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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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북한의 대외정책을 상징하는 가장 주요한 키워드는 북러 밀착일 것이다. 북한은 2024년 6월 러시아와 『북러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하 북러 新조약)을 체결한 데 이어 10월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파병했음이 알려졌으며,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1 러시아와 혈맹의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대외정책이 러시아 일변도로만 진행된 것은 아니었는데, 북한은 2024년 중 중국과도 고위급 접촉을 유지했고, 베트남, 라오스, 이란 등 전통적 친선관계에 있는 국가들과의 대외협력에도 공을 들였으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의 또 다른 핵심협력자로 부상(浮上)한 벨라루스와의 관계 긴밀화 역시 시도했다. 2024년 초반에는 북일 접촉 및 대화의 가능성도 탐색했다.

이러한 2024년 대외정책 동향은 향후 북한이 (1) 북러 밀착을 바탕으로 권위주의 체제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2) 가능하다면 북-중-러의 3각 연대를 견인하며, (3)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를 공략함으로써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책략을 더욱 정교화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주요국들의 전략경쟁 속에서 진영화된 세력구도를 활용하지만, 동시에 미북 및 북일 직거래 가능성을 열어놓음으로써 대외정책상의 운신폭을 확대하겠다는 북한의 포석은 결국 핵보유국 지위의 기정사실화를 위한 김정은의 승부수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남북 간의 물리적·심리적 단절을 심화함으로써 내부 체제안정을 보장하고, 우리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확보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의 2025년 대외정책 전망을 감안할 때, 우리로서는 한미동맹의 유지 및 강화에 대한 내부적 합의를 재확인하는 한편, 2025년 1월 20일 출범을 앞둔 트럼프 행정부와 대북정책상의 공감대 확대를 위한 노력을 경주할 필요가 있다. 최근의 국내상황으로 인해 주변국들이 우리의 정책적 일관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만큼, 범정부적 차원에서 우리의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어야 한다.

 

러시아와의 혈맹관계 과시 및 세계적 진영구도의 활용

 
북한은 2023년 보스토니치에서 이루어진 김정은 국방위원장(이하 김정은)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간의 정상회담을 기점으로 러시아와 협력을 넘어 밀착을 추진하는 양상을 보였는데, 북러밀착은 2024년 중 더욱 가속화되었다. 1월 최선희 북한 외무상이 러시아를 방문하여 푸틴을 예방한 데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졌고, 2월에는 김수길 평양시당위원회 책임비서를 단장으로 한 조선노동당 대표단이 러시아 집권당인 ‘통합러시아’의 초청형식으로 러시아를 방문하여 우의를 다졌다. 3월에는 김정은이 푸틴의 대통령 선거 승리를 축하하는 축전을 보냈고, 윤정호 대외경제상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정부경제대표단’이 다시 러시아를 방문했다. 5월에는 러시아 연방평의회(상원)대표단이, 6월에는 북한 사회안전성 대표단이 서로 평양과 모스크바를 방문하는 등 북러간에는 계속된 고위급 대표단 교환이 이루어졌다.2 6월 푸틴은 김정은의 초청으로 방북하여 상호 군사개입 조항이 포함된 북러 新조약을 체결했고, 7월에는 알렉세이 크리보루치코 러시아 국방차관을 대표로 하는 러시아 군사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했으며, 9월에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방북, 9월과 11월에는 최선희의 두 차례 방러, 11월 말에는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등 양측은 2024년 내내 고위급 인사들을 상호 교환했다. 이 과정에서 양측은 서로의 자연재해에 대해 위로 전문을 보내는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밀착의 제스처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북한과 러시아는 상호 인식과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과시했다. 6월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지원받은 ATACMS 미사일을 사용하여 세바스토폴의 러시아 점령지역을 공격하자 북한 강순남 국방상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무기들이 러시아 주민들에 대한 대량학살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을 비난했고,3 최선희는 모스크바를 방문하여 11월 1일 라브로프와 회담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러시아 동지들과 승리의 날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4 무엇보다 북한은 10월 러시아에 대해 10,000명 이상 규모의 파병을 단행함으로써5 북러 新조약상의 상호 군사적 지원 부분이 단순한 조약상의 내용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표 1. 2024년 북러 교류 주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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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은 단기적인 측면에서는 양자의 공통이익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북한으로서는 북중 무역 회복이나 확장이 여전히 더딘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러시아의 경제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러시아 입장에서도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및 정전협상 전에 자신의 영토인 쿠르스크 지역 탈환이 중요한 목표인 만큼, 북한과의 군사협력에 당분간은 매달릴 수밖에 없다. 중장기적으로 밀착이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2025년에도 북러는 계속된 연대의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2024년 중 북한의 대외관계에서 특기할 만한 또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북한과 함께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벨라루스와의 관계 역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4월 예브게니 셰스타코프 벨라루스 외교차관이 이끄는 대표단이 북한을 방문하여 “국제무대에서 상호 지지와 협동을 긴밀히 하여 두 나라 사이의 전통적인 친선협조관계를 가일층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고, 북한 매체들 역시 벨라루스의 10번째 ‘상하이협력기구(SCO)’ 가입 동향을 소개하며, “SCO가 세계의 다극화 실현에서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기구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주장했다.6 7월에는 막심 리젠코프 벨라루스 외교장관이 다시 평양을 방문했고, 최선희는 환영연회에서 벨라루스와 북한이 “공동의 이상과 목적을 지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7 북한으로서는 북러밀착을 바탕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對러 지원 연대를 형성하고, 권위주의 진영 내부의 결속을 강화함으로써 김정은이 2022년부터 강조해 온 ‘新냉전’ 구도를 적극 활용하는 행보를 보였다고 할 수 있다.

