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1,136 views

지난 1월 5일 이란은 핵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포괄적행동계획(JCPOA1)이라고 명명된 핵합의는 UN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인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와 독일의 6개국과 이란간의 협상결과였다. 이란 핵협상은 이란의 핵능력을 완전하게 제거하는 것을 담보하지 못해 처음부터 잘못된 결과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한편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하고 IAEA의 사찰을 수용하는 등 이란의 핵활동에 대한 감시가 가능했다는 점에서 이란의 비핵화를 이끌어 낼 가능성은 갖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최종 단계로 설정하지 못한 협상결과의 한계와 이행과정을 통해 높은 수준의 비핵화로 이끌 수 있는 동력과 관리부족으로 파기단계에 이르게 되었다. 이란 핵문제는 불완전한 결과와 더불어 집중적이고 일관되지 못한 관리는 핵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국제사회에 여실히 보여주며 또다시 비확산체제를 공격하고 있다.

 

이란핵과 협상내용과 문제점

이란 핵문제는 2002년 8월 이란의 반정부단체인 국민저항위원회2의 폭로로 촉발되었으며 UN은 2006년 12월 이란 제재 결의안을 시작으로 2010년 6월까지 총 네 차례의 결의안을 채택하여 이란을 제재했다. 2013년 비교적 온건파인 이란 로하니 정권이 출범한 이후 핵협상이 시작되었고 2015년 7월 공식 타결되었다. 이란 핵협상의 주요 합의내용은 ①10년 동안 우라늄농축시설 1/3으로 감축 ②15년 동안 우라늄 보유량 98%로 감축 ③15년 동안 IAEA 사찰 수용 등이다.

우라늄 농축시설과 관련하여 이란은 원심분리기 수량을 3분의1로 감축하며 핵협상 이후 10년간 보유 중이었던 약 19,000기의 원심분리기를 5,060기로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목적으로 하는 신규 건설을 금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우라늄 농축과 관련한 내용으로는 우라늄 보유량을 98% 감축하고 최소 15년 동안 농축농도 3.67% 이하의 우라늄만 보유하기로 했다. 농축우라늄 비축분은 해외로 반출된다. 포르도(Fordow) 핵시설은 최소 15년간 우라늄 농축을 금지하기로 합의했으며 평화적인 목적의 원자력 물리연구시설로 전환하고 연구개발용으로 IR-1형 원심분리기 1,044기의 유지가 허용 되었다. 아라크(Arak)에 위치한 중수로는 무기급 플루토늄 생산이 불가능하도록 설계를 변경하기로 했고 플루토늄의 재처리는 금지하기로 했다.

이란이 주요 합의 내용의 실행에 대해 IAEA로부터 검증을 받은 후 EU는 핵문제로 부과되었던 각종 금융 및 경제 제재를 해제하기로 했으며 미국의 2차 경제 제재도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유엔 안보리는 이란 제재에 대한 모든 결의안을 해제하고, 상호 합의된 기간 동안 특정 제한 조치들을 포함하는 새로운 결의안을 채택할 예정이었다.

2015년 타결된 협상은 초기부터 찬반이 엇갈렸다. 이란의 핵능력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하는 합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란 핵협상의 가장 큰 성과는 핵무기 생산에 걸리는 시간인 Break-out time3을 연장시켰다는 점이다. 고농축우라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농축도를 점차 높여야 하며 농축도가 높아질수록 걸리는 시간이 늘어나게 된다. 협상에서는 원심분리기의 수량과 우라늄 농축도를 제한함으로써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차단했다. 그러나 이는 합의가 철저하고 지속적으로 이행될 경우에 한해서이다. 이란이 핵협상 결과 이행을 중단했을 때 다시 핵무기 생산에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핵협상 이전보다 연장되었을 뿐 완전 불가능한 상태로 만들지는 못했다. UN과 관련 국가들의 압박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원적 문제까지는 해결하지는 못한 중간단계의 협상안이었다.

