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브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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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차 전력수급계획이 기한을 넘겨 표류하고 있다. 계획은 두 번째 보완 중인데,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요청 때문이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환경급전1 적용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력 공급방식을 경제성에 기초해 배분하고 있는데 환경부에서는 환경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력시장을 운용할 때 경제성에 기초한 경제급전2 방식을 택할 것인지 환경 요소를 고려하는 환경급전 방식을 택할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에너지 인식에서 환경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지속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환경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에너지 문제에 있어 경제와 환경은 반드시 상반되는 개념이 아니며 에너지의 질, 안정적 에너지 수급 측면을 모두 고려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이해와 정교한 대책이 요구된다.

에너지 인식 변화와 함께 급속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따른 문제점 분석과 대비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 급속하게 확장하고 있는 태양광과 풍력은 에너지원의 변동성으로 인해 전력수급에 대한 원활한 제어가 쉽지 않지만, 이에 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태양광과 풍력은 자원 활용에 제약이 있으므로 즉각적 수요에 반응할 수 없는 급전불응 설비일 뿐 아니라 초과공급으로 인해 전력상실을 야기할 우려도 있다. 태양광 발전 비율의 급격한 확대는 전력수급의 불안정성 때문에 에너지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며 양질의 에너지를 요구하는 관련 산업체에 치명적 손실을 가할 수도 있다.

에너지 인식에 대한 조사 결과, 에너지원 선호도는 환경과 경제적 이유로 양분되어 있었다. 그러나 환경적으로 완전한 에너지원, 경제적으로 절대적 에너지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환경적 이유로 선호되는 태양광은 넓은 부지의 필요성과 산림훼손 등으로 오히려 환경 생태계를 망가트리고 있으며 태양광 패널로 인해 오폐수 및 폐기물 처리 문제를 야기한다. 경제적 이유로 선호되는 원자력도 사회적 수용성으로 인해 관련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탈원전 정책 추진 후 경제적으로는 한전의 적자가 심화되고 전력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빠르게 추진되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으로 환경 파괴에 대한 논란도 가중되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전력수급 한계로 인해 LNG 수입량이 증가하는 등 대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져 안보 측면의 우려도 생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환경을 고려하는 에너지 정책으로의 전환이 호응을 얻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에 대한 지지도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에너지 정책을 경제와 환경으로 양분해 한 방향으로 급격한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신 각각의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 경제적 장단점 분석과 장기 에너지 수급 예측치에 기반한 보다 정교한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에너지 인식

 
2020년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과 역대 가장 긴 장마가 겹치면서 전력수급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이례적인 해가 됐다. 거의 매년 여름철이면 폭염으로 전력소비가 급증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았다. 전력 수요가 크게 오르지 않으면서 에너지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낮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2020년 여름 최대전력수요는 8,697만kW(8월 20일)로 전년 최대치(9,031만kW, 8월 13일)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3

전력수급 상황이 큰 문제로 부각되지 않았음에도 한국인의 94.6%는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사회적바람직성 편향(social desirability bias)을 고려하더라도 10명 중 약 9명 이상이 에너지의 중요성에 공감한 점은 유의할 만하다.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n=946)은 주로 환경과 경제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봤다.4 46.6%가 환경, 44.8%가 경제에서 에너지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안보 4.4%). 이는 에너지가 경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고, 전력생산에 따른 환경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림 1] 에너지 문제의 중요성(%)
그림1

 

2019년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에너지원별 발전량 비율은 석탄(40.4%), 원자력(25.9%), 가스(25.6%) 순으로 높았다.5 그러나 다수의 한국인은 실제 발전량과 달리,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해 사용해야 할 연료로 원자력(32.6%)과 태양광(32%)을 꼽았다. 발전량에서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석탄을 택한 응답은 0.6%였고, 가스를 선택한 비율도 12%에 불과했다(수력∙풍력 7.9%, 석유 3.6%). 원자력이 석탄, 가스에 비해 안정적 전력수급에 적합한 연료로 꼽힌 이유는 원자력이 국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는 원자력이 비탄소 에너지원이라는 점이 더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맥락에서 원자력 다음으로 많은 응답자가 태양광을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원자력과 태양광에 대한 선호도는 에너지 문제의 중요성을 어떤 측면에서 인식하고 있는지에 따라 달랐다. [표 1]은 에너지 문제가 경제 또는 환경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n=865)를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이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에너지의 경제적 측면을 중시하는 경향이 나타난 반면, 환경에 대한 인식은 20~30대 젊은 층에서 더 명확했다. 원자력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는 66.7%가 에너지가 경제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했다(환경 33.3%). 반면, 원자력을 중립 또는 부정적으로 본 응답자는 각각 60.7%, 76.4%가 에너지가 환경 측면에서 중요하다고 했다. 이 차이는 선호하는 에너지원에서 더 뚜렷하게 엇갈렸다. 원자력을 선호하는 에너지원으로 꼽은 응답자는 74.9%가 경제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환경 25.1%)고 한 반면, 태양광을 선호하는 에너지원으로 택한 응답자는 70.5%가 환경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경제 29.5%)고 답했다.6