 

중국과의 관계 관리

 
2024년 동안 나타난 북러 간의 급속한 밀착은 북중 간의 전통적인 순치관계(脣齒關係)에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라는 관측을 가능케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러밀착의 인상이 워낙 강한 것일 뿐, 북중 간에도 고위급 대표단의 교환 방문 등 협력 움직임은 지속되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1월 쑨웨이동(孙卫东)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외교부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한 데 이어 북한 체육성 대표단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조중 친선의 해(북중 외교관계 설정 75주년)’를 기념하기 위한 각종 행사가 개최되었다. 3월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하 시진핑)과 김정은의 상호 방문(2019년) 5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가 베이징에서 개최되었고, 이 행사에서 리훙중(李鸿忠)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은 북중수교 75주년을 계기로 “전통적 친선을 발양시키고 전략적 의사소통을 강화하며…친선적 교류를 심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고, 이에 대해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는 “조중 친선의 초석은 두 당, 두 나라 최고 영도자들께서 세대를 이어가며 가장 친근한 동지, 가장 진정한 벗으로서 맺어오신 두터운 친분 관계”라고 화답했다.8 4월에는 자오러지(赵乐际)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국 당정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했고, 김정은과 시진핑은 9.9절(북한 정권 창건일)과 중국 국경절(10월 1일)을 맞아 상호 축전을 교환했다. 10월 6일에는 김정은과 시진핑이 각각 수교 75주년을 맞아 축전을 교환하고 새로운 시대의 요구에 맞게 북중관계를 발전시켜 나가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9

평양의 입장에서는 북한 경제에서 중국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할 때, 북러밀착으로 인해 북중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원하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하다. 2023년 중국이 북한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8.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중국은 북한 경제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존재이다.10 북러밀착을 통해 모스크바가 단기적으로는 평양이 필요로 하는 경제적 지원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 자신도 국제적 제재를 받고있는 러시아의 입장에서 중장기적으로 대규모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물론 북중관계에 이상기류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북중 간 무역이 여전히 코로나(COVID-19) 이전의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고,11 북중 교역의 상징으로 불리는 ‘新압록강대교’의 개통식도 여전히 미루어지고 있다. 중국은 북한, 러시아와 군사적으로 연계되는 것에 대해 2023년 이후 소극적 반응을 보였고, 2024년 10월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는 시진핑이 “불에 기름을 부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을 통해 북한의 파병에 대해 부정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견해를 표명하기도 했다.12 외면적인 표정관리에도 불구하고, 북중 양자관계가 예전과는 다르다는 징후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이유가 중국의 우회적 불만 표시인지 아니면 다른 구조적 원인 때문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지 않지만, 최소한 북한과 중국 모두 갈등 상황을 외부로 표출하기를 원하지는 않는것으로 판단된다.