이란은 평화적 원자력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다시 핵개발에 나설 수 있는 능력을 여전히 확보하고 있게 되었다. 또한 협상의 기한이 10년~15년간의 의무 내용만을 담고 있어 다음 단계의 새로운 협상이 필요한 한계도 있었다. 핵협상 결과가 발표된 후 이 협상은 이란 핵문제를 늦추는 효과가 있을 뿐 본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한계는 협상 이후 진행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문제화되었으며 핵협상이 완료된 지 4년 반이 지난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진행경과와 문제점

JCPOA에는 이란이 주요 합의 사안에 대한 IAEA 검증을 받은 후 핵 관련 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란의 이행 사항은 2016년 1월 16일부터 점검되기 시작했고, IAEA를 통해 UN 사무총장에게 이행 결과가 보고되었다. 그러나 초기부터 JCPOA 이행 여부에 대해서는 미국과 이란 간에 의견 차가 존재했고. 미국 공화당과 보수 강경파는 제재가 철회될 경우 경제 재건을 바탕으로 하는 이란의 군사력 강화와 핵무장에 대한 우려를 지속적으로 주장했다. 2016년 12월 미국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이란제재법의 10년 연장이 채택되었고 이란의 반발을 불러왔다. 핵협상 결과에 불만이었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2018년 5월 일방적으로 핵협상 파기를 선언했고 다시 제재조치를 강화했다.

이란은 핵협상 초기부터 이행에 대한 해석으로 미국과 마찰을 빚었으나 핵협상을 파기하지는 않았다. 핵협상 이후 이란은 실제로 우라늄 수량을 감소하고 원심분리기 수량도 19,000 기에서 6,000기로 감축했으며 IAEA의 사찰에도 협조하는 등 기존 협상의 틀을 지키고자 했다. 대부분의 비축 우라늄을 러시아로 이전했고 아라크 중수로 핵심시설도 봉인했다. 미국이 파기를 선언한 2018년 이후로도 이란은 1년간 이행사항을 지켰다. 그러나 2019년 5월 우라늄 보유 한도를 초과하겠다고 선언하면서 이행 불이행 단계로 진입했다. 이후 우라늄 농축도 향상, 포르도 농축시설 활동 재개 등으로 핵협상 이행으로부터 벗어났고 2020년 1월 원심분리기 수량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고 밝힘으로써 사실상 합의 파괴를 선언한 것이다.

부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핵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던 것은 이란의 핵을 방치할 수 없는 주변국들의 공감대가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some deal is better than no deal’ 이라는 입장을 취하며 이란을 비확산체체의 국제사회로 끌어오려는 태도를 취했다. 이란이 비확산체제를 심각하게 흔들고 있던 시점에서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협상을 일단락지음으로써 이란으로부터 야기된 비확산체제의 붕괴위험을 봉합했다는 점은 인정되었다.

그러나 문제에 대한 해결이 아닌 봉합수준의 협상타결에 의한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도출되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비확산체제 유지를 위해 핵무기 생산에 직접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우라늄농축과 플루토늄 재처리에 대해 완강한 입장을 취해왔다. 우리나라는 원자력발전에 의한 전력생산이 30%에 이를 정도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집중하고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한미원자력협력협정에 의해 관련 활동이 제한받고 있다. 반면 이란은 평화적 이용을 위한 우라늄 농축시설 보유와 활동을 유지하게 되었다. 이는 미국의 기존 입장에서 상당히 물러난 것이었으며 미국 공화당의 지지를 확보하기는 어려웠다.

불완전한 협상결과는 이행단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합의 이행과정에서도 미국측과 이란측의 해석 차이로 인해 논란이 이어졌으며 결과적으로 미국의 핵합의 파기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 국내적으로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한 협상결과 때문에 미국은 이란의 이행과정을 제대로 관리하고 적절히 반응하지 못했으며 많은 국제사회의 노력이 투입되었음에도 지지부진한 이행과정을 겪게 되었다. 이란은 미국의 핵합의 파기선언에도 불구하고 즉각 협상을 파기하지 않았고 유럽국가들을 상대로 이행준수를 피력하며 제재완화를 요구했다.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심각한 경제 제재로 인한 최대압박은 이란이 핵프로그램 중단을 받아들이게 한 원인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2차 제재의 영향력 때문에 유럽국가들의 제재완화 수준은 이란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란 핵협상의 위기는 처음부터 불완전한 협상결과와 이를 극복하려는 지속적인 노력이 투입되지 못한 관리부실이 더해진 예견된 결과인 것이다.

