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평가: 주요국의 딜레마 가중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dominant power)은 2024년에도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국제질서 수호 혹은 새로운 질서 구축을 위해 노력했고, 이 과정에서 세력을 증강하기 위한 연대결성(Coalition Building)을 활발히 진행했다. 여타 국가도 이러한 전략적 각축 속에서 생존전략을 적극 모색했다. 미국은 2023년 진행된 다양한 연대결성 기조를 2024년에도 이어갔고, 이를 통해 중국과 러시아 등 경쟁자를 위축시키려 했다. 2024년 7월 9일~11일(미국 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정상회의 분위기는 이를 잘 반영한다. NATO 정상회의 연설을 통해 바이든(Joe Biden) 미국 대통령(이하 바이든)은 NATO가 근본적으로 ‘민주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하고, 독재 체제들이 지난 80여 년간 지속된 국제질서를 전복하려 한다고 비판하는 한편, 그 대표 사례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목했다.1
그림 1. 2024 NATO 정상회의(위) 및 IP4 정상회동(아래)
출처: NATO(위), 연합뉴스(아래).
2024년 NATO 정상회의 공동선언문도 이러한 미국의 인식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공동선언문은 중국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는 ‘결정적 조력자(decisive enabler)’로 지목했고, 이란과 북한의 러시아 군사지원을 규탄하는 동시에, 러시아에 대한 북한의 포탄 및 탄도미사일 제공을 강력히 비판했다.2 외형상 중재 입장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러시아 편에 선 세력이고, 북한과 이란 등 권위주의 체제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는 인식의 공통분모를 드러낸 것이다. 이 정상회의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후 NATO에 새로 가입한 핀란드(2023년) 및 스웨덴(2024년) 정상도 참석해 32개 회원국 체제를 보여주었는데, 이 역시 권위주의에 대한 세력 과시 성격을 띠었다고 할 수 있다. 또 NATO 정상회의에는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인도-태평양 4개 파트너국(Indo-Pacific 4, IP4)이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3년 연속 초청받았는데, 이는 NATO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우방 및 동맹국이 지정학적 범위를 넘어 협력할 수 있는 근거를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동맹 및 우방국과 네트워크 강화를 꾸준히 이어갔다. 2024년 4월 11일 미-일-필리핀 정상회담을 통해 양자를 넘어 小다자 협력의 기반을 확장했고, 일본의 ‘오커스 필러2(AUKUS Pillar 2)’ 참여에 합의하며 기존 小다자 협력 간 연계를 강화했다. 또 인도-태평양 지역 小다자 협력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 정상회의를 통해서도 회원국 간 결속을 재확인했고, 한미일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공동선언의 차질 없는 이행의 일환으로 7월에는 한미일 3국 국방장관 회담도 개최했다.
이러한 미국의 노력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기존의 ‘바퀴축과 바퀴살(Hub and Spokes)’ 체제3를 탈피해 동맹국 간 관계를 직물의 날실과 씨실처럼 연결함으로써 미국이 역할을 줄이거나 혹은 미국 없이도 동맹국끼리 안보 결속을 강화할 수 있는 ‘격자무늬 동맹(Lattice-like Alliance)’을 만들어가는 데 있었다.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도 이스라엘과 親미계 이슬람 국가 간의 협력을 강화하는 ‘아브라함 협정(The Abraham Accords)’ 체제를 바탕으로 反미 및 親이란계 세력들을 견제하려 했고, 그 노력은 일부 성과를 거두었다. 2024년 4월 이란이 최초로 드론과 미사일을 이용해 이스라엘을 공격했을 때,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이 미 중부사령부(United States Central Command, U.S. CENTCOM) 통합 방공 체계하에서 이스라엘과 공조해 이란발 미사일의 레이더 추적 정보를 발 빠르게 공유하고 전투기 공격을 위해 자국 영공을 개방한 것은 그 대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신들을 중심으로 한 우호세력 결집을 부단히 추진했다. 5월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은 그의 다섯 번째 임기가 시작되자마자 중국을 국빈 방문했고,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이하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Strategic Partnership) 심화에 합의했다. 또 양측은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 및 대만 문제와 관련, “역내 전략적 안보 균형을 방해하려는 미국의 시도에 심각한 우려를 거듭 표한다”고 밝혔고,4 이는 ‘미국 견제’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중국과 러시아가 같은 길을 걸을 것이라고 다짐하는 의미가 있었다.
푸틴과 시진핑은 7월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정상회의에서 다시 만나 “양국의 정당한 권익과 국제 관계의 기본 준칙 수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라는 원칙에 공감하며,5 미국 및 서방 견제에 상호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또 시진핑은 연설을 통해 SCO가 “평등하고 질서 있는 다극 체제(equal and orderly multipolar world)”를 옹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SCO가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대항세력 성격을 띤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6
출처: 연합뉴스.
이와 함께, 2024년 중국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일원임을 강조하는 한편, 이 범주에 속하는 국가를 공략하기 위해 활발히 움직였다.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7 협력회의를 이끌면서 ‘글로벌 사우스’ 국가에 대한 저변을 확대하고, 국제 쟁점에 대해 미국 및 서방과는 다른 국제 여론을 조성하려 했다. 중국이 2024년 중동 및 아프리카 국가를 상대로 대규모 인도주의 및 개발원조를 제공한 것도 이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푸틴의 재집권 후 다극주의 국제질서 구축에 목소리를 더 높이기 시작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란과 북한의 지원을 계기로 이들과 협력도 강화했는데, 특히 2024년 6월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 新조약) 체결을 통해 북러관계를 새 단계로 끌어올렸고, 이를 바탕으로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활발한 연대결성 이면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은 공통적으로 지도력 한계 혹은 부재를 드러냈고, 국제질서 재편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동맹 및 우방국에 대해서도 확실한 장악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미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전선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對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바이든은 젤렌스키(Volodymy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견을 보이기도 했다.8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네타냐후(Benjamin Netanyahu) 이스라엘 총리는 가자 지구 작전이나 하마스(Hamas)와 휴전 협상에 있어 바이든 정부와 자주 갈등을 노출했고, 때로는 미국과 조율되지 않은 일방적 작전을 벌이기도 했다.9 이는 동맹이나 군사수혜국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쉽게 관철하지 못하는 나약함으로 비춰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전쟁 상황 역시 미국에 유리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그 결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2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고 중동 지역의 정세 역시 불안정하다.