 

지역별 거점 유지를 위한 선택과 집중

 
2024년 중 북한은 2월의 한국-쿠바 공식 수교를 통해 대외정책상 타격을 입기도 했다. 북한과 쿠바 간의 협력관계는 1960년의 쿠바 혁명 직후부터 시작되어 60여 년 이상 지속되어왔고, 쿠바는 북한의 중남미 및 카리브 지역 핵심 거점 국가이기도 했다. 동시에 2023년 말부터 북한이 유럽과 아프리카 지역 재외공관을 축소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강화로 인한 재정적 곤란이 대외정책의 기반까지 좁히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했다.13 북한의 재외공관 축소와 관련하여 다양한 분석이 가능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확대 지향의 대외정책을 펼칠 수 없다면 북한이 취할 수 있는 것은 ‘선택과 집중’이고, 이는 전통적 거점지역에 관한 한 협력기반을 유지하거나 다지는 일일 것이다. 2024년 중 북한은 이에 충실한 행태를 보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3월 박명호 외무성 부상이 몽골을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을 대표로 하는 당 대표단이 중국에 이어 베트남, 라오스를 방문했고, 베트남과는 10월 외교차관급 회담을 가졌다. 또한, 이란에 대해서도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 사망에 대한 조전(5월)과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대통령 당선에 대한 축전(7월)을 김정은 명의로 발송하는 등 중동 지역의 거점 관리를 위해서도 관심을 쏟았다.14

북한은  UN 차원에서도 자신들의 입장 정당화를 위한 활동을 활발히 전개했다. 2024년 4월 외무성 부상인 김선경이 UN에서의 북한 인권결의 채택에 대해 비난 담화를 밝힌 것에서도 나타나듯, 북한은 인권 문제 거론,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대한 비판, 대북제재 등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북한은 팔레스타인의 UN 정회원 가입을 지지하는 등 중동 지역에 있어서의 反미 및 反서방 기조를 활용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이런 북한의 입장에서 2024년 말 발생한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의 몰락은 중동 지역에서의 주요 거점 상실을 넘어선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시리아는 오랫동안 정치 및 군사 측면에서의 협력관계를 과시해왔고, 혈연세습과 1인 독재, 그리고 러시아와의 협력이라는 점에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사점을 반영하듯, 북한 매체들은 시리아 반군의 다마스커스 입성과 알 아사드 정권의 붕괴, 그리고 과도정부의 수립에 대해서는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은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표 2. 2024년 북한의 UN관련 활동 주요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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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미봉남(通美封南)을 향한 약한 고리 공략

