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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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아산청해포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은 지난 10월 28일(금)부터 30일(일) 강릉 씨마크 호텔에서 ‘구동존이(求同存异) vs. 구동화이(求同化异)’를 주제로 ‘2016 아산청해포럼’을 개최했다. 아산청해포럼은 한-중 양국의 젊은 학자들이 함께 토론하고 교류하는 장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2012년에 시작돼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첫째 날인 28일에는 저녁 6시 30분부터 환영 리셉션과 만찬을 가졌고, 29일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세션1.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세션2. 북핵 문제’, ‘세션3. 한-중 양자관계, 구동존이 vs. 구동화이’를 주제로 본회의가 진행됐다. 세계 경제∙안보 영역에서 중국의 역할 및 한국과의 협력 방안을 두고 각 국 참석자들이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올해 청해포럼에서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국 배치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했다.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자전거를 타고 경포호를 둘러봤다.

루안종저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상무부원장, 청샤오허 중국인민대학교 부교수, 추샤오보 북경대학교 부교수, 공커위 상해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등 중국 전문가 14명과, 함재봉 원장 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7명을 비롯한 한국 전문가 14명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세션1.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첫 세션에서는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저성장 대응 전략, 향후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 경제성장모델의 전환, 중국 경제와 주변국 관계 등이 주로 논의됐다.

중국측 참석자들은 현재 중국은 과거 고속 성장기를 지나 6~7%의 중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의 성장률이 3~4%대에 머물러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장 둔화는 크게 우려할 사항이 아니라고 말했다. 과거처럼 국제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는 없겠지만 향후 글로벌 경제에 장애물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가 점점 회복될 것으로 낙관했는데, 그 근거로는 최근 안정세로 돌아선 소비자물가지수(CPI)와 중국 경제에 대한 중국 국민들의 높은 신뢰와 기대감 등이 제시됐다. 나아가 한 참석자는 중국의 높은 글로벌 경제 기여도, 무역∙금융대국으로의 위상 변화를 언급하며 미국이 잡고 있는 경제 패권을 향후 중국이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다만 이제까지와 달리 산업 발전을 위해 환경을 대가로 지불해서는 안 된다는 점,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생산가능인구의 수가 줄어들어 더 이상 노동비가 저렴하지 않다는 점은 앞으로 중국 경제성장모델에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측은 이 같은 중국의 전망에 우려 섞인 반응을 보였다. 중국 내 내수 확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점이 이유였다. 한국측 참석자들은 (1)중국 내 양극화 및 빈곤층 확대, (2)낮은 투명성(부정부패), (3)중앙-지방정부 간 이해 관계 충돌, (4)새로운 중국 경제성장모델에 대한 청사진 불투명, (5)중국 내 이에 대한 합의된 관점 부재를 위험요소로 꼽았다. 또한 미-중 간 통상분쟁이 격화될 여지가 있는 사례(예: WTO의 중국 시장경제 지위 인정 문제, 미국 중심 TPP vs. 중국 중심 AIIB의 대립, 차기 미(美) 행정부의 통상정책 기조 등)와 브렉시트(Brexit)로 인한 시장의 위축, 한-중∙한-중-일 FTA 협상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갈등 등을 이유로 들어 중국의 내수∙민영기업∙서비스 산업 중심 경제구조 개편을 다소 비관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미국이 일본을 중심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등을 통해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패러다임을 새로 만들어가고 있는데, 중국이 여기에서 배제되고 있는 현 상황은 차후 중국에게 큰 과제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측 참석자는 한-중 FTA에서도 서비스 협상을 하게될 텐데 여기서 중국이 어떤 형태의 규범을 만들고 수용할 수 있을지, 더 나아가 동아시아에서 어떤 체계를 만들어나갈 수 있을 지가 아주 중요한 경제발전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에서는 동북아 지역경제 통합, 한국의 경제성장 전망과 성장동력, 중국의 과잉공급 문제 해결을 위한 해외 인프라 투자, 동남아지역 해외투자 가능성 등도 함께 논의됐다.
 

세션2. 북핵 문제

세션2에서는 향후 북핵 문제의 전개와 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한-중 참석자들은 (1)북한 통치세력이 핵 무장 추진 세력을 중심으로 개편됐으며 (2)핵 무장에 반대하는 세력들이 숙청돼 정책결정상 경직성이 심화됐다는 점, (3)핵 개발이 이미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들어 북한이 자발적으로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측 참석자는 북한이 핵 협상에 응하게 하려면 국제사회가 북한의 판단이 틀렸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북한의 오판으로 (1)중국이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2)북한이 핵을 보유하면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3)북한이 핵과 위성을 보유한다면 국제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이라는 판단, (4) 핵이 북한에게 안전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판단, (5)핵과 경제를 병진할 수 있다는 판단, (6)북한이 핵을 보유함으로써 한국보다 더 우위에 있다는 판단 6가지를 꼽았다.

한편 한국측에서는 효과적인 대북 제재를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소극적 대북 정책을 펴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참석자는 중국은 한반도의 현 상태 유지를 최선으로 여길 수도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상황 관리일 뿐이라며, 만약 북한이 핵을 보유하게 되면 한-중 양국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측 참석자는 강력한 대북 제재는 중국에게도 큰 손해를 입힌다며 국제사회는 중국의 역할만 주장하지 말고 중국의 입장을 고려해주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한 한국인 참석자도 중국의 손해 분담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미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하는 국가가 될 것이라는 데에는 양측이 모두 동의했다. 북핵 문제가 장기화될 경우 해결책은 미-중 관계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과 북한이 여기에 참여하는 형식이 될 것으로 보았다. 또한, 만약 북한 핵이 미국 본토를 겨냥할 수 있게 되면 미국이 새로운 차원의 미-중 협정, 군사행동 강화 등 강력한 행위를 취할 것으로 예측했다.

