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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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일관계에 크고 작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기 파견한 한일정책협의단(4.24-4.28)의 방일을 시작으로, 기시다 총리의 특사로 한국을 방문한(5.9-5.10) 하야시 외무상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였고, 양국은 현안해결을 위한 정부간 고위급 협의를 신속히 진행할 것에 합의(5.9)하였다. 민간교류도 재개되기 시작하였다. 코로나19 이후 중단되었던 여행목적의 입국이 허용되었고(한국 6.1 전체, 일본 6.10 일본은 단체관광객 허용), 2년 3개월만에 김포-하네다 노선의 운항이 재개(6.29)되었다. 정치권에서는 한일·일한의원연맹의 합동간담회(5.11), 경제계에서는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경제단체연합회가 한일재계회의(7.4)를 개최하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같은 긍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양국 국민들의 기대와 바람도 어느 때보다도 높게 나타나고 있다.1

이러한 가운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아시아 순방지로 한국(5.20-5.22)과 일본(5.22-5.24) 방문이 이루어지고, 6월 29일 NATO 정상회의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 일본 정상간에 3자회동이 성사되며,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이 재차 강조되었다. 5월말,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을 공고화하며 한미동맹의 미래 비전에 대해 합의하였으며,2 이후 일본에서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양국은 명실상부한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였다. 한일 정상은 6월말 스페인에서 개최된 NATO 정상회의(6.29-6.30)에서 처음으로 마주하였다. 비록 양자간 갈등 현안 및 참의원 선거를 앞둔 일본의 국내적 상황 등으로 인해 한일 정상회담은 개최되지 않았으나, 두 정상은 한미일 정상회의, 아시아태평양파트너국 4개국(AP4: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정상회의 등을 통해 의견을 나누며, 가치와 규범의 공유 및 글로벌 과제에 대한 포괄적 협력을 논의할 수 있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지난 5월 개최된 미일정상회담에 대한 평가 및 분석을 통해 향후 일본의 대외전략과 행보를 전망해 보고, 미일 및 한미일 협력 강화가 모색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미일 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 증진 방안과 현재의 어려운 한일관계의 해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본 일본의 행보

 
이번 바이든 대통령의 방일은 취임 이후 처음이자, 기시다 총리와의 첫 대면 정상회담(5.23),3 바이든 행정부 주도로 추진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의 공식 출범(5.23), 미국, 일본, 인도, 호주 QUAD 국가들간 2번째4 대면 정상회의가 개최(5.24)되면서 더욱 주목받았다. 미일정상회담에서 미국은 미중 전략경쟁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안보위기 고조 속에서도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변함없는 관여를 약속하였고, 일본은 미국의 대중견제노선에 함께 하며 중국에 대한 견제의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양국은 국제질서 및 지역안보, 경제성장, 보건·기후변화 등 글로벌 과제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고, 실질적인 정책을 제시하였다. 향후 미일동맹은 더욱 강화될 것이며, 일본은 미국의 지지와 협조 하에 역내외 외교·안보 뿐만 아니라, 경제 및 글로벌 이슈 등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면서 국제사회에서의 지위와 영향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 우크라이나 사태 속 미국의 실질적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한 일본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지난 2021년 스가-바이든 정상회담의 진전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스가-바이든 정상회담에서 미일 양국은 견고한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중국 및 북한문제에 대응하고, 글로벌 보건위기 및 기후 변화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파트너십을 구축하고자 하였다.5 이번 기시다-바이든 정상회담에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시작으로, 지역안보, 경제성장, 인간안보 등 폭넓은 의제에 대한 협력 및 미국 및 일본과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의 연대가 강조되었다. 이는 곧 미일관계가 역내 문제에 대한 협력을 넘어 글로벌 안보, 경제 위기 등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행동하는 관계로 거듭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일본은 미국의 든든한 글로벌 파트너이자, 동맹국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림1] 기시다-바이든 미일정상회담(2022.5.23) 공동성명 워드 클라우드
그림1

출처: 필자 작성 (Free Word Cloud Generator)

 

[그림1]은 이번 미일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언급된 단어의 빈도수를 그림으로 나타낸 것이다. 이를 통해 기시다 총리(Prime Minister Kishida)와 바이든 대통령(President Biden), 두(two) 리더(leaders)가 국제(international) 및 글로벌(global) 안보(security), 경제(economic), 에너지(energy) 분야 등에서의 협력(cooperation)의 중요성(importance)과 관여(commitment) 강화(strengthening, strengthen)에 대해 주로 언급했음을 알 수 있다.