 
2024년 북한의 대외행보 중에서 또 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북한이 북일 접촉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북한은 2월 15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하 김여정) 명의 담화를 통해 “[일본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다면 두 나라가 얼마든지 새로운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수 있다”면서 기시다 일본 총리가 평양을 방문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기시다 일본 총리가 중의원 예산심의 과정에서 북일관계와 관련해 “대담하게 현상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언급한 데 대한 북한의 답변이라고 볼 수 있다.15 다만, 김여정은 북일 접촉의 의제로 납치자 문제와 북한 핵개발 문제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16 이에 대해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는 국가적 과제라고 응수했고,17 결국 3월 26일 김여정은 담화를 통해 일본과의 정상회담 등 대화를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18 이러한 김여정의 담화는 북일 간의 교섭이 진행되고 있는 듯한 인상을 풍겼던 전날의 담화와는 상반되는 것으로, 적어도 연초에는 북한과 일본 간 물밑교섭이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유의해야 하는 것은 과거 북한이 동북아 역내 국가와 대화를 시도할 경우, 이것이 노리는 바가 긴장의 완화와 대화 분위기 조성보다는 우리에 대한 견제나 한미 혹은 한-미-일 공조의 이간 성격이 강했다는 점이다. 과거 북한은 미북 대화를 통미봉남(通美封南)의 기회로 활용하려 했고, 2002년 9월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 역시 한-미-일 공조 가능성에 대한 차단의 수단으로 삼고자 했다. 2023년 8월의 ‘캠프 데이비드(Camp David)’ 한-미-일 정상회의 직후 이를 “조선반도에서의 핵전쟁 도발을 구체화, 계획화, 공식화”한 자리라고 강력히 비난했던 점을 상기할 때,19 북한은 낮은 국내적 지지율로 인해 고심하고 있었던 기시다 정부를 상대로 북일 대화를 시사함으로써 한-미-일 공조의 약한고리를 공략하려 했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북일 간 접촉 가능성이 제기된 시기가 한-쿠바 수교가 발표된 하루 이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북한은 이 사실이 북한 내부적으로 알려질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북한 주민의 고립감을 상쇄하려는 생각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약한 고리 공략은 향후에도 지속될 수 있다. 미 트럼프 당선인이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를 거듭 언급하는 등 트럼프 2기 행정부 하에서 미북 접촉이 다시 개시될 가능을 내비치고 있지만, 미북 간의 불신,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결보다 낮은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 그리고 2018년에 비해 높은 몸값을 받기를 원하는 거래조건 등을 고려하면 조기에 미북 대화 혹은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여전히 크지 않다. 바이든 행정부가 당장 미북 간의 대화가 어렵다면 북일간의 대화를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는 점에서,20 트럼프 2기 행정부 역시 미북 협상의 징검다리로 북일 접촉을 활용하려 할 수 있고, 기시다 정부에 이어 등장했지만 여전히 낮은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고 중의원 과반 마저도 획득하지 못한 이시바 행정부 역시 북일 협상에 대해 미련을 보일 수 있다.

 

2025년의 북한 대외정책 전망과 우리의 대응책

 
2024년의 북한 행보는 (1) 북러 밀착을 바탕으로 권위주의 체제와의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외교적 저변을 확대하는 데 있어 선택과 집중의 효과를 끌어내고, (2) 가능하다면 여전히 미온적인 중국을 자극하여 북-중-러 3각 연대를 견인하는 행위자로서 북한의 입지를 자리매김하며, (3) 한-미-일 협력의 약한 고리를 공략함으로써 한미동맹을 이간하고 전통적인 통미봉남(通美封南) 책략을 더욱 정교화하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2025년 중에도 북러 간의 밀착은 계속 진행될 것이고, 김정은이 또 한 차례 러시아를 방문하여 결속을 과시하는 것도 예상해볼 수 있다. 북러 밀착을 통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단기적 경제지원을 확보하고, 2024년에 성공하지 못했던 ‘군사정찰위성’의 추가 발사 성공을 위한 기술 지원을 얻어내려 할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핵추진잠수함이나 ICBM 다탄두화 및 재진입 기술과 같은 핵 및 미사일 기술을 획득하려 할 것이다.

