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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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선택했다. 그 결과 오늘날 전 세계가 놀라고 부러워하는 자유와 번영을 누리고 있다. 물론 아직도 고치고 개선해야 할 것이 많다. 그러나 개혁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완성하기 위한 것이다. 선택 자체는 탁월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를 지키기 위해서는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필수조건이다. 미국이 건설하고 주도해온 자유주의 국제질서 없이는 우리의 성공도 불가능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과의 군사동맹으로 안보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면서 경제 건설에 매진할 수 있었고 미국의 시장이 개방되면서 무역 주도의 경제성장이 가능해졌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주도하에 GATT, WTO 등 다자간 자유무역의 틀이 갖춰지면서 한국 경제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오늘의 도전은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데서 비롯된다.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건설자이자 기획자였던 미국의 내부로부터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고 급기야 미국이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기본인 “상호주의”나 “다자주의” 대신 “자국 우선주의”, “일방주의” 정책을 밀어붙이기 시작하였다. 미국 주도의 안보 동맹인 NATO를 바탕으로 경제공동체를 형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국경을 허물면서 국가주의를 버리고 정치공동체를 향해가던 EU 역시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자국 우선주의”의 거센 도전에 직면하여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중국은 대표적인 ‘자국 우선주의’ 국가다. 1970년대 말 개혁개방 정책을 펴기 시작하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승하여 경제를 발전시킨다. 그렇지만 한 번도 ‘자국 우선주의’를 버린 적은 없다. 소위 “도광양회(韜光養晦)” 즉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때를 기다리며 실력을 기른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정책도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을 드러내지 말라는 뜻이다. 이제 실력을 어느 정도 갖췄다고 판단한 중국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속내란 ‘자국 우선주의’, 달리 말하면 ‘패권주의’다. 그리고 패권주의를 통하여 한국과 같은 주변국들로 하여금 자유주의 국제질서에서 이탈하여 중국의 ‘패권’하에 들어오도록 하는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북한 역시 철저한 ‘자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체제다. ‘주체사상’과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상극이다. 중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관철시키고자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승하여 경제력을 키웠지만 북한은 경제 개방조차도 ‘자본주의’, ‘외세’와의 타협이라고 거부하면서 극단적인 쇄국주의, 고립주의, 배타적 민족주의로 일관해왔다. 그러나 북한의 배타적 민족주의도 외부세계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는 있다. 다름 아닌 남한의 배타적 민족주의다. 북한이 그토록 ‘우리민족끼리’에 집착하는 이유다. ‘민족’의 이름으로 한국으로 하여금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원칙들을 저버리게 하는 전략이다.

혹자는 “패권이론”, “세력균형이론” 등 그럴듯하게 들리는 이론에 현혹되어 한국이 마치 기울기 시작한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선택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는 식의 주장을 편다. ‘평화주의’에 입각해서 북한의 핵개발, 인권유린 등의 문제에 눈을 감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물론 패권이론, 세력균형이론, 평화주의도 때로는 쓸모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들은 부차적이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원칙과 틀을 해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참고할 이론들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북한 핵무장의 위협과 ‘우리민족끼리’의 유혹, 중국의 패권주의, 그리고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앞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지키고자 하는 원칙과 제도, 체제가 강대국들에 의해서 배척 당하고 도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것들을 지켜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수도 있다. 한국 외교의 앞날은 험난하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버리는 순간 우리의 자유와 번영은 없다는 점이다.

한국의 선택은 자명하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다. 남북 관계, 한미 관계, 한중 관계, 한일 관계를 비롯한 모든 관계에 있어서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원칙을 선택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도를 강화시키는 선택을 해야 한다.

2019년 아산국제정세전망은 한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다 거시적인 시각에서, 그리고 동시에 보다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시각에서 분석함으로써 선택 아닌 선택의 기로에 선 한국이 올바른 선택을 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작성되었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해 준 연구원의 연구위원들, 외부 전문가분들께 감사 드린다. 특히 전체적인 틀을 짜고 필자들을 독려해 주신 최강 부원장, 전체적인 내용의 조율과 편집에 애써 준 장지향 박사와 유아름, 류아현, 홍상화 연구원, 자료 검색에 도움을 준 김종우 박사와 함건희 연구원, 편집과 출판을 도와준 송지은 전문원, 홍보를 맡아준 박기정 차장, 이영경 과장, 김지은 전문원 그리고 빠듯한 일정 속에서도 제작과 인쇄를 맡아 준 이지스홀딩스의 장재진 대표와 직원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아산정책연구원 원장 함재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