 

전망과 시사점

이란은 핵협상 불이행을 선언하면서도 미국이 금융 및 경제 제재를 철회할 경우 핵합의로 복귀하겠다고 밝혔다. IMF에 따르면 국제 제재영향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던 이란 경제는 제재 완화 이후 기록적으로 성장했었다. 핵협상 타결 다음해인 2016년 이란의 GDP 증가율은 12.5%로 뛰어 올랐다가 미국이 핵합의를 파기하고 제재를 환원한 2018년 –4.8%와 2019년 –9.5%를 기록했다.4 미국의 경제와 금융제재가 이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이 급격하게 핵프로그램으로 환원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 될 것이다. 현재 이란은 온건파인 로하니 정권이 집권하고 있으며 IAEA에 계속 협력할 뜻을 밝혀 당장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5 그러나 현 시점에서 미국이 아무 조건 없이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므로 이란은 EU 국가들이 제재로 환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라늄 농축도와 원심분리기수량을 확대하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이란 핵협상 결과는 이란의 핵능력에 제한치를 두어 Break-out time을 1년여 연장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란의 핵합의 파기는 1년 후에는 이란이 핵무기 생산에 가능한 핵물질을 보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란이 집중적인 핵프로그램 가동으로 핵무기 완성까지 급격하게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서서히 Break-out time을 줄일 여지는 충분히 있다. 미국과 이란간의 분쟁이 장기화될수록 이란의 핵무기보유 결정에서 실제 핵무기 보유까지 진행하는 속도는 빨라진다. 반면 미국으로써는 더 강력한 협상결과를 추구하며 핵협상을 파기했으므로 당분간 이란핵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대치상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보다 강화된 조건으로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란 핵프로그램은 핵무기 개발 및 보유까지 진행되지 못한 단계에서 중단되었다. 이후 이란의 핵시설과 핵물질 보유에 대한 추정과 검증이 이루어지면서 협상이 타결되었다.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으로 핵능력이 완전히 제거되지는 않았으나 IAEA의 사찰은 완전히 수용하는 등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여 보유하지 못했고 핵개발프로그램을 중단했다는 사실은 검증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는 완전한 핵능력 제거에 도달하지 못한 협상결과는 언제든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미국과 이란 모두 핵합의 파기를 선언한 가운데 이란이 급격하게 핵무기 개발프로그램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은 두 가지 사실에 기인한다. 첫째는 이란이 심각한 경제 제재를 감당하기에는 개방된 경제체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란은 실질적인 핵개발 프로그램을 가동하여 EU국가들도 경제 제재를 환원하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과 시설이 알려져 있으며 사찰이 허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핵물질의 양, 프로그램 진행 정도, 시설과 규모 등이 알려져 있고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급격한 핵무기 개발로의 전환은 어렵다.

현 상황 하에서는 핵과 관련한 미국과 이란간의 힘겨루기가 지리하게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집중도는 하락할 것이며 북한에게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은 성급하게 대화에 나서기보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느슨해지는 제재를 이용하며 지속적인 핵능력 보강에 나설 것이다. 이는 북한 비핵화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임을 시사한다. 북한의 비핵화는 이란보다 복잡하고 어렵다. 북한은 폐쇄적인 경제구조를 갖고 있으며 이란에 대한 EU의 경제적 압박만큼 확고한 경제 제재를 가할 주변국의 협조도 약하다. 핵무기를 이미 개발해놓고 있으며 핵물질의 수량과 위치에 대한 정보도 거의 없다. 북한은 핵 관련 시설에 대한 리스트도 공개할 의사가 없다.

북핵은 어느 시점에서든 미국의 강경대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으며 한반도의 불안정한 정세로 이어진다. 이란은 중간단계의 비핵화를 목표로 하면서도 15년을 기간으로 삼았고 4년반만에 위기에 봉착했다. 이보다 어려운 북한의 비핵화는 장기간에 걸친 최종목표와 단계별 목표의 수립, 다양한 시나리오별 상세한 대응책과 더불어 국내 및 국제적 지지를 바탕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의 말에 기대기 보다는 북한에 대한 유화적인 정책 뿐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 개발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포괄적 제재 등 모든 수단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들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Joint Comprehensive Plan of Act
  • 2. National Council of Resistance of Iran, NCRI
  • 3.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농축도 90% 이상의 우라늄을 확보하는데 걸리는 시간
  • 4. IMF, October 2019
  • 5.IAEA는 이란 핵시설, 우라늄 광산과 정련공장, 농축시설 등 모든 핵 관련 시설에 대한 접근이 허용되고 있다.

About Experts

박지영
박지영

외교안보센터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