중국과 러시아도 주도력과 장악력에 있어 한계를 보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BRICS 회의를 자신의 세력 확장을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 했지만, 쿠바, 베네수엘라, 시리아, 벨라루스 등 자신들에게 우호세력을 다수 진출시켜 BRICS의 저변을 확대하려는 노력은 2023년에 이어 2024년에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 결과, 2024년 BRICS 정상회의 공동성명은 회원국 간 평등하고 호혜적 관계 발전이라는 원칙적 내용 이외에 특별히 反미, 反G7, 反서방이라고 할 만한 메시지를 포함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에서 전반적 전황 호전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기존 점령지를 대폭 확대하는 데 실패했고, 오히려 8월에는 우크라이나에게 전격적인 쿠르스크(Kursk) 진격을 허용했다. 중국 역시 미국의 지도력 공백을 공략하는 뚜렷한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NATO 회원국을 비롯한 미국의 동맹국 및 우방국, 중국과 러시아에 동참하는 세력 어느 한쪽도 뚜렷한 결속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 2024년 내내 이어졌다. ‘글로벌 사우스’ 역시 독립세력으로 명확한 노선을 지향하기보다 개별 회원국 간 계산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모습을 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인도였는데, 인도는 對러시아 경제제재에는 사실상 동참하지 않으면서도 BRICS가 反서방 연대로 변질될 가능성에는 견제의 움직임을 보였고, QUAD를 통해서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2024년 상황은 직접 충돌은 자제하지만 대립을 지속하는 기존 정책이 누구에게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전쟁이 이어질수록 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되어 있는 주요국의 정치·군사적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고, 대만 등이 새 분쟁지역으로 언제든 등장할 수 있다. 주요국의 대립을 ‘新냉전’으로 규정하는 등 이를 활용하려는 북한과 같은 체제의 욕구도 커지고 있고, 이는 주요국 간 더 큰 갈등을 초래할 수 있으며, 2024년 하반기 북러 밀착으로 이미 현실화되었다.
주요국의 국내 상황도 낙관적이라 할 수 없다. 중국은 2024년 양회(兩會)에서 설정한 연간 경제성장률 목표치인 ‘5% 안팎’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중국 경제에 대해선 비관적 전망이 만만치 않게 나오고 있고,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를 잘 견디고 있는 상황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역시 경제 연착륙과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리고 있고, 이는 결국 11월 5일(미국 현지시각)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 공화당 후보 승리로 이어졌다.
▮ 2025년 전망: 전반적 ‘리뉴얼’ 추세하의 일부 ‘혁신’
2025년은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주요 국가의 ‘리뉴얼’이 경쟁적으로 전개될 것이고, 이는 여타 국가의 대외전략 ‘리뉴얼’도 유도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키워드는 ‘리뉴얼’로 이는 갈등의 격화 혹은 해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대방에 대한 확실한 우위 확보를 위해 기존 전략보다는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전략을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뉴얼은 현재 정책이나 전력과 전혀 다른 것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정책을 변화한 환경하에서 기존 수단과 방법뿐 아니라 다른 수단과 방법을 통해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조적 변화이기보다는 방법과 접근법에 있어서의 변화를 의미한다. 리뉴얼 과정에서 국제 경제질서는 협력보다 분리와 견제가 강조되는 ‘혁신’ 현상이 발생하기도 할 것이나, 전반적인 국제 및 지역질서는 근본적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각국의 ‘리뉴얼’ 구상이 서로 충돌하거나 상쇄됨으로써 다양한 쟁점이 대두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국을 비롯한 각국이 정책상의 새로운 조정을 시도한다면 몇 가지 전략적 선택지가 있다. 재건축, 혁신, 리뉴얼, 유지보수가 이런 선택지이다. ‘리뉴얼’은 기존 체제 재건축이나 혁신보다 작은 폭의 변화를 추구하지만 유지보수 전략에 비해 더 큰 폭의 변화를 지향한다. ‘재건축’은 가장 큰 폭의 변화로 기존 체제의 완전한 붕괴 후 재건을 의미하는 것이며 전쟁과 같은 전면적 충돌 혹은 굴욕적 평화로의 전략 및 정책 전환을 포함한다. 재건축보다 낮은 수준의 ‘혁신’은 주요국 간 기존 전략경쟁의 틀을 유지하는 가운데 자신의 힘을 대폭 강화하고 상대방에 대한 확실한 우위를 보장하기 위해 전략상 큰 전환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리뉴얼에 비해 변화의 폭이 더 적은 ‘유지보수’는 현 전략을 유지하면서 상황의 필요에 따라 조금씩 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 상황에서 주요국이 재건축 전략을 택하기에는 정치·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다. 각국이 전쟁을 선택하거나 자신의 굴복을 감수한 평화로의 복귀를 선택하는 어느 경우에도 이미 익숙해진 기존 전략을 폐기하는 비용이 부과된다. 경제적으로도 재건축은 기존 레짐(Regime)을 대체하는 새로운 레짐의 구축을 의미하는데, 이는 상당한 정치·경제적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전략을 단순히 유지보수하는 것 역시 한계가 있는데, 이는 이미 2024년에도 끊임없이 시도했고 큰 효과가 없었던 방안이기 때문이다. ‘혁신’ 역시 정치적으로 표방하기는 쉽지만, 국가 간 관계가 이미 상당히 상호 연계된 상황에서 완전한 관계 재조정에는 비용이 너무 크다. 즉 ‘혁신’을 시행하려면 과거 적대국과 연대하거나 혹은 갑작스럽게 갈등의 증폭을 선택해야 하는데, 이는 큰 혼란을 불러오게 될 것이기 때문에 ‘혁신’을 표방하는 국가도 실질적으로 그보다 낮은 수준의 변화를 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주요국의 선택은 더 분명한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발휘하는 ‘리뉴얼’로 좁혀지게 된다.