 

[표 1] 연령대 및 에너지 관련 인식에 따른 에너지의 중요 차원7(%)
표1

주: 에너지 중요 차원(안보, 기타 응답도 분석에서 제외), 원자력 인식, 에너지원에 대한 응답 중 모름/무응답은 결측 처리했다. 안정적 전력공급을 위한 에너지원에 대한 응답은 태양광, 원자력만 표에 제시했다.
 

원자력 발전 인식

 
한국인의 원자력 에너지 인식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이는 11점 척도(0= 매우 부정적, 5= 중립적, 10=매우 긍정적)로 원자력 에너지 인식을 측정하고 그 측정치를 0~4점은 부정, 5점은 중립, 6~10점은 긍정으로 재구분해 분석한 결과였다. 원자력 에너지가 긍정적이란 응답은 48.5%였고, 부정 또는 중립적이라고 한 비율은 각각 26%, 22.5%였다. 절반에 가까운 비율이 원자력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봤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원전의 안전에 부정 이미지가 확산되기도 했지만 2020년 8월, 다수는 원자력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봤다.

원자력 에너지 인식은 40대, 진보를 제외한 모든 연령층과 이념성향에서 긍정 인식이 부정 인식을 앞섰다. 40대와 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지지가 가장 높은 계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8 따라서 이는 현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중요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또 반대로 60세 이상(65%), 보수(67.6%)가 원자력 에너지를 가장 긍정적으로 본 결과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한국인의 원자력 에너지 인식은 정파성에 영향을 받고 있었다. 이는 에너지 전환 논란이 그간 정파간 대립으로 비화된 측면이 있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표 2] 연령대 및 이념성향에 따른 원자력 에너지 인식 (%)
표2

 

다음에서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을 살펴봤다. 한국인의 76.3%는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필요하지 않다고 한 비율은 21.4%였다. 나아가 원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도 70.9%가 찬성했고, 반대는 26.9%에 그쳤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찬성한 응답자일수록 원전이 필요하다고 봤다([표 3] 참고). 그러나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반대한 응답층은 원전의 필요성에 다소 다른 의견분포를 보였다. ‘원전이 필요하지 않다’가 68.7%로 다수였지만, ‘원전이 필요하다’도 31.3%나 됐다. 즉 원전에 찬성한 응답층은 대다수가 원전이 필요하다고 봤지만, 원전에 반대한 응답층에는 원전이 필요하다고 본 응답자도 상당수 존재했다.

 

[표 3]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식: 찬반 vs. 필요성 (%)

표3

주: 두 변수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각 문항에 대한 모름/무응답은 결측 처리했다.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찬성한 이유로는 경제적 이익(‘경제적으로 이익이 되기 때문에’ 41.7%), 에너지 자립도(‘국가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33.3%)가 꼽혔다. 다음으로는 온실가스 배출 감소라고 답한 비율이 17.9%로 나타났다(‘원전사고의 위험이 낮아서’ 4.1%). 한국인은 주로 경제,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원자력 발전에 찬성했다. 이와 달리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반대한 이유는 주로 안전 문제 때문이었다. ‘원전사고의 위험이 있어서’가 38%, 방사능 노출과 폐기물 처리 문제 때문이라는 응답이 각각 31.5%, 25.3%를 차지했다. 원자력 발전에 대한 찬반 의견은 경제, 에너지 안보와 원전의 안전이라는 서로 다른 차원의 근거에 기반해 있었다. 이는 원자력 발전을 둘러싼 대립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지속되어 온 한 가지 이유로 보인다.

원자력 관련 인식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이번 8월 조사 결과를 과거 조사와 비교했다. [그림 2]에 제시한 바와 같이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큰 변화가 없었다.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총 네 차례 조사에서 70% 이상이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최소 19.8%에서 최대 26.9%로 20%대 내외를 기록했다. 2020년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대한 찬성 의견이 2012년(75.6%) 대비 약 7% 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다수인 70.9%가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긍정적이었다.

