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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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회원국들과 함께 우크라이나의 편에 섰고, 지난해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엔 이스라엘을 지원함으로써 사실상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패권 도전과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까지 미국이 대응해야 할 안보상의 과제들은 다양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전 세계의 관심거리다.

지난 7월 13일(미국 현지 시간)에는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가 펜실베이니아주 선거 유세 도중 총격을 받는 사건이 발생해 트럼프 지지율이 42%까지 치솟으며,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던 조 바이든 현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공식 지명 절차만을 남겨두고 재선 도전을 포기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민주당은 8월에 개최된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카멀라 해리스(Kamala Harris) 현 부통령을 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

11월 5일에 예정된 대통령 선거에 대한 현재의 전망은 오차 범위 내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약간 우세하지만 최종 결과를 예측하긴 매우 어렵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특성상 일반 득표(popular vote)가 선거인단(electoral vote) 수와 비례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되살릴 트럼프인가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 회복을 이어갈 해리스인가에 따라 한미동맹의 모습도 달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대선은 우리의 안보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글로벌 안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추구하는 해리스와 미국의 군사적 융통성을 강화하려 하는 트럼프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 당선되더라도 한미동맹의 결속을 위해서는 특정 후보를 맹신하거나 반대편을 백안시하지 않고, 우리 정부는 대북정책, 방위비분담금, 핵 확장 억제 등의 이슈에서 기존의 정책노선을 합리적으로 관철해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정부는 해리스냐 트럼프냐에 상관없이 방위비분담금이나 소다자 안보협력 등 한미동맹의 쟁점에서 기존의 원칙과 합의를 존중하고 이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차기 미국 정부의 북한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독려해야 한다. 확장 억제의 측면에서는 북핵사용 시 정권 종말을 보장할 수 있는 실행가능한 핵보장 방안을 강력히 요구하며 한미 양국의 국익을 맞춰나가야 한다. 어떠한 정부가 들어서건 동맹 간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그림 1] 미 대선 후보 여론 조사 추이

그림1

출처: RealClearPolitics.com. (www.realclearpolitics.com)

 

민주당 vs. 공화당 주요 안보 공약 비교

 
공화당은 7월 전당대회에 앞서 공화당 정강정책인 ‘어젠다47’을 통해1, 민주당은 전당대회 개막일인 8월 19일 ‘2024 민주당 정강정책(2024 Party Platform)’을 통해 공약을 발표했다.2 정강정책은 국내외 주요 현안에 대한 당의 입장을 밝히는 문건으로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정강정책을 통해 당선 시 어떤 정책을 펴 나갈지 예측할 수 있다.

 

[표1] 민주당 vs. 공화당 안보 공약 비교

표1
 

Ⅰ. 정책 기조 및 동맹 관계

 
해리스는 다자주의를 통한 미국의 리더십을 회복(Renewing American Leadership)하기 위해 “동맹국에 결코 등을 돌리지 않을 것”임을 강조하고,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중시한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와의 관계는 더욱 공고히 하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중국 및 북한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의 소다자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정책 기조로 하여 거래적(transactional) 관점에서 동맹국들의 더 많은 책임분담을 요구한다. 북대서양 조약 기구(NATO) 회원국의 무임승차를 비판하며, 한국, 일본 등 동맹국 관계에서 더 강력한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는 입장이다. 또한, 북한 및 이란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며, 대화와 협상을 통합 접근을 시도한다.

 

Ⅱ. 대(對) 한반도 정책

 
해리스는 2022년 DMZ 방문 시, “잔혹한 독재 정권, 만연한 인권 침해,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불법 무기 프로그램 등”을 언급하며 북한 정권을 강력히 비판했다.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는 “트럼프를 응원하는 김정은과 같은 폭군이나 독재자를 달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리스는 북한에 대해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확장 억제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고 한반도에서 “불법적인 미사일 역량 구축을 포함한 북한의 도발에 맞서 우리의 동맹들, 특히 한국과 함께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해리스의 대북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정책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일관되게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주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2기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1기3와 마찬가지로 김정은 위원장과 톱 다운(top-down)식 개인 외교를 통해 북미관계를 개선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는 “미국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을 위협할 능력을 가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남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지적하며, 한국이 북한에 대해 재래식 방어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Ⅲ. 대(對) 중국 정책

 
해리스는 중국에 대해서는 미국의 최대 ‘전략적 경쟁자(strategic competitor)’로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국제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려는 의도가 있고, 그것을 실행할 군사, 경제, 외교, 기술적 역량을 보유한 유일한 행위자”로 규정하고 있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에 대응하고, 미∙중 기술 경쟁에서 미국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중국의 경제적 확장을 견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은 미국의 전체주의적 적이지 전략적 파트너나 공정한 경쟁자가 아니다”라고 규정한다.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와 대(對) 중국 외교 관계의 재조정을 추구하며, 특히 중국과의 무역 및 경제적 관계에서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정책을 추구한다.

