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최근 변화
두려워할 것 아니야.
국수적 행보와 무관”
-CSIS 브래드 글로서만 국장 ‘아산 도시락’
권은율 RA
“일본의 변화는 두려워하거나 위험하다고 느낄 만한 것이 아니다. 그 변화는 최근 일본 일각에서 일어나고 있는 국수적인 행보와는 무관하다.”
지난 9월 22일,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함재봉)을 찾은 국제전략문제연구소 태평양포럼(the Pacific Forum CSIS)의 브래드 글로서만 국장이‘아산 도시락 시리즈’에서 한 말이다. 아베 신조 총리 내각은 지난 7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금지한 헌법 9조를 재해석하는 결정을 내렸다. 취임 초부터 이런 움직임을 보였던 일본에 대해 동북아시아, 특히 한국에선 높은 불만이 야기되고 한일관계가 복잡해졌다. 특히 한국은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우려한다. 그로서만은 이에 대해 “일본 전략가들은 일본이 공격적이고 통제불능 국가로 변할 것이란 인식은 어리석고 우스꽝스러운 생각”이라며 “일본 국민과 일본군 모두 그런 이미지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방위ㆍ안보정책은 오히려 항상 미일관계를 돈독히 하는 방향으로 변화돼왔다”고 말한다. 그는 특히 아베 총리 임기 2년 동안 이루어졌던 적극적인 아세안 참여와 광범위한 외교적 교류를 지적하면서 이런 ‘신(新) 일본’이 어떻게 미국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미일관계를 향상시키며 지역 안정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계를 조성하는지를 설명했다. 이 같은 일본의 주도적인 움직임이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그는 평가했다.
글로서만은 “아베 총리 취임 직후인 지난 2012년 3월, 미국과 일본 양측 정부가 가진 1.5 트랙(민ㆍ관 합동 세미나)에서 미국은 일본에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하지 말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해 아베 총리는 신사참배를 감행했다. 글로서만은 이로 인해 한일 외교관계가 상당히 악화된 것과 결과적으로는 미국의 아시아 안보 구조에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는 점에 우려를 표했다. 이는 미국에겐 한국과 일본의 의도가 매우 중요하며 한일 외교갈등은 미국의 주요 동맹국 및 파트너와의 관계조율 등과 같은 모든 중요한 일에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글로서만은 “신(新) 일본에 남아있는 일본의 잔재가 지금의 새로운 동맹에 있어 일본 국내의 문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확신에 찬 적극적인 외교는 생산적이고 경쟁적인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데, 일본 국민은 이런 사회를 만들기 위한 변화에 준비돼있지 않다”며 “그들은 현재에 만족하고, 불편이 생기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글로서만은 일본 사회와 정부의 거리감이 심화되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대중이 아베 총리의 새로운 계획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물음을 던졌다.
발제 뒤 아산연구원 함 원장이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에 대해 질문하자 글로서만은 미국이 아시아 문제에 더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역사적으로 동북아시아 문제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온 만큼 이제는 책임을 질 때가 왔다”면서 “우리(미국)가 많은 일을 해온 만큼 그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글로서만은 미국이 이뤄낼 수 있는 성과에 현실적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양자관계에서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에 대해 보다 자주 공개적인 대화를 하는 것이 신뢰구축의 열쇠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일 양국은 서로가 각각 미국과 무엇을 하는지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일본은 한국과 미국이 하는 일을 궁금해 하고, 한국도 마찬가지로 일본과 미국이 하는 일을 궁금해 한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과 그것이 일본의 방위정책에 미치는 영향과 같은 문제에서 투명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통해 미국으로 하여금 일본이 한국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지역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도록 개입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