 

[그림 2]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대한 의견9 (%)

그림2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을 반대하는 이유에서는 2012년 대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났다. 원전사고 위험을 이유로 꼽은 비율은 감소(49.2%→38%)한 반면, 폐기물 처리 문제에 대한 우려는 증가했다(13.5%→25.3%). 이는 후쿠시마 사고 직후였던 2012년 이래 심각한 원전사고 없이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약해진 반면, 폐기물 처리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며 이에 대한 언론 보도가 많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 이외에 방사능 노출 문제에 대한 우려는 31%대로 변화가 없었다.

 

[표 4] 원자력 발전을 이용한 전력생산에 반대하는 이유10(%)

표4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한국인에게 원전의 위험성을 크게 각인 시켰다. 특히 당시에는 원자력에 대한 부정 언론 보도가 쏟아지면서 한국인의 원전 안전에 대한 지각수준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뤄진 조사에서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이 그대로 표출됐다.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한 의견이 54.7%로 절반을 넘었고, 안전하다는 응답은 39.3%에 그쳤다. 이후, 원전사고의 기억이 희미해지고 후속 안전강화조치 등이 이행되면서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 인식은 다시 바뀌었다.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압도적이진 않았지만, 2020년 조사에선 55.8%가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고 봤다(안전하지 않다 40.6%). 원자력 발전이 안전하다 또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달랐다. 원전이 안전하다고 본 응답층은 67.6%가 원전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이 충분하고, 자연재해 등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낮기 때문(15.6%)이라고 했다. 반면에 원전이 안전하지 않다고 한 응답층은 61.4%가 자연재해 등 사고가 일어날 수 있고, 업무와 사고처리 과정이 불투명하기 때문(14.3%)이라고 했다.

 

[그림 3]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11 (%)

캡처4

 

원자력 발전시설 수용도

 
앞서 살펴봤듯 우리나라에 원자력 발전이 필요하다는 시각과 원자력을 전력생산에 이용하는 것에 찬성하는 의견은 다수였다. 또 절반 이상이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하다고 답했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의 당위성과 수용도를 저해하는 안전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나 실제 원자력 발전소가 자신의 거주지역에 들어오는 것에는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반적으로 59.7%가 자신의 거주지역에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 반대했다. 조사 표본의 특성상 수도권 거주 비율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현실화되기 어려운 가설적 질문이었다. 그럼에도 약 60%가 원자력 발전소 건설에 반대했다는 점은 유의할 만하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원자력 발전소가 필요하고, 원전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늘었지만 고위험 시설로 여겨지는 원전의 거주지역 건설에는 여전히 회의적이었다(찬성 37.1%). 이번 조사에서도 원전 님비 현상이 재차 확인된 셈이다.12

 

[그림 4] 원자력 발전 수용도 (%)

그림4

 

발전 시설에 대한 님비 현상은 화력 발전소 건설에서 더 뚜렷했다. 거주지역 내 화력 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에는 76.9%가 반대했다(찬성 19.2%). 반면, 태양광 발전소가 거주지역에 들어오는 것에는 61.7%가 찬성했다(반대 35.1%). 발전 시설 수용도는 태양광, 원자력, 화력의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이 비교적 위험도가 낮고, 친환경 에너지라는 이미지가 있어서 거부감이 덜 했던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화력 발전소는 모든 이념성향에서 반대 의견(진보 79.6%, 중도 77.9%, 보수 77.2%)이 우세했던 반면에 원자력 발전은 보수(찬성 47.9%), 태양광 발전은 진보(79.4%)에서 찬성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에너지 전환 정책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인식별로 원자력 비중에 대한 의견을 분석했다. 현 정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 즉 원자력 발전은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너지 전환 정책 인식에 따라 향후 원자력 발전이 차지하는 전력생산 비중에 대한 의견은 엇갈렸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공감하지 않는 응답층은 76.1%가 원자력 발전의 비중을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고 봤다.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는 응답은 각각 17.8%, 6%에 불과했다. 에너지 전환 정책의 방향에 반대했으므로 원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답이 많았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하는 응답층은 원전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답이 43.8%로 가장 높았으나,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현재보다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각각 32.5%, 23.7%나 됐다. 이 결과는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추구하는 전반적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현재 에너지 수급 상황을 고려한 판단으로 해석된다. 즉 원자력 발전이 전력생산에서 1/4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을 단기간 바꿀 수 없으므로 원전 비중을 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원자력 발전 비중에 대해선 현실적 판단을 내렸지만,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는 정파성에 따른 지지를 보냈을 가능성도 있다.

 

[표 5] 에너지 전환 정책 인식에 따른 원자력 발전의 비중에 대한 의견 (%)

표5주: 두 변수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각 문항에 대한 모름/무응답은 결측 처리했다.
 