 

Ⅳ. 대(對)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정책

 
해리스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안보 지원을 약속하며, 러시아의 위협을 차단하기 위한 다각적인 접근을 추구한다. 이스라엘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가자 지구 및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전투를 중단시킬 수 있는, 지속적인 휴전 협정을 중재하려는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을 지지하고 있다.

9월 28일(현지 시간) 전날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사망하자 해리스는 “정의의 조치(measure of justice)”로 평가하며, “나는 항상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권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중동의 분쟁이 더 광범위한 지역 전쟁으로 확대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외교는 민간인을 보호하고 이 지역의 지속적인 안정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안보 지원을 반대하며 미국의 개입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이다. 트럼프는 9월 27일(현지 시간)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이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회담 후에는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는 전쟁이 끝나는 것을 보고 싶다”며 “또한 공정한 거래(fair deal)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4

한편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친(親) 이스라엘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5 트럼프는 해리스를 반(反)유대주의·반(反)이스라엘 후보로 규정하고, 9월 19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의 반유대주의와 투쟁’ 행사에서, “내가 지면 이스라엘이 지구에서 사라진다”고 거듭 주장하며, “여러분의 투표로 난 여러분의 수호자이자 보호자가 될 것이며 유대계 미국인들이 백악관에서 경험한 가장 친한 친구(best friend)가 될 것”이라고 약속했다.6

 

Ⅴ. 국방력 강화

 
트럼프는 미중패권경쟁에서 대 중국 군사력 우위에 집중하며 동맹이 자국과 지역 안보에서 재래식 억제 역할을 전담하기를 희망한다. 트럼프의 참모들은 한국을 대표적인 동맹의 재래식 억제 전담 사례로 지적하고 있어, 한미동맹의 미래에 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한 트럼프 1기에서 추진했던 핵 3축 전력(전략폭격기-ICBM-SLBM)의 현대화를 더욱 강력히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는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해 집단 안보를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구한다. 또한 전략적 공격 억제를 위해 핵무기 및 미사일 방어 체계의 현대화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바이든 정부의 국방정책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을 것으로 보여, 해리스만의 관점이 부족하다는 평가까지 있을 정도이다.

 

우리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 평가/정책적 함의

 
미국 대선 결과는 향후 미국 대외정책 방향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다. 외교·안보·통상·기술·문화 등 제반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연관된 우리도 그러한 상황에서 예외일 수 없다.

해리스와 트럼프는 외교, 안보, 국방에서 크게 상반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해리스는 동맹안보협력으로 글로벌 안보에 대한 공동 대응을 추구하는 반면, 트럼프는 동맹국들에게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고 미국의 군사적 자립성을 강화하려 한다. 이 차이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향후 국가 전략뿐만 아니라 한반도의 안보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한미 동맹과 대북 정책
 
해리스 후보 당선 시 바이든 행정부의 현재 한미 동맹에 대한 정책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미 동맹이 한반도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추구함에 따라 한미동맹의 수준과 범위가 점차 확장되어 갈 것이다. 이러한 추세는 미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의 대북 정책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이나 바이든 행정부의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비핵화에 있어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한반도의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는 열려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반복하며 북미관계의 관리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에도 한미동맹의 내구성은 어느 정도 유지될 것이다.7 대(對) 중국 견제 및 미국의 역내 리더십 유지를 위한 한미 간 안보·경제·기술 협력의 중요성은 트럼프도 공감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일 세종열린포럼에서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전히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욕심 낼 수 있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정상회담 시 빈손으로 돌아간 ‘하노이 노딜’로 인해 과거와 같은 협상은 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8

그러나 트럼프는 공화당 전당대회와 해리스와의 TV토론에서 대북협상을 재개할 의지를 내비쳤으며, 재집권 시 대북 정책 기조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김정은과의 정상외교가 재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미북 정상회담이 추진되더라도 한국이 배제됨 없이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진행될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둘째,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따른 특별 협정에 해당하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은 1991년 처음 체결됐다. 한국의 경제력과 국방력이 성장하면서 당초 주한미군 주둔비의 미국 전액부담에서 벗어나, 양국 간의 협정체결로 정해진 기간 동안 한국의 분담금을 책정하고, 재협상으로 증액하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9