표 1. 국제질서 재편과 관련된 접근들에 대한 조작적 정의
물론 이 ‘혁신’과 ‘리뉴얼’ 등의 개념 정의가 일괄적으로 모든 국가에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의 복귀로 미국 대외정책 일부가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지만(대표적인 것이 무역과 공급망 재편), 모든 정책이 같은 방향으로 변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또 미국의 ‘혁신’적 전환이 중국이나 러시아의 ‘혁신’적 맞대응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도 힘들다. 트럼프 2기 행정부도 선거 과정에서는 ‘혁신’적 정책을 천명했지만, 실제는 ‘리뉴얼’에 그칠 가능성도 크다. 이러한 점에서 ‘리뉴얼’은 2025년 국제정세를 설명하는 고정 추세라기보다는 각국의 전략 변화폭을 설명하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유지보수 차원에서 조금 더 명확한 정도의 ‘리뉴얼’을 선택하려 했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혁신’에 가까운 ‘리뉴얼’을 지향할 것이지만, 현실적 한계 역시 고려할 것이다. 트럼프 2기 미국은 대외관계에서 주도력 회복보다 국내 문제에 중점을 두고, 관세, 투자 심사, 공급망 분리 등을 통해 국내 산업을 강화할 것이고, 이러한 국내 문제 우선의 정책 기조는 불가피하게 미중 전략경쟁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이미 선거 과정에서 중국 수입품에 60%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 후에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중국에 1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은 이를 레버리지로 중국의 성장을 견제하고 기초체력을 약화시켜 대외 개입을 제한하는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시에 불법 이민 문제 해결과 국경 안보를 내세우며 우방이나 동맹국에도 심리적이고 물리적 장벽을 높일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표방했던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거래와 실리에 입각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및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다. 한마디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발점인 2025년 미국 대외정책은 트럼프 1.0을 변화된 환경하에서 재구성하고 동력을 찾아 추진하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철저히 가치배제적일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같은 권위주의 정권이라고 하더라도 러시아, 북한 등에 대해 호의적 입장을 보이면서도 이란 등의 중동 지역 국가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고, 북한에는 2017년 인권 공세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압박과 거래에 도움이 된다면 가치 문제를 차용하는 데 있어서도 적극적이었다. 즉 외형적으로는 ‘혁신’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정책에서 자신의 색깔이나 용어를 더 강화하고, 미국 자체의 부담보다 우방 및 동맹국의 부담으로 미국의 세계적 지도력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두는 ‘리뉴얼’ 전략을 택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한 미국의 관심은 유지될 것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대외정책 기조 속에서 그 접근법이 다시 한번 ‘리뉴얼’될 가능성이 높다. 안보 차원에서 서태평양 일대에서 존재감을 확대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對중 억제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호주, 한국, 필리핀 등의 동맹국들과의 안보 분담과 역할 분담을 강조함으로써 ‘확전 우위(Escalation Dominance)’10를 확보하고자 할 것이다. 대만에 대해서는 다소 신중한 접근을 할 것이지만, 2022년 미 의회에 제출되었던 『대만정책법(Taiwan Policy Act of 2022)』을 적절히 활용한 탄력적 대응을 시도할 것이다.11
중국은 미국 내 초당적 反중 인식과 對중 우려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對중 견제와 압박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인식하에 미중 전략경쟁을 위한 대응 태세를 새로이 할 것이다. 동시에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외정책에 대한 미국 동맹 및 우방국의 불만과 불신으로 인해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反중 연대의 결속력이 약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자유무역, 경제 성장, 국제질서 수호를 강조하면서 미국의 대안세력을 자처할 것이다. 중국은 트럼프가 2기 행정부 취임 초기에는 대결보다 협상을 우선 시도할 것으로 보이는데, 경기 하방 압력 속에서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실시하는 중국 입장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對중 압박을 가능한 늦추거나 그 강도를 완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은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모색할 때에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협정에 대한 지지 및 협력 의지를 내보이거나 미국산 제품 및 서비스 대량 구매, 혹은 전기차 등 미국 수출 비중이 작은 제품 관세 대폭 인상 등을 제시하며 미중 협상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가려 할 것이다. 또 한국, 일본, 호주 등 역내 선진국과 협력을 심화함으로써 對중국 견제 연대를 흔들려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중국은 한국에 대한 회유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와 선별적 개입주의를 고려할 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와 달리 ‘글로벌 사우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중국은 이를 계기로 ‘글로벌 사우스’와 경제 교류 및 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2025년에 중국은 러시아와의 관계는 유지하겠지만, 북한에는 거리를 두며 러시아와 북한에 대해 이원적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미 대선 이후 對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군사 도발을 감행하거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등 러시아와 군사 밀착을 강화한다면, 한국, 일본 등 역내 국가들은 미국과 동맹을 더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고, 이는 중국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를 계기로 미 동맹의 균열을 공략하려는 시도를 방해할 수 있다. 