반면, 북-중-러 3각 연대를 견인하려는 노력은 지속되기는 하겠지만, 여전히 많은 변수들을 해결해 나가야 할 것이다. 중국은 외형적으로 북러 밀착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이것이 불러올 대북 영향력 감소를 어떤 형태로든 저지하려 할 것이고, 북러 밀착 혹은 북-중-러 연대가 미중 간 군사 갈등으로 확대되는 것을 우려할 것이다. 중국은 북중 간 무역량 조절,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 감소, 그리고 “한반도 안정의 강조”를 통한 우회적 대북 비판 등의 형태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북러 밀착의 수준을 조정하려 할 것이고, 때로는 러시아와 조율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할 것이다. 여전히 대외적 자원획득의 상당부분을 북중 교역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북한의 현실을 고려하면 북한이 러시아의 지원에 기대어 평양과 베이징의 관계 냉각을 지속하지는 못할 것으로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북한은 전통적인 중-러 관계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극대화한 경험을 활용하여 중국의 영향력을 상쇄하려 하는 한편, 미중 전략경쟁을 위해서라도 중국이 북한을 끌어안을 수밖에 없는 구도를 만들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북한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미북 협상이다. 2018년의 미북 협상국면에서 3차례의 북중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것을 고려하면, 북한은 미북 협상을 활용하여 중국의 우려를 자극함으로써 오히려 베이징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도록 만들려 할 것으로 판단된다. 중국을 다루는 측면 이외에도 미북 협상은 북한에게 실제로 중요하다.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 그가 북한 주민들에게 강조한 비전은 경제적 생존이 아니라 ‘발전’이었고, 이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세계 무역체제와 금융시장에의 접근이 필수적이고, 미국은 바로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존재이다. 김정은이 현재의 국제정세를 ‘新냉전’으로 간주하면서도 미국과의 직거래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고, 북러 밀착으로 관심이 집중되는 러시아와 전통적 우방인 중국마저도 미국의 대체재가 되기는 어렵다. 김정은은 이러한 점에서 외형상 미북 협상에 관심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에 기대를 걸 것이고, 김정은과 트럼프 당선인 간의 만남을 조기에 성사시키려 부심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그 여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북일 접촉의 재개일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이러한 대외정책을 기반으로 2025년 중 우리에 대해서는 2024년과 같은 대립과 단절을 지속하거나 오히려 격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있어 북한 문제의 우선순위를 격상시키기 위해서는 한반도에서의 긴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오물풍선 살포, 전방 지역에서의 소음방송, 무인기 침투 등의 도발을 계속하고, 서해 ‘해상국경선’ 선포를 계기로 남북 간 충돌 위험성을 고조시키는 한편, 우리를 겨냥한 전술핵 능력의 증강을 시위하기 위해 7차 핵실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2018년 효과를 거두었던 대미 평화공세를 병행함으로써 우리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간을 통해 한미동맹의 약화를 유도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대북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확대해 나가는 일이다. 미북이 대화를 재개하는 것은 미국의 판단에 맡길 것이고 우리는 자체 원칙에 따라 남북관계를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되, 우리와 조율되지 않은 대북 보상에 비용을 대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을 워싱턴에 전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워싱턴이 미국에 대한 북한의 핵위협을 우선 제거하길 원한다면, 잔존 북한 핵능력(전술핵 능력)을 억제하고 북한의 핵그림자(Nuclear shadow)를 차단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 등 실물적 확장억제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해야 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할 경우, 이에 대해서는 협의를 통한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북한이 한국을 겨냥하는 전술핵 능력만을 보유하는 것, 즉 ‘핵동결’이 미국 본토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납득시킬 필요가 있다. 전통적인 북중관계상 미중 전략경쟁에서 북한은 결코 중립적인 존재가 될 수 없고, 오히려 북러 밀착을 바탕으로 북-중-러 군사 연대가 만들어지고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핵을 공통의 자산으로 인식하게 될 경우 북핵은 결국 워싱턴을 겨눌 것이라는 점, 그런 환경하에서는 결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설명해 나가야 한다. 