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면서
2008년 미국. 이라크 전쟁의 후유증과 미국의 경제 상황이 대표적인 변수로 작용하여 버락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미국은 맥시멀리스트(maximalist) 외교안보 시대의 막을 내리고 긴축(retrenchment) 정책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중동에서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비롯해 시리아 사태와 IS(Islamic State) 문제가 확산되었고 크림반도에서는 러시아의 개입이 이어졌다. 아시아에서는 중국의 부상이 외교안보적인 문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더해 이란과 북한의 핵무기 개발과 끊이지 않는 테러 위협은 미국의 국제적 위상을 흔들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응해 오바마 행정부는 ‘뒤에서 이끄는(leading from behind)’ 외교안보 전략을 구사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으로 또 다른 변화를 맞이한다.
이번 대선은 기존 대선과는 다르다.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것만이 아니라 트럼프의 당선으로 기존 정책에서 벗어난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미국이 건국 이래 240년간 총 57차례의 대선을 치르면서 트럼프와 같은 후보의 당선은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트럼프는 정치나 정책 결정 과정에 대한 경험이 없다. 그래서 이 부분에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입장이 없어 보인다. 그만큼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것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하나의 국제적 리스크로 남을 것이다.
미국 대선 이후 세계 정세 자체가 그 어느 때보다 불안정하다. 먼저, 경제적으로 유럽과 중국의 성장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미국 시장이 제일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미국 연방준비위원회가 선거 후로 미뤄온 기준금리 인상을 거론하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구조적 장기 침체(secular stagnation)를 언급하며 국제 시장에 새로운 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외교안보적인 면에서는 국제적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미국의 폐쇄된 리더십이 유발한 지역 안보적 긴장과 영토 갈등으로 인해 새로운 국제 무질서론(“new world disorder”)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보았을 때 이번 미국 대선은 새로운 지도자를 지명하는 행사만이 아니라 세계의 질서와 환경의 변화를 가져오는 중대한 이벤트로, 더욱 깊은 관찰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이 보고서는 미국 대선으로 인한 여러 가지 변화와 정책 동향에 대한 분석을 통해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에 주는 정책적 함의를 제시한다. 내용은 세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첫째, 미국 대선 결과를 분석한다. 기존의 여러 분석은 이번 선거가 미국 사회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는 점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으나 선거 결과와 출구 조사 자료를 살펴 보면 미국 사회의 기초적인 변화보다 클린턴의 선거 전략에 문제가 더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한 지역은 위스콘신, 미시간과 펜실베이니아였고, 이 세 지역에서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정책이나 이데올로기보다 기존 정당정치와 정책에서 벗어나는 변화를 간절히 원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그 다음으로는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입장을 분석한다. 선거기간의 발언과 정책 제안 외에 공약, 당선 직후 CNN이 입수해 보도했던 ‘100일 계획’, ‘200일 계획’을 살펴 보면 대내 정책으론 미국 본토의 안보를 강화하며 정부 지출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외적으로는 ‘위대한 미국’ 또는 ‘미국 우선주의’라는 힘에 기반한 국익 중심 외교를 기조로 군사력을 늘리는 한편 동맹국의 역할 증대도 강조하였다. 새로운 정부의 정책도 중요하지만 미 의회의 구성과 행정부의 관계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의회의 구성과 상원과 하원의 과반을 확보한 공화당의 정책 입장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미국 대선 결과가 한국에 주는 함의를 살펴보고 주요 사안에 대한 정책을 제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