공동성명에서는 “유럽에서의 위기와 관계없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과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가 재확인”되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많은 외교안보 역량과 자원을 유럽 지역에 동원했던 미국의 관심과 전략적 목표가 여전히 이 지역에 있고, 중국에 대한 견제를 지속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언급은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국의 관심이 유럽으로 옮겨간 것에 대한 이 지역 국가들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이번 미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에 적극 참여하며 추동력을 높여주었다. 이와 같은 동맹국 일본의 지지와 참여는 미국에게 주요한 성과 중 하나이다. 반면, 일본은 미국이 탈퇴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 협정(CPTPP, 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에 미국이 복귀할 것을 희망하면서도 이에 대한 약속을 받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일본은 이번 회담에서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능력을 포함한 일본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와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위비의 상당한 증액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얻었다. 이에 따라 향후 일본에서는 ‘반격능력(舊 적기지공격능력)’과 방위비 증액 논의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외에도 기시다 총리는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일본의 숙원사업인 유엔상임이사국 진출 및 내년 G7 정상회의 개최를 기시다 총리의 지역구인 히로시마에서 개최하는 것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다만, 미일정상의 공동성명에 미국이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 지지를 표명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6 더욱이 일본의 유엔 상임이사국 진출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193개 전체 회원국의 2/3 이상의 동의를 받아 유엔헌장을 개정하고, 5개 상임이사국(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일본이 실제로 유엔 상임이사국이 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상회의에서 미국의 지지가 재확인된 것은 현재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정치적 위기 속에서 현행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대한 문제제기, 점증하는 중국의 위협 및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미일의 굳건한 대응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2. 대중견제수위를 한층 더 높인 일본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미일정상회담에서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일본의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비난과 견제의 목소리가 2021년 스가-바이든7 정상회담 보다 구체적이고, 수위가 더욱 강화되어 나타났다는 것이다. 스가-바이든 미일정상 공동성명에서 중국에 대한 직접적 비난이 2차례 지역안보 차원에서 포괄적으로 언급되었다면, 이번에는 국제질서, 지역안보, 경제, 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중국에 대한 비난이 6차례 언급되었다.

구체적으로, 스가-바이든 정상회담에서는 (1)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에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 (2)남중국해에서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권익에 관한 주장 및 활동에 대한 반대 정도로 표명되었다. 그러나 이번 기시다-바이든 회담에서는 (1)중국이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의 행동을 분명히 비난할 것을 촉구하고, (2)경제 및 타 분야에서 위압을 포함한 규칙에 근거한 국제질서와 정합되지 않는 중국의 지속적인 행동에 대해 비판하였으며, (3)중국의 핵능력 증강에 유의하여 중국에게 핵 리스크를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 핵군축을 진전시키는 노력에 응할 것을 요청하였다. 또한, (4)동중국해에서의 모든 일방적인 현상 변경의 시도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불법적인 해양 권익에 관한 주장, 매립지의 군사화 및 위압적 활동에 대한 강한 반대, (5)최근 중국과 솔로몬 제도 사이의 안보 협정, (6)일본 주변의 러시아군의 활동 증가와 중국과 러시아간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도 표명되었다. 지난해와 동일하게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양안문제의 평화적 해결, 홍콩 및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한 언급도 포함되었다.