참석자들은 “지금까지 한-중은 많은 일들을 함께 해왔고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리가 쌓아온 협상의 경험들이 동북아의 평화적 안보 알고리즘을 만드는 데에 굉장한 유산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방안으로는 미흡하고 역효과도 많았다고 말했다.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6자회담 참석국들이 서로서로 부담을 전가하다 보니 아무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 상황이 됐다는 점도 문제로 꼽혔다. 또한 모든 국가가 자기 이익과 계산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누구를 비난할 이유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각 국이 취하고 있는 정책의 최종적 상황을 예측하고 불미스러운 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중이 평화로운 동북아상과 더 큰 위기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함으로써 제도적, 인적 채널을 마련해 함께 향후 위기 관리 대비를 해나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세션3. 한-중 양자관계, 구동존이 vs. 구동화이

세션3에서는 세션1, 2의 내용을 모두 어울러 양국이 구동존이할지 구동화이할지에 대한 의견이 오갔다. 특히 오늘날 한-중의 뜨거운 현안인 사드 배치를 두고 다양한 입장이 드러났다.

중국측 참석자들은 사드 배치로 인한 미국의 개입과 한반도의 군사화를 경계하며,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해 북한에 제재와 대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중국 전문가는 “한국에서는 중국이 대북 제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한-미 노력을 수포로 돌린다는 말을 하는데, 중국 입장에서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해왔다. 6자회담 때도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했지만 중국은 객관적인 평가를 받지 못했다”며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북핵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너무 큰 기대이고, 그랬다면 이 문제는 애초에 발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중국이 수교 이후 얻어낸 많은 성과들이 양국의 공동이익을 입증한다며 서로를 믿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다른 중국인 참석자는 한국의 사드 도입 발표 시점(2016년 7월 8일)을 문제 삼기도 했다. 중국이 남중국해 중재안에 주력하던 시기에 굳이 그런 중대 발표를 감행한 것에 대해 서운함을 드러냈다.

중국측에서는 사드 배치는 중국에게 ‘선택할 여지가 매우 적은 문제’라며 실제로 사드가 배치되고 나면 양국 관계는 큰 타격을 입을 것이고 동아시아의 긴장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드는 한국에서도 ‘배가 고프지만 바로 먹을 수 없는 뜨거운 감자’인데 이것을 버릴 수는 없는지를 물었다.

반면 한국측 참석자들은 한국이 북한에 쓸 수 있는 유의미한 협상 카드가 남아있는지 반문하며 냉전시대로 회귀하고자 하는 것은 오랜 시간 북방정책을 펴왔던 한국이 아니라 북한이라고 반박했다. 한-중 수교 24년 동안 양국 사이에는 많은 교류가 있었지만 신뢰는 아직 약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외교 관계에 있어서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생각하는 바를 알아챌 수 있는 국가가 있는 반면, 중국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중국의 큰 비전이 무엇인지에 대해 한국은 아직 잘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국에게는 북한 문제의 해결이 핵심이익인데, 이를 지키기 위해 들여오는 사드가 중국의 핵심이익을 건들면서 양국의 핵심이익이 충돌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미국의 개입에 관해서는 “중국에서는 북핵을 한반도 문제로 분류해서 자꾸 외세가 들어오면 복잡해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는 동아시아 문제이기 때문에 일본과 미국이 개입하는 것이며 한미동맹은 자연스럽다”는 관점이 제기됐다. 또한 동아시아의 ‘화이’를 위해서 중국이 대미∙대일 외교 정책에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하기 보다는 스스로 주창한 신형대국론을 견지하고, 공통이익을 추구하는 win-win 관계의 협력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의견도 있었다.

한국측은 한국에서 진보 정권이 힘을 얻게 된다고 해도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사드 배치 결정은 번복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FTA 체결 등 한-중이 관계 유지를 위해 쓸 수 있는 카드는 이미 다 사용했는데 이런 상태에서 양국 관계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안전장치에는 무엇이 있는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한국이 이 뜨거운 감자를 버릴 수 있는 유일한 조건은 ‘북한의 핵 미사일 포기’라는 점도 강조했다. 더불어 한 전문가는 이미 한국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중국 외교담당국무위원 사이의 대화, 양국 국방부 차관끼리의 2+2 대화, 국제연구기관과의 합동전략대화, 정당 간 정책대화 등 중국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기제들을 가지고 있음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 4차 핵 실험 당시 핫라인이 작동하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과의 통화도 매우 늦게 이루어진 점을 들어 위기 상황에서 이 기제들을 시기 적절하게 잘 작동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함재봉 원장은 회의를 마치며 “서로 당연하게 이미 알 거라고 여겼던 부분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역시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양국 관계가 깊어진다는 것이 좋은 관계로만 유지된다는 뜻은 아니다”라며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어려운 시기를 극복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2016 아산청해포럼을 마무리 했다.
 

일시: 2016년 10월 28일(금) – 30일(일)
장소: 강릉 씨마크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