따라서 2025년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수사적으로는 북한의 안보 우려를 옹호할 것이지만, 북한과 고위급 교류를 더 줄이거나 북한 파견 노동자 귀국 등으로 북한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2025년을 다극적 국제질서 수립과 그 속에서의 자신의 중심적 지위 확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을 기울일 전망이다. 또 미러 간 핵 군축 조약인 ‘新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New START)’의 만료 시점(2026년 2월)이 다가옴에 따라 전략무기 개발 및 실험 등을 활용하여 미러 간 핵 군비경쟁을 벌이려 할 것이다. 무엇보다 2024년 11월의 핵 사용 교리 변경과 같이 전략무기 사용의 문턱을 낮추려는 시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유리한 정전 및 종전 조건을 만들어 미국과의 전략무기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러시아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리한 종결을 위해 전력을 기울일 것이고, 이를 위해 북한의 무기와 병력 지원을 적극 활용할 것이다. 또한 달러 패권주의에 맞서 BRICS의 국제결제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시도를 2025년에도 지속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이러한 나름의 ‘리뉴얼’ 전략이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이다. 외교 역량의 많은 부분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한 현실에서 다극적 세계질서 수립에 투입할 러시아의 자원이 남아있을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우스’와 관계 개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이에 속한 많은 국가들이 서방과의 관계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부담이다. 러시아는 과거 자신의 영향력 확장에 체첸, 시리아를 활용하였듯이 북한, 이란 등을 적극 활용하면서 국제질서에서 러시아 지분을 늘리기 위한 실리적 접근을 할 것이며 북러 밀착을 이용해 한반도와 동북아의 외교안보 쟁점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여타 국가 역시 이러한 주요국의 ‘리뉴얼’ 전략에 대응하여 움직일 것이다. 북한은 2025년 10월 노동당 창건 80돌과 2026년 1월 9차 당 대회를 계기로 본격적인 ‘김정은 새 시대 출범’을 선언하기 위한 ‘리뉴얼’을 단행할 것이다. 북한은 북러 밀착을 이용한 경제 및 군사적 자원 확충,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활용한 미북 협상 가능성 타진, 권력 엘리트 재정비, 일부 농업 및 공업 생산역량의 증대 여지 확보, 대북제재 완화와 러시아로부터 자원 유입에 대한 주민의 기대감 상승을 김정은을 중심으로 하여 새 시대의 동력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 파병으로 사상자나 탈영병이 증가하면서 북한 내부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비화될 수 있고 ‘공동 교전국(Co-belligerent)’으로서의 전쟁 책임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강력한 압박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예상보다 조기에 정전 혹은 종전 국면에 돌입할 경우 러시아에게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다.
‘통일’을 부정한 김정은의 노선이 오히려 ‘백두혈통’이라는 정통성을 스스로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지방공업발전 정책의 실효성도 의문시되며, 이미 외부 정보의 완전한 차단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주민들에 대한 사상통제도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은 대외관계에서 미국, 러시아, 중국과의 양자 협상 및 밀착을 활용해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리뉴얼’을 시도할 것이지만, 과연 미러, 미중, 중러 관계의 변수에서 북한이 자유로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주기적으로 도발을 거듭하며 이를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계기로 활용할 것이다.
2025년 일본은 불안정한 국내정치 속 다양한 기회와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여름으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는 이시바 정부의 지속 여부를 판가름할 중요한 정치 일정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2009년 후 처음으로 여야 정권 교체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이시바 정부는 대내적으로 2022년말부터 지속된 정치자금 문제에서 비롯된 국민의 정치 불신을 해소해야 하고, 대외적으로는 미일 정상 간 신뢰 구축, 안정된 중일관계 등을 이루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된다. 한국과는 2025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현재의 관계 개선 흐름을 이어가겠지만, 동시에 대륙붕 문제, 사도광산 문제 등 갈등관리를 필요로 하는 쟁점은 여전히 남을 것이다.
2025년 동남아에게도 리뉴얼은 중요한 과제가 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은 동남아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것이고, 이는 아세안(Association of Southeast Asian Nations, ASEAN)이 추구해 온 ‘아세안 중심성(ASEAN Centrality)’의 명제를 약화시켜 동남아 국가들에게 리스크가 될 것이다. 반면 중국 역시 한동안은 미국의 대외정책, 對동남아 정책을 관망할 것이므로 미국의 공백을 메울 것 같지는 않다. 아세안은 2024년보다 더 역동적인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헤징(hedging) 전략에 능한 말레이시아가 아세안 의장국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2년간 말레이시아는 부쩍 중국, 러시아와 가까이하면서 2024년에는 BRICS에도 가입 신청을 했다. 말레이시아의 이런 방향성은 이후 아세안 의장국을 맡을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비교적 아세안 내에서 목소리가 큰 국가의 행태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미얀마 문제, 국지적 전쟁을 둘러싸고 회원국 사이에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문제를 어떻게 회복할지는 미지수이다. ‘리뉴얼’이 필요하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어려운 현상이 2025년 아세안에서 발생할 것이다.