트럼프는 1990년대 초부터 올해 5월까지 “주한미군 유지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걸 왜 미국이 부담해야 하냐”고 125차례 반복 강조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2017~2020년)는 방위비 분담금을 한꺼번에 5배 인상할 것을 요구하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은 공전을 거듭한 바 있다.10 계획대로라면 2019년 말 체결되어야 했을 제11차 SMA는 2020년 협정 공백기를 거쳐 2021년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 겨우 타결됐다.11

우리 정부는 지난 10월 4일 미국과 12차 SMA를 체결하여, 기존 SMA의 만료보다 무려 2년이나 앞서서 협상을 완료했는데,12 이는 미국 정권교체 시 급격한 방위비분담금 인상을 방지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평가된다. 따라서 현 정부의 기조를 따르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12차 SMA의 결과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13 해리스 당선 시 거래적 관점이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함에 따라 한미 관계는 안정적으로 유지될 것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제무대에서 미국 우선 대외정책을 보다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며,14 ‘국력 낭비 최소화’ 및 ‘거래 중심적 동맹관’의 강화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보다 담보하고자 할 것이다. 국회의 비준을 받아야 하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 SMA는 행정협정이므로 대통령이 협상을 뒤집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재협상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안을 준비해야 한다.

 
셋째, 한반도 비핵화 및 확장 억제 제공 (자체 핵무장 또는 핵 능력 보유)
 
북한은 지난 9월 13일 핵개발 프로그램의 핵심인 고농축 우라늄(HEU) 생산시설을 처음으로 공개하며 미국과 한국을 향한 핵 위협 수위를 끌어올렸다. 김정은은 ‘미국의 핵 위협’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핵무력 증강 계획을 정당화하였으며, “최근에도 미제(미 제국주의)를 괴수로 하는 추종 세력들이 공화국을 반대해 감행하는 핵 위협 책동들은 더욱 노골화되고 위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미가 군사동맹을 ‘핵 기반 동맹’으로 격상하고 양국 핵억제·핵작전 지침을 명문화하며 대북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경계심과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15

북한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핵 역량을 과시하고 7차 핵실험 가능성을 열어 둬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캠프의 시선을 끌어오려는 의도를 가졌을 수 있다. 북한은 과거 미국 대선 국면에서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을 수차례 강행해 선거 개입 시도를 펼쳤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9월 3일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당선될 경우 “미국의 안보 우산이 약화할 수 있다”면서,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의 확장 억제 제공의 수준이 현 바이든 정부보다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밝혔다. 게다가 해리스이든 트럼프이든 북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가 명확하지 않은 점은 우려할 사항이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위협으로 북한의 핵무기 사용을 억제하는 데 주력해왔고, 한국에 대해서는 확장 억제 제공을 공약해 왔다. 그러나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증강됨에 따라 안보제공의 신뢰성은 급격히 감소되고, 억제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핵전쟁을 막으려면 핵전쟁을 대비해야 하고, “전략적 모호성 (strategic ambiguity)”이 아닌 “전략적 명확성(strategic clarity)”을 지향해야 한다.

이런 요구에 따라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사용 시 정권의 종말(End of Regime)을 맞을 것임을 발표해왔다.16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경우 북한 정권을 궤멸시킬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밝혀, 한국과 미국이 핵전쟁을 수행할 의지, 능력, 태세를 보여주었다. 이런 자세를 취해야만 북한의 핵 공격과 위협을 막을 수 있고 비핵화의 진전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정권의 종말을 실현시킬 능력을 보유했음을 한반도에서 시현하는 데 여전히 미흡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하여 미국 랜드(RAND) 연구소와 아산정책연구원의 공동보고서 ‘한국에 대한 핵 보장 강화 방안’에는 구체적인 방안이 담겼다.17 미국의 전술핵무기를 한반도에 재배치하자는 내용이다. 북한은 유사시 미국의 강력한 대응을 막기 위해 전술핵 사용 전략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은 재래식 무기를 동원한 기습 공격과 전술핵무기를 사용해 전쟁 초반에 승기를 잡고, 추가로 핵무기 사용을 위협하며 미국의 개입을 막겠다는 게 핵심이다.

