이라는 점에서 중국에 대한 하나의 카드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유사한 문제에 직면한 유럽 국가나 아세안과의 경제협력과 소통을 강화하며 중국의 경제적 강압에 대한 공감대를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공동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넷째, 북핵 문제에 있어서 중국 역할론이 아닌 중국 책임론을 강조하는 한편, 한미동맹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중 전략경쟁구도하에서 중국은 미국의 반중 연대에 대응하기 위해 북한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런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은 한국의 반중 연대 참여를 저지하는 효과가 있다. 한국이 북핵 문제 해결에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며 중국과의 관계에 신중하게 접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은 북핵 문제 등 한반도 문제 해결에 있어서 북한의 비핵화나 남북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기보다 오히려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 북한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중국 역할론에 집중하면 할수록 북핵 문제 해결은 물론, 한미동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기보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참여해야 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 방점을 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먼저 아세안 등 역내 국가 및 국제사회와 함께 북핵 문제가 세계 및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나 한미일 안보협력을 가시화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북핵 문제가 고조될수록 역내 안보환경이 중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중국이 북핵 대응을 위한 국제공조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함이다.

다섯째, 대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만해협 내 유사 사태에 대한 대응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시진핑 3기에는 대만 문제가 장기집권이라는 시진핑의 정치적 야망과 맞물려 동아시아 내 중요 안보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대만해협은 한국에게 매우 중요한 해상교통로이다. 대만해협 내 유사 사태는 지역의 안정과 평화는 물론, 한국의 국익과도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더 큰 문제는 대만 내 유사 사태 발생이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과 연결되어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한국의 안보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유사 사태 발생 시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전력을 대만해협으로 집중했을 경우 북한이 이를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안보공약 약화로 인식하고 군사도발을 감행할 가능성, 중국이 미국 및 일본의 군사적 개입을 막기 위해서 북한이나 러시아의 군사도발을 요구할 가능성, 한국 내 주한미군 기지가 미군의 발진 기지로 활용될 경우 한국의 영토가 중국군의 공격 대상이 될 위험성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예상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만 유사 사태에 한국이 군사적 차원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고민하고 미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들과 논의해 나가야 한다. 미국의 안보공약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대만해협의 안정과 평화에 대한 지지 선언을 넘어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사용에 반대하는 식의 입장 발표를 선제적 조치로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리커창(李克强) 총리, 왕양(汪洋) 정치협상회의 주석이 제20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명단에 들지 못했고, 차기 후계자로 언급됐던 후춘화(胡春華) 부총리는 정치국 위원에서 중앙위원회 위원으로 강등됐다. 이러한 결과는 시진핑과 그 세력을 견제할 파벌이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 2. 1중전회에서는 시진핑 외에 리창(李强)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 차이치(蔡奇) 베이징시 당 서기, 딩쉐샹(丁薛祥) 중앙판공청 주임, 그리고 리시(李希) 광둥성 당 서기가 20기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됐다. 이들은 시진핑의 측근으로 알려진 시자쥔(習家軍)이다. 그중에서 기존 관례에 따라 차기 지도부에 진입해야 하는 ‘60후(60後, 6세대 지도자)’는 딩쉐샹 한 사람으로 시진핑 이후의 후계자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 3. 習近平, “中國共産黨第20次全國代表大會報告”, 2022.10.16., http://www.gov.cn/xinwen/2022-10/25/content_5721685.htm.
  • 4.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등 고위급 진입에 나이 제한을 두는 관행으로 67세 이하인 경우에는 권력중심부에 진입하고, 68세 이상이면 은퇴하는 세대교체 방식이다.
  • 5. 현직 지도자가 아닌 선대 지도자가 차기 지도자를 지정하는 중국공산당 내 권력승계 방식으로 특정 개인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한하고 파벌 간의 권력 균형을 유지하는 데에 유리하게 작동했다.
  • 6. 이동규,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학논총 65권, 2020., pp. 216-217.
  • 7. “GT Investigates: Western-style ‘democracy’ losing luster, with China’s political system performing better than US’ in the eyes of the nation’s youth,” Global Times, 2021.12.12., https://www.globaltimes.cn/page/202112/1241303.shtml.
  • 8. “Rare protest against China’s Xi Jinping days before Communist Party congress,” CNN, 2022.10.13., https://edition.cnn.com/2022/10/13/china/china-party-congress-protest-banners-xi-intl-hnk/index.html.
  • 9. “World Economic Outlook: Countering the Cost-of-Living Crisis”, IMF, 2022 OCT. https://www.imf.org/en/Publications/WEO/Issues/2022/10/11/world-economic-outlook-october-2022.
  • 10. “Zero-Covid: How Xi’s flagship policy is spoiling his party,” BBC. 2022.10.07., https://www.bbc.com/news/world-asia-china-63112996.
  • 11.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에는 기존 백신보다 mRNA 백신이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국의 워선 바이오(Walvax Biotechnology)가 개발한 mRNA 백신이 지난 9월에 인도네시아에서 긴급 사용 승인을 받았지만, 현재까지 중국 보건 당국의 정식 승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
  • 12. “Chinese officials punished for changing health codes of bank depositors – state media,” Reuters, 2022.06.22., https://www.reuters.com/article/china-banks-henan/-chinese-officials-punished-for-changing-health-codes-of-bank-depositors-state-media-idINL4N2YA03D.
  • 13. 習近平, “中國共産黨第20次全國代表大會報告”, 2022.10.16., http://www.gov.cn/xinwen/2022-10/25/content_5721685.htm.
  • 14. 習近平, “中國共産黨第19次全國代表大會報告”, 2017.10.27. http://www.gov.cn/zhuanti/2017-10/27/content_5234876.htm.
  • 15. “上海合作组织成员国元首理事会撒马尔罕宣言”, 新华网. 2022.09.17., http://www.news.cn/world/2022-09/17/c_1129009769.htm.
  • 16. 習近平, “中國共産黨第20次全國代表大會報告”, 2022.10.16., http://www.gov.cn/xinwen/2022-10/25/content_5721685.htm.
  • 17. [朝日新聞] 8월 한중외교장관회담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제시한 제안으로 표면적으로는 양자관계 발전을 위한 원칙론적 입장으로 보이지만, 한국에게 자국 중심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내용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아산정책연구원 이슈브리프, “중국의 ‘5개 응당’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2022.08.22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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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이동규

지역연구센터, 대외협력실

이동규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연구위원이다. 한국외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 국제지역대학원에서 정치전공으로 국제지역학석사 학위를, 중국 칭화대학(清华大学)에서 정치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구분야는 중국정치외교, 한중관계, 동북아안보 등이다. 주요 논문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의 일대일로: 보건 실크로드와 디지털 실크로드의 확장과 그 함의”,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은 퇴보하는가: 시진핑 시기 당내 민주의 변화와 지속성”, “중국공산당의 이데올로기 전략으로 본 시진핑 사상”, “냉전시기 한중관계의 발전요인과 특수성: 1972-1992년을 중심으로”, “개혁개방 이후 마르크스주의 중국화 연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