이와 같은 기시다 내각의 대중견제 강화는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문제, 일본내 높아진 반중감정과 대중위협인식,8 그리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안보불안감이 고조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권위주의를 확대하고, 급속한 경제성장과 군비 증강을 이루는 중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사례를 참고하여 무력에 의한 현상변경을 시도할 수 있고,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침략을 중단시키지 못하면, 이것이 중국의 대만에 대한 무력행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9 일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해 강력하게 비난하며, G7 국가들과 보조를 맞추어 대러제재 및 우크라이나 지원을 실시하는10 것도 이와 같은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등 역내 안보불안감이 고조될수록 미일동맹은 더욱 견고해질 것이고, 이러한 가운데 일본의 대중견제 또한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일본은 이미 미중 갈등에 대한 우려와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 외교·안보 분야뿐만 아니라,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경제안보담당상 신설, 경제안전보장법 신설 등 다양한 대중견제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향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3. 일본의 방위력 강화 논의 가속화: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증액, 헌법개정
 
기시다 총리는 올해 연말까지 일본 외교안보정책의 장기 지침인 「국가안전보장전략」, 「방위대강」, 「중기방위력정비계획」 등 3대 안보 문서를 개정할 것을 밝혔다. 자민당은 지난 4월 26일 「새로운 국가안전보장전략 등의 책정을 위한 제언」을 발표하고,11 이를 기시다 총리에게 제출하였는데, 제언에는 중국의 급격한 군비확장, 북한의 미사일 능력 향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등의 상황에서 일본의 방위력 강화, 반격능력 보유, 방위비 증액 등을 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 중, ‘반격능력’은 자민당이 기존에 사용해 온 ‘적기지공격능력’이라는 표현이 선제공격의 오해가 있다며 명칭을 바꾼 것이다.12 그런데 ‘반격능력’은 실제 상대로부터 공격을 받지 않아도 공격 징후가 탐지되면 반격할 수 있고, 지휘통제기능도 그 대상에 포함되어 사실상 선제공격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일본 내에서도 일본이 전후 유지해 온 평화헌법과 전수방위(專守防衛) 원칙에 위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13

그럼에도 불구하고, 향후 일본내에서 자국의 방위력 강화 논의는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위협, 북한의 핵도발 등 지역안보정세가 불안정해짐에 따라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여겨진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포함하여 기시다 총리는 이미 다양한 기회를 통해 여러 차례 일본의 방위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기시 방위상, 마쓰노 관방장관 등도 공식 석상에서 ‘반격능력’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반격 능력을 포함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여, 방위력의 근본적인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14

국내 여론도 부정적이지 않다. 요미우리 신문 여론조사(6.3-6.5)에 의하면,15 “일본의 방위력 강화”에 72%가 찬성(반대 21%)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방위비 증액”에 대해서는 ‘GDP의 2% 이상 증액’ 19%, ‘GDP의 1~2%의 범위에서 증액’ 34%, ‘현상태 유지’ 35%, ‘감액’ 6%로 나타나 증액에 찬성하는 의견이 53%로 반대하는 의견 41%보다 더 높게 조사되었다. 이러한 가운데 일본 정부는 일본의 방위력을 ‘5년 이내’ 근본적으로 강화할 것을 결정(6.7)하였다.16 뿐만 아니라, 자민당은 이번 참의원선거 공약으로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 △GDP 2% 이상의 국방예산 증액, △5년 이내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에 필요한 예산 수준의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여(6.16)17 선거 이후 보다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방위력 강화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계획은 제시되어 있지 않다. 방위력 강화를 위해 현재 장비품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필요한 탄약 확보, 장비품 유지정비, 숙소 노후화 대책의 중점적 추진, 국내 방위생산·기술 기반 유지 및 강화, 장비 이전 관련 제도 정비, 자위대원의 충분한 확보와 처우개선, 주일미군재편과 기지대책 추진 등의 대략적인 방향은 제시하였으나,18 방위비 증액을 위한 재원마련방안과 구체적인 사용처와 비용, 추진계획 등은 제시되지 않아 논의의 여지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위협, 북한의 핵도발 등 불안한 지역정세에 위협을 느끼는 국민들의 지지 속 방위력 강화를 위한 단계적 접근이 더욱 활발해질 것이고, 이 과정에서 헌법개정에 대한 논의 또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향후 일본내 논의 과정을 주시하면서 한반도 및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국에의 함의