2025년 유럽 정치 동향 중 가장 우려되는 것은 ‘리뉴얼’을 주도할 리더십 구심점이 결여될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 중 특히 눈에 띄는 현상은 2024년에도 나타났던 바와 같이 유럽 전반에 걸친 극우세력의 약진과 프랑스와 독일에서의 리더십 약화다.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이 예고하는 글로벌 충격, 극우의 확산세가 수반하는 유럽의 분열과 갈등을 극복하고 유럽이 지향하는 지정학적 행위자로서의 자리매김과 이를 위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 확보는 유럽 차원에서의 통합적이고 강력한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유럽 주도세력으로서 프랑스와 독일의 리더십 약화는 향후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 것이다. 2024년 7월 연임에 성공한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이 리더십 공백을 메우면서 거친 항해를 앞둔 유럽호(號)를 단일대오로 이끄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리더십 구도가 창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하에서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예전 같지는 않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관세 인상 추이가 지속된다면 유럽 또한 보호주의로 선회할 수 있고, 트럼프 2기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유럽 국가들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근본적으로 고민하게 될 수 있다. 즉, 유럽이 장기적으로 지향해 온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동기가 갑자기 커질 수도 있다. 특히, 경제안보, 기술주권, 경제 성장, 그리고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 자체의 국방 능력 강화에 역점을 두는 정책이 추진될 것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 친화적인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출범으로 네타냐후가 하마스, 헤즈볼라(Hezbollah), 그리고 이란에 대해 강경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외형적으로는 전쟁이 잦아드는 양상을 보이며, 수니파 아랍 걸프 국가들과 이스라엘 간 데탕트 움직임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시사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경제 실용주의에 기반해 파격적 개혁개방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기에 親이란 무장세력의 약화, 이스라엘과 미국과의 협력 심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은 이란에 직접 맞서지 않을 것이고, 러시아를 고립시키거나 중국을 적대시하지 않은 채 중립을 지키며 자국의 레버리지 키우기에 몰두할 것이다. 이란은 하마스의 궤멸과 함께 최대의 전략자산이자 최고의 親이란 조직인 헤즈볼라 붕괴 앞에서 당분간 이스라엘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고 한발 물러서 전략적 인내를 감내할 것이다. 이란은 단기적으로 위험 회피 전략을 취하면서 이슬람 저항군 강화에 집중해 ‘저항의 축(Axis of Resistance)’ 대리 조직의 재정비를 꾀하고 동시에 러시아와 군사협력을 강화하며 이란-러시아-중국 反미 연대를 강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중동 지역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트럼피즘(Trumpism)은 이 지역 내 反미 정서와 이스라엘 편향 정책에 대한 강경 이슬람 세력들의 불만을 불러올 것이고, 중동 내 불안정성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할 때, 2025년에는 다음과 같은 현상들이 국제 및 지역정치의 특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1. 주요국 간 거래 강화,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리더십
주요국이 자신에게 유리한 지역 및 국제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경쟁적 ‘리뉴얼’에 돌입하게 되면 이들에 의한 일방주의 기류가 다시 강하게 부활할 것으로 우려된다.12 미국은 ‘미국 우선주의’에 따라 자국 중심의 무역 관행(관세 인상 및 무역역조 시정), 동맹국의 부담 분담(burden sharing) 강화, 미국 산업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기후변화 대응 등 각종 新안보 이슈 해결의 방관 등을 선택할 것이고, 중국 및 러시아 역시 자국의 국가이익을 중심으로 자신들에게 비협조적 국가에 우회적 압박이나 보복을 가하는 행태를 보일 것이다. 중견국이나 국제 여론 등 주요국의 전략 및 정책에 영향을 미치던 기존 변수들이 약화됨에 따라 세력의 정치 및 힘에 의한 주요국 간 거래가 만연하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지역 전쟁도 주요 당사자 중 하나인 우크라이나, 하마스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전쟁 종결의 가닥이 잡힐 가능성이 있고, 이 과정에서 민주주의, 인권, 규칙 기반 국제질서와 같은 기존의 가치들은 빛이 바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주요국의 국제 리더십이나 신망은 예외 없이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동맹 및 우방국의 신뢰가 약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미국은 자국 이익의 확보, 그리고 동맹국의 기여 확대가 결국은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생각을 가지겠지만, 이것이 여타 국가의 미국에 대한 친밀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중국은 미국 지도력의 공백을 공략하려 하겠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여준 원칙(주권 존중)과 실제(러시아 지원)의 괴리, 그리고 중국의 영향력 확장 과정에서 나타날 일방주의에 대한 거부감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유리한 종결을 기점으로 유럽 지역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할 수 있겠지만, 일방적 침공의 경험은 유럽뿐 아니라 중앙아시아 근외지역(Near abroad)의 對러 불신과 불안을 오히려 증폭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북러 밀착을 통해 유엔(United Nations,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면서도 UN 헌장 정신을 스스로 위반했던 러시아가 자신이 바라는 대로 다극적 세계질서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러한 리더십 공백을 메워줄 대체재 역시 뚜렷하지 않다. UN은 북한 핵개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권위 있는 집행력이나 결속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주요국 정치의 각축장으로 변했다. EU 역시 유럽 이외의 문제에 대해 영향력을 발휘하기 힘들고, ‘글로벌 사우스’는 하나의 집단으로 뚜렷한 방향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주요국 모두 자신의 관심이나 이익에만 집중하면서 글로벌 차원 이슈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상황이 2025년의 특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2. 지역 분쟁의 외형적 정리, 그러나 더 깊어지는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주요 지역 분쟁은 2025년에 외형적으로는 정리되는 수순을 밟을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미러 간에는 이와 관련된 대화나 협상이 진행될 것이고, 2024년 남은 기간 중 전선에 획기적 변화가 있지 않은 이상 현재 서로가 방어하거나 확보한 영역을 중심으로 정전 및 종전 협상이 논의될 것이다. 또한 쿠르스크(러시아)와 돈바스(우크라이나) 지역에 대한 일정 비율의 상호 교환에 대한 거래도 나올 수 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역시 단기적으로는 중동 내 反이스라엘 무장세력이 급격히 위축된 가운데 소강상태를 맞거나 평화협정 체결 움직임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내면적으로는 유관국 간 갈등 격화는 피할 수 없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미국이 비용 분담 문제와 러시아와의 거래로 NATO 강화에 소극적일 경우에 EU 국가의 ‘루소포비아(Russophobia)’는 더 심해질 것이고, 러시아의 팽창을 우려한 유럽 국가의 집단적 혹은 개별적 국방력 강화 움직임도 나타날 것이다. 중동 지역도 마찬가지이다.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역질서 재편, 이란의 영향력 축소, 그리고 ‘아브라함 협정’에 근거한 이스라엘과 온건 수니파 국가 간 협력이 부활하더라도 오히려 그에 대한 반향으로 이스라엘에 대한 극단 저항을 다짐하는 움직임은 더 강렬해질 수 있고, 소규모 테러 시도도 더 늘어날 수 있다. 즉 단기 중동 안정의 이면에서 더 큰 갈등의 씨앗이 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인도-태평양 지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중국의 대만 침공설 등 극단적 충돌 시나리오는 제기되지 않겠지만,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는 더 대담해질 수 있고, 러시아 역시 이 지역에서 군사력 시위를 통해 자신의 고유 이익을 강조하려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잠재적 갈등 역시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은 채 오히려 수사적인 상호 자극이나 견제 움직임은 강화될 수 있다.
