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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NS 시대에 적대세력의 여론공작 사례: 2016년 미국 대선

●러시아 정보기관이 2016년 미국 대선과정에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트럼프 후보에 유리하고 힐러리 후보에 불리한 여론을 조성하고 선거에 영향을 미친 “적대국가의 국내선거 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문제로 미국 사회가 몸살을 앓고 있음

●미 법무부는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뮐러 (Robert S. Mueller III) 전 FBI 국장을 특별검사로 지명하고 러시아의 선거개입에 관련된 모든 사항을 조사하도록 권한 부여

-뮐러 특검은 2년 여간 수사를 진행하면서 2,800건의 소환장, 500건의 수색영장, 500여명의 증인심문, 13건의 외국정부에 대한 증거요청 등을 실시

●특검은 러시아 정보기관이 민주당 인사에 대한 해킹 및 폭로, 가짜 페이스북 계정을 통한 여론 조작, 가짜뉴스 전파, 트럼프 인사에 대한 접근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미국의 대선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해서 트럼프에 우호적인 여론을 전파했다고 결론 내리고, 특검 수사결과 보고서를 3월 22일 법무장관에 제출

●수사 결과 세 곳의 러시아 회사와 25명의 러시아인들이 기소되었고, 트럼프 선거캠프의 인사들 10여 명이 국내법 위반혐의로 법의 심판대에 섰으며, 트럼프 재단 운영, 성관계 입막음용 대가 지불, 트럼프 취임식 비용정산 등 수사과정에서 파생된 다수의 사건들에 대한 수사가 현재 진행중

●다만 러시아 대선개입 사건의 핵심 이슈이자 대통령 탄핵의 근거가 될 수 있는 두 가지 사안, 즉 ①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측과의 공모 여부, ②대통령이 특검수사를 방해했는지의 사법방해 여부에 대해서,

-특검은 전자는 공모사실 없다며 대통령 면책의 결론을 내린 반면, 후자의 경우 대통령 면책 결론을 내리지 않고 법무부로 판단을 미룸으로써, 러시아와 트럼프의 커넥션 문제가 계속 정치적 쟁점이 되고 있음

●2016년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사건은 SNS 시대에 적대세력에 의한 대표적인 여론공작 사례로서 다음과 같은 교훈을 주고 있음

-언론의 자유, 개방과 다양성의 존중 및 각종 SNS 매체의 발달 등으로 특징되는 오늘날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의사소통 공간은 적대세력의 입장에서 볼 때, 손쉽게 공략하고 활용할 수 있는 민주주의체제의 구조적인 취약점임

-적대세력은 이러한 취약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민주국가의 여론을 분열시키고 사회혼란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 특정한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여론공작을 전개하고 있음

 
2.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보안관점에서 중·러의 관심사항

●하노이 회담 결렬이라는 예상치 못한 대형사건을 접한 중국과 러시아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고리로 여겼던 한국의 정치권과 여론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주목할 것임

●중·러는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안보우려를 해소해주어야 한다는 명분 아래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주장하면서 근본적으로 주한미군 철수와 미국의 아시아 영향력 약화를 도모하고 있는 바,

-하노이 회담 결렬이 양국의 對美 전략에 어떠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인가에 최우선 관심을 갖고 한국내 상황을 주시할 것임

●동북아에서 북핵문제를 고리로 한 중국과 러시아의 對美 견제와 영향력 약화 시도는 현재 지구적으로 진행되는 강대국 경쟁의 일환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양국이 한국 내의 여론 동향을 주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反美 여론을 부추기고 자국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보안의 관점에서 우리가 유념해야 할 사항임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은 물론이고 중국도 미국내 여론을 움직이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이 미국의 對中 경계감을 높이는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미국의 동맹인 한국이 중국, 러시아의 정보공작 대상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는 것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타당한 우려임

 
3. 우리의 대응방안: 국가적 보안태세 정비

●국민 개개인이 언론의 자유를 만끽하면서 최첨단 인터넷 시대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장점은 역으로 적대세력이 우리를 공략할 수 있는 손쉬운 공간이자 한국의 여론을 조작할 목적으로 역이용할 수 있는 우리의 가장 큰 취약점이라는 사실에 유념함

●적대세력의 언론공작이 SNS 시대에 핵심 국가안보사안으로 부상했음을 감안할 때,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장점이 적대세력에 의해 역이용당해 국론이 분열되고 국익을 해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튼튼한 대응태세를 갖추는 것이 매우 시급함

●이를 위해서, 사이버공간의 안전을 확보하는 기술적이고 하드웨어 차원의 문제를 넘어서,

-적대세력의 정보공작 가능성에 대한 국민여론을 일깨우고 우리사회의 여론공간을 건전하고 건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광범위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정치, 사회, 문화적 차원의 접근이 필요함

-정부가 앞장서되 민관 협치를 통해 다양한 여론을 수렴해서 건전한 국민여론이 확립될 수 있도록 공론의 장을 활성화시켜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임

●결론적으로, 적대세력의 여론조작과 침투 가능성을 SNS 시대에 등장한 신형 국가안보위협으로 상정하고,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우리사회의 건전하고 다양한 여론공동체를 보호하기 위해서 국민여론을 계도하고 법적 장치를 제도화하는데 필요한 정책적 수단을 시급히 강구해나가야 할 것임

 
* 본 글은 4월 13일 「2019년도 국가보안학회 춘계학술대회」 에서 발표한 글이며,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적인 의견이 아닙니다.

About Experts

전성훈
전성훈

객원연구위원

전성훈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객원연구위원이다. 고려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에서 공업경제학 석사와 캐나다 워털루대학교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박사 학위의 주제는 군비통제 협상과 검증에 대한 분석이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가안보실 대통령 안보전략비서관으로 재직하면서 대한민국의 중장기 국가전략과 통일•안보정책을 담당하였다. 1991년부터 2014년까지 통일연구원에 재직하면서 선임연구원, 연구위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제13대 통일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남북관계, 대북정책과 통일전략, 북한 핵문제와 군비통제, 국제안보와 핵전략, 중장기 국가전략 등이다.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에서 근무했고,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국방부, 통일부,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의 정책자문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한국정치학회와 한국국제정치학회 이사 등을 역임했다. 2000년부터 2013년까지 자유아시아방송 한반도 문제 논설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국무총리실 산하 인문사회연구회의 우수연구자 표창을 연속 수상했고, 2003년 국가정책개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