‘핵에는 핵’이라는 막연한 선언적 전략이나 사용 가능성이 제한적인 전략핵이 아니라 확실하고 구체적인 핵우산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이 전술핵을 개발하거나 전술핵을 주한미군에 재배치할 경우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의 명분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발등의 불이 되어 버린 북한의 핵에 대응하여 비핵화를 추진하면서도 북한의 핵무기 사용 문턱을 높이고 확전을 막기 위해 주한미군의 핵무기 재배치와 유사한 효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다. 북한의 전술핵 공격 시 미군의 잠수함 등에서 즉각 전술핵무기로 반격할 수 있는 형태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북핵 위협에 맞서 한국도 자체 핵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이 드세다. 2023년 이후 여러 기관이 독자 핵무장의 찬반을 물었을 때, 60∼75%의 우리 국민이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김정은의 핵 위협이 더욱 노골화되고 북·러 밀착이 가속화됨에 따라 더 많은 국민이 핵무장을 불가피한 선택으로 판단하는 듯하다.18

해리스가 당선될 경우 워싱턴 선언의 틀 안에서만 핵보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어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조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시 우리 정부가 전술핵 관련비용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하는 경우, 비용을 중시하는 트럼프 정부는 이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어, 유연하고도 전향적인 협상을 추진해 볼만하다.

 
넷째, 소다자(mini-lateral) 안보 협력(한∙미∙일 안보협력)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한국 윤석열 대통령,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 8월 18일 미 대통령 휴양지 캠프 데이비드에서 첫 정식 한미일 정상회담에 참석하여, ‘캠프 데이비드 원칙 및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과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정상 공동성명’ 등의 문건을 채택하여 발표했다. 안보 협력 분야에서는 정례적인 연합 훈련, 실시간 미사일 경보 공유, 북한의 사이버 활동에 대한 대응 등을 합의하여 동북아 3대 강국이 중심이 된 소다자 협력체계 출범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소)다자 협력 및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통해 대중(對中) 우위를 유지하고자 한다. 포괄적인 협의체 대신에 사안별로 유연하고 임의적인 (소)다자 협의체를 구성하여 중국의 부상에 대응하고 있다. 쿼드(Quadrilateral Security Dialogue, QUAD)를 역내에서 뜻을 같이하는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 (소)다자 협력을 추진하기 위한 기본 틀(framework)로 활용하고 있으며, 한·미·일 협력, 오커스(AUKUS), 칩4(CHIP 4) 등을 통해 사안별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협력을 증대하고 있다.

금년 11월 대선에서 해리스가 차기 미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계승할 가능성이 높다. 자유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이며, 한미동맹과 한∙미∙일 3국 간 안보 협력 체제도 그대로 유지하여 대북 억제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 슬로건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이다. 이는 재선 성공 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하기보다는 1기 행정부의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시대의 주요 정책성과를 완성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국우선 대외정책(America First Foreign Policy)’의 재활성화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이익을 담보하고자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위해 국제무대에서 축소(retrenchment)와 자제(restraint)로 국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한편 기존의 동맹 관계를 근본적으로 개편하여, 미국의 부담을 줄이고 동맹국들의 기여를 증대시켜 미국의 이익을 지켜 나가고자 할 것이다.

한편, 트럼프 후보의 외교안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9월 26일(현지 시간) 미국기업연구소(AEI) 개최 대담에서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룬 한∙미∙일 3국 협력 체제를 높이 평가하며, “나는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바이든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공로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한∙미∙일 3국 협력은 바이든 행정부의 주요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데, 미국 정권교체 이후에도 협력 관계가 견고히 유지될 수 있을지를 두고는 꾸준히 우려가 제기됐다. 트럼프 후보가 동맹 관계를 손익관점에서 바라보며, 다자보다는 양자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주한미군 감축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한∙미∙일 3국 협력 관계에 균열을 가져올 수 있다는 해석을 낳았다.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한∙미∙일 3국 협력과 함께 인도, 호주, 일본과의 4국 동맹(QUAD), 오커스(AUKUS), 필리핀과 상호방위 조약 등을 언급하며 중국 견제를 위한 긍정적인 역할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결 론

 
미국 대선 결과는 태평양을 사이에 둔 한반도 안보지형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곤 했다. 1952년 11월 대선에서 한국에서의 전쟁을 조기 종결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아이젠하워의 당선으로, 북한의 남침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승만 정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953년 7월 휴전협정을 체결하게 됐다. 1968년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리처드 닉슨은 이듬해 아시아의 안보는 아시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닉슨 독트린’을 발표하고, 1971년 3월 주한미군 2만 명을 철수시켰다.