3. 지역 및 세계 차원의 군비증강 가속화
주요국의 경쟁적 ‘리뉴얼’ 전략에 따라 2025년 각종 군비경쟁은 더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일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이 더 이상 세계경찰 노릇을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할 것이지만, 이것이 미국의 주도적 지위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실제 사용은 자제하지만 군사력 자체는 증강하고 이를 바탕으로 경쟁자나 동맹국과 거래하는 1기 행정부의 관행을 되풀이할 것이고, 다른 주요국 역시 군사적 몸집 불리기에 나설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EU 및 NATO 회원국 스스로의 국방태세 강화를 요구함에 따라 유럽의 재래식 군비증강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지속될 전망이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한 지역질서 재편과 미국의 개입 약화가 맞물림에 따라 아랍 각국의 자체 군사력 증강은 더 강화될 것이다. 중국 역시 미중 전략경쟁 강화 속에서 대만 압박을 위한 군사력 강화를 지속하는 가운데, 해군력과 장거리 타격능력 등 반접근 지역거부(Anti-access/Area denial, A2/AD) 전략 기반을 강화할 것이고, 역내 미국의 동맹 및 우방국도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의 확보를 요구받게 될 것이다.
핵 군비경쟁은 냉전 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2024년 러시아는 또다시 핵 교리를 변경하며 핵 사용 문턱을 낮췄고, 중국은 핵무기 숫자를 기존의 두 배인 1천 개로 늘릴 예정이며, 북한도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해서도 핵 능력 강화에 몰입함에 따라 권위주의 체제의 핵 사용 위협이 일상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도 비확산정책의 엄밀한 유지 기조에서 탈피하여 대륙간탄도미사일(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 ICBM), 전략 핵폭격기, 원자력 잠수함의 ‘핵 3축전력(Nuclear Triad)’의 현대화를 지속해 나갈 것이고, 핵무기 자체의 증강에 나설 수 있다. 핵무기만큼 패권경쟁에 영향을 미칠 첨단기술 경쟁은 더 가속화되어 우주와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분야의 군사 대결은 각 국가의 미래를 건 싸움으로 비화될 것이다.
이 군비경쟁의 승패는 각국과 연대들이 국방 공급망의 ‘리뉴얼’에 성공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나뉠 것이다. 주요국과 그 동맹국은 경쟁적으로 자신의 군사과학기술 및 무기체계의 표준화 및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 증대, 상대방에 대한 기술 보안체계 강화, 그리고 국제 방위산업 시장 장악에 몰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미국과 EU는 1차적으로는 독자적 역량을 키우려고 노력하겠지만, 결국 한국, 이스라엘, 일본 등의 동맹 및 우방국과 효과적 연계를 추구하면서 국방공급망을 확대하는 ‘리뉴얼’을 단행할 것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로 한계에 부딪힌 국방공급망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이란과 북한 등과 협력할 것이며, 북한은 이 과정에서 러시아 국방공급망 편입을 통하여 러시아 지원 획득과 함께 대외적 무기 수출의 활로를 개척하려 할 것이다.
각국의 견제 및 군비증강 움직임 속에서도 오히려 사이버 분야에서는 공통의 노력이 결집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사이버 범죄의 예방 및 처벌을 위한 ‘UN사이버범죄협약’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이 협약의 추진 과정에서 인권 단체나 글로벌 기술 기업들이 계속해서 이 협약이 정부의 인권 억압 도구로 악용될 우려를 표명해 왔으나, 이미 러시아와 중국이 긍정적인 입장을 보인 이래, 2024년 11월 11일 미국과 영국이 자국의 기술 기업이나 인권 단체 및 심지어 의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동 협약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2025년 동 협약의 UN 총회 결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졌다. ‘UN사이버범죄협약’의 채택과 발효 및 동 협약을 바탕으로 超국가적 사이버범죄에 대응하는 실질적인 글로벌체제의 정립까지는 여전히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러한 노력은 주요국들의 경쟁 속에서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작동한 독특한 ‘리뉴얼’ 사례로 평가될 것이다.