 
이번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등 국제적 위기에 대응하여 어느 때보다도 견고한 동맹관계를 확인하였고, 국제 및 지역안보, 경제성장, 인간안보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파트너로 자리매김하였다. 미일은 국제문제 해결을 위한 안보리 개혁에 뜻을 모았고, 일본은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과 방위능력 증강 및 방위비 증액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확보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일본의 대중견제 보조와 대중견제적 성격의 IPEF 지지와 참여를 얻었다. 미일관계는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이며, 이에 따라 지역안보와 경제, 글로벌 과제 뿐만 아니라 역내 심화되는 미중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미일정상회담의 결과는 한국에게 다음과 같은 함의를 지닌다.

 
1. 북한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공조 속 한일협력 강화 필요성
 
국제정세 불안정으로 미일관계가 강화됨에 따라 한미일 협력 또한 강조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이 한국과 일본에 국한되었던 점, 기시다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미일정상회담에서 “한국 신정부의 출범을 환영하며,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한미일 협력을 강조하고 있으며, 북한문제 대응을 위한 협력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미일 협력의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협력은 그 중요성과 필요성에 비해 여전히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해 한국과 일본의 정보판단이 어긋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5일 북한이 평양 순안, 개천, 평북 동창, 함흥 등 4개 지역에 약 35분간 발사한 미사일에 대해 한국은 8발, 일본은 6발이라고 발표했으며, 5월 25일에도 한국은 3발, 일본은 적어도 2발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19 문제는 어느 곳의 정보가 맞고, 틀리는가가 아닌 이와 같은 정보의 차이가 가져올 부정확한 판단으로 인해 적절한 대응이 어려워지면, 한반도가 위협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북한 핵위협과 북한문제 대응을 위한 한미일 협력은 필수적이며,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서도 안보 공백이 생겨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한일협력도 중요하다. 따라서 현재 ‘조건부 연장’ 상태에 놓여있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정상화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20 한국은 이미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35개국과 GSOMIA를 체결하고 있으며, 한일간 GSOMIA는 북한위협에 대응하는 방식 중 하나로 다양한 정보자산을 활용하여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는다. 따라서 안보문제는 한일간의 역사적 갈등과 국민적 반감을 배제하고, 우리의 안보이익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를 위해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충분한 논의를 거치는 것은 물론, GSOMIA에 대한 국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정확한 정보를 알리고, 설명하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안보분야에서의 한일 신뢰를 회복하고, 협력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한일간 안보 분야에서의 신뢰는 지난 2018년 ‘레이더 조사(照射)-초계기 저공비행’ 갈등 이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양국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민감도가 낮으면서도 글로벌 안보 차원에서 협력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추진하며 단계적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난, 환경, 감염병, 기후변화 등 비전통안보 분야, 제3국에서의 협력, 다자협력 등이 주요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민주주의,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간 연대와 협력의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한일간 신뢰를 쌓고, 협력을 진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2. 양국간 불편을 우선적으로 해소하는 단계적 접근의 중요성
 
오는 7월 10일 참의원 선거 이후 특별한 이유로 중의원 해산을 하지 않는 이상 일본은 향후 3년간 대규모의 국회의원 선거가 없다. 즉, 최소 3년간은 기시다 정권이 유지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온건보수 성향의 기시다 총리가 정권장악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집권을 할 경우, 한일관계 개선도 기대해 볼만하다.