2024년 미국 대선의 양상은 당장 벌어질 수 있는 미국 행정부의 교체와 수반되는 대외정책 변화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단기적 함의를 넘어 중장기적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현재 미국의 선거 경쟁에서 보여지고 있는 여론의 양극화와 그에 상응하는 후보 간 정책적 플랫폼의 양극화는 미국에 국한되어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 아니다.

미국의 신고립주의는 정당이나 후보에 따라 상대적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공화당과 민주당을 가리지 않는 보편적 추세이다. 동맹을 중시하는 해리스가 당선되면 한국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안심하지만, 오히려 동맹에게 더 큰 비용분담을 요구할 수도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유독 한국에 냉엄해 보이는 트럼프라지만, 거래적 관점을 충족한다면 오히려 바이든 정부에서 얻을 수 없었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우리 정부는 미국 내 신고립주의 발흥을 경계하고 미국 차기 정부가 한반도 안보에 미칠 충격파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또는 해리스 당선의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상정하고, 각각의 경우 어떤 대응 시나리오를 가지고 중요 현안들을 풀어갈지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누가 또는 어느 정당이 집권하든 그 대통령과 정부를 친구로 만들어야 한다는 대전제 아래, 장단기 동맹외교 전략을 준비해야 할 때이다.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2024 GOP Platform Make America Great Again!”, https://rncplatform.donaldjtrump.com/?_gl=1*1qgn89f*_gcl_au*NjI1ODQxNzg1LjE3Mjg2MjkwMDM.&_ga=2.186212075.311178964.1728629003-132002706.1728629003
  • 2. Democratic National Committee, “2024 Democratic Party Platform,” (August 18, 2024), https://democrats.org/wp-content/uploads/2024/09/2024_Democratic_Party_Platform_8a2cf8.pdf
  • 3. 트럼프 1기 당시 북미관계는 비교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 2018년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에서 발표한 공동선언은 우호적 관계의 절정이었다. 그러나 2019년 2월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은 결렬되었고 그 해 10월 초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미 간 실무 회담을 마지막으로 북미관계는 다시 적대적 관계로 돌입하게 되었다.
  • 4. “젤렌스키 만난 트럼프 “이제는 전쟁 끝내야 할 때””, 『세계일보』 (2024.9.28.), https://www.segye.com/newsView/20240928503440?OutUrl=naver
  • 5.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유엔이 불법으로 간주한 이스라엘의 골란고원 점령을 인정했고,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겼으며,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등의 관계 정상화를 중재하는 등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펼쳤다.
  • 6. “Trump Says That if He Loses, ‘the Jewish People Would Have a Lot to Do’ With It”, The New York Times (Sep 19, 2024), https://www.nytimes.com/2024/09/19/us/politics/trump-jews-antisemitism-israel.html, 트럼프, 유대계에 구애…”민주당 찍는 유대인, 머리검사 받아야”, 『연합뉴스』 (2024. 9. 20), https://www.yna.co.kr/view/AKR20240920045200071?input=1195m
  • 7.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는 ‘최대 압박과 관여(Maximum Pressure and Engagement)’였다. 구체적으로 임기 초반에는 북한의 반복적인 핵·미사일 도발에 대응하여 ‘최대 압박’에 집중하였으나, 점차 시간이 흐르며 ‘최대 관여’로 정책적 우선순위가 전환되었다.
  • 8. 김태효 “트럼프 당선시 美 안보우산 약화될 수도”, 『동이일보』 (2024. 9. 3)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240903/126832173/1
  • 9. 2010년 당시 7,904억 원이던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은 2019년(1조 389억 원)에 처음 1조 원을 넘었다. 9년 동안 총 2,100억 원 정도 증가해 매년 233억 원 정도씩 늘었다. 2023년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1조 2,896억원)은 그해 한국 총국방비(57조원)의 2.2%, 대미 무역흑자(약 60조원)의 2.1% 정도다. 같은 해 한국 정부 총예산(638조 7,000억원)의 0.2% 수준이다.
  • 10. 트럼프는 2021년 11월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집권 1기 중 후회(regret)되는 일이 무엇인가’라는 피터 베이커 뉴욕타임스 기자의 질문에 “독일 차에 대한 관세를 충분히 매기지 못한 것과 한국으로부터 방위비 분담금 50억 달러를 받아내지 못한 것(sticking up South Korea for 5 billion in payment for American troops stationed there)”이라고 대답했다; Peter Baker, Susan Glasser, et al, The Divider: Trump in the White House, 2017-2021, (New York: Doubleday books, 2022), p.646
  • 11. 이 협정은 2025년 만료되며 2026년부터는 새로운 협정이 시행돼야 한다. 트럼프 재집권 시 2025년 진행될 협상은 지난 협상 과정의 재탕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 12. “’속전속결’ 방위비 협상 타결…美대선 변수도 분담금 부담도 덜었다” 『연합뉴스』 (2024. 10. 4), https://www.yna.co.kr/view/AKR20241004120800504
  • 13.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3월 7일 합의한 제11차 SMA에 따른 첫 해 방위비 분담금은 13.9%가 인상되었고 이후 2025년까지는 매년 한국의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분담금을 올리기로 합의하였다. 그러나 이번 제12차 SMA에서는 분담금 인상기준을 국방비 증가율 대신 물가 증가율로 맞춰, 한국의 분담금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 14.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세종열린포럼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미국이 우리에 제공하는 전략자산 전개에 대해서도 비용의 관점에서 협의하자고 나올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밝힌 바와 같이, 트럼프는 한미 연합 군사 연습/훈련, 전략자산 전개, 방위비 분담금 등 동맹 운용의 경제적 측면에서 전방위적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 15. “北, 우라늄 농축시설 첫 공개 … 美대선 앞두고 ‘몸값 띄우기” 『매일 경제』 (2024. 9. 13),
    https://www.mk.co.kr/news/politics/11117521
  • 16. 한미 양국은 지난 54차 SCM 이후 북핵 사용 시 정권의 종말을 맞이할 것임을 반복하여 밝혀왔으며, 2023년 4월 26일 워싱턴 선언에서는 바이든 대통령도 정권의 종말을 명확히 언급했다; “In Turn to Deterrence, Biden Vows ‘End’ of North Korean Regime if It Attacks”, The New York Times (Apr 26, 2023)
  • 17. 최강·브루스 W. 베넷 등, 『한국에 대한 핵보장 강화 방안』 (아산정책연구원 및 RAND 연구소, 2023), https://www.asaninst.org/?p=90980
  • 18. 핵무장론을 구체화하더라도 더욱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한데, 특히 핵 개발의 편익과 비용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현재의 핵무장론은 편익을 과대 추정하고 비용을 과소 추정한다. 미국은 한국 핵무장을 허용하고 중국은 아무 행동을 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핵 개발의 직접비 외에 다른 비용은 들지 않는다고 상정한다. 또 한국이 핵을 보유하면 북핵과 ‘공포의 균형’을 이룰 수 있으므로 핵 위협은 사라진다고 생각한다.