아래에서는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이번 조사결과를 2017~2019년 한국갤럽 조사와 비교했다. 2017년 84%였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지지는 꾸준히 감소해 2020년 8월에는 61.3%로 그 비율이 낮아졌다. 2017년에서 2020년, 약 3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지지가 20% 포인트 이상 감소했다(84%→61.3%). 정부가 정권 초기부터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요 정책으로 추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결과다. 특히 정부의 정책 추진 방향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그에 대한 의견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020년 8월, 여전히 과반 이상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을 지지하고 있었다.

 

[표 6]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13(%)

표6 주: 2017~19년 조사는 한국갤럽의 조사로 소수점 이하는 표기하지 않았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한 이유는 [그림 5]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로 환경, 경제성과 관련된 이유가 다수를 차지했다. 태양광이 대표적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거론되어 온 만큼, 태양광에 의한 환경 훼손 우려(27.4%)가 가장 많았다. 더불어, 산업 경쟁력 약화와 같은 거시적 이유(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서 26.5%, 불안정한 전력수급 문제(23%)도 중요한 이유로 꼽혔다. 이외에 전력수급 문제로 전기요금 인상이 우려된다는 의견(16.8%)도 있었다.

 

[그림 5]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하는 이유 (%)

그림5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전력요금 수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 설명한 후에 바로 묻고, 다음 문항에서 전력요금 상승 가능성을 가정해 다시 물었다.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한국인의 의견은 전력요금 상승을 개별적으로 가정한 상황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이 우세했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한 응답자는 61.3%였는데, 전력요금 상승을 언급한 경우에도 찬성 의견은 56.4%로 차이가 오차범위 내였다. 이는 한국인의 에너지 인식이 개개인의 경제적 이득이나 손실보다는 환경이나 국가의 거시적 경제 상황에 민감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표 7]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 (%)
표7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한 응답자는 85%가 전력요금 상승을 가정한 경우에도 그대로 정부 정책에 찬성했다. 이처럼 대다수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주어진 조건에 따라 바꾸지 않았다. 전력요금 상승을 고려해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을 찬성에서 반대로 바꾼 비율은 15%에 그쳤다. 이 경향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한 응답자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한 응답자는 90.7%가 전력요금 상승을 고려했을 때에도 그대로 반대 의견을 낸 반면, 찬성으로 의견을 바꾼 경우는 9.3%로 더 적었다. 이는 문항 구조상 에너지 전환 정책에 찬성한 응답층은 전력요금 상승으로 의견을 재고할 여지가 있지만, 반대한 응답층은 그럴 여지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표 8] 에너지 전환 정책에 대한 의견: 정책 일반 vs. 전력요금 상승 조건 (%)

표8주: 두 변수의 관계를 분석하기 위해 각 문항에 대한 모름/무응답은 결측 처리했다.

 

나가며

 
에너지 문제는 한 국가의 현재와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문제이다. 그동안 에너지는 국가 발전과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여겨져 왔으나 점차 환경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저렴하고 질 좋은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 요인을 더 고려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에너지 자원 빈국으로서 우리나라의 원자력에 대한 선호도는 높게 유지되어 왔으나, 원자력 발전에 따른 환경 영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증가했다. 원자력 이외의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선호는 크게 증가했으나 역시 산림훼손 등 환경 문제로 인해 에너지 정책에 대한 우려도 늘어났다.

에너지 문제는 매우 전문적이고 복잡한 영역이다. 환경, 경제, 안보를 모두 고려해야 하며 현재에 대한 고려와 더불어 미래에도 지속적인 국가 발전이 가능하도록 에너지 계획을 수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에너지 인식조사에서는 한국인의 에너지 인식이 환경과 경제로 양분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환경을 중시하는 집단은 태양광을, 에너지의 안정적 공급과 경제를 중요시하는 집단은 원자력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그러나 개별 에너지원에 대한 선호도와는 별개로 70% 이상의 한국인은 원자력을 이용한 전력 생산에 찬성했다.