4. 세계적 불안요인으로 떠오른 북한
북한은 이미 핵개발로 국제 비확산체제를 침해해왔고, 핵 능력을 강화해 나가면서 한반도를 넘어 지역 및 세계 차원의 관심을 받았지만, 2024년 전격적인 對러시아 파병으로 이제는 세계적 불안요인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개입은 그들이 한반도를 넘어 각종 분쟁에 개입할 수 있으며, 여타 권위주의 체제의 침략에 동참해 어떤 국가들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출처: 우크라이나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
북한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여가 향후 세계적 안정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국제 비확산체제의 위협은 향후 더 심해질 수 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을 계기로 러시아와의 ‘위험한 거래’를 통해 핵 능력 고도화와 관련된 기술을 획득할 수 있다면 이는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기정사실화 책동과 맞물려 국제적 핵개발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다. 둘째, 북한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이 경제적 자원 획득을 위한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설 경우 향후에도 각종 분쟁지역의 권위주의 세력과 결탁하여 군사력 개입을 확대할 우려가 있다. 2024년부터 북한은 이미 각종 탄약과 미사일 등을 러시아에 공급하는 등 북러 간 국방공급망 협력을 시작했다. 향후 북한이 직접적 군사 개입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러시아제 무기의 생산기지 혹은 러시아 기술 기반의 무기 공급처가 될 경우, 이는 국제 무기거래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고 지역 분쟁을 부추길 수 있다. 셋째, 더 심각한 것은 북한이 향후 권위주의 체제와 교감을 바탕으로 한반도와 지역 차원에서 동시에 도발을 일으키려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러시아나 중국이 이에 동조할지는 미지수이지만, 도발에 따른 반격 혹은 파멸의 위험을 경감했다고 생각한 북한이 도발에 더욱 과감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5. ‘혁신’ 수준의 경제질서 변화
경제 분야에 관한 한 세계적 차원에서 ‘리뉴얼’ 정도가 아닌 ‘혁신’ 수준의 변화가 초래될 수도 있다. 2025년 트럼프 행정부의 귀환은 공급망 면에서 미국은 물론 다른 국가의 경제안보 전략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미 지적한 것과 같이 경제 분야에서 중국 견제의 수위를 대폭 높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다소 넓은 분야, 더 높은 장벽(Bigger yard, higher fence)”13 전략으로 정책 전환을 시도할 것이다. 중국과의 전면적 경제 단절은 부담스럽지만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우위를 유지하고 확대해야 한다는 점에는 중점을 둘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망 재편과 관련하여 해외 생산과 국내 또는 자국에서 가까운 지역에서의 생산을 혼합하여 경쟁국을 밀어내는 ‘스플릿쇼어링(Split-shoring)’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플릿쇼어링’은 효율성에 초점을 두었던 과거의 공급망 전략과 달리, 주요국 정부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가(경쟁국의 견제)에 따른 공급망 교란의 가능성에 대응할 필요성을 절감함으로써 더 가속화될 것이다. 또 첨단기술 경쟁을 경제안보 관점에서 접근하면서 기술혁신 및 산업정책에서 경쟁세력을 배제하는 범위가 점차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이러한 미국의 정책에 따라 여타 주요국도 자국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내적으로 혁신 생태계를 업그레이드하는 작업에 일제히 돌입하는 한편, 자국 첨단기술의 유출 방지를 위해 수출 통제, 투자 심사의 강화, 기술 특허 보호 등을 조합하여 실행하는 관행이 더 강화될 것이다. 즉 첨단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디커플링’이 오히려 더욱 심해지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국제무역체제 역시 적지 않은 변화를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첫째,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와 갈등이 더 격화되고 이 과정에서 다자무역질서의 붕괴 가능성도 있다. 2025년 초 WTO 사무총장의 재선임 과정에서 WTO와 트럼프 행정부와 갈등이 수면 위에 떠오를 것인데, WTO는 보조금, 산업정책과 디지털 서비스 등에서 규칙을 다시 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미국은 이 WTO의 노력에 대해 무시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WTO 탈퇴를 언급하며 압박할 가능성이 높으며, 1995년에 출범한 WTO는 가장 큰 위기를 맞이할 것이다. 둘째, 복수국 간 또는 지역협정의 약화 가능성이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미국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 탈퇴가 예상되는 가운데, 지역 국가들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omprehensive and Progressive Agreement for Trans-Pacific Partnership, CPTPP)’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egional Comprehensive Economic Partnership, RCEP)’ 등 기존 무역협정의 중요성을 다시 지각하게 될 것이다. 셋째, 미국이 관여하는 기존 양자협정도 재협상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중국의 對미 우회수출 지역으로 활용되는 국가인 멕시코와 베트남이 주요 타깃이 될 수 있다. 한국과 통상관계에서도 한미 FTA 재개정이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있다. 넷째, 기후 중심 무역규정과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ESG)’ 관련 규범이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파리협정(Paris Agreement) 재탈퇴 등 전 세계적 차원에서 다자 기후변화 대응 추진력이 약화될 것이다. 다섯째, 무역 부분에서의 미중 갈등은 전 세계 GDP 성장률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지막으로 경제 분야에 관한 한 ‘글로벌 사우스’의 협력은 강화될 것이고 그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며, 이에 대한 반향으로 G7 확대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수 있다.
6. ‘리뉴얼’,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세계
2025년 각국의 ‘리뉴얼’ 구상이 충돌하는 동안 세계는 더 불안해질 것이다. 주요국은 자국의 ‘리뉴얼’ 전략을 통해 단기 이익을 획득했다고 만족할지 모른다. 하지만, 리더십에는 타격을 입게 될 것이고, 국제 및 지역 차원의 불안 요소를 관리하는 데 있어 최소한의 공통분모도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로 인한 여타 국가의 안보 불안은 더 가중될 것이다. 지역 분쟁이 정리 수순에 들어섰다고 해도 그 상흔(傷痕)이 만만치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정전 혹은 종전은 결국 다른 국가에 대한 일방적 침공이나 위협이 통한다는 인식을 만들어낼 것이고, 중동 지역의 단기 안정 역시 특정 주요국과 친소(親疏) 관계가 가치나 규범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전례를 남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 군사 충돌은 줄어든다고 하더라도 국가들 간의 ‘회색지대 분쟁(Gray-zone Conflict)’을 활용한 심리 압박은 더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주요국 일방주의 속에서 UN과 같은 국제질서 형해화 현상은 더 심해질 것이고, 누구도 신뢰할 만한 국제질서 주도세력이 될 수 없음에 따라 각국의 각자도생 정책이 전개될 것이다. 그러나 각자도생 역시 주요국 중심 세력경쟁 관행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 간 불신은 확대될 것이다. 신흥안보 문제 등 인류 공통 과제를 해결하자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는 하겠지만, 이 역시 상징을 넘어 실질적 협력으로 이어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7. 중요해진 한국의 선택
주요국의 ‘리뉴얼’ 경쟁 속에서 한국의 딜레마 역시 커질 것이다. 미국으로부터의 부담 분담 압력에 부응해야 하면서도 확실한 안보상의 보장을 받지 못하는 더 비싸고 더 위험해진 동맹의 시대에 적응해야 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약한 고리 공략’에도 대응해야 한다. 이 점에서 해방 80년과 분단 80년 그리고 한일관계 60주년을 맞이하는 한국 입장에서는 어떠한 해보다도 중요한 선택과 정교한 전략이 요구된다. 첫째, 주요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전략적 명확성’은 더 강화되어야 하고, 이를 통해 한국의 중장기 행로에 대한 투명성을 보이는 것은 중요하다. ‘균형’보다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외교안보 전략이 한국으로서는 불가피하다는 점을 주변국에 분명히 해야 한다. 하지만, 동시에 주요국 간 갈등이 직접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조정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던져야 한다.