About Experts

양욱
양욱

외교안보센터

양욱 박사는 군사전략과 무기체계 전문가로서 20여년간 방산업계와 민간군사기업 등에서 활동해왔으며, 대한민국 최초의 민간군사기업 중 하나였던 인텔엣지주식회사를 창립하여 운용했다. 회사를 떠난 이후에는 TV와 뉴스매체를 통해 다양한 군사이슈와 국제분쟁 등을 해설해왔으며, 무기체계와 군사사에 관한 다양한 저술활동을 해왔다. 국방대학교에서 군사전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한국국방안보포럼의 연구위원이자 WMD 센터장으로 북한의 군사전략과 WMD 무기체계를 분석해왔고, 이러한 활동을 바탕으로 국가안보실, 국방부, 합참, 방사청, 육/해/공군 등의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현재는 북한의 군사동향과 현대전쟁에 관한 연구를 계속 중으로,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육군사관학교 등에서 군사혁신론과 현대전쟁연구 등을 강의하며 각 군과 정부에 자문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최완규
최완규

최완규 박사는 예비역 육군 준장으로 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에서 전쟁과 전략, 작전술, 현대전쟁연구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국방부 국방정책실(미국정책과, 정책기획과), 한미연합사(기획/작전참모부) 등에서 부서장 및 실무자로 근무하며 대(對) 미국 정책과 연합/합동 작전계획 수립 등을 오랫동안 담당하였다. 미 육군 지휘참모대학과 보병학교를 수료하였으며,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두 차례 파병되어 미 동성훈장 등 다수의 훈∙표장을 수상한 바 있다. 현재는 한미우호협회, 경제사회연구원, 글로벌국방연구포럼 등에서 활동하며 연구와 기고를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