한국인의 에너지 인식에서 환경은 중요한 가치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에너지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환경 가치를 중시하며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지지했다. 그러나 기존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환경적 우려도 늘고 있고, 신재생 에너지의 전력수급 한계와 급격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대외 의존성 심화 등의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정책은 여러 에너지원을 어떤 구성으로 조합해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할지 계획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각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영향, 안전성, 경제성을 객관적 데이터에 기초해 분석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또 공청회 등의 공론화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이를 토대로 한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

 

부록

아산정책연구원 여론조사 개요
조사대상: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
표집오차: 95% 신뢰구간에서 ±3.1% 포인트
조사방법: 유선/휴대전화 RDD 전화인터뷰(CATI) 조사
조사기간: 2020년 8월 18~21일
실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

 

본 문건의 내용은 필자의 견해로 아산정책연구원의 공식 입장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1. 환경급전이란 전력시장의 운영을 위한 발전원 선택시 미세먼지 등의 환경적 요인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 2.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기부터 가동하는 방식으로 석탄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소가 먼저 가동된다.
  • 3. 최대전력수요는 2010년 이래 꾸준히 증가했으므로 2020년은 전력수급에 있어 예외에 속했다. 2010년 7,131만 kW, 2011년 7,314만 kW, 2012년 7,599만 kW, 2013년 7,652만 kW, 2014년 8,015만 kW, 2015년 7,879만 kW, 2016년 8,518만 kW, 2017년 8,513만 kW, 2018년 9,248만 kW, 2019년 9,031만 kW로 최대전력수요는 거의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출처: e-나라지표. 2020. 전력수급동향(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163). 산업통상지원부.
  • 4.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은 여론조사에서 조사대상자가 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으로 보이거나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응답지를 선택하는 경향을 말한다.
  • 5. 출처: e-나라지표. 2020. 에너지원별 발전량 현황(http://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1339). 산업통상지원부.
  • 6. 경제, 환경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본 시각에 따라 선호하는 에너지원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상관관계가 드러났다. 경제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49.8%가 원자력, 21.1%가 태양광을 선호하는 에너지원으로 꼽았다(LNG 12.3%). 반면, 환경 측면에서 에너지가 중요하다고 한 응답자는 47.8%가 태양광, 15.8%가 원자력이라고 답했다(풍력 13.5%, LNG 11.1%).
  • 7.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원자력 인식조사(2020년 8월 18~21일). 참고로 이하 본문의 출처 표기가 없는 표, 그림은 2020년 8월 조사 결과다.
    나머지 에너지원의 경우 경제 또는 환경을 선택한 비율이 차례로 천연가스(n=98) 51%, 49%, 수력(n=72) 50%, 50%, 석유(n=25) 56%, 44%로 비슷했고, 풍력(n=77)만 경제 24.7%, 환경 75.3%로 나타났다.
  • 8. 한국갤럽. 2020. 데일리 오피니언 제419호(2020년 9월 3주). 한국갤럽(https://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1143).
    40대와 진보의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평가는 ‘잘하고 있다’가 각각 52%, 72%로 가장 높았다. 또 이들의 더불어민주당 지지도 역시 다른 연령대, 이념성향에 비해 더 높았다(40대 47%, 진보 67%).
  • 9.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원자력 인식조사(2012년 11월 15~18일; 2020년 8월 18~21일),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2019년 5월 17~19일).
  • 10.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원자력 인식조사(2012년 11월 15~18일; 2020년 8월 18~21일).
  • 11.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원자력에너지 인식조사(2012년 11월 15~18일), 한국원자력학회 원자력발전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2019년 5월 17~19일).
  • 12. 전웅빈. 2015. 원전 님비 심각, 59.8%가 내 집 앞 안돼. 국민일보. 2015년 1월 5일자.
    2015년 원전 관련 국민인식 여론조사에서도 한국인은 원전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거주지 인근 원전 건설에는 반대했다.
  • 13. 출처: 아산정책연구원 원자력 인식조사(2020년 8월 18~21일).
    한국갤럽. 2019. 원자력발전과 에너지 정책 방향에 대한 인식 조사. 한국갤럽(http://www.gallup.co.kr/gallupdb/reportContent.asp?seqNo=986).
    이 조사는 현 정부 에너지 정책에 대해 “현 정부는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 비중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귀하는 이에 대해 찬성하십니까, 반대하십니까?”로 그 의견을 물었다. 이는 본원 이번 조사와 유사해 시기별 비교가 가능했다.

About Experts

박지영
박지영

외교안보센터

박지영 박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과학기술정책센터 선임연구위원이다. 서울대학교에서 핵공학 학사와 석사, 미국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핵공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서울대학교 정책학 석사학위도 취득하였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재직하였으며 R&D 타당성조사 센터장을 역임하였다. 주요연구분야는 핵정책, 근거중심 과학기술정책, 과학기술과 안보정책 등이다.

강충구
강충구

연구부문

강충구는 아산정책연구원의 책임연구원이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사회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화문화아카데미에서 객원연구원으로 "정책소통지수 개발" 연구에 참여했고, 연구 관심분야는 양적연구방법, 조사설계, 통계자료 분석 등이다.