다만, 기시다 내각이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일본이 한국에 대한 현재의 강경 노선을 급격히 선회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일본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여론 또한 한국과의 역사적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강경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일본 정부의 대한국 강경책은 일본 여론의 지지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참의원 선거 후 일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더욱이 ‘우유부단’ 혹은 ‘신중’하다고 평가받는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자민당내 강경파와 국민여론을 설득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으로도 여겨지지 않는다. 따라서 선거 후 일본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기대하기 보다는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이를 위해 양국이 관계 개선과 자국의 이익을 위해 해결해야 하며, 비교적 덜 민감하고 상대적으로 해결이 용이한 문제들부터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우선 양국 민간 교류의 정상화와 상호비자면제 부활, 그리고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난 7월 4일, 3년만에 개최된 한일재계회의에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에도 상호수출규제 폐지, 상호무비자 입국제도 부활 등이 포함되었는데,21 양국 경제계에서도 이 문제들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2019년 단행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당시 일본이 제기한 ‘한일정책대화 중단’, ‘재래식 무기에 대한 캐치올 통제 미흡’, ‘수출관리 조직과 인력의 불충분’ 등 3가지 문제들이 모두 해소되었음에도22 불구하고, 여전히 해제되지 않고 있다. 수출규제 후 지난 3년에 대해서는 한국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에서 자립하는 성과가 있었다는 것과23 한국의 소부장 국산화가 답보 상태에 놓여 탈일본을 실패했다는 것으로24 나누어지지만, 일본의 수출규제조치가 한일간의 불신을 초래하고, 불안정성과 비예측성을 증가시켰다는 데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따라서 양국 경제계의 불안과 불편, 그리고 양국 국민들의 감정을 악화시킨 채 지속되고 있는 수출규제 조치는 조속히 해제되어야 한다. 더욱이 최근 경제안보 이슈가 새롭게 부상하면서 공급망 안정을 위한 국가간 협력이 보다 긴요해지는 상황에서 경제적 연계성이 높은 한일의 협력을 제한하는 부당한 조치를 지속하는 것은 경제적인 도움이 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일본은 2019년 수출규제 조치 당시 제기한 의혹과 문제들이 모두 해소되었음을 확인하고, 이를 해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문제 판결과 한국에 대한 보복성 성격의 조치라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일본 정부에서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적은 없다. 따라서 일본 정부에게도 수출규제 해제에 대한 명분은 성립할 것이며, 이러한 과정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마중물이자, 촉매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가 한일간 최대 갈등 현안인 ‘강제징용문제 해결을 위한 민관협의회’를 출범(7.4)시키는 등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역사와 법, 정치와 외교, 국내정치와 국제정치 등 복잡하게 얽혀 있는 양국 갈등이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중갈등, 북한문제 등 양국이 처한 공통과제에 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함과 동시에, 현재의 한일갈등을 단계적으로 해소해 나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 별첨. 미일정상회담: 주요내용25

바이든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미일정상회담은 5월 23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15분까지 약 2시간 15분(단독회담: 30분, 소인수회담: 50분, 확대회담-워킹런치: 55분)동안 이루어졌다. 양국은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의 핵능력 증강, 북한 핵도발 등 엄중한 지역안보환경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고, 미일동맹을 통한 억지력 및 대처력 강화, 사이버, 우주, 신흥기술 분야 등에서의 미일동맹의 현대화, 보다 강한 회복력과 지속가능성, 그리고 포괄적인 경제성장, 공급망 강화와 경제안보, 에너지와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 등에 대해 논의하였으며, 보건·기후변화 등 다양한 글로벌 과제에 대한 협력을 약속하였다.

【미일관계】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 강화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 확인

이번 미일정상회담의 공동선언문은 “미일 양국의 역사상 유례없을 정도의 견고한 파트너십(a partnership that is stronger and deeper than at any time in its history)을 확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미일 양국은 글로벌 파트너로서 민주주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 법의 지배, 인권 등의 가치를 공유하며, 당면한 최대의 위협이 러시아의 부당한 우크라이나 침략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또한, 러시아에 대한 비난, 잔혹행위에 대한 책임 촉구,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의 대러제재,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에 책임이 있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포함한 유엔의 역할강화와 개혁의 필요성이 언급되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의 유엔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하였다. 또한,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이 글로벌 평화, 안전, 번영에 매우 중요한 지역이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 하며, 규칙에 기반한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에 미일 양국뿐만 아니라, 유럽, 캐나다 등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외교·안보】 일본의 방위력 강화 결의와 미국의 지지, 미일동맹의 현대화

미일 양 정상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역내 공통비전 추진 및 미일동맹을 통한 억지력과 대처력을 강화하는데 합의하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21일에 있었던 미일화상정상회의에 이어 일본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를 언급하였으며,26 “미사일 위협에 대항하는 능력을 포함하여 국가 방위에 필요한 모든 선택지를 검토하겠다”는 결의와 상당한 수준의 방위비 증액 확보를 표명하고,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강력히 지지하였다.