둘째, 거래를 중심으로 한 동맹관리에 적응하되, 거래에 상응하는 보상을 이끌어낸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위비 분담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현실화한 북한 핵 위협에 대해 전술핵 재배치 등 보장 조치 역시 적극 요구해야 한다. 이와 함께, 북러 간 밀착에서 나타나듯 북한은 결국 북러 혹은 북-중-러 연대를 궁극적으로 지향할 것이므로 미중 전략경쟁에서 결코 중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다. 이를 고려할 때 북한의 핵 능력을 한반도로 국한한다는 것 역시 의미가 없으며, 결국 북한의 변화 유도를 위해 한미가 공조해야 한다는 논리를 꾸준하게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납득시켜야 한다. 또 미국의 국방공급망에 단순히 편입되는 수준이 아니라, 건함(建艦) 협력 등을 통해 미국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핵심 협력자로 자리잡기 위한 노력 역시 병행되어야 한다.
셋째, 이제는 주요국들의 ‘리뉴얼’에 대해 사후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선제적으로 우리의 대안과 의지를 개발하고 설파해야 한다. 한국이 생각하는 국제질서 ‘리뉴얼’ 비전이 어떤 것이고, 이것이 왜 주요국 이익에 부합하는지 그 논리를 적극 발굴해야 하며, 자칫 약화되기 쉬운 보편 가치와 국제규범에 대한 옹호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이 노력이 있어야 주요국 ‘리뉴얼’ 경쟁 속에서 불안해하는 객체가 아니라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리뉴얼’을 이끌기 위한 ‘글로벌 중추국가’의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 1. “Remarks by President Biden on the 75th Anniversary of 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Alliance,” The White House, July 9, 2024.
- 2. 공동선언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Washington Summit Declaration issued by the NATO Heads of State and Government participating in the meeting of the North Atlantic Council in Washington, D.C. 10 July 2024,” NATO, July 10, 2024.
- 3. 미국을 중심으로 각종 양자관계(동맹)가 연결된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에서는 바퀴축이 없으면 바퀴살은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는데, 미국이라는 연결고리가 빠져버리면 미국 동맹국들끼리는 소원한 관계가 되거나 결속력이 약해지는 단점이 있다.
- 4. “푸틴-시진핑 정상회담…러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 심화 합의,” VOA, 2024년 5월 16일자.
- 5. “[반서방 블록] 역할 하는 상하이협력기구…중러 주도,” 연합뉴스, 2024년 7월 4일자. 이 협력기구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벨라루스가 새로운 회원국으로 가입함으로써 SCO의 對미, 對서방 견제 기구의 색채를 더욱 뚜렷이 했다.
- 6. “Xi Jinping Attends the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Plus” Meeting in Astana and Makes an Important Statement,” Ministry of Foreign Affairs the People’s Republic of China, July 4, 2024.
- 7. 신흥 경제성장국을 의미하는 용어로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4개국을 통칭하여 사용되었지만(BRICs), 이후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참가로 BRICS 체제가 형성되었고, 이후 이들이 하나의 협력체를 지향하면서 이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에티오피아 등이 추가 합류했다.
- 8. “Mutual Frustrations Arise in U.S.-Ukraine Alliance: Ukrainian officials are disheartened about stalled aid. The Pentagon wants Kyiv to heed its advice on how to fight.,” The New York Times, March 7, 2024.; “Zelensky, amid urgent appeal to Biden, confronts U.S. partisan split,” The Washington Post, September 26, 2024.
- 9. “Biden tells Israel’s Netanyahu future US support for war depends on new steps to protect civilians,” AP News, April 5, 2024.; “Biden administration strongly denies Netanyahu’s claim US is blocking arms shipments amid war with Hamas,” ABC News, June 20, 2024.; “How Netanyahu shattered Biden’s Middle East hopes,” The Washington Post, October 9, 2024.
- 10. ‘확전 우위’란 갈등 혹은 긴장 상황에서 갈등의 수위(escalation ladder)를 임의로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함으로써 상대방에 대해 우위를 점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는 상대방에 비해 우월한 전략적 타격능력을 바탕으로 할 경우가 많다.
- 11. 이 법에는 대만의 국제적 위상 제고에 대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미국은 대만에 대한 무기 제공 등을 통해서도 대만 문제에 관여할 수 있다.
- 12. 강대국 일방주의는 이미 2021년의 세계를 전망한 아산정책연구원 보고서에서도 지적되었고,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산정책연구원, “2021 아산 국제정세전망: 혼돈의 시대,” 아산정책연구원, 2020년 12월 29일, pp. 35-50 참조.
- 13. 이 용어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에 적용되었던 “좁은 분야, 높은 장벽(Small yard, high fence)”의 변형이다. 즉, 바이든 행정부는 일부의 첨단 과학기술 분야에서 중국의 접근을 차단하는 전략을 택했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이 분야를 전통 분야 즉, 내연기관차, 철강, 알루미늄, 가전, 전력 등까지 포괄하는 분야로 확대하고 펜스(규제)는 더 높일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는 전통 분야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보호할 목적을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