일본에 대해서도 북한의 북일 접촉 시사가 결국 한-미-일 공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북한 핵위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미국 확장억제 공약의 강화를 위해 한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최근의 국내상황으로 인해 주변국들이 우리의 정책적 일관성에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하여, 정부 차원의 노력뿐만 아니라 민간과 국회를 포괄하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우리의 대외 메시지를 발신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어야 한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Ukraine reports North Korean losses on Russia’s Kursk front,” Reuters (December 17, 2024); “Ukrainian troops say inexperienced North Koreans are making easy targets,”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7, 2014).
  • 2. 북한의 2024년중 대외활동에 대해서는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의 아래 정보들을 참조할 것.
    https://nkinfo.unikorea.go.kr/nkp/trend/list.do. (최초검색일: 2024.11.15).
  • 3. “북한 국방상, 우크라 ‘대러 미사일 공격’에 미국 비난,” 『연합뉴스』 (2024.06.27).
  • 4. “러 외무 ‘러북 군 관계 긴밀’…北최선희 ‘러 승리까지 함께’,” 『연합뉴스』 (2024.11.01).
  • 5. “Pentagon Deputy Press Secretary Sabrina Singh Holds an Off-Camera, On-The-Record Press Briefing,” U.S. Department of Defense (October 28, 2024).
  • 6. 통일부 북한정보포털 정보 참조.
  • 7. “北최선희, 방북 벨라루스 외교장관 환영연회…”관계 전면확대”(종합2보),” 『연합뉴스』 (2024.7.24).
  • 8. “中서 김정은·시진핑 상호방문 5주년 기념행사…‘전략 소통강화’,” 『연합뉴스』 (2024.03.30).
  • 9. “김정은-시진핑, 수교 75주년 축전 교환…‘새 시대 요구 맞게 공고 발전,” 『서울평양뉴스』 (2024.10.6).
  • 10. “북, 지난해 무역에서 중국 비중 98%,” 『Radio Free Asia』 (2024.07.22).
  • 11. 최장호·최유정, “2023년 북중 무역 평가: 무역 정상화 시도와 성과,” 『KIEP 오늘의 세계경제』 (2024.02.26).
  • 12. “Inside Putin’s Alternate Reality: Warm Embraces and a Veneer of Normalcy,” The New York Times (October 25, 2024).
  • 13. “재외공관 연쇄 폐쇄한 북한, 신설 추진 정황도…정보당국 주시,” 『연합뉴스』 (2023.11.06).
  • 14. 북한은 5월 UN에 상정된 팔레스탄인 정부의 정회원국 가입 권고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지기도 했다(이 결의안은 미국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 “북한 ‘유엔의 팔레스타인 정회원국 가입 권고, 전적으로 찬성’,” 『연합뉴스』(2024.05.12).
  • 15. “[장용훈의 한반도톡] 최고위급서 ‘신호’ 주고받는 북일…대화의 문 열릴까,” 『연합뉴스』 (2024.02.17).
  • 16. “日기시다 “북일 정상회담 위해 구체적 여러 활동하고 있어,” 『연합뉴스』 (2024.02.09); ”김여정, 韓·쿠바 수교 다음날 ‘日 결단땐 기시다 평양 방문 가능’,“ 『조선일보』 (2024.02.15).
  • 17. “日 관방장관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 국가적 과제’” 『서울평양뉴스』 (2024.02.16).
  • 18. 김여정 “일본 측과 어떤 접촉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 『연합뉴스』 (2024.03.26).
  • 19. “북 ‘캠프 데이비드서 핵전쟁 도발 구체화’…한미연합연습 비난,” 『연합뉴스』 (2024.08.22).
  • 20. “Biden says he backs Japan’s outreach to North Korea and says he’s still open to talks with Kim,”
    AP News (April 11, 2024).

About Experts

차두현
차두현

외교안보센터

차두현 박사는 북한 문제 전문가로서 지난 20여 년 동안 북한 정치·군사, 한·미 동맹관계, 국가위기관리 분야에서 다양한 연구실적을 쌓아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연구원 국방현안팀장(2005~2006), 대통령실 위기정보상황팀장(2008),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2009) 등을 역임한 바 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orea Foundation)의 교류·협력 이사를 지냈으며(2011~2014) 경기도 외교정책자문관(2015~2018), 통일연구원 객원연구위원(2015~2017), 북한대학원대학교 겸임교수(2017~2019)로 활동하기도 하였다. 현재는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 겸 수석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직을 겸하고 있다. 국제관계분야의 다양한 부문에 대한 연구보고서 및 저서 100여건이 있으며, 정부 여러 부처에 자문을 제공해왔다.

홍상화
홍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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