이러한 인식의 기저에는 국제질서에 부합되지 않는 중국의 행동과 중국의 핵능력 증강에 대한 우려, 동중국해에서의 일방적인 현상변경 시도, 남중국해에서의 불법적인 해양권익 주장, 매립지의 군사화 및 위압적 활동에 대한 반대, 그리고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일안전보장조약 5조가 센카쿠 제도에 적용됨을 재차 확인하였고, 미일 양국은 미일안전보장협의위원회(SCC, Security Consultative Committee)와 확대억제에 대한 미일협의강화, 해상보안당국간 협력, 그리고 사이버, 우주, 신흥기술 분야 등에서 미일동맹의 현대화 및 공동의 능력을 강화할 것을 합의하였다.

【경제성장】 미일경제협력 강화와 IPEF 출범

미일 양국은 외교안보 분야 외에도, 경제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해 스가 총리와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2021.4.16)에서 미일 양국은 ‘새로운 경쟁력과 복원의 파트너십(a new Competitiveness and Resilience (CoRe) Partnership)을 통해 지속가능하고, 포괄적인 경제성장을 실현할 것을 약속하였는데,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간 경제협력이 보다 강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는 이전에 이미 논의된 신기술, 기후변화, 감염병 등에 대한 공동대응뿐만 아니라, 공급망 협력, 경제안보 강화 등이 논의되었고, 반도체 개발 검토를 위한 공동 TF 설립, 미일 경제정책 협의위원회(경제판 2+2) 개최 등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제시되기도 하였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방일기간에 미국 주도의 다자경제협력체인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 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를 공식출범27 하였으며, 일본 또한 IPEF에 참여하였다. 이 외에도 양 정상은 다자무역체제, 공급망에서의 인권존중, 질 높은 인프라 투자, 에너지 및 식량의 안정적 공급, 주요 광물 및 원자력에 대한 공급망 강화 등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외교·안보】 일본의 방위력 강화 결의와 미국의 지지, 미일동맹의 현대화

미일 정상은 코로나19 위기의 극복과 미래 팬데믹 예방, 보건안보 등을 위해 협력하고, WHO 개혁, 세계보건안보를 위한 기금 설립, 재정당국과 보건당국간의 연계 강화 등을 통한 글로벌 헬스 아키텍처 강화의 필요성을 확인했다. 또한, 기후위기의 위협성을 인식하고, 미일기후파트너십(U.S.-Japan Climate Partnership)28 하의 양국 협력 강화를 확인하였다.

또한, 양 정상은 핵무기 없는 세계를 향한 협력을 확인하고, 핵 비확산과 핵군축의 초석으로 핵확산방지조약(NPT, 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강화에 동의하였으며, 핵군축에 대한 현실적 대응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논의하였다.

이상과 같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는 지역안보에서 경제성장, 글로벌 과제까지 폭넓은 의제가 다루어졌다. 민주주의의 경제대국으로서 미일 양국은 민주적 가치, 규범, 원칙을 지지하고, 평화, 번영, 자유가 확보되는 미래 비전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지고 있음을 언급하며, 이를 추진해 나가기 위해 뜻을 같이 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더불어 미일협력의 증진을 위한 다양한 교류프로그램을 통한 인적교류 강화도 표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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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미
최은미

지역연구센터

최은미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학 학사, 고려대학교에서 정치학 석사,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미시간대학교와 일본 와세다대학교에서 방문연구원, 외교부 연구원,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연구교수로 재직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일본정치외교, 한일관계, 동북아다자협력 등이다. 